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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네.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집에 들어앉아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한밤중에 들어오신 남편께서 눈이 많이 온다고 한마디 하신다.

 

오호~

반색을 하며 뛰어나가서 눈을 보고 있는데,

참 예쁘게도 오더라.

 

잠시 눈구경을 하다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경비 아저씨가 주차장 입구부터 지하통로까지 경사진 부분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계신다.

이 아파트는 동마다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경비아저씨는 달랑 세분이시고,

염화칼슘은 좀 푹푹 퍼서 빨랑빨랑 뿌리시면 좋을텐데,

손바닥만한 삽(?)으로 그걸 언제 다 작업하시나...

게다가 눈이 밤새 내리면 쌓일때마다 여러번 그짓을 하셔야 하는지...

또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주차장 입구가 경사가 심하게 져 있으니 새벽에 웬 정신나간 차나 만나지 말야얄텐데...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눈 온다고 좋아라 한 내가 철딱서니 없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 밤에 소복 소복 내리는 눈은 이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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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아기 기저귀와 아기옷들, 그리고 수건들을

아기 옷 삶음 모드로 돌리고,

다시 온수 설정해서 일반세탁 모드로 다시 돌리고,

세탁기를 열어 빨래를 너는데

그 안에서 내 겨울 스웨터 한장이 나온다.

 

크~ 넌 왜 거기에 들어간거니 ㅠ..ㅠ

 

아기옷이랑 함께 삶았더니 너도 아기 옷이 되었구나.

 

내가 걔들을 함께 넣었을리는 없고 남편이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하나, 물어봐야 그런 적 없다 할 테고 오히려 자기한테 뭐라 한다고 그럴것이 뻔해서

그냥 생각날때마다 한 번씩 째려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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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L.A'소문내야 하는데~

오늘 일이 있어서 서울에 나갔다가,

노동영화제에 들렀다.

 

노동영화제는 첫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챙겼던 영화제고,

4회부터 9회까지는 관계자로서 영화제를 꾸리기도 했고(뭐 큰 일은 안했지만),

6년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하는 큰 행사이기도 하고,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정말 좋은 영화제이기 때문에(역시 관계자 멘트로구만 ㅋㅋ),

올해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갔다.

그리고 음... 사실 볼일도 있었다.

 

원래는 개막작을 볼려고 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메이드 인 로스엔젤레스'를 봤다.

그 시간에 뭐 하는지도 몰랐고 사전 정보도 전혀 없이 가서 어떤 기대도 없었는데...

 

아, 이 영화 훌륭하다.

사실 노동영화나 인권영화나 뭐 이런 영화들에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 좀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내가 본 외국 다큐중에 손꼽을만한 영화였다.

 

우선 구성이 잘 됐다.

나중에 자료집에서 보니까 연출자가 방송 연출도 하고, UCLA 영화학교 박사학위도 받고,

이전 연출작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한 쟁쟁한 사람이기도 하더만...

암튼 보면서 구성이 참 잘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야기 자체는 연대기적인 순서를 따랐는데 그 사이 사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잘 섞어서,

참 세련되게 만들었다.(이 세련되었다는 것이 어떤때는 별루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그리고 내용도 좋다.

미국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실태와 투쟁이랄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패쓰~

(헤~ 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볼꺼라고... 사실은 구구절절이 쓰기는 구찮기도 하고, 생각도 잘 안남.

원래도 가물거리던 기억력이 애 낳고 나서 이제는 거의 금붕어 수준이라서리...)

근데 거기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이 한국자본이더라.

미국까지 진출해서 잘 하고 있쓰~

초반,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전태일이 일했던 마찌꼬바가 떠올랐다.

좀 더 보다가는 뜬금없이 이랜드 투쟁이 떠올랐다.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랄까? 그런것들에 이입이 되서리)

그리고 영화가 계속되자  주인공들의 안위가 걱정되면서 표적수사로 잡혀가버린 이주노조 지도부 동지들도 생각났다.(우쒸~)

그런데, 이 투쟁은 승리했다. 3년 동안 투쟁한 결과다.

그게 또 넘 좋았다.

요즘은 승리하는 투쟁에 너무나 목말라 있어서, 영화를 볼때도, 보고나서도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들을 잘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끌어낸 게 아닐까 싶다.

이주여성인 세명의 노동자들을 보면서 '멋진 그녀들'이라는 호칭이 계속 떠올랐다.

