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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를 보았다.
기억도 못할 먼먼 옛날에는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 속을 유연하게 가르며 헤엄쳤을
그 인어공주를
한때는 공주였던 그이를 보았다.
이제는 육지에 올라와
살아온 모든 방식과는 전혀 모습으로
가끔씩 목욕탕 물속에서 어설픈 자맥질 하고
시덥잖은 세상을 향해 퇴!퇴! 가래침도 뱉고
숨통을 조여오는 생존의 굴레를 향해 - 결코 깨어질 것 같지 않은 창살을 향해
목이 터져라 욕도 퍼붓는
한때는 갈래머리 수줍게 웃던,
분명 공주였을,
분명 바다와 가장 잘 어울렸을
그이를 보았다.
누구에게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겠지만
그래서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으로
한때 가졌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씩 내다버릴 때조차도
..설레임, 기대, 희망, 숨 죽여 눈으로 쫓아 사라질때까지 보고싶은 애틋한 사랑...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여유없었겠지만
그래도 어느 날 문득 아직은 남은 것이 한개쯤 있다는 걸 깨닫고
혼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네 삶의 고단함 잊게 하는
그리운 추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지.
영화 "인어공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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