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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어나서 그동안의 여행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며 러시안 집시카드을 보았다.

 

am7:20

39.말(감정의 격변) 고삐를 단단하게 쥐어라. 그렇지 않으면 비틀거리게 된다

1. 기사(소식) 기대하지 않았던 희소식

22. 길(인생의 여정) 외롭고 고달픈 여정. 혹은 일

17. 왜가리(새출발, 변화) 주거지의 이동

44. 불(정열) 불길을 주의하라. 날개를 태워 추락할 수 있다

 

마지막카드

6. 사과(만남) 즐겁지 않은 모임이나 만남 ---- 즐거운 일

28. 편자(성공) 행운이 당신을 기다린다

37. 천사(수호천사) 화해를 함으로써 새로운 기쁨을 맛보다 ---- 바라마지 않던 영광, 행운이 기다린다

31. 태양(따뜻함, 강렬한 성격) 번영, 개화, 삶의 포옹, 행복

 

2.

거리로 나왔다. 얼굴이 계속탄다. 모자를 하나 사야겠다. 챙만 있는 모자를 하나 골랐다. 아저씨가 처음에 5만동을 부른다. 내가 3만동을 불렀다. 부인인 아줌마가 5만을 다시 강하게 부르는데 아저씨가 3만 내란다. 모자 깎는데는 반쯤 성공했으나 그 이후는 모조리 실패를 맞보았다. 과일은 시세대로 사 볼려고 했으나 두 군데서 실패였다. 내가 돈이 좀 있게 생겼나보다. 이곳 베트남에서... . 결국 파인에플 하나 깎은거를 3천동에 샀다. 4천동에 사먹은 찰밥 다른 곳에서 먹었는데 아저씨 만동을 부른다. 베트남은 체면을 중시여긴단다. 그래서 물건 깎는 것도 중국과는 달리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단다.

 

부패방지 처리된 호찌민이 있는 묘

 

3.

가이드 북에선 호지민 묘를 오전 11시까지만 연다고 나와있다. 택시를 타자.  기본요금 만동을 내고 내렸다. 묘 맞은 편에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데 공안이 제지를 한다. 저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란다. 저쪽으로 가는데 한 오토바이 운전수가 2키로라고 타란다. 무시하고 걸었다. 한 5분 정도 걸어 입구에 도착했다. 소지품을 맡기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줄을 서서 입구로 들어갔다. 공안들이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입구에 들어가 게단을 올라가는데 뒤에 있던 서양인 둘이 소근거리다 조용히 하라 제지를 받았다.

 

4.

호찌민(1890-1969) 베트남 공산당의 창립자이며 1946년 부터 사망까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다. 호찌민의 추종자들과 공산당은 그를 호 아저씨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한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죽을때까지 결혼한 적이 없었다. 드디어 시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불빛이 풍겨나오는 유리관에 단정한 모습의 호찌민이 누워있다.  4명의 군인이 사방에 서있다. 천천히 3면을 돌아서 보는 구조다.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냥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게 더 도움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끼어든다.

 

5.

묘소의 뒤편은 호찌민의 집무실과 숙소, 연못등이 있다. 한국말이 들린다. 10여명의 한국페키지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걸어가고 있다. 청사 건물을 왜 황색으로 칠했나. 황색은 중앙을 상징하는 색이고 부의 색이기도 하다. 두 나무가 붙어있다. 불교용어로 뭐라하는데 베트남의 통일을 상징하는 나무다. 베트남은 예전 우리나라 전라도 경상도 갈등 저리가라는 수준으로 남북간에 갈등이 크다. 남쪽은 우리가 먹여살린다하고 북쪽은 우리가 통일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북쪽 사람들은 곧은 나무쪽이 자기들 나무고 삐뚤삐뚤한 나무는 남쪽 것이라고한다. 작은 호수옆 호찌민의 집무실은 단촐했다. 가이드가 한 방에서 저기 사진은 맑스와 레닌이다고 설명하자 한 아줌마가 기계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아줌마의 사진기 메모리카드에 맑스와 레닌이 담기는 순간이다.

 

6.

호찌민의 숙소는 통나무로 1층이 빈 2층집 구조다. 베트남은 워낙 더워 열기때문에 그런 구조가 많다한다. 그 옆에는 호찌민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베트남은 지금이 여행철이라한다. 4-5월 부터는 우기가 시작된다. 한국인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여긴 다른 가이드다. 미국 현지 첩보원들은 호찌민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한다. 그런데 프랑스가 미국을 끌어들이러 호찌민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일을 그르쳤다. 사실 미국이 북베트남을 공격했더라면 자본주의로 통일시킬수 있었다.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중국때문에 공격을 포기했다. 가이드의 말은 사람들에게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는 거 같다.

 

7.

박물관을 나와 안 가본 방향인 또이 호수쪽으로 걸었다. 호수의 물은 지저분했고 바람도 잘 안분다. 한 강변 레스토랑에서 튀김에 맥주 한병을 먹고, 걸어서 잎에 싼 밥과 빵을 사고 로타리에서 생맥을 또 한잔먹고 기차표를 끊으러 버스타기를 시도했다. 한 젊은 친구에게 물으니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 마침 자기도 기차역에 아버지를 마중나간다고 한다. 같이 버스를 탔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한국의 경제를 칭찬하며 베트남이 이를 배워야한다고 한다. 이럴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수 밖에 없다.  안 배워야 할 것을 설명하기에는 여러 조건이 안 맞다. 대학 2학년이란다. 내가 아까들은 남북간의 갈등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 친구 대답이 한국 여배우들이 이쁘단다. 이럴때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 한 번은 다시 물을 수 있지만 몇 번해서 이해못하면 서먹해진다. 기차역 앞에서 내렸다.

 

8.

사이공가는 철도요금은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재일 빠른게 29시간 걸린다. 33시간짜리 41시간짜리 등등이다. 창문을 보면서 여행하려고 내일 낮에 출발하는 열차를 예매했다. 그리고 혁명박물관쪽으로 걸었다. 꽃시장을 한 번 둘어보았다. 베트남에 오토바이 택시가 몇 대나 될까? 거리를 걸으면 1분에 한 명꼴로 앞에서 헬로우, 하이하며 오토바이 타라 한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거나 손을 젓는것도 한 두 번이지 거절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혁명박물관 근처 오페라 하우스 앞에 왔다. 웨딩드레스 두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건물 위 테라스에서 1945년 8월 16일 베트남 인민위원회가 하노이를 접수했다는 사실을 선포했다한다. 오늘저녁 클레식 공연을 한다.

 

하노이 소재 베트남 혁명 박물관

 

9.

오토바이 운전수에게 길을 묻기도 겁난다. 한 운전수에게 물으니 바로 저쪽이란다. 옆에 있던 운전수가 돈 안받을테니 타란다. 이 친구 빙 한 바뀌 돌더니 내려주면서 들어갔다 나오면 좀 떨어져 있는 어디까지 가자고 한다. 결국 5천동을 주었다. 혁명박물관은 30여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구조였다.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치하에서의 독립투쟁을 다른 초기 방들 베트남 전쟁 방, 그리고 최근의 발전상으로 방이 나뉘어저있었다.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띄었는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혁명의 승리를 선포하는 라디오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 큰 광장에서 환호 퍼레이드 모습, 소수민족의 여성게릴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

더운 지역에서 여행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박물관을 나와 또 생맥두잔을 들이켰다. 여기서 호수까지는 갤러리 골목이다. 한 서점에 들어갔다. 북부 소수민족 지역인 사파의 얇은 사진집과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를 비디오로 보았던 남아있는 나날들 영문소설을 샀다. 지금 베트남은 2.3일인 베트남 공산당 창건 75주년 프랭카드와 앰블럼으로 도배가 되었다.  매년 이렇게 하는지, 지금 시점에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하여튼 한 갤러리에서는 75주년 포스터 전시회를 하고 있다.

 

11.

르완끼엠 호수에 도착했다. 벤치에 않아서 거북이 상을 바라보다가 성당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오늘이 일요일이다. 미사를 하고 있다. 마침 영성체 시간이다. 영성체는 예수의 피와 살의 상징인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의 시간이다... . 나도 어떤 계기로 카톨릭 영세를 받은지라 신부님이 나누어주는 500원 동전크기의 빵을 먹을 자격이 있다. 앞쪽의 건물내부경관도 둘러볼겸 나도 줄을 서서 빵 하나를 받아먹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분위기가 좋다.

 

12.