슈아의 '멋진 그녀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슈아도 자신의 영화주인공들을 만나면서 그녀들에게 걸맞는 그 호칭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제목으로 사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그래서 슈아의 '멋진 그녀들'이 급 보고싶어졌다)

특히 '루페'의 카리스마~ 넘 멋져!!

 

이런 좋은 영화를 몇명 안되는 사람만 보게 되리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오늘은 딸랑 세명이 앉아서 봤다.

크. 안돼, 안돼.

영화제도 무료인데 빨랑 소문내서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보게 되면 좋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영화 시작하기 전에 가버린 터울림의 성민언니를 꼭 붙들어서 같이 보는건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또  다른 영화들도 다 보고싶어지더라.

근데 탱자탱자 놀았던 뒤끝이 너무 안좋아서 이번주는 일에 빠져서 허우적거려야 해서 다시 노동영화제를 갈 수 있을지 몰겄다.

 

주변사람들에게 빨랑 얘기해서 영화보러 가라고 해야겠다.

 

영화제 정보는 www.lnp89.org를 들어가셔서 오른쪽에 있는 11회노동영화제 배너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남편도 연서도 집에 안들어온다.

아, 쓸쓸하여라.

남편은 수련회를 갔고,

연서는 시댁에서 자고 낼 온다.

남편이 데리고 올 수 없는데, 나도 늦게 들어오니 시어머니가 그냥 시댁에서 재우신단다.

밤에 운전하기 싫으시다고...

그래서 오늘밤은 밀린 일을 하자고 맘 먹었는데,

오후에 춥고 바람부는데 세시간 가까이 촬영했더니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간질간질 한 것이 몸 상태가 영 안좋다.

영화 안보고 바로 집에 와서 쉬었어야 했나?

아냐, 아냐.

그래도 오늘 밤 일을 접고 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어.

(이렇게까지 하는데 웬만하면 좀 가서 보시죠?)

 

자고 낼부터 일하자!!

(지난 열흘동안 죽 다짐하던 구호가 이틀만에 다시 등장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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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한 삼주를, 아니 생각해보니 근 한달정도나 되는구나.

허랑방탕하게 아주 잘 놀고 나니 뒤끝이 장난이 아니다.

 

나도 참,

놀기만 하던가,

질르기만 하던가 둘중의 하나만 할 것이지...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갚아야 할 카드빚은 더 산더미 같고나.

 

크~

근데 손에 남은 것은 암것도 없다.

연서의 과도한 엄마 애착증세만이 심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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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가?

연서가 아프다.

요 며칠 계속 열이 떨어지질 않는다.

많이 올라가면 39.5도까지 올라가고,

해열제를 먹이면 잠시 38도 아래로 내려갔다가 도로 38도 대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의사샘은 첨에 목에 염증 때문인 것 같다고 하셨는데,

혹시 모르니 다른 검사를 위해서 소변검사를 하시잖다.

 

처음에는 열만 있고 별로 보채지는 않았는데,

며칠 계속 열이 있으니 오늘은 아이가 기운이 하나도 없고, 눈만 뜨면 징징거린다.

 

열이 있던 첫날,

밤에 열이 시작됐는데,

아이가 아픈건 처음이라 남편도 긴장해서 출근을 미루고 함께 병원엘 갔다가,

그날 내가 회의가 두개가 있어서 남편이 월차를 내고 아이를 돌보고,

나는 서울엘 나갔다가 밤 열두시에 집에 들어왔다.

사실 나는 그 두개의 회의를 쨀 수도 있었지만,

(그리고 실제로 하나는 서울 가는 길에 다른날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젠장!!)

남편이 아이를 보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나갔다.

 

그날도 약간 죄책감이 있었는데,

아이가 계속 아프니까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더구나 내가 나간 사이, 남편은 아이가 잔다고 약을 건너뛰었다.

새벽에 열이 너무 나길래 남편에게 물어보니 약을 안먹였다고 하여 버럭 화를 냈다.

 

아이가 계속 아픈 건 내가 곁에 없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내가 비정한 엄마였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징징거리는 아이를 안고, 업고 있다.

(내가 아이를 업은 건 태어나서 오늘이 처음이다)

 

아마도 아이는 크면서 여러번 아프리라.

그때마다 아이 곁을 늘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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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이야기

오늘은 연서 목욕을 혼자시켰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나 혼자서 목욕시킨다는 건 엄두도 못냈던 일인데,

이제 하나씩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다.

