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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종말',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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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진에서는 선거강령을 만든 바 있고, 이것은 현재 전진의 진로를 모색함에 있어서도 나침반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당시 선거강령을 논의하던 도중에 달러 배제를 강령의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금융통제 등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타겟으로 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이게 상당히 거시적인 담론인데다가 국제정치경제에 대해 당시로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논의과정 중에 나온 신중론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고, 결국 '달러 배제' 논의는 선거강령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달러의 헤게모니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글들이 제법 나오기 시작하더니 올초에 나온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라는 타이틀을 단 김성해`이동우의 <세계는 울퉁불퉁하다>(민음사, 2009)가 달러 헤게모니를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그래도 이게 쉽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인디펜던트>에 아랍 등이 원유 결제에 달러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계획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에 대해서는 프레시안의 이승선 기자가 발빠르게 보도를 하고 있다.
 
달러의 종말과 함께 금본위제 회귀설 등 관련된 논의를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원래 이런 쪽은 잘 몰라서 관심도 없었는데, 어느 정도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 새롭게 다가온다. 이런 논의에서 한국, 특히 한국의 좌파진영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제국주의의 패권이 허물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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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종말' 보도에 금값 폭등…온스당 1039.70달러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09-10-07 오전 10:40:01)
금본위제 회귀설 속 '한국의 금 보유량'은?…미국의 0.17%에 불과
  
현재 달러 가치는 기축통화로서의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사실상 국제교역의 독점적 결제수단의 지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만일 특정 교역에서라도 이런 지위를 상실하면 그 파급 효과는 걷잡을 수 없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한다. 그런데 원자재, 특히 원유시장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현재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 등과 함께 새로운 결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밀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는 보도(☞관련 기사: <인디펜던트> "아랍, 원유 결제 달러 사용 중단 계획")가 나왔다.
 
이 보도가 사실인지,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언제 현실화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너무나 남발된 달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보도는 일대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라는 권위지에 중동문제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려온 로버트 피스크가 "중국과 중동의 금융권 소식통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터뜨린 특종 형식의 보도라는 점에서, 그 파괴적 영향력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국제시장에서의 거래되는 금값이 1온스(약 30g) 당 무려 20달러 넘게 치솟고, 장중가는 물론 종가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 보도의 충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장중 온스당 104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지난 2008년 3월의 1033.90 달러 기록을 무려 11달러 이상 상회한 것이다. 또한 12월물 금값은 전날 종가보다 21.90달러(2.2%) 오른 1039.70에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가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1.4712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0.4% 평가 절하됐고,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 역시 76.29를 기록해 전날에 비해 0.45% 하락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원자재로 투기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을 부추긴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12월물 은가격도 5%가 뛰어 올라 온스당 17.35 달러를 기록했고,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구리 역시 2% 오른 파운드 당 2.78달러를 기록했다.
 
백금도 23.40 달러(1.8%) 오른 온스당 1318달러를 기록했고, 팰라디움 역시 2.2% 상승해 온스당 310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전날 종가보다 2% 가량 오른 배럴당 71.80 달러에 거래됐다.
 
이처럼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본위제로의 회귀, 또는 금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외환위기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금 보유 현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최근 공개한 세계 103개 국가의 금 보유 현황(6월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4.3t을 보유해 세계 56위 수준이다. 금 보유량에서도 단연 1위인 미국(8133.5t), 2위 독일(3412.6t)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위 일본(765.2t)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금 보유량에서 한국은 크게 밀리고 있다. 대만은 423.6t, 필리핀은 154t, 싱가포르는 127.4t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에서도 한국은 0.2%(1월 말 금값 기준)로 보잘 것이 없다. 전 세계 평균(10.1%)의 50분의 1 수준이다. 금융계 일각에서 달러가 붕괴해도 미국의 통화 헤게모니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언젠가 금본위제로 국제통화시스템을 전환하자는 국제여론이 조성돼도 최대의 금 보유국인 미국은 가장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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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배제'의 정치경제학…美패권에 대한 적개심?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09-10-08 오전 7:22:16)
<인디펜던트> "중동은 미국에 대한 인내심 잃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산유국들이 중국, 일본, 프랑스 등과 함께 석유시장에서 달러를 배제하기 위해 국제적인 비밀회의를 진행해 왔다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는 사실일까. 달러를 대체할 통화 바스켓에는 엔화, 위안화, 금, 중동 산유국들의 새로운 공동통화 등이 포함되며, 이런 작업이 완료되는 9년 뒤에는 '달러의 종말'이 도래할 것이라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달러 가치는 폭락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일까.
 
나아가 미국의 패권이 작동하는 기존 질서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 기축통화 지위를 박탈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런 움직임은 경제질서 뿐 아니라 국제정치역학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인데,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7일 후속 보도들을 통해 다각도의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이 신문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의 저명한 한 투자전략가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비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국들이 부인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시장에서 이런 반응에 대해 믿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정리했다. 시장은 금값의 사상 최고치로의 폭등, 그리고 달러 가치 하락으로 반응해 이 보도내용에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여줬다.
 