미사가 끝나고 나와서 식당 골목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피자작은것과 샐러드바접시, 주스한잔을 시켰다. 피자는 야체빵하나 나오는 수준이다. 그나마 샐러드바 부패가 먹을 만 했다. 나와서 하노이 구 시가지를 죽 걸어들어갔다. 한 피씨방에서 일기를 좀 올리고 10시쯤 나와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가던중에 한 노점에서 한치인지 오징어인지 작은 거 한마리를 구워달라고 했다. 작은거 한마리에 1불이란다. 오전에 과일사다 지나친 기억이 있어 왠만하면 사려고 하는데 이 아줌마 끝까지 1불이란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마치 예전 악착같이 벌어 집안을 꾸리고 자식을 공부시켰던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를 보는 거 같다. 이 아줌마의 이를 악문 모습을 보며 또 한번 어떤 생존본능같은걸 느낀다. 결국 달라했다. 이 아줌마 거스름 돈 일부를 떼어먹으려 한다. 나도 물러설 수 없다. 아줌마 제대로 거스름 돈을 준다. 베트남 하노이는 나에게 힘들게 느껴진다. 그건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중국은 나름대로 준비도 조금 했고 무거운 책과 프린트도 여러권 가지고 다녔다.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달랑 가이드 북 하나 가지고 있다.  이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 사람들이 나를 단지 관광객 소비자로 보게 만드는 이유다.

 

13.

숙소를 찾았다. 잎에 싼 찰밥집을 갔다. 밥통을 긁어서 하나를 만들어 준다. 힘들땐 먹는게 최고다. 숙소에 돌아와 밥을 먹었다. 밥심이 생긴다. 내일은 1700여키로 남쪽으로 출발이다. 남쪽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

 

 

* 050130 (일) 여행 66일차

(잠) 그린호텔 욕실포함 싱글룸  10불 부가세 10%포함  13,050원    (174,000동)

(식사) 아침 국수어묵  375원 (5000동)

                 고기덮밥 750원 (10000동)

          점심 잎에싼 찰밥 300원 (4000동)

          저녁 야체셀러드, 치즈피자, 레몬주스, 부가세 4950원 (66000동)

                 잎에싼 찰밥 300원 (4000동)

(이동) 버스 185원 (2500동) 

          오토바이 375원 (5000동)

(입장) 호지민 박물관  375원 (5000동)

          베트남 혁명박물관 750원 (10000동)

(간식) 빵   185원 (2500동)         

          생맥주 한잔, 고기튀김안주  1875원 (25000동)

            생맥두잔, 베트남식 야체셀러드1650원 (22000동)

            한치한마리 1125원 (15000동)

(기타) 인터넷2시간 900원  (12000동)

           사파 사진집 1275원 (17000동)

           남아있는 나날들 영문소설 2925원 (39000동)

 ...................................................................... 총  31,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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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4 23:16 2005/02/04 23:16

1.

5시에 도착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도착했다해서 깨어보니 4시다. 이럴때 좀 당혹스럽다. 정신을 차리고 베낭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처음 배에서 내려 중국 땅에서 헤멜때의 정신없음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아직 나는 해외여행 초자아닌가? 일단 역 주변은 잘 때가 못된다. 한 아줌마 오토바이 운전수 뒤를 탔다. 르완끼엠 호수 옆 구시가지로 가자 했다. 저기 작은 호텔 간판이 보인다. 내려달라해서 아줌마에게 얼마냐 물으니 50000동을 부른다. 새벽에 이 아줌마와 실강이를 해 겨우 17000동을 주고 문을 열고 프론트로 들어갔다.    

 

2.

여긴 중급 호텔 좀 되나보다. 15달러란다. 10달러는 몰라도 여긴 아니다. 나오니 그 아줌마 그냥 타란다. 오토바이가 새벽을 또 달린다. 아줌마 아는 데가 있나보다. 그린 호텔이라는 곳에 내린다. 들어가니 젊은 친구 둘이서 서양인을 상대하고 있다. 나에게도 방을 보여주는데 여기도 15불이란다. 아니라고 했다. 금방 체크아웃한 10불짜리 방이 있으니 치울동안 조금 기다리란다. 그리고 기다리는 아줌마에게 돈을 집어 주고 내 보낸다. 베트남은 선불이 아니라 여권을 금고에 보관하고 체크아웃할때 돈을 내는 호텔시스템인가 보다. 걱정마란다. 방에 올라가니 깔끔하다.

 

3.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12시쯤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하노이 구시가지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거리란다. 이 곳에는 36개의 거리가 있다는데 이것은 36개의 상인조직이 한 거리를 맡아서 정착한데서 나오는 이름이란다. 거리는 아주 복잡해서 내가 자는 호텔을 제대로나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돌아오기 쉽게 일단 직선으로 가기로 했다. 가다가 큰 상점 맞은편에 잎에 싼 밥을 팔고 있다. 하나를 사서 걸으면서 먹으니 찰밥이다. 큼직한 오뎅하나와 오뎅 국물로 밥을 먹는데 300원짜리치고는 아주 맛있다. 베트남에 왔으니 국수를 먹어줘야한다. 길거리 간이 의자에서 국수를 팔고 있다. 소라를 한껏넣고 매운 맛을 더한 국수다. 한 소쿠리 풀을 그때그때 집어서 같이 먹는다. 드디어 르완끼엠 호수에 도착했다.

 

4.

적당한 크기의 호수다. 호수 중간에는 거북이 탑이 있다. 호수를 돌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지도를 들고 와서 사란다. 얼마냐 물으니 2달러란다. 내가 1달러를 부르고 아줌마가 20000동을 부르고 좋다해서 샀는데 사고나서 생각해보니 두배 이상은 준거 같다. 아직 동이 적응이 안된다. 베트남은 하도 돈 단위가 커서 잘 안들어 온다.  슈퍼로 들어갔다. 베트남의 맥주 브랜드는 타이거맥주가 가장 유명하고 333맥주도 있다. 일단 다시 숙소로 들어가자. 그 길로 돌아가면 되는데 또 그러기는 싫다. 옆 길로 좀 빠져 걸으니 한 화랑이 나온다. 직원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2층 옷가게까지 둘러보았다. 나오는데 큰 성당이 보인다. 성요셉대성당인가 보다. 문이 닫혀있다. 그러다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하기야 잃어버려도 거기서 거기긴 하다. 호텔 명함을 챙겨왔으니 물어 찾아가면 된다. 잃어버린김에 그냥 더 가보기로 했다.

 

5.

한 유스호스텔이 나오고 인터넷을 하고 있다. 한 시간에 12000동이란다. 비싼요금이다. 다른 싼 곳을 모르니 일단 한 시간을 하기로 하고 앉아 블로그에 간단히 글을 올렸다. 이젠 숙소 찾기다.  숙소 명함을 꺼내어 서너번 물어 숙소를 찾았다. 다시 사워를 한 판하고 거리로 나왔다. 조금 익숙해졌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커브를 틀었다. 화랑거리가 나온다. 몇 군데 들어가 보았다. 베트남의 거리는 오토바이 홍수다. 여긴 자전거 별로 없다. 그 요란한 소음들을 들으면 정신이 없다. 길을 걸으면 최소한 1분마다 한 둘은 하이, 오토바이하면서 말을 건다.  나중에는 길을 묻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다. 오토바이 운전수에게 물으면 자기가 태워주겠다고 할 거 아닌가. 화랑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음이 차단된 완전 다른 분위기다. 책에서도 베트남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는 좀 다른 창작 분위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림들이 개성이 강하고 마음에 들어온다....

 

6.

다시 르완끼엠 호수에 도착했다. 어슬렁거리다 슈퍼에서 물을 사고, 구운 옥수수도 하나 사먹었다. 다시 구 시가지를 헤메다 한 노점에서 베트남 국수를 사먹었다. 내 입맛에는 좀 별로다. 숙소 근처 베트남식 호프 한잔했다. 오이 안주에다가... .  이 곳 호프는 한국의 김빠진 맥주맛이다.

 

7.

숙소에 들어오니 7시가 넘었다. 베트남 티비는 무얼할까? 해변을 소재로 한 프랑스영화다. 웃기는 영화는 아닌데 코믹스러운 한 남자가 계속 차이고 당하고 헛물을 켠다.  여러개의 스포츠 체널이 있다. 3군데서 축구경기를 한다. 베트남은 축구에 열광한다. 나도 안 볼수가 없다. 시트콤의 고전 남자셋 여자셋도 한다. 초기 커플인 송승헌 이의정이 나온다. 그리고 장금이. 한 성우가 모든 배역을 다 소화한다. 한국어로 대사를 치면 바로 따라 성우가 무슨 말인지 말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5번체널 토크 프로다. 책을 낸 사람들이 차례로 출연한다. 아직도 우아한 여배우 클라우디오 카르디날레,  색시한 코드의 젊은 여배우, 지적인 여자,  페널로 보이는 중간 가름마 느끼남, 유쾌한 스타일의 남성패널이 나온다. 카메라 워크도 재미있다. 여배우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낸다. 액정화면의 삿은 훔쳐보기 코드다. 대화의 향연이다. 프랑스 스타일이로군... . 

