1.
어제 자막없는 영화 두 편 보느라 피곤했었는지 9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여행 100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을 어떻게 자축해야 할까? 저녁때 한국음식 하나 사먹자.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길 건너에 저번부터 보아둔 잎에 싼 찰밥을 파는 할머니 한테 갔다. 한 다라이에 여러 색깔의 찰밥과 몇 가지의 반찬이 있다. 손가락으로 선택하면 큰 밥 한 수저와 그위에 반찬을 올려 잎에 싸서 대자 이쑤시게로 여미어서 준다. 하나에 5바트다. 두 개를 샀다. 그걸들고 저쪽 큰 슈퍼쪽 사이에 매운 국수집으로 갔다. 매운 소스에 국수를 조금 얻어서 준다. 테이블에 몇가지 야체가 있다. 부폐식으로 야체를 덜어다 매운 소스에 부셔서 먹는 방식이다. 찰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딱이다. 여기를 진작 왔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먹을 만한 아침거리를 발견했다.

 

2.

오늘은 주말이다. 주말에는 방콕 북쪽에 최대의 벼룩시장이 짜뚜작 주말시장이 열린다. 카오산에서 3번 버스가 거길 간다고 한다. 정류장을 찾았다. 3번 에어컨 버스가 온다. 올라탔다. 방콕의 모든 버스에 있는 차장은 위크앤드 마켓을 이미 알고 있다. 에어컨 버스는 거리에 따라 정산한다. 14바트다. 한 3-40분을 갔나? 거리에 물건을 펴놓고 파는 난전이 보인다. 다 왔단다. 서양인 서너명과 함께 내렸다.

 

3.

이곳은 지하철역도 연결되어있다. 천가방이 생각보다 무겁다. 지하철역에는 사물함이 없다. 생각끝에 경찰서에 들어갔다. 가방 좀 맡기자고 하니 약간 떨떠름하게 저기 놓아두란다. 문제가 생겼다. 그저께 산 디카 건전지가 없다. 알카라인이 아닌 일반 건전지는 얼마가지 못한다. 이곳에 건전지 파는데가 없다. 그냥 내일 다시 와서 찍자. 시장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여기는 내가 생각했던 중고 벼룩시장은 아니다. 그냥 주말에만 문을 여는 시장이다. 어쨌든 시장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를 띤다. 나누어주는 시장지도를 보고 찾지를 못하겠다. 그냥 한 두 바뀌 돌다보면 파악되겠지.

 

4.

오늘은 대충만 보고 길거리 음식 좀 먹어보자. 고기꼬치2개와 딸기주스를 먹었다.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딸기가 비싸다. 우리나라 풀빵 같은 코코넛 빵과 코코넛 주스를 사먹었다. 좀 비싸지만 먹음직 스러운 터키식 캐밥도 사먹고 입가심으로 수박 봉지도 사먹었다. 이제 좀 배가 불러온다. 나가는 길에 cd파는 곳이 있다. 철의 단두대라는 뜻의 80년대 해비매틀그룹 아이론 매이든의 2003년 앨범이 보인다. 앨범 제목이 죽음의 댄스다. 마흔은 훌쩍 뛰어넘었을거고 아마 50이 넘는 맴버도 있을 거 같은데 매틀을 고수하는 그들의 일관된 삶이 정말 반갑고 마음에 든다. 그래 저렇게 살아야돼. 원판이라 하는데 사줘야 겠다. 깎아서 250바트 주고 샀다. 10대때 열광하며 들었던 그들의 killers 앨범이 생각난다. 그 앨범의 한 노래 제목이 시체공시소의 살인이었다. 묘한 흥분을 자아내게 했던 아이론 메이든, 지금은 무얼하고 있나?

 

5.

이번에는 에어컨 없는 3번 버스를 탔다. 4바트다. 별 이유없이 도서관 근처에서 내렸다. 아쉬었던 건전지를 하나하고 도서관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카오산 부근 다리 앞 통유리 피씨방에서 한 두시간 인터넷 하다가 숙소 1층 식당에서 여행 100일기념으로 된장찌게를 먹었다. 누가 cd로 드라마 다모를 구워왔나 보다. 된장찌게를 먹으며 다모를 보았다. 100일 기념으로 인도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콜랙트 콜로. 정확히 말하면 인도에서 3년 살고 돌아온 대학 동창이다. 가끔씩 만날때 마다 인도 얘기를 그렇게 울궈먹었는데 그게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화를 하고 나와 펄프픽션 사운드트랙 씨디 한장 샀다. 피씨방 잠깐 갔다가 숙소로 오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 팀의 축구경기를 한다.

 

6.

나는 그 굵은 허벅지의 파워로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몸놀림을 보이는 호나우도 보다는 한 마리 치타같이 날렵하게 직선 패스를 찔러 넣고 어려운 사각에서 부드러운 슛으로 연결시키는 아스날 팀의 앙리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 30대는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 시기다. 방향없이 스타일은 없다. 30대 중반에는 방향이 세워지고 그리고 후반으로 갈 수록 방향에 조응하는 자기 스타일을 완성시켜야 한다. 난 조금만 더 예리해지면 그런데로 봐줄만 하다. 티에리 앙리같이... . 침대로 올라갔다.

 

 

* 050305(토) 여행 100일차

(잠) 도미토리 선풍기룸 1750원 (70바트)
(식사) 아침 찰밥 매운국수 625원 (25바트)

         저녁 된장찌게 2500원 (100바트)

(이동) 버스2번 450원 (18바트)
(간식) 딸기주스 500원 (20바트)
         돼지갈비 꼬치 250원 (10바트)
         코코넛 빵 250원 (10바트)

         코코넛 주스 250원 (10바트)

         터키식 캐밥 1250원 (50바트)

         물 125원 (5바트)

        과일주스 500원 (20바트)

(기타) CD음반 아이론매이든 6250원 (250바트)

         펄프픽션 음반 2500원 (100바트)
         알카라인 건전지 4개 3250원 (130바트)
         피씨방  2500원 (100바트)


...................................... 총 22,9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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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3 22:40 2005/04/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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