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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단체, 진짜 주 5일인 거니?

시만단체, 진짜 주 5일인 거니? 

믿을 수 없어.

시민단체들이 주 5일  문구를 채용 조건에 써 놓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허위, 과장 채용 광고로 노동부에 제소할까보다.

 

3월 여성의 날부터 시작하여 지구의 날, 공정무역의 날, 태안 방제활동, 대운하 반대 행사 등등

행사가 끝나고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허리가 찌르르하는 느낌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오면

설겆이 통에는 그릇이 쌓여있고

방바닥에는 먼지가 구릅처럼 뭉쳐 떠 다니고

아침에 쓰고 던져놓은 수건이 먼지 구름들 옆에 뒹글고 있고

냉장고 안에는 며칠 동안 해 먹지 못해 시들해진 야채나 허연 곰팜이가 끼여있는 버섯.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50주의 주말을 통으로 가져다 바쳐서

대운하 폐지 선언이 으랴차차, 터져 나와도

나는 이런 냉장고를 청소하면서 음식 재료들을 싹쓸어 쓰레기통에 쳐 넣으면서

행복할 거 같지는 않다.

 

5월 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행사로 서빙고 역에 아침 8시 도착했다.

토요일 아침 6시 일어나는 것이 나름 억울해

모여있는 다른 단체 활동가들에게

토, 일요일 근무를 하면 평일에 대체휴무를 쓸 수 있는냐고 물어보자

그런 건 없다는 대답과 있어도 일이 많아서 못 쓴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도체 그런 걸 왜 물어보냐는 표정과 대체휴무는 영 모른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어서

같이 침 튀기고 피를 토함시롱 단체 욕을 하거나, 

것도 거시기하면 이렇게 아침부터 오두망정을 떨게 만든 이메가 욕이라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두들 환경운동을 열심히 한 각고의 세월 끝에 욕망마저 사그라든 성인군자의 세계, 극락의 세계, 도의 세계에

진입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도가 통하지 않는다.

 

플랫슈즈를 흔들면서 카페에서 허섭한 책도 읽고, 음식물 쓰레기는 말린 후 잘게 썰어 텃밭거름으로 만들고,

블로그 글도 쓰고, 진보넷 집들이도 놀러가고, 비혼 축제도 느긋이 즐기고, 가만히 빈둥빈둥 나인채로 있고

나 사용기도 적어보고, 친구네 냐옹이 채식 간식도 만들어주고,

그런 것들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고 싶다.

 

 평일에는 이걸 하다가 이걸하고 저걸하고 하고하고 ,이멜 보내고 이걸 하고 돈계산하고 하고하고, 마구 복잡하다가

 주말에는 다시 일하니 

 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지,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왜 하고 있는지

 그런 거를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다.

 

 단체에서 일하는 주제에 욕심도 많다라든지,

 일반 직장인들은 더 죽을둥 살둥 일한다든지

 그런 말은 위로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기쁘게 일하고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고 내가 일을 어떻게 꾸리고 싶은지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날 일이 없는 주말 아침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있는 생활은 싫다.

 내 삶에 마구 드드드드드, 대운하가 건설되고 있는 중이다.

 플러그를 뽑고, 한 박자 천천히.

 내가 일하는 단체의 슬로건이지만, 그래서 더욱 쾌씸하다.

 천천히, 가고 싶다.

 사랑도, 관계도, 잡스러운 것도 이 세상의 모든 러블리한 것들 중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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