 

8.

12시가 되어간다. 오래도보았다. 내일은 하노이 시내를 누비리라.

 

 

* 050129 (토) 여행 65일차

(잠) 그린호텔 욕실포함 싱글룸  10불 부가세 10%포함  13,050원    (174,000동)

(식사) 점심 잎에싼 찰밥 300원 (4000동)

                                   고동야체국수  1125원 (15000동)

            저녁 베트남 쌀국수 750원 (10000동)

(이동) 새벽 오토바이 1275원 (17000동)

(간식) 물 작은거  195원 (2600동)

            옥수수 구운거 375원 (5000동)

            생맥주 한잔, 야체안주  600원 (8000동)

            타이커맥주캔, 리치크랙커, 새우깡비슷한것  1500원 (20000동)

(기타) 인터넷1시간 900원  (12000동)

            하노이 지도 1500원 (20000동)

 

 ...................................................................... 총 21,57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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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3 00:29 2005/02/03 00:29

 

1.

새벽 2시쯤 되었을라나. 버스가 어디에 서서 먼가를 고치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차는 다시 좀 가다 다른 곳에 선다. 밖으로 나왔다. 시계는 3시를 넘어간다. 차의 타이어를 전기 드릴로 나사를 풀고 빼낸다. 몇명이 나와 구경한다. 나도 구경의 대열에 동참했다. 내가 이해할때는 바퀴에 구동력을 주는 작은 실린더하나와 내가 누운 오른쪽 뒷 바퀴가 부딪쳐서 바퀴에 손상이 간 거 같다. 바퀴에 커다란 기스가 나있다. 계속 더 그랬더라면 펑크가 났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수리를 마치는 데 두시간이 넘게 걸린거 같다. 사람들은 이런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것처럼 아무 불평 아무 반응이 없다. 차는 다시 출발했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2.

다시 깨니 이른 아침이다. 산길을 넘고 있다. 산을 거진 올라가 옆쪽으로 내려가는데 낮은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산 밑으로 솜사탕처럼 촘촘히 가라 앉아 있다. 그 위로 해가 떠오른다. 나도 한국에서 지리산 등 좋다는 몇 군데 가보았지만 이건 비교가 안된다. 아마 우연이라서 버스 뒷자리에서 누워서 보는 그 맛 때문에 감동이 더 컸나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북부의 사파가 이런 낮은 구름으로 유명하단다. 버스는 다시 구름 밑으로 하강한다.

 

3.

허커우가 가까워 지고 있다. 바나나 파인에플 나무들이 줄을 잇고 길가에 열매들을 싣고 있다. 서울은 완전 한 겨울일텐데 나는 완전 한 여름으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고 작은 허커우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리니 더운 열기가 몰아친다. 나는 사계절의 옷을 다 가지고 가는 셈이다. 미지의 공간에 도착했을때 설레임도 있지만 당황스러움도 있다. 어디가 어딘지. 일단 주변을 걷는게 최고다. 가게들을 지나 강물을 한 번 쳐다보고 커브를 틀어 적당한 식당 앞에 앉았다. 만두 한 판을 시키고 죽을 한 그릇 더 먹었다. 주인 아저씨 아줌마와 몇 마디 나누고 나왔다. 여기 바로 옆이 베트남인데 강건너인지 어느쪽인지 아직 모르겠다.

 

4.

은행에 들어가 환전 되냐 했더니 옆으로 가란다. 나와서 옆 건물에서 환전되냐 물으니 왔던 옆으로 가란다. 보니 중간에 사설 환전 보따리 아저씨가 있다. 얼굴은 정직해 보이는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베트남 동화는 1984년인가 외체를 돈을 마구 찍어 값아 돈 가치가 700프로가 하락했다 한다. 중국 위앤화 100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전자계산기로 찍어 보여준다. 도대체 가늠이 안된다. 1000동짜리 지폐 한 다발과 50000동짜리 10000동짜리 지폐를 받았다. 18만 19만 동정도 될 것이다. 호주머니가 벌써 가득찼다.

 

5.

저쪽으로 택시를 타면 국경출국건물이 나온단다. 중국 잔 돈이 하나도 없어 위웬화 좀 바꿔달라하자 2000동이면 간단다. 택시를 탔다. 걸어도 5분이 안되는 거리에 내리는데 이 아저씨 내리니 10원을 요구한다. 실강이를 좀 하다 5원으로 하기로 하고 100원 위엔화를 내밀어 거스름 돈을 받았다. 출국 도장을 받으러 건물로 들어갔다. 홍콩에서 나와 12월 30일에 중국에 입국했다. 오늘이 1월 28일이니 거의 한 달을 채운 셈이다.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오니 다리가 나온다. 국경을 넘는 다리인가 보다. 황토강물이 중국과 베트남을 나누고 있다.

 

6.

베트남 입국 도장을 받으러 건물로 들어갔다. 베트남은 재작년 부터 한국인은 14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2주일이 넘으면 한 달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고 비자피로 30미국달러를 내야한다. 내가 얼마나 머무를 지 나도 모른다. 입국 양식을 쓰는데 한 베트남 남자가 와서 친절하게 도와준다. 알고보니 그 건물안에 하나 있는 여행사 직원이다. 뭐가 순수한 서비스가 없다. 다 뭔가 댓가를 기다리고 있다. 기차티켓과 환전을 한단다. 환전률이 어떻게 되냐 물으니 중국돈 1원에 1825동이란다. 은행보다 후하단다. 아무래도 아닌것같다. 은행에서 바꾸겠다고 하고 기차 티켓을 주문했다. 고개를 돌리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오토바이 운전수 7~8명이 보고 있다. 한 친구가 거기 여행사 아니라며 목에 칼을 긋는 시늉을 한다. 시안에서도 경험했고 얼마 띠어 먹겠지라 생각했다. 사람은 이렇게 친절에 약하다.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

 

7.

신청용지에 도장을 받았다. 여행사 직원과 나와서 여행사로 들어갔다. 2시 반쯤 티켓을 가지고 온단다. 나와서 중국돈을 환전하러 은행으로 나섰다. 한 젊은 오토바이 운전수가 계속 위치를 알려주며 따라온다. 은행에 들어가서 기본인사 신~짜오라 하니 은행직원들이 웃는다. 한 1600원정도를 환전했다. 2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은행 환율은 역시나 1원당 1933동이다. 그 여행사에서 바꿨으면 1원당 100동, 1600원이면 160000동을 손해 볼 뻔 했다. 만원이 넘는 돈이다. 7시 기차고 지금이 12시가 다 되어간다. 그래 이 친구 오토바이를 타자. 한국돈과 동을 비교하니 1000동에 75원, 만동에 750원, 10만동에 7500원이다. 4시간을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주변을 돌기로 했다. 10만동 달라는걸 7만동에 하기로 했다.

 

8.

큰 베낭을 여행사에 맡겨두고 이 친구 뒷 자리에 앉아 어깨를 잡고 출발했다. 천천히 가자했다. 처음 장소는 하노이로 향하는 고속도로인지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는데 한 6차선은 되어 보였다. 옆으로 돌아서 인민광장 앞으로 왔다. 당 청사, 인민위원회 건물들이 있다. 날씨가 더워 광장에는 사람하나 없다. 옆에 노점이 있다. 거길 가자 했다. 대나무 속을 기계로 즙을 내서 얼음과 내 놓은 음료와 두 종류의 튀김 만두다. 대나무 속은 생각보다는 달작지근했다. 가격이 다해서 7000동이다. 아직 한국돈과 가늠하기가 힘들다. 가방에 넣어 둔 1000동짜리 돈다발을 꺼냈다. 운전사 친구와 일하는 여자가 좀 놀라는 눈치다. 예전 일본 잘 나갈때 일본인들이 돈 다발 꺼내 보이며 계산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격인가. 좀 쑥쓰럽다. 그런데 이 한다발이 7500원 밖에 안된다.

 

9.

다음으로 라오까이 시장에 들어갔다. 옛날 우리 시장 모습이다. 호지민 시계가 눈에 띈다. 전자식으로 년월일시가 표시되고 얼굴라인에 불이 들어온 호지민에 햇살모양의 선이 그려져 있다. 당연히 그 선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가 그 운전사에게 너 호지민 좋아하냐고 영어로 물었다. 못 알아 들었는지 못 들은 체 하는건지 대답이 없다. 젊은 이 몇몇이 장기를 두고 있다. 나도 어릴때 외할아버지 어께넘어 배워서 알고 있다. 장기 알이 큼직해서 상대것을 먹을때 실감이 난다. 한 훈수두는 친구가 자기가 흥분해서 말을 옮긴다. 갑자기 1대 2매치가 되 버렸다. 나왔다.

