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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28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푸른 솔
  2. 2004/09/28
    어느 비혼자들의 추석(2)
    푸른 솔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 이 글은 빼미님의 [“총파업 이번엔 정말 잘되겠습니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번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보육현장은 노동의 특수성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용어가 낯선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언제고 여기에도 닥칠 문제다.


올 초에 청와대 고령화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육아지원정책은 언뜻 보면 장미빛처럼 보이지만 가정보육교사파견제도 등 보육현장까지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가정보육교사 파견제도란, 육아지원이 필요한 가정 중에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 가정이 자기집으로 보육교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면 파견해 주는 제도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좀더 좋은 환경에서 양육하고 싶다는 소망은 알겠다. 그러나 지금도 영아보육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민간시설에 맡길 경우 월 30~40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임금은 월 80만원남짓인 상황에서 한명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파견되는 보육교사의 임금은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며 또 부모는 얼마나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가? 처음 이 제도가 언급되었을 때도 등록된 시설조차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온갖 비리며 문제가 생기는데 보육교사를 개별 가정에 파견하여 아이를 돌보게 하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거기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만에 하나 시행될 경우 나타날 파견 보육교사들의 노동자성, 근무기간, 임금수준에 대한 문제에 생각이 미치자 이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가정에서 필요한만큼만 이용하는 제도로 운영하겠다니 그럼 이 사람들의 고용은 누가 책임지는 건가? 보육은 아이들과 보육교사가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수행되는 노동이다. 잠깐 지나쳐 가는 노동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까지 파견노동으로 해결하려는 정부가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해 무슨 짓을 못 하겠는가? 아직 구체적인 발표가 되지 않아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떠도는 비정규직 확대라는 유령을 생각하니 보육노동자도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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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혼자들의 추석

어제 모처럼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희집 식구는 모두 여섯,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남매입니다. 그냥 이렇게만 보면 여느 평범한 집과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문제는 그 사남매가 한명만 빼고 다 30대에 모두 독신 가구주라는 거지요. (나머지 한명도 조만간 30대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별로 흔한 상황은 아니지요. 그러다 보니 명절때마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정작 결혼 안한 자식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ㅋㅋ 올해는 명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시더군요. '언제까지 내 손으로 명절음식 만들어야 하냐? 나도 힘들어서 못하겠다. 아무것도 안할꺼다.' 으~ 부끄럽게도 다들 독신가구다 보니 명절은 그냥 기간이 좀 긴 휴일정도로만 인식하고 살다가 어머니가 해 놓으신 음식 먹으라고 부르면 그제야 찾아가는 불효막심한 자식들이었지요. 어머니 연세를 생각해보니 어이구 낼모레면 칠순이더군요. 반성, 반성 -_-; 그래서 동생들에게 전화하고 이번만큼은 우리가 명절음식을 시장보기부터 다 준비해보자 이랬지요. 그리고 월요일(추석전일)에 다 찾아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터넷으로 명절음식 목록과 재료도 찾아보고.. 그리고.. 아침에 집에 가보니 왠걸 벌써 전날 시장을 다 보셨더군요. 우리 온다는 소리에 벌써 일꺼리를 하나 가득 마련해 놓고 계셨습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 어머니가 어떤 분인데 제가 잠시 속았습니다.-_- 결국 우리가 준비하려고 계획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음식재료들과 씨름해야 했죠. 뭐, 모처럼 모인 자식들때문에 기운이 나신 어머니가 몇가지는 손수(?)하셨기에 아주 엄청나게 많이는 아니었지만. 호박전, 두부전, 동태전, 고추전, 고구마전.. 부치다가 반죽이 좀 남는 것 같으니까 이번엔 부추를 꺼내 놓으시더군요. 도대체 어디서 재료가 자꾸 나오는지.. 생전 처음 굴소스를 이용한 고추잡채도 해보고 (첫 솜씨였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성공했습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 다시 이마트에 가서 샐러드 꺼리랑 기타등등 장을 보고 예정은 점심때쯤이면 일을 모두 마치고 오후엔 개인 볼일을 본다였는데 얼추 정리를 하고나니 오후 5시. 계획한 일들이 있었지만 자식들이 와서 같이 음식하고 수다떨고 그 모습만으로도 좋아하시는데 어쩌겠습니까? 부모님이 많이 외로우셨구나, 반성도 하고. 제가 전날 우리 보육노조 합니다, 말씀드렸더니 예상대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몇십년을 조선일보만이 제대로 된 신문이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이란 대충 짐작이 되시지요?) 거기에 대한 보충도 필요했구요. 좌우지간 음식만들기와 설겆이를 하루종일 하고나서 몸은 지치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동기간에 이벤트 하나없이 보내기엔 섭섭하더군요. 그래서 동생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보드게임 카페에 갔습니다. 가장 젊은(?) 동생 한명만 보드게임카페에 가 본 경험이 있고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흐흐 게임이름은 잊어버렸지만 2시간동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제안해서 숫자패를 하나씩 쥐고 가장 작은 숫자를 가진 사람을 뿅망치로 때리는 게임을 했는데 진짜 오랫만에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전 역시 단순하고 유치한 게임이 체질에 맞는 듯. 그리고 근처 맥주집에서 맥주 한잔씩 하고. 오늘 아침에 밥먹고 다시 각자 갈길로 떠났습니다. 아마도 연말에 둘째 동생 생일이나 되야 다시 다같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명절휴가는 길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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