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2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2/28
    범죄자 처벌에 대한 고민.(10)
    레이-1
  2. 2006/02/24
    동일시의 문제.(15)
    레이-1

범죄자 처벌에 대한 고민.

트랙팩님의 [어찌할꼬, 전자팔찌] 에 관련된 글.

** "인권아. 어디 있니? - 범죄자 처벌에 대한 고민." : 월간 [사람] 9호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일상 생활이 망가질 정도로 푹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다.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진범을 잡아내는 수사대 이야기, C.S.I : MIAMI 에 빠져있는 중이다. 드라마 속에서 과학수사대 반장 역할을 하는 배우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배우 자체가 가진 매력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반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중이다. 수사대의 반장은 형사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인데,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에 민감하며, 인종차별에 저항하고, 불의를 보면 폭력도 마다 않는 기분파 형사이다. 그런데, 바로 이게 내 신경을 영 거슬린다. 불의를 보면 ‘폭력도 마다 않는’다는 점이 말이다. 사건의 속전속결을 목표로 하다 보니 직관에 의지하고 증거도 없이 용의자부터 불러들여 심문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때 심문하는 과정이 가관이다.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얘는 범인이야’라는 확신 하에서 심문이 진행된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부분 범인이거나 범죄를 사주한 사람이 바로 용의자로 찍힌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범죄들은 대부분 강력범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강한 처벌을 꼭 내려야 하겠다고 범인을 뒤쫓는 수사대들에게 적극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극적 구조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아동 성폭력범죄를 플래시백으로 재구성하면서 보는 사람에게 ‘저 놈은 꼭 사형을 시켜야~!’라는 기분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현실과 TV 드라마의 차이점은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수사대의 반장은 피해자들을 찾아가 늘 다짐한다. ‘당신 대신 내가 꼭 복수해주겠다’ 하지만 이것은 복수에 대한 다짐이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이다. 약자이기 때문에 범죄의 피해자가 된 그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이용해 잠시나마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내가 당한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꼭 갚아주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피해자 가족들에게서 형사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그 범죄자 하나만 없앤다고 해서 동종의 범죄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TV드라마에서야 극적 재미를 위해 범행 종류와 수법을 달리하면서 범죄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비슷한 범죄들이 매번 일어난다. 최근 일어난 초등생 성폭력/살인 사건을 발단으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성범죄자에게 전자 팔찌를 채워 창살없는 감옥에 가두자는 이야기도 있고, 일부 네티즌들은 궁형(宮刑)이라도 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지하철에서의 성추행은 물론이고, 나 역시도 아동 성폭력의 피해자였던지라 궁형이라도 내리자는 사람들의 주장에 백분 동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기만 하다. 그런데, 그냥 ‘처벌하자!’는 목소리에 적극 동의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왜 아이가 죽어야만 이런 격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가..하는 점이다. 성폭력상담소의 발표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성폭력 사건 신고율은 6.1%정도라고 한다. 신고되지 않은 93.9%의 성폭력 사건은 범죄자를 찾을 가능성 조차 희박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과연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이다. 재수없게(!) 검거되어 6%의(이것도 다 잡혔을때를 고려한 수치이지만) 성폭력범이 전자팔찌를 차고 있을 때, 아직 꼬리도 잡지 못한 94%의 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 6%만을 보면서 잠재적 피해자들은 과연 충분히 안심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그 반장은 정말 대단한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이다(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한정하는 것이 좀 기분나쁘지만). 상당히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기위해 노력하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명예/권력/재물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다. 결국 이 사람은 경찰로서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는데만 온갖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덧붙여서 범죄자를 잡기 위한 엄청나게 뛰어난 직관까지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드라마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이 보디가드처럼 나를 지켜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마이애미는 주법(州法)에 의해 사형이 가능한데, 형사들은 이를 협박문구처럼 사용한다. 처벌중심주의가 범죄의 동기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처벌 강화는 내성을 키울 수 있을 뿐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그동안 처벌이 없어서 성폭력 범죄자들이 계속 늘어난 것일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94%의 성범죄자들은 범죄가 강화되어도 충분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다. 처벌강화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처벌을 대신하는 경찰과 검찰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성폭력 신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성폭력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처벌이 중심이 되는 순간, 피해자들의 안전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라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정말 복수를 위해서만 처벌을 하는 것일까?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려해본다면 처벌강화가 피해자들도, 범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밉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만 미워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놈의 ‘죄’를 찾아서 처벌하는 것이 ‘죄인’을 처벌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게 바로 인권 아닐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동일시의 문제.

* 데자뷰님의 "나아감이란.." 포스트에 트랙백 되어 있습니다. * 참고 : 경찰폭력뿌리뽑기 프로젝트 '보편적 인권'이라는 개념은 이제는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진부한 것...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은 모두가 똑같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그 사람들은 사회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동등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입으로 아무리 떠들어 봐야, 대기업 대졸자 사원과 서울역 노숙자의 권리는 전혀 평등하지도 않고 평등해지고 있지도 않으며 평등해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경찰폭력에 대한 비판은 '국가 정책적 실패 문제를 잠시 동안 제복을 빌려 입고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국민을 향해 매번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무게에서 전혀 동일해 질 수 없는 '경찰'이라는 정체성과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잠시 동안 제복을 빌려 입'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경찰인력은 대체 가능하지만 시민은 대체할 수 없다. 그게 시민과 경찰의 차이다. '경찰'이라는 표상과 개인의 정체성을 동일시 하는 순간 '제복을 빌려 입은 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제복이라는 것은 결국 시민을 통제하기 위한 공권력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경찰 인권을 얘기하는 순간 '시민이 시민을 통제하는' 성립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진정 경찰의 인권을 이야기 하려면, '경찰'로서의 인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인식을 가진 경찰이어야 한다. 올바른 시민성이란, 다수가 지지하는 국가권력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과 저항을 통해 지배권력의 헤게모니를 전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폭력 자체에 대한 비판과 경찰폭력에 대한 비판은 질적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패스. + 경찰이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발휘하는 순간 그의 인권을 지켜야 할 대상은 또 다른 시민이 아닌 국가가 되어야 한다. 노동환경의 문제를 제기하시길.


나는 그래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활동가'와 정치적으로 불공정하고 모자란 '사람'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있는건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