 

10.

다음 간 곳은 무슨 기념탑이다. 혁명기념 탑인가 보다 생각하며 올라갔다. 운전사가 바닥에 1979년이라 쓴다. 이건 중국과 베트남의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탑이다. 사회주의 북 베트남이 1975년 전쟁에서 승리하고 통일한 직후 부터 러시아와 관계를 펴면서 앙숙이었던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단다. 결정적으로 1978년 베트남 정부가 사회주의 이행이란 슬로건 하에 사유재산 몰수와 남부 지방에서의 상업적 기회주의를 배격하는 정책을 펴나갔다. 이는 베트남 남부의 돈줄을 잡고 있었던 중국 화교들에게는 결정적 타격을 주었고 중국에서는 반중정책이라고 이해했다. 180만명의 베트남 거주 중국 화교중 50만명이 탈출하는데 출국세를 1인당 미5천달러까지 지불해야 했단다. 중국정부는 베트남 원조중단, 개발 프로잭트 철회등등의 보복조치를 취했다. 결정적으로 1978년 베트남이 중국혈맹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79년 2월 중국은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 베트남을 침공했다. 중국은 17일만에 철수하면서 대단한 성공이라 공표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측이 2만명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론리의 마지막 코멘트가 멋지다. 중국은 자기들이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이외에는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미국을 이긴 베트남이다.

 

11.

강가로 갔다가 너무 더워서 멀 좀 먹자고 했다. 다시 아까 갔던 시장으로 갔다. 이 친구말이 길가의 레스토랑을 비싸고 여기가 싸단다. 시장안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밥을 먹겠다하니 주인이 앉아 있으란다. 밥과 국 반찬 3가지가 나온다. 정식같다. 그런데로 먹을 만하다. 이제 세가지 단어를 배웠다. 씬짜오(안녕하세요) 캄언(감사합니다) 안뇽(맛있습니다) 이 단어 3개로도 베트남 여행하는데 지장은 없다. 아 두가지가 더 있다. 뚜이(나) 한꿔(한국인). 옆자리에서 술을 먹고 있던 한 남자가 온다. 이름이 남이다. 술을 권한다. 먹어보니 중디엔 치커주 같이 좀 독한 술이다. 나도 권하고 그가 플라스틱 컵에 가득따라 반씩 먹자고 호기를 부리고 내가 먹어주고, 운전사도 한번 먹이고 내가 먹고 그의 차례가 되었는데 꼬리를 내린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강가 사당 두군데를 들렀다. 치장이 화려하다. 다시 여행사 앞으로 와서 운전사와 헤어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괜찮은 친구다.

 

12.

여행사로 들어가 표를 받으니 12만2천동짜리다. 한 5만동 정도를 수수료로 챙긴 셈이다. 덕분에 짐도 놓고 샤워도 했다. 샤워하고 앉으니 두 직원이 한국어 가르쳐 달라고 앉는다. 기본인사 숫자 등등을 한 번씩 불러주면 적으면서 따라한다. 오래있을 곳이 아니다. 간다하고 인사하고 나서는데 한 오토바이가 붙잡는다. 만동에 역까지 가기로 했다. 다시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역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역 티비에는 예전 개그맨 서경석이 무슨 드라마에 출연한 그 드라마를 한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있다. 특히 내 옆의 아줌마와 한 여자는 완전히 빠져있다. 다시 역을 나와 큰 나무앞의 간이 까페에 앉았다. 이 곳은 날씨가 덥다보니 여기저기에 목욕탕에서 앉는 의자를 몇개 놓고 장사를 한다. 주스하나를 사먹었다. 

 

13.

시간이 얼추되어 개찰을 하고 좌석을 찾았다. 이게 왠 일. 4인실이라고 두 번이나 그들이 얘기했는데 3층 6인실이다. 중국 3층 침대와는 또 다르다. 진짜 딱딱한 바닥에 돋자리 하나 펼쳐져있고 창문도 다 철망으로 막혔다. 베트남아이들이 열차에 돌을 던지는 심한 장난을 일삼아 다치는 사람이 속출하여 철망을 쳐놓는다 한다. 이건 완전 거짓말이다. 돈 얼마 수수료로 챙기는 건 그렇다 치고 사회주의 베트남에서 사기를 당했다. 그 녀석들에게 한국인에게 더 사기치라고 한국말까지 가르쳐주었다.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것이다. 다행히 옆자리 베트남 부부는 좋아 보인다. 오늘은 피곤한 날이다. 국경을 넘었고 많이도 돌아다녔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문제의 하노이 행 기차티켓. 위의 6자는 6인실이란 뜻 같은데 받을때는 알 수 없었다

 

 

* 050128 (금) 여행64일차

 

(잠) 기차

(식사) 아침 만두 죽 650원 (5원)

          점심 베트남 시장 정식 1800원 (22000동)

(이동) 허커우 국경 택시 650원 (5원)

          라오까이-하노이 6인실 침대하 11700원 (90원)

          4시간 오토바이 5250원 (70000동)

(간식) 베트남 길거리음식 525원 (7000동)

          베트남 음료 375원 (5000동)

(기타) 화장실 입장 중국 70원 (0.5원)

                           베트남 75원 (1000동)

 

......................................... 총 21,09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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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22:05 2005/02/02 22:05
  1. 고양이
    2005/02/03 00:37 Delete Reply Permalink

    드뎌 베트남을 드갔구만요. 난 지난 토욜 눈 맞고 밟으며 운악산 다녀왔슴다. 여튼 건강하시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쭈욱 잘~

  2. aibi
    2005/02/03 01:04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님은 산을 아주 좋아하는 분인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서울에서 무신일을 도모하는 분인걸로 알고 있는데 운악산에서 눈을 맞으며 그 구상을 어떤 모양으로 그리는지 궁금할 따름이네요. 돌아가면 한 수 가르쳐 주시길... .


1.

아침 8시에 일어나 짐정리를 시작했다. 버스는 미리 예매하지 않았다. 급한것도 아닌데 시간에 쫒기는 것은 싫다. 베낭을 매고 체크아웃을 하고 4번 버스를 탔다. 다리 신도시인 사관에 오긴 왔는데 어디가 터미널인지 모르겠다. 느낌이 지나쳐온거 같다. 내려서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란다. 다행히 터미널이 거기 있었다. 65원짜리 작은 이베코 버스와 102원짜리 대형버스가 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편한 걸 타자. 표를 끊고 나왔다.

 

2.

즉석야체군만두 집이 있다. 하나를 사먹고 골목에 들어가 쌀국수를 사먹었다. 다시 오면서 만두하나를 더 사먹었다. 이 만두도 이제 마지막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 번 재현에 보고 싶다. 이 만두. 버스에 오르니 내 자리엔 다른 남자가 앉아있고 복도 맞은편 자리가 하나 비어있다. 중국 버스 문화라 생각하며 앉았다. 역시나 그 거친 도로를 견디지 못했는지 내 앞자리 좌석이 뒤로 완전히 젖혀져 있다. 육중한 한 남자가 앞에 앉아 있다. 겨우 다리를 끼어 넣었다. 다행이도 내 옆자리는 어떤 여자다. 옆에서 밀려오는 고통은 없을 듯 싶다. 이 남자의 큰 머리가 내 코앞이다. 오늘도 고생이 시작되겠군.

 

3.

중간에 간이 화장실도 있는 길다란 버스는 샛길을 선택했나보다. 왔던길과는 다른 쪽으로 간다. 한 고개길을 차가 넘어간다. 머리가 띵하고 아파온다. 중디엔에서도 이러지 않았는데 힘들어 죽을찰라 버스가 간이 휴게소에 쉰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나보다. 차는 다시 출발해 2차선 국도에서 계속 추월해나간다. 하지만 쿤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가 넘는다. 8시간 가까이가 걸린것이다.

 

4.

몸을 구겨넣어서 타고 있느라 녹초가 되어 이거 하루 자고 가야되나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베트남 국경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자. 밤 7시 30분, 8시 두 편이 있단다. 8시면 한 시간 반의 여유는 있다. 그래 갈 때 한 번 가보자. 표는 침대버스일텐데 90원 밖에 안한다. 또 좁은 침대버스에서 용을 쓰려면 먹어 두어야 한다. 뚝배기 복음밥을 사먹고 나와 다시 백반을 사먹었다. 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에 올라탔다.

