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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 우리는 저항한다, 베이루트의 진실

PHP 의 핵심 개발자인 Jani Taskinen 라는 분이 계셨는데, 6년 동안의 열정적인 참여를 마치고 결별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관련된 모든 것을 지우고, 연락도 허용하지 않고 말이죠.
어떤 개인적인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데 힌트가 하나 제보됐습니다.
http://news.php.net/php.internals/25044

IRC(인터넷 릴레이 채팅) 를 통해 언급된 듯 한데, 참여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이스라엘 회사의 후원을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동참하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여 6년이라는 시간동안 몸담았던, 어쩌면 개발자로서 자신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을 부분일 수 있는 그런 일을 과감히 내던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통 IT 쪽 사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많은 "해커"(존경받는다는 의미에서)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방법이 "주류" 운동의 그것과 다를 뿐이죠. 리차드 스톨만같은 유명한 일부 괴짜만이 현실에 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족이었습니다)

KLDP의 주인장 블로그에서 봤는데 덧글을 보면, 그런 신념을 갖기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대단하다는 반응이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고 있을 겁니다. 감히 저 스스로를 그런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도 그럴 수 있겠는가? 지금 어쨌든 활동이란 걸 하고 있다는 핑계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또 제 개인적인 고민에만 빠져서는 안되겠고..  단지 이쪽에 있는 사람들도 드러나지 않거나 저마다의 방법으로 표현할뿐 저마다 고민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매 사안마다 그렇다고 봅니다) .. 함께 할 방안을 잘 찾아 보면 좋겠다.. 이런 겁니다. -_-

생체가 낼 수 있는 힘은 가장 약한 근육에 달려 있다 들었습니다. 발달한 부분을 더 키우는 것보다, 미발달된 부분을 단련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거죠. 가장 약한 사람/부분, 가장 고통 받는 사람, 가장 부당한 부분이 지금 현실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하죠. 그렇게 보면 지금 저마다 겪고 있는 고통의 크기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도,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한 우리는 평화를 누릴 수 없고, 세계 어느 곳에서 굶주림이 있다면 인류는 참된 풍요를 누릴 수 없을 겁니다.

아, 이런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것은 병이 있을때 몸이 "있음"을,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사람들의 고통이 감출 수 없을 만큼 되어야 비로소 그것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후 어떻게 되든 일단 폭격이 멈추고 살상이 멈추면, 아니 적어도 이전 수준 같은 "소규모"의 전쟁 상태로 돌아가면, 너무나 끔찍하게도 나는 한시름 놓고 다시 그것을 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금방 되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필요한 것인지. 그것에 비하면 사람들은 (심지어 활동하는 사람들조차도) 얼마나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정파 세력 다툼 같은 것들!!)

이제 이 글을 쓰고 다시 "하던 작업"으로 돌아가야 됩니다. 부끄러운 만큼 각각의 일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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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1 12:31 2006/08/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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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6/08/01 15:01 | DEL
2006년 7월 17일 월요일병 속에 든 편지 레바논과 해외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나는 매일 다수의 지지 이메일을 받고 있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여러분의 눈과 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달군 2006/08/01 12:40 URL EDIT REPLY
와.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역시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아요!
지각생 2006/08/02 01:20 URL EDIT REPLY
그렇죠? 더 많이 찾는대로 소개할께요
나루 2006/08/03 18:37 URL EDIT REPLY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참 짠한 글입니다
특히 뒤에서 두번째 문단...
지각생 2006/08/04 00:03 URL EDIT REPLY
부끄러울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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