 

아이 아빠가 다시 출근을 하게 되고 두달,

그동안은 아빠가 늦게 오면 목욕을 안시키거나 대충 9시 안에만 들어오면

늦더라도 그때 씻기고 재웠는데,

일주일에 하루를 제시간에 퇴근할까 말까하는데다가, 주말에도 줄창 나가니까

나 혼자 할 수 밖에..

그나마 아이가 이젠 혼자 앉을 수 있어서 좀 수월하다.

그래도 아직 혼자서 머리를 감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연서는 가끔 일주일에 머리를 한 번 밖에 못감을 때도 있다.

(아이가 머리를 벅벅 긁는 이유가 그것 때문일까?)

 

암튼 오늘도 아주 늦지는 않는다지만 9시는 넘어야 올 것 같고,

어제도 목욕을 안시켰으니 오늘은 혼자서 씻기고 재우자 했다.

그래서 옷을 벗겼는데 그새 똥을 눴다.

 

대충 엉덩이를 먼저 씻기고, 목욕을 시키고 나서

아이 씻긴 물에다 똥 기저귀를 빨았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왔다.

나는 아이 재우기를 남편에게 넘기고 일어나서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뭔가를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열린 욕실문으로 흘끗 본 장면,

남편이 똥 기저귀 빤 물에 들어가서 발을 닦고 있었다.

'어~'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뭔일이야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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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요즘.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생각나는 며칠들...

 

지난 토요일.

비정규노동자대회였다.

오랜만에(올해들어 거의 처음이지 싶다) 집회에 나가리라 맘먹고,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문화제가 길어질거라는 말을 듣고 시어머니께 담날아침까지 아이를 봐달라고 말씀드렸었다), 룰루랄라 집회장소로 출발했다.

사람들도 만나고, 문화패들 공연도 실컷보고, 술도 한잔 하고, 힘을 받고 오자고 생각했다.

집회로 가는 도중, 노동자 한분의 분신소식을 들었다.

문화제 중간에 그분이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갔다가...

분향소가 차려진 것까지 보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 사는 모습에 자신이 없어서 차마 조문도 못하고 돌아오는 그 길이 무척 쓸쓸했다.

 

지난 수요일.

어느 행사엘 촬영 갔었다.

민중운동 진영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왔더라.

근데,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하는 한 국회의원'님'

사회자가 그 국회의원'님'의 소속을 얘기하지 않아

옆에 있던 그 행사 주최조직의 상근자 동지한테 물었더니

"몰라요? 한국사회당인가?"

"에이, 거긴 국회의원이 없잖아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통합신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더라. 황당.

관료적이고 권위적이지만 그래도 덜 개량화되었으니 화나지만 참자고 생각했는데,

덴장... 이건 아니잖어~;(지도부가 바뀌어서 그런거야? 원래 그런거였어?)

그 사회자, 문화공연하러 온 문화활동가를 소개하면서도

"민중가요가수, 최**가수를 모시겠습니다."

라고 하더라.

동지라고는 생각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 정말 이 작업이 하기 싫어진다.

 

그리고 오늘.

연서가 너무 너무 보챈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요즘 계속 그런다.

드디어 그분이 오신건가.

말로만 듣던 분리불안이라 일컬어지시는 그분이...

근데 그분이 오셨다면,

엄마인 내가 안아주면 혹은, 옆에 꼭 붙어 있어주면

안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계속 징징거리다가, 꺅꺅 거리면서 우는거냐구?

잠에서 깨면서부터 울기 시작해서 먹고 나면 잠시 반짝,
다시 잠이 들때까지 징징거린다.

백일 이후 처음으로

울고 있는 아이한테 화가났다.

아기가 우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 원인을 찾아서 아기의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혹은 알고 있는 것들을 다 해줘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울고 있는데 옆에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그래봐야 한 5분 남짓이었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었지만 속에서는 뭔가가 계속 울컥울컥... 부글부글...)

결국은 젖을 물려서 해결했다. 흑 ㅠ..ㅠ

그래도 오늘까지 아직 한 번도 안 업어주고 버티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는게 재미가 없다.

근데 육아책에도 나오더라.

'힘들더라도 이 시간은 언젠가는 지나간다'라고...(군인들이 하는 얘기랑 비슷하다 ㅎㅎ)

 

오늘은 기냥 이렇게 어영부영 지내고 낼부터 다시 일하자!!