 

5.

이 버스는 내가 선전에서 계림갈때 타던 그나마 모양새가 있던 3열 종대 침대버스가 아니다. 널판지로 급조해 놓은 듯한 2층 버스다. 여기는 우리 우등버스 형태로 1대 2 배열이고 중간에 통로가 있다. 내가 늦게 타서 그런지 통로에 짐들이 쌓여 있다.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차장 비스무리한 한 중국인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오 코리아. 안냐세여. 캄샴니다. 이 친구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다른 진짜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맨 뒤자리로 가란다. 정말 다행이다. 다른 자리는 역시나 몸을 굽혀야 하는데 맨 뒤자리는 발을 뻗을 수가 있다. 베낭을 올리고 신발을 봉지에 담고 맨 뒤 2층 자리로 올라갔다.

 

6.

기다리고 있던 이 친구 짐 값 30원 달란다. 내가 처음엔 모른척하고 좀 저항을 하니 그 친구 일단 앞으로 간다. 앞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긴 모른단다. 이 버스에 외국인은 나 혼자다. 이 친구 다시 온다. 5원과 10원을 놓고 몇 번 얘기하다 10원을 주었다. 론리에선가 이러한 행위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기분이 찜찜하지만 할 수 없다. 그래도 맨 뒷자리에서 좀 편하게 가는게 어딘가? 이 꿈도 무참히 깨어졌다. 결국 이 버스 40분을 기다려 모든 좌석을 채우고 간다. 뒷 자리에 한 명이 더 끼어든다. 이 중국인 남자 발을 자꾸 내 발목에 올린다. 그냥 가자. 버스는 출발한다.

 

7.

오늘은 계림에서 왼쪽 뒷 바뀌와는 달리 오른쪽 뒷 바퀴 위 좌석이다. 창문은 잘 보인다. 달이 떳다. 달이 버스를 쫒아온다. 달이 나를 쫒아온다. 산이 있을때 살짝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옆자리 이름 모를 남자와 살을 맞대고 가는 건조한 여행에 보름달이 약간의 흐믓함을 준다. 잠이 들었다.

 

 

* 050127 (목) 여행 63일차

 

(잠) 버스

(식사) 점심 즉석만두 쌀국수 650원 (5원)

          저녁 볶음밥 백반 1170원 (9원)

(이동) 사관행 시내버스 130원 (1원)

          사관-쿤밍 13520원 (104원)

          쿤밍-허커우 11700원 (90원)

(기타) 짐 값으로 띁김 1300원 (10원)

 

.............................................. 총 28,4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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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23:50 2005/01/30 23:50

1.

아침에 세면을 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3권과, 친구에게 부칠 중국관련책들과 일기장 그리고 어제 읽기를 포기한 영문판 마오전기를 가지고 갔다. 베트남에서까지 마오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호치민이면 몰라도... . 볼팬을 꾹꾹 눌러 주소를 썻다. 무려 7장에 묻어나와야 한다. 한참이 걸려 소포가 만들어지고 돈을 지불했다. 322원이다. 이곳의 20일치 숙박비다.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 여행 2달동안의 소중한 자료들이다. 어머니에게는 나라마다 사진집이나 특산품을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이로써 베낭에서 가장 큰 무게를 차지했던 책의 반이상이 줄었다. 짐을 줄여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2.

만두와 쌀국수를 사먹고 얼하이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마음껏 걸어보자. 고성 남쪽을 빠져나와 차길을 건너는데 저쪽에 큰 개가 차에 치어 죽어있다. 차들이 비켜 지나간다. 길 건너편에서 누가 그걸 치우는지 한 10분을 지켜보았다. 전봇대 전기공사직원 10여명이 지나가는데 구경만 하지 한 쪽으로 치우지 않는다. 누가 그걸 치우는 역할일까? 모르겠다. 뒤를 돌아 호수쪽으로 걸었다. 호수가 보인다. 북쪽으로 쭉 걸어가보자. 작은 관광용배 부두가 나온다. 호수가로 걷기는 쉽지 않다. 길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어 다시 돌아나오곤 했다. 이곳 다리는 150만의 바이족이 산단다. 호수 옆으로 죽 이어진 곳이 전통적인 바이족 마을 인가 보다. 마을 집 대문앞에는 거의 솔잎 혹은 향을 태우고 있다. 나쁜 기운을 없엔다는 의미인가 같다.

 

3.

한 사원에서 연주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사당 중간에는 장비나 관우와 비슷한 손을 치켜든 무인의 상이 모셔져 있다. 이채로운건 그 옆에 이쁘장한 소인지 말인지의 상도 같이 만들어져 있다. 기와처마인가 거기에 붙어있는 동물도 귀여운 느낌의 도룡뇽 같다. 상 앞에는 7-8명의 할아버지 합주단이 연주를 하고 있다. 약보를 서로 같추고 들을 만 하다. 그 옆에는 마작 테이블에서 할아버지들이 마작에 열중하고 있다. 한판에 2원씩 거나보다. 마작테이블은 정사각형의 테이블인데 자기 앞쪽에 돈을 넣는 작은 서랍이 사방으로 있다.

 

4.

계속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나갔다. 작은 구멍가게들이 띄엄띄엄 있다. 한군데 들어가서 초코렛바를 달라해 얼마냐 물으니 0.2원이란다. 30원이다. 다른 웨하스도 0.2원이다. 두개를 사서 나오는데 저기서 한 아이가 1원 짜리 지폐를 손에 꼭 들고 오고 있다. 그도 뭔가 군것질을 하려는 모양이다. 마치 내가 어릴때 100짜리 동전인가 지폐인가 하나 들고 지금은 대형 불량회사에 의해 불량식품으로 규정되어버린 그 다양한 과자들을 사먹곤 하던 모습과 같다. 지금은 인사동에가면 그 추억의 먹거리가 다시 부활해 세트로 팔리고 있다. 좀 가서 다른 상점에 들어가 소세지, 콩엿버물림, 오징어채비슷한것양념을 샀는데 다해서 1.3원이다. 봉지를 하나씩 번갈아 입에 물어띁으며 계속 걸어나갔다.

 

5.

바람이 심하게 분다. 구름이 갖가지 모양으로 마치 자기를 과시하는 듯 하다. 잠시 앉아 쉬었다. 양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은 아저씨가 일을 준비한다. 여기는 잘 차려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한 아줌마도 흰색을 좋아한다는 바이족 답게 흰 상의를 입고 밭일을 하고 계신다. 우리도 백의민족인데... . 한 4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바람을 그칠 줄 모른다. 이제 돌아가자. 호수에서 다시 중간 차길 방향으로 올라갔다. 고성의 윗 길로 죽 걸어올라가 버스를 탔다. 한 참을 걸어왔나보다. 버스로 10분가까이 가서 다리고성 끝에 내렸다.

 

6.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일기를 좀 올리고 한국친구가 다행히 카드문제가 해결되어 빌려준돈을 받고 같이 멀 좀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왔다. 내가 내일 일찍 나가기에 미리 이별의 악수를 했다. 

 

7.

난 내일 아침 쿤밍가는 버스를 타고 5-6시간을 가서 쿤밍에서 바로 베트남 국경 허커우로 가는 14시간 정도짜리 침대버스를 탄다. 그리고 모래 아침에 국경도시 허커우에 도착하면 베트남으로 넘어가 10시경에 출발하는 10시간짜리 하노이 행 기차를 탄다. 이틀을 꼬박 이동하는 거다.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지 아니면 어긋날지 모른다. 리듬감이 필요하다. 바삐 움직일때는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중국여행중 이 곳 다리에서 가장 오래 묵었다. 이제 발을 뗄 때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이다.

 

 

* 050126 (수) 여행62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아침 만두 국수 590원 (4.5원)

(이동) 버스 260원 (2원)

(간식) 구멍가게 음식들 5가지 220원 (1.7원)

(기타) 한국 보낼소포 2개 42760원 (322원)

 

  ..............................................................총 47,5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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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01:30 2005/01/27 01:30
  1. 고양이
    2005/01/27 16:32 Delete Reply Permalink

    드디어 중국 대장정이 끝났구만요. 난 여행중독이 된듯. 매주 집을 벗어나 어디든 돌아다니고 있죠. 어디가 내 방황의 끝일지... 건강하세요

  2. 사막
    2005/01/29 15:48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내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남니다. 31일 도착해서 1일부터 4일까지는 이상한 회의에 가야하지만 5일부터 9일까지는 진정한 네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거예요. 근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여행계획은 오늘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잘 되겠지요.