'달러의 종말' 특종보도로 국제금값을 폭등시켰던 로버트 피스크 기자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장 무하마드 알-야세르의 부인성 발언에 대해 "통상적인 걸프 정치학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대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 금융혁명(A financial revolution with profound political implications)'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사우디 국경에 배치된 상황임에도 미국이 전세계에 이라크의 침공 소식을 방송할 때까지 이 사실을 부인한 전력이 있지 않느냐"면서 "이 정도의 변화가 몇 년에 걸쳐 일어나려면 언제나 비밀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스크는 "석유시장에서 달러를 배제하려는 계획은 최소한 2년 이상 공공연히, 그리고 은밀하게 논의되어 왔다"면서 "석유 거래가 달러 시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계획은 정치적으로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스크는 이번 움직임에는 수십년 동안 미국이 정치 및 경제적 패권을 휘둘러 온 것에 대해 중동, 유럽, 그리고 중국에서 커지고 있는 적개심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피스크에 따르면, 전세계 7.2조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아랍국가들이 2.1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2.3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혼자서 9000억 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등 이번 비밀회의 참여국들은 전세계 달러 표시 외환보유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단합할 경우 아무리 미국이라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국가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중동산유국들은 오랫동안 미국에 대한 경제 및 정치적 의존에 대해 점차 인내심을 잃어왔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표적인 친미정권으로 알려져있지만. 지난 2007년 이후 슬그머니 러시아와 국방, 군수, 석유 정책에 대해 공조체제를 가동시켜왔다.러시아 역시 이번 비밀회의의 참여국이며, 통화 바스켓에 루블화도 편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은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의 손아귀에 철저히 장악됐으며, 아랍국가들은 1973년 중동 전쟁 이후 석유 금수조치로 서방에 압력을 가할 힘을 잃었다. 이에 따라 중동국가들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경제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이 아랍 땅에서 떠나는 대신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해주자는 제안을 아랍국가 전체에 제시한 바 있는데, 사우디 측은 이 제안에 '시효가 없다'고 말한다. 피스크는 "이런 제안이 무시되거나 거부된다면 그들은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중동평화를 도모할 동맹국들을 찾을 것이며, 중국은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스크는 "석유 시장에서 달러를 배제하면서 촉진되는 거대한 금융 변혁은 중동에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특히 아랍세계를 무대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이 본격화될 경우 그렇다"고 지적했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 바스켓으로의 전환에는 현재 2018년까지 9년 후의 일로 계획돼 있다. 중국과 아랍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9년이라는 시간을 설정한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지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이에 대해 피스크는 "사우디 당국은 이 기간 중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토대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 사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 증가할 경우 10조 달러로 현재의 두 배가 되는 반면 미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게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중동의 산유국 등 달러 자산이 외환보유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들은 '달러의 덫'에 걸린 처지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달러 가치가 서서히 하락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미국일 수 있다. <인디펜던트>의 스티븐 폴리 기자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저명한 경제학자 사이먼 존슨 MIT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런 시각을 전했다.
 
존슨 교수는 "국제상품 결제통화이자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자산으로서 달러의 지위를 손상시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미국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놓고 말할 수는 없어도 달러 가치가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을 바랄 것"이라면서 "립서비스 차원에서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을 말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누군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 한다면 미국에게는 행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 기자도 "오바마 행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사실상 용인'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면서 "달러 가치 하락은 경기침체로 초래된 경제적 타격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IMF 총회에서 환율 시장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달러 가치 하락을 바라고 있다는 관측을 촉발시켰다. 그 근거는 이렇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부족해지고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느라 현재 미국의 정부 부채는 11.86조 달러에 달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다른 정부들은 곤경에 처해 있다. 금융위기에 대비해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 나라들이 달러 가치 하락으로 금이나 다른 화폐로 바꾸기 시작하면 전세계 시장에 갑자기 달러가 넘쳐나게 되고 달러 가치는 더욱 추락하게 된다. 산유국에게 이런 사태는 특히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원유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게 돼 있어 이들 국가들은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목되는 것은 '금의 화려한 귀환'이다. 폴리 기자는 "미국 달러 패권에 기초한 기존 경제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전세계 시장에서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된 이후 금은 국제통화로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도 달러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하면서 달러와 그 이외의 미국 자산의 대안으로서 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해 왔다. 세계금협회(WGC)의 아람 시시마니안 회장은 "지난 18개월 동안 금융 및 경제의 혼란을 거치면서 금의 역사적 위상에 대한 관심이 비상하게 높아졌으며, 전세계의 정책전문가, 중앙은행,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값의 변동과 금의 위상 변화는 달러 가치 폭락을 예고하기보다는 달러를 앞세운 미국의 패권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바로미터로서 계속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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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8 22:39 2009/10/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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