 

아, 근데 노동자대회전야제를 안한다는데,,,

요즘은 또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우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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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9

개량적이지만  좀 덜 관료화되어 권위주의가 심하지 않은 조직과

덜 개량적이지만 관료화되어 권위적인 조직.

 

어떤 조직이 더 나쁘지?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던 하루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수양이 덜 된 탓인갑다.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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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알엠의 [화](http://blog.jinbo.net/rmlist/?pid=783)라는 글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려서

얼른 인터넷 창을 닫아버리고 그날은 아예 인터넷에 들어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 글을 다 읽어 버리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그날 내가 하던 일을 하나도 못하고,

아마도 며칠을 그 후유증에 시달릴 거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내 안의 저 바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것들이 확 끓어넘쳐서 데일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다음날까지 대본을 보내주기로 약속했었다.),

다음날 다시 그 글을 보았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증상들이 떠오르면서,

그녀의 고단함에 마음이 아파왔다.

나보다 더 많은 증상들을 더 강하게 겪고 있는 것 같은 그녀에게 위로나 격려도 건네지 못했다.

그게 푸념이나 넋두리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나중에,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모두 끝내고 나면,

다시 곰곰 생각하고, 고민하고 정리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근데 오늘 그 나중이 한참 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작업 기일은 연장되고 할일은 더 늘어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정리를 해놓자 싶다.

그러면 끓어올라서 넘쳐버릴 것 같은 마음들이 좀 가라앉을 것도 같다.

 

한동안 상태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나한테 자주, 많이 화가 난다는 것 때문이었다.

분명히 언제까지 일을 얼마나 해야 하고, 가능할 것도 같았는데

내가 정해놓은 그 언제까지에 가보면 해놓았어야 할 일은 턱도 없이 모자르기 일쑤였다.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지쳐갔다.

내 안의 화들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서,

그게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 지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내일 아침이면 남편이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일을 하다가 문득 외롭다는 생각에 가슴이 뻐근했었다.

아침이 오면 또 나는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고 그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외롭고 슬퍼졌다.

이게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싶다.

 

어쨋든 어찌어찌 이 시간들을 건너갈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건너간 후 안도하며 웃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렇게 건너야 하는 시간들이 이번 한 번 뿐이 아닐 것이며,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그 시간들은  점점 더 길어지고 힘들어질 것 같아서 두렵다.

 

많은 여성들이 이 시간들을 건너면서

점점 나쁜 엄마 혹은 아내(주변으로부터 그렇게 인식되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가 되거나,

일을 포기하며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주변에 이렇게 먼저 그 시간들을 겪어내고, 그걸 나누는 여성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 사이 연서는 이가 났다.

가끔 젖을 먹다가 물기도 해서 아플때도 있다.

그리고 혼자 앉아서 놀 수 있는 시간도 꽤 늘었다.

고작해야 십분 남짓이지만, 그렇게 앉아있다가 피곤하면 혼자 눕질 못해서 픽 쓰러지거나 눕혀달라고 운다.

그리고 눕히면 기어다니거나 발랑 누워서 논다.

이제는 꽤 오래 혼자 놀게되어서 아이를 혼자 놀게 두고 가끔 잠들때도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는데,

그리고 아이한테 해주려고 마음 먹은 것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되려나.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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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이것덜...

오늘 남편이 이랜드 집회에 갔다가 옷을 찢어먹고 왔다.

 

킴스클럽 강남점앞에서 싸우가다

경찰에 끌려갈 뻔 한 것을 다른 동지들이 구출(?)해주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그렇게 되었다고..

그렇게 빡센 투쟁이었나?

 

암튼 저녁에 전화가 왔었는데,

옷이 찢어져서 티를 하나 사입었다고 하길래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연애시절 그의 생일에 내가 선물한 셔츠였다.

처음 선물한 거였지 아마.

그래서 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그가 찢어진 옷을 싸들고 왔더라.

 

그냥 찢어진 정도가 아니라 너덜너덜 해졌더구만.

소매의 반은 없어지고,

목덜미도 찢어지고,

도저히 수선 불가능.(모 첨부터 수선할 생각도 별로 없었지만)

 

근데 옷을 살펴보면서 보니 상표가

who.a.u

이랜드 계열사 거였다.

갑자기 울분이 업! 분기탱천!!

 

이랜드, 이것덜...

 

꼭 승리하는 투쟁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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