  3. aibi
    2005/01/29 16:03 Delete Reply Permalink

    I arrived from china to vietnam by bus,bed bus,train
    today hanoi working now.Hanoi warm whether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글이 되네요. 오늘 새벽 4시 하노이역에 도착했답담니다. 이 또 새로운 생소함이란. 한 아줌마 오토바이 뒤에 타서 겨우 숙소를 잡았담니다. 베트남 넘어오는데 톡톡히 신고식을 치루었지요. 느지막히 일어나 길을 걸어 나와 길거리 음식사먹고 호수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 되는 유스호스텔이 있군요. 오늘은 구시가지를 헤메는 것으로 끝내렵니다.

  4. 이슬이
    2005/01/29 17:05 Delete Reply Permalink

    영문 마오 전기는 그럴 줄 알았어요. 난 여기서 베트남쌀국수(포호아)로 하는 해장이 젤 좋던대. 베트남 갔으니 쌀국수 실컷 먹겠다. 길거리서 바가지로 파는 쌀국수가 있다는데 함 드셔보고 나중에 전해주세요. 맛과 분위기와, 느낌을. 건강!!!

  5. aibi
    2005/01/30 23:07 Delete Reply Permalink

    그럴 줄 알고 제가 오늘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로 유명한 남아있는나날들 영문소설을 사지 않았겠어요?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에서 엠마 톰슨과 앤소니 홉킨스의 그 절제된 사랑이 떠오릅니다. 100페이지의 얇은 책인데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국수 말인데요. 내 취향에는 중국 윈난성 쌀국수가 맛과 가격에서 최곱니다. 여긴 300원짜리 큰잎에 싼 주먹밥이 최고구요. 부슬부슬 흘러내리는 중국 쌀과 달리 여기 베트남 쌀은 아주 찰집니다. 여기에 김치주~욱 찢어 올려놓으면 음음음... .


1.

일어나니 어제 술 먹은 것이 부담이된다. 거리를 나와 걸어 만두와 죽 그리고 꽈베기를 사먹었다. 흰 쌀 죽에 설탕이 들어가 있다. 그냥 먹었다. 시장에 들어가 귤을 고르는데 이 아저씨 큰 봉지를 주는데 5개를 담으니 자기가 하나 더 담고 3.7원이란다. 슈퍼에서 물과 포테토칩을 사고 들어오다 국수를 사먹고 방에서 한잠 더 잤다. 깨니까 1시다. 이제 좀 컨디션이 돌아온다. 인터넷을 좀 하다 한국친구와 같이 거리를 나왔다.

 

2.

이 친구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 산을 찍는다. 이 곳 다리의 산 풍경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구름의 모습, 해가 비치는 모양에 따라 산의 색깔과 풍광이 달라진다. 중심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주민들이 주로 찾는 상가골목으로 들어섰다. 칼, 주방용품, 등등 상가를 구경하다 한 노점에서 꿀을 판다. 한국친구 꿀을 사고 난 윈난식 찬 음료를 하나 사먹고 다시 내려와 중심 거리를 돌아왔다.

 

3.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미지근한 물이다. 옷을 입고 머리만 감았다. 야체만두 먹은 국물이 흘러 셔츠에 뭍었다. 빨래를 하고 짐정리를 좀 했다. 내일 서울로 소포부칠 것들을 따로 챙겨놓았다. 밤 10시가 넘어 쌀국수를 하나 사먹고 과자를 하나 사서 인터넷 하다 방에 들어가 한국친구가 빌려준 김훈의 자전거 여행2를 좀 보았다. 기존이 여행서적과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스타일이 뭍어나오는데 너무 기교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이제 좀 움직일때가 되었다. 내일은 베트남으로 떠날 준비를 하자.

 

 

* 050125 (화) 여행 61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아침 만두 죽 꽈베기 260원 (2원)

          저녁 쌀국수 390원 (3원)

(간식) 꼬치구이 520원 (4원)

          과자 460원 (3.5원)

          윈난식 찬음료 130원 (1원)

          물 포테토칩  430원 (3.3원) 

 

........................................... 총 4,1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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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00:52 2005/01/27 00:52

1.

7시 30분에 맞추어놓은 알람이 제때 울린다. 클린턴이 일어나서 고맙다고 한다. 짐을 챙긴 그와 악수를 했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친구다. 나도 앞으로는 괜히 분위기 잡지 말아야지. 인터넷을 하다 점심무렵이 되어서 다시 비프카레라이스를 시켰다. 양이 많아 다 먹으니 배가 터진다. 여행을 하다보니 밥이든 반찬이든 남기지 않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2.

시간이 흐른다. 이곳 다리는 참 살만하다. 이곳에만 있는다면 한 달 2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돈 20만원이면 하루 중국돈 50원을 쓸 수 있다. 숙박비로 15원을 내면 35원이 남는다. 쌀국수가 2원 3원이다. 하루에 요리시켜놓고 근사한 한끼 식사도 할 수 있다. 이곳 게스트하우스는 영어소설책도 수백권이 있다. 인터넷도 꽁짜다. 몇 일전 한국 여행자 말로는 인도네시아 어디 섬에는 하루 3불 정도에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단다. 그래서 한 프로그래머는 일년중 반은 이 섬에서 산 단다. 물론 이렇게 유유자적 하는 것이 정말 좋은 사람이 있고 감옥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만들기가 힘들다. 내가 시간을 선택할 수가 없는 문화적 환경이다. 시간은 돈으로만 계산된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시간으로 얽어맨다.

 

3.

어제 산에서 만난 독일가족이 밖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35살이데 건축 케드를 하러 중국에 3개월동안 왔단다. 베이징에서 일한단다. 그 누나는 40살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암전공 의사란다. 어머니는 60이 되셨단다. 셋이 동독 지역의 떨어진 곳에서 산단다. 독일 남자와 주로 얘기를 했다. 내가 독일 통일되어서 더 행복해졌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존 50년 동안 독일에게 경험한 사회주의는 아니란다.

 

4.

내가 독일 소설가인 토마스 만을 말했더니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란다. 토마스만의 대표적인 중편소설 토니오 크리탄은 내가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다. 마의 산등 다른 것은 읽지 못했다. 주인공은 딜레마를 느낀다. 그는 시민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에도 소외감을 느끼고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그룹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안주하지 않고 그 딜레마를 온 몸으로 부딪치며 성장해 나간다. 토마스만의 예술가의 상이다. 내가 이 딜레마라는 단어를 써 가며 나름대로 설명을 하니 한국에는 어떤 소설가가 있나고 묻는다. 박상륭이라는 소설가를 얘기했다. 그의 걸작인 죽음의 한 연구나 칠조어론은 읽지도 못했기 때문에 읽으 평심 단편집의 로이의 한 삶을 얘기했다. 로이라는 비대증 환자가 있다. 이 비대증이란 걸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는 정부보조금으로 살아나가고 헌책방에 들러 인문학책과 괴기소설 읽는 것으로 삶을 보낸다. 그는 죽었다. 그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 이 사회에서... .

 

5.

햇살이 따갑다. 서양인은 모르겠지만 어제 오늘 얼굴이 많이 탔다. 이 친구 독일 신문을 보고 있다. 레프트 신문이란다. 독일인들은 느낌이 좋다. 나중에 한국친구에게 들었는데 독일인들은 2차대전 이후 부터 외국인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잘한단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50년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는 아쉽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여행이란 우연 속에서 관계를 넓혀나가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접속의 그 장면처럼 스쳐지나가는 관계다. 욕심을 낼 수 없다. 빔 벤더스와 쿠바음악 다큐멘터리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얘기하자 단어를 꺼내는 것 만으로도 서로 그 영화를 같이 떠올린다. 흐믓해진다. 그것으로도 족하다.  

 

6.

인터넷을 또 하다가 한국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고동요리를 시켰다. 매운데 맛이 있다. 매실주 한잔에 2원이란다. 내가 호기를 부려 4잔을 먹고 그가 컨디션이 안 좋다며 1잔을 먹었다. 4잔 마지막에 살짝 필름이 끊겼다. 2000미터대의 고지대라서 그런가? 하여튼 숙소로 돌아와서 이를 닦고 잤다.

 

 

* 050124 (월) 여행 60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점심 소고기카레라이스 1560원 (12원)

          저녁 고동요리 매실주 밥 감자볶음 탕 3900원 (30원)

 

........................................................ 총 7,4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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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21:28 2005/01/26 21:28
  1. rivermi
    2005/01/27 00:33 Delete Reply Permalink

    요즘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중인데 공간을 바꾸면 되겠네요^^
    월20만원에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니~~
    건강하시죠?

