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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다카포

빌려놓고도 한동안 일하는 곳, 책장 위에 오롯이 앉혀놓기만 했는데,

어느날 외부 회의에 가는 길에 뭐 읽을 거리가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집어들었다가

홀라당 호란에 빠져

이제는 무수히 들었던 클래지콰이의 노래들과  그녀가 피처링한 성냥팔이 소녀라든가, will you love me tomorrow?

등의 노래가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주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

호란이 부러웠다. 

부러워서 몸이 베베 꼬이다가 책 말미에 있는 여러 블라블라 인사들의 호란 소개 글은 '눈꼴셔서

못 보겠어,쳇' 쯤이 되셨다. (되둥그라졌기는 -_-)  

 

책에서 본 호란은

두 마리 페르시안 고양이에게 부비부비하고, 책을 읽고, 가사를 쓰고, 술을 마시고, 아날로그를 사랑하고

이해받고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사랑받고, 겉멋부리는 연애에서 호되게 차이고,

혼자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면서 므훗해하고(덩달아 나도 그 기운을 받아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하고) 

얼리 업댑터 아빠이자 어머니란 존재를 딸로서 존경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엄마의 딸이었다.

그리고 책과 음악과 관계, 경험을 엮은 망을 통해

'모든 관점 보텍스'를 겪어 본 듯한 사람으로 보였다.

'모든 관점 보텍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고문기구로,

우주의 광대함과 비밀을 가르쳐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해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기능을 한다.(p63) 

나도 호란처럼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군대 말고 '모든 관점 보텍스'에 내쳐졌으면 좋겠다.

그 고문기구를 거쳐서 사람이 우주의 미물로서 미물만큼만 욕심낼 수 있기를,

여기 저기, 어차피 미물인  서로의 존재를 기꺼이 가여워하고 그래서 감싸주는

뭉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었으면.

 

부러워서 몸이 베베 꼬여도,

김윤아라든가, 이상은이라든가, 그리고 호란 들이 많이 많이 나와서

그런 가수들이 주류에서 뜨고,

'아, 더 이상 뜨면 안 되는데' 하는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호란의 책장에서 밑줄그은 책들, 나도 볼 테다!

 

아르토 파실리나 <기발한 자살여행>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제레드 다이아몬드 <섹스의 진화>

 

-호란의 쥬크박스 중

 

Beth Gibbons

 

Rebecca Pidgeon

 

Jeff Buck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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