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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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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서 흥미있는 시도를 했다. 정치성향 좌표 설문 이 그것인데, 과거 폴리티컬 컴퍼스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대략 번역한 내용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녔는데, 이를 공식화한 거다. 한겨레21은 지령 800호를 맞아 P&C정책개발원과 공동으로 한국의 여론주도층 52명의 정치 성향을 조사하면서 이 조사를 활용하였다. 이 폴리티컬 컴퍼스 모델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62개 설문 문항에 응답을 하면 바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좌표 위에 드러내 보여준다. 아래는 한겨레21의 관련기사들이다.

 

멀찍이 달린 ‘보수주의 3인방’
시장·복지·대마초·사형이 성향을 갈랐다
신자유주의, 구한말 좌파의 재림
 

나는 시장 자유 -8.62, 개인적 자유 -6.30이 나왔다. 의외로 건전한(?) 편이다. 생각보다 그리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설문에 응하게 되면 특히 운동권 내지 자타칭 좌파인 경우 이를 의식한 대답을 하게 되지만, 나는 설문을 보면서 평소 내 성향이 어떠했는지를 떠올렸다.  아마 예전에 설문한 내용은 이보다는 더 정치적으로는 왼쪽, 자유주의쪽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인들의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소위 보수정치인들도 대부분 자유주의 좌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서구의 조사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인데, 한겨레21의 설명이 어느 정도 답을 해준다. 즉 한국인들에겐 박정희식 국가 주도의 일체형 성장주의가 보수의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공병호 등과 같은 시장지상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조차 왼쪽으로 치우쳐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가와 시장의 이분법은 한국적 현실에서는 정치성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함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관련하여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까닭에 서구보다 더 개인의 자유를 선호하는 쪽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보다 더 좌파적일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몇몇을 제외하고 이들이 결코 나보다 더 좌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원래 폴리티컬 컴퍼스의 경우 직접 응답하지 않은 정치인들에 대해서 그들의 연설, 정책 공약, 인터뷰, 의회에서의 투표 행위 등을 분석하여 좌파를 설정하였는데, 한겨레21에서는 여론주도층인사들이 직접 문항에 응답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났다고 본다. 당위적인 인식하에 평소 행태와는 다르게 응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여기에 나타난 것을 진보-보수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한편 김규항이 가장 왼쪽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것은 설문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설문응답자의 면면을 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도 김규항이 가장 좌파적인 인사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설문응답자가 조금은 제한적으로 선택되었으며, 현실의 좌우구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제도정치권은 몰라도 이보다 좌파적인 인사들이 분명히,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참세상 정도에나 조금 나타날 뿐,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나 경향, 프레시안에도 잘 실리지 않는다. 이들이 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러한가. 그건 아니다. 그 만큼 사회의 관심이 부족해서일 터이다. 물론 이들의 선전, 홍보의 역량이나 기술이 부족한 점도 작용하겠지만...

 

얼마 전 '관료제론' 첫 강의에서 강의 소개와 함께 일찍 강의를 마치고 학생 두명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그 중 사회복지사 일를 한다는 친구가 자신의 정치성향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다. 자기 주변에는 민주당마저 빨갱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작 직장에서 일할 때 보니 괜찮다고 생각했던 상사가 민주당 지지자여서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은 민주당 지지자마저 좌파로 인식되는 양상이 여전하다는 것이 아쉬웠고, 정치성향조사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해봤던 폴리티컬 컴퍼스의 설문조사와 과거 선거 당시 경실련 등이 만들었던 정당선택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 자신은 민주당 내지 한나라당 지지자이고 지지의 이유는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이 정당선택 결과 민주노동당과 유사한 것으로 나와서 당황한 경우가 있었다는 말을 해주었고, 전자의 폴리티컬 컴퍼스의 설문조사를 찾아 줄 테니 설문에 응해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찾아봤더니 한겨레21에 관련기사까지 나온 설문조사가 있는 것 아닌가. 이를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올해 지방선거도 있고 하니 관심도 제고할 겸 해서 이러한 정치성향 조사를 학생들에게 시켜보면 의미가 있을 듯하다.

 

사실 62개의 설문문항은 다른 나라의 것과 비교하기 위한 목적이면 몰라도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인 좌우파 구분에서는 북한에 대한 태도나 한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변수들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 비중이 낮거나 없는 것이 한계인 것이다. 설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도계수가 낮은 항목들을 빼고 좀더 적은 항목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나아가 각 설문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일부 항목의 경우에는 정치성향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인지, 설문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응답자가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의적으로 답변할 수 있고, 매번 다른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과거의 응답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 자신의 성향이 변화해서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설문문항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라는 정도의 차이를 묻는 항목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변 경향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극단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이과 그렇지 않은 이 사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다면 의미있는 설문이 될 수 있으리라.

  

여유가 되면 주변에 있는 행정학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설문에 응해보라고 권하고 그 결과를 취합해보고 싶다.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옆에 있는 후배는 아마 정신분열증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는데, 이에 나도 동감한다. 관련되는 분야는 국가, 정부, 공공부문이고, 그 정당성을 옹호하거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인데, 다른 전공과는 달리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을 띠면서 시장지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행정학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어떠한 정치성향을 드러내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각각의 개별 항목에 대한 답변내용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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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19:49 2010/03/0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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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나도정치성향진단 ㅋㅋㅋㅋ Tracked from 2010/03/08 22:53

    새벽길님의 [정치성향 진단] 에 관련된 글. 시장 자유

  2. Subject: 정치성향 테스트 Tracked from 2010/03/09 15:22

    새벽길님의 [정치성향 진단] 에 관련된 글. 예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테스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그래프상 내 자리는 없는 거 같고, 문항에 답을 할 수 없는 것들(그런 선택의 방식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므로^^ 해봄. 결과가 좀 이상한 듯도;;; 점수랑 그래프 점이 왜 안 맞는 거인고? 일단... 기업 규제에는 상당부분 찬성. 그러므로 시장자유에서 왼쪽으로.. 이는 또 Y축에서는 윗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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