  2. aibi
    2005/01/30 23:33 Delete Reply Permalink

    (rivermi)무슨 3년만기 대형적금이라고 부으시려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그곳 윈난성은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안써도 별 아쉬움이 없어보였어요. 이곳 하노이는 물가는 싸지만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쉽다는게 도대체 무웬지~


1.

날씨가 맑다. 오늘은 몸을 움직이자. 나와서 만두를 하나 사먹고 한국식당으로 갔다. 18원짜리 김치찌게를 시켰다. 김치국 정도가 나온다. 먹고 산쪽으로 올라갔다. 케이블카 타라는 것을 뿌리치고 걸어 올랐다. 물어보니 논길로 죽 오르란다.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호주친구 클린턴 말로는 케이블 도달하는데 까지 한시간 반 정도면 오른단다. 숨이 차기 시작한다.

 

2.

이곳 윈난성은 우리의 마라토너 이봉주와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전지훈련 온 곳이다. 2000미터대의 고지에서 훈련을 하면 좋단다. 나도 오늘 고지훈련이다. 지리산 한라산 오를때 보다 숨은 좀 더 찬 것 같지만 큰 차이는 없다. 길은 어느덧 케이블 카 오르는 길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른다. 걸어올라가는 사람이 나 말고는 안보인다. 전부다 케이블 카로 오르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한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케이브카 정거장에 도착했다. 얼하이우 전체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3.

같은 숙소의 독일 가족이 올라와있다. 어머니와 남매다. 걸어 올라왔다고 하니 대단하단다. 베를린 부근에 산단다. 차분한 스타일의 가족이다. 내려가는 코스는 다른 길이 없을까? 지도에는 산길이 죽 옆으로 있다. 이렇게 가서 내려가면 숙소 부근이다. 그 쪽으로 가 보니 공사중이고 그리 못 간단다. 지도에는 나와있는데... .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위쪽으로 난 길로 한 20분 오르니 10여명의 중국인 가족이 있다. 더 오르기는 암벽수준이라 안된단다. 그 공사하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 할 수 없이 올라왔던 길을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아줌마 둘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다. 40분 만에 내려갔다.

 

4.

한 10분 내려가는데 장갑을 전망대 부근에 두고 내린 걸 알았다. 근 두달동안 함께 한 장갑과도 인연이 다 되었나 보다. 얇은 걸로 하나 사야겠다. 고성으로 들어가 슈퍼로 가서 장갑과 캔맥주, 과자를 샀다. 중국서점에 들려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두권을 더 샀다. 숙소로 오는 길에 고기와 감자 꼬치를 먹었는데 힘을 좀 써서 인지 맛이 있다. 들어와 샤워를 했다. 호주 친구 클린턴 내일 아침 쿤밍으로 간단다. 그의 루트는 라오스-태국-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 코스다. 숙소 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5.

클린턴은 현대역사 전공이란다. 관심있는 나라는 아일랜드, 중국, 미국이고 시대는 60년대란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80년대에 마오의 대장정을 철도여행으로 따라가면서 쓴 것이란다. 올드 보이를 재미있게 봤단다. 나도 작년에 다운받아본 호주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인 더 컷을 얘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스마일 배우 맥 라이언의 연기 변신에 대해서는 한참을 얘기해서 겨우 이해시켰다. 내가 예전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철학자에 대해 묻는다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를 얘기하다 슬그머니 맑스를 꺼냈다. 그가 정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뭍는다. 맑스? 와이 맑스? 내가 대답했다. 맑스 이즈 워킹 임포턴트 벨류... (맑스는 노동을 중요한 가치로...) 좀 이해했다는 눈치다. 이 친구 어떤 편견은 없다. 

 

6.

한국현대사, 좋아하는 역사학자, 노장사상, 문화혁명등등을 소재로 떠듬떠듬 화로불을 쬐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마지막에 문화혁명에 대해서 컬쳐레벌루션 차이나 식스티이즈 워커스 인텔리 캡 마오 워커스 뒤엎다손짓(문화혁명은 60년대 중국의 혁명과정에서 노동자와 인텔리의 갭이 발생하고 마오가 이를 의식적으로 뒤엎으려는 시도)했다. 이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클린턴에게 이름을 내 수첩에 써달라고 했다. 이 친구 t자를 아주 짧게 쓴다. 자기의 스타일이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알람을 부탁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 050123 (일) 여행 59일차

 

(잠) MCA 도미토리 1950원

(식사) 아침 김치찌게 2340원 (18원)

          저녁 중국식사 맥주 3900원 (30원)

(간식) 즉석만두 3개 390원 (3원)

          캔맥주 과자 520원 (4원)

         꼬치구이 390원 (3원)

(기타) 장갑 1040원 (8원)

          사진집2권 9360원 (72원)

 

.......................................... 총 20,2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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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20:11 2005/01/26 20:11

1.

아침에 추위에 깨서 파카를 입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아침에 세명이 나가고 이제 넓은 방에 호주인 클린턴과 나 둘이다. 자리를 저쪽 구석으로 옮기고 이불도 두개 끌어다 놓았다. 면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쌀국수를 사먹고 야체만두도 사먹고 등산용 깔판을 살려고 둘러보는데 어떤건 무겁고 어떤건 비싸다. 그냥 좀 자보자.

 

2.

큰 슈퍼에 들렀다. 중국은 과일을 그대로 말린 과자가 많다. 당도가 아주 높다. 오랜지와 복숭아 절임을 샀다. 600미리에 2.2원하는 야체주스와 1원짜리 오랜지 주스를 샀다. 중국 주스는 잘못사면 물에 가루탄 맛이 난다. 한 번 쓸 것이 남아있는 하이타이 작은 거 한 봉지와 치약을 샀다. 안내하는 아줌마가 적당한 걸 골라준다. 골라주는걸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포테토칩하나 해서 모두 13원이 나왔다. 쇼핑은 재미가 있다.

 

3.

오늘은 어디 돌아다니지 말자. 숙소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시작했다. 이제 중국관련 책들은 조만간 서울로 부쳐야 한다. 가지고 온 진순신의 중국문화기행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다. 일기도 쓰고 책 발췌도 하고 오후시간이 흘러간다. 어제 지갑 분실의 악몽에서 벗어나 대책을 세우고 있는 한국친구와도 옆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4.

저녁이 되어 한국인 2, 호주인1, 뉴질랜드 커플 이렇게 다섯이서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내가 꿍바오지딩(닭고기 야체 볶음)과 마파두부를 시키고 호주친구가 가지요리를 시켰다. 호주에서도 가지요리를 잘 먹는다 한다. 그리고 뉴질랜드 친구가 소고기 고추 볶음을 시켰다. 맥주 한 병씩을 시켜 먹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커플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란다. 내가 최근에 잡지만드는 일을 했다고 하니 묻는다. 레프트나 라이트냐? 레프트라고 하니 또 묻는다 부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여기 싼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치고 레프트 아닌 사람이 없을 거 같다.

 

5.

호주는 3년마다 대통령인지 수상인지를 뽑는데 90년대 후반부터 한 사람이 계속 해먹고 있단다. 호주인 클린턴 말로 아주 별로 란다. 전에 말지에 정성일씨가 미국 좌파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에 대한 일화를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마이클 무어가 칸느에서 뭔 상을 받게되어 수상소감을 얘기했단다. 그 특유의 유머로 부시를 비판할때 유럽사람들 박수를 치며 동감했단다. 마이클 무어가 마지막 한마디를 했는데 너희들도 똑같다라고 했다나... . 하여튼 누가 말은 못하나?

 

6.

유럽식으로 돈을 나눠서냈다. 이런건 부담도 없고 참 편하다. 그런데 한국같이 좀 엉기는 맛은 없다. 숙소 라운지로 와서 한 잔씩 더 했다. 프랑스 여자가 합세했다. 최근 한국에서 잘 팔리는 프랑스 소설 작가, 아멜리 노통 얘기를 했더니 자긴 싫어한단다. 투신자살한 프랑스 철학자 질르 들뢰즈는 모른단다. 다른 사람들도 모른단다. 요즘 한국 철학계에서만 좀 인기인가 보다. 그렇게 그렇게 대화가 흘러갔다. 호주친구가 홍명보를 좋아한단다. 호주친구 아까 대화할때 내가 10대때 에어서플라이, ACDC를 들었다하니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다. 헤비메틀 오 리얼리?하며 장난끼 어린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내가 호주의 역사를 물으니 200년이 되었단다. 영국과의 관계에서 호주의 정체성을 물으니, 단호하게 있다고 한다. 자긴 영국을 싫어한단다. 자기 조상은 스코트랜드, 아이리쉬, 영국계가 섞었단다. 그 피 때문일까? 아주 개방적인 마인드다. 유럽인 특유의 자만심도 보이지 않는다. 두 뉴질랜드 커플도 스타일이 굿이다. 자연에서 오는 것도 있을 거 같다. 유러피안과는 다른 특성들이 좋게 느껴진다.

 

7.

좀 있다가 대화에서 슬그머니 빠져 인터넷을 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신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곳 다리는 시간이 슬금슬금 잘 지나간다. 내일은 산에 오르리라.

 

 

* 050122 (토) 여행58일차

 

(잠) MCA빈관 1950원 (15원)

(식사) 아침 쌀국수, 야체만두 650원 (5원)

          저녁 중국음식 2600원 (20원)

(간식) 슈퍼 생필품, 먹을것들 1690원 (13원)

 

............................................ 총 6,8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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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18:41 2005/01/26 18:41

1.

새벽에 방에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아침에 일어나 인사를 하니 한국 복학생들이다. 그중 한 친구가 베이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내 숙소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정원 풍경이 멋지다. 박들이 탐스럽게 열려있다. 체크아웃을 했다. 주인이 어느쪽으로 가냐고 묻는다. 그냥 내려가서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NO3주인은 내가 아는 을지로의 노동시인과 너무나 닮았다. 처음 인사할때 내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하니 그냥 이렇게 삽니다라고 대답할때 약간 수줍어 하는 것 부터 화낼때 톤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목소리까지... . 세상에는 닮은 사람들이 있다.

 

2.

어제 먹었던 쌀국수 집에 갔다. 맛이 어제만 못하다. 맥주도 첫잔을 목으로 넘길때의 맛이 최고다. 새로운 숙소인 MCA쪽으로 걸어갔다. 중간에 즉석만두집에서 하나를 사먹었다. 체크인을 했다. 5일치 도미토리 비용을 지불했다. 영어를 잘 하는 직원과 몇 마디 나눴다. 한국여자들이 이쁘단다. 내가 반론을 폈다. 코리안걸 메이크업 뷰티, 차이나걸 내츄럴 뷰티. 이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한 말도 있지만 사실도 있다. 자전거를 즐겨 타고 몸을 잘 움직이는 중국여자들에게 풍겨나오는 건강미는 보기 좋다.

 

다리 삼탑사 입장권

 

3.

드디어 날씨가 풀렸다. 오늘은 큰 세개의 탑이 있는 사원으로 가보자. 고성의 윗쪽길로 접어들었다. 큰 호떡을 하나 사먹으면서 걸었다. 사원에 도착했다. 아침에 만났던 방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온다.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곳의 입장료가 52원이다. 하루 잠 자는데 15원인데 52원이라 그래도 볼 건 봐야된다. 탑과 사원이 공간은 아주 넓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얼하이우의 풍경은 군더더기 없이 꽉 찬 맛이있다. 그런데 여긴 불경소리가 안들린다. 맨 위까지 가보니 절 공사를 하고 있다. 그쪽을 갈 수 가 없다. 대형불상이 있는 당의 안내문에는 이곳이 문화대혁명때 없어졌다가 1997년 복원되었다고 나온다. 절은 오래될 수록 맛인데 여긴 새로만든 티가 난다.

 

4.

출구로 나오는데 한 마차주인이 애처로운 눈으로 날 쳐다보며 다가온다. 마차를 타란다. 고성까지 별 거리도 아닌데, 얼마냐 물으니 5원이란다. 좋다했다. 여기저기에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들이 있다. 얼마안가 고성입구에서 내렸다. 치즈빵에 시럽을 입혀 둘둘 말아 꼬치에 껴주는 전통과자를 하나 사 먹었다. 고성안에도 작은 시장이 몇 개있다. 이쪽 시장골목에는 큰 도가니에 술을 담궈 팔고 있었다. 0.5원부터 1.5원 3원까지 여러 종류의 술인가 보다. 저걸 한 번씩 맛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려면 술여행이 되버린다.

 

5.

물 한통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수동 분리형 세탁기이고 물 호수가 빠져 잡고 있어야 된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라운지는 근사하다. 인터넷도 여러대가 있다. 쓰기는 안된다. 검색을 좀 하다. 옆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에서 소고기카레라이스를 시켰다. 값도 적당하다. 음식이 나오는데 아주 푸짐하다. 파오차이를 달라해서 같이 먹고 있는데 아까 인사한 호주 친구가 들어온다. 이름이 크린턴이다. 멜버른에 산단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란다. 그가 CD한장을 들고왔다. 투 러브 어쩌구 하는데 알고보니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CD이다. 장만옥을 좋아한단다. 서로 취향이 통하는군. 

 

6.

장만옥은 한 40대 중반 쯤, 50 가까이되었을까?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되는지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장만옥에게서 풍긴다. 몇년전 술자리에서 각자의 3대 트로이카에 대한 수다를 떤 적이있다. 난 그때 이보희, 배종옥, 강성연을 얘기한 적이 있다. 이보희는 고등학교때 영동사거리의 2류극장에서 본 바보선언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중학교때 애마부인 시리즈가 힛트를 쳐 부산 사상의 신영극장에서 상영될때 난 안 갔는데 하여튼 수십명이 보다 걸렸다. 한 몇주 동안 걸린 친구들은 애마부인 본 애, 그렇게 좋더냐라고 선생님에게 놀림을 당했다. 그 이후에도 뼈와 살이 타고, 서울에서 탱고를 추고, 그랬는데 이보희는 그런 육감적인 몸매가 전혀 아닌 캐릭터였다. 배종옥에게서는 내가 한때 열광했던 노희경 극본 드라마 거짓말에서 보인 절제된 사랑속의 열정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 드라마는 소유욕을 기초로한 전통적인 삼각관계와는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그 드라마는 해피앤딩으로 끝났다. 강성연은 어떤 드라마인지는 모르지만 좀 강한 여성상이 인상에 남았다. 이 세명 다 지금은 좀 아쉽다. 이보희는 드라마에서 푼수 아줌마로, 배종옥도 드라마로 너무 굳어지고, 강성연은 지금 어디가 있는지 모른다.

 

7.

하여튼 장만옥은 아직 뭔가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나이 들수록 매력이 더해간다. 내가 화양연화보다가 졸았다고 하니 그가 놀란다. 오 리얼리? 그때 좀 피곤했었다-아임 소 타이어드- 고 변명을 했다. 내가 영화를 보다 조는 사람이 아닌데 하여튼 졸았다. 7번 트랙인가 유명한 노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가 나온다. 클린턴이 어깨를 들썩인다. 음 이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노래가 잘 어울린다.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

 

8.

한대의 컴이 한글쓰기가 된다. 또 밀린 일기를 치고 있는데 전인권 머리 스타일의 한 한국남자가 부산히 이곳 사장과 대화를 한다. 뭔 문제가 있나보다. 지갑을 잃어버렸단다. 거기에 모든게 다 들어있단다. 밥을 먹었나고 물으니 안 먹었단다. 200원을 빌려주었다. 나도 앞으로 이런일을 당할지 모른다. 방으로 들어왔는데 저쪽 편에 두 여자가 있다. 스웨덴에서 왔고 학생이란다. 내일 숙소를 옮긴단다. 각각 생명공학, 군사학을 공부한단다. 군사학이라 호기심이 생기는데 숙소직원이 온다. 한국사람이 나를 찾는단다.

 

9.

알고보니 부산사람이고 나와 생일이 몇개월 차이가 난다.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고 한다. 맥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한국인 커플이 온다. 그 남자도 여행을 많이 다녔나 보다. 조근조근 자기의 경험을 늘어놓는다. 이제 좀 자야겠다.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선심으로 일본남자에게 두꺼운 이불을 주고 이제 얇은 이불밖에 없다. 따뜻하다던 윈난, 왜 이리 춥나? 안되겠다. 파카를 덮고 솜바지를 입고 잤다. 밤새 뒤척였다.

 

 

* 050121 (금) 여행 57일차

 

(잠) 다리 MCA게스트하우스 7인 도미토리  1950원 (15원) 

(식사) 아침 쌀국수 260원 (2원)

          점심 비프카레라이스 1560원 (12원)

(이동)  마차 650원 (5원)

(입장) 세 개의 탑 사원 입장료 6760원 (52원)

(간식) 즉석야체만두 130원 (1원)

         계란 160원 (1.2원)

         치즈빵시럽 260원 (2원)

          물 130원 (1원)

          물 1.5L 230원 (1.8원)

(기타)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10140원  (78원)

          한국여행자에게 빌려줌 26000원 (200원)-- 돌려받음 26일

 

......................................................... 총 22,2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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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5 15:19 2005/01/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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