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은 멀티태스킹이 잘 안된다.
한 가지만 붙잡으면 그나마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상에 매번 한가지씩만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려면 상황과 성격이 받춰줘야 하는데 나는 성격상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뒤늦게 겨우 하나만 마무리하는 타입이다.
가게를 연지 어느덧 3개월째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가게를 시작하고 첫 6개월간의 목표는 이렇다.
* 동네 가게로 안착하기 : 동네 사람들과 신뢰관계 만들기
* "공동체 IT" 모델 만들기 위한 실험들 몇가지 수행하기
- 지역의 비영리단체들 대상으로 무료/저렴한 IT지원
- 동네 주민 대상으로 대안적인 IT교육 (예: 인터넷은 모질라 불여우로. 오픈오피스 사용법)
* 내 자신과, 몇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 얻기
* 예비 사회적기업 만들 준비
이 모든 걸 6개월간에 다 한다는게 사실상 어렵지만, 지금 이 가게의 재계약 시점에 맞추어 예비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위탁 운영이 아닌 그 명의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욕심을 좀 냈다. 가게를 운영한다는게 어떤건지 모르고 겁없이 시작한 면도 있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전부터 해오던 일을 하는 거고, 공부하던 것, 구상하던 것을 잘 정리해서 기획, 추진하면 되니까. 이 정도의 느슨한 생각.
일단 한가지는 확실히 되어가는 것 같다. "동네 가게로 안착하기"
약간은 동네 사람들과 친해진 것 같고, 조금씩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나 점점 더 바빠지고, 수입도 늘어나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달 기본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어서 나 한명의 기본적인 생활비가 충당되는 수준. 이번달부터는 함께 일하게 된 코살라씨의 임금도 지급해야 하니 역시나 적자날까 걱정이다.
일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걸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일들을 꾸준히 수행할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7월 중순부터는 두 명이 나와 함께 일하게 되서 심리적으로, 일적으로 도움이 되긴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작업은 내가 신경을 써야 한다. 두 사람 모두 기술을 더 익혀야 하고, 손님에게 서비스한다는 것은 기술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이런 동네 가게는.
어쨌든 벌써 2개월 반이 지났는데, 앞으로 할게 참 많다.
* 세무 지식 쌓기
* 노무 관리에 대해서 알기
지금까지 노동자의 관점에서 알아야할 것만 공부했고, 그나마 현업에 종사 안하고 프리랜서처럼 사회단체들과 일하다 보니 다 까먹어 버렸다. 참 내가 이런 관점에서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게 될 줄이야. 빈집 사람들과 IT노조 사람들은 벌써부터 "단체 교섭하러 갈게~" 하며 놀리고 있다.
* 운전 면허 따기
가까운 동네 장사야 지금처럼 하면 되지만, 노원구(그리고 강북, 중랑, 도봉까지)의 여러 사회단체들에 대해 서비스를 하려면 차로 왕래할 필요가 있다. 고쳐야 할 PC를 나른다거나, 정비 도구들을 갖고가서 거기서 고쳐준다거나 하는 그림이 될테니까.
대안이라면 지역의 자원활동가들이 네트워킹해서 번갈아 차량 운행을 지원해주는 것. 하지만 역시나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에 대처하려면 나 혹은 앞으로 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일할 사람이 운전을 할 수 있어야겠지.
* 가게 홍보자료 만들기
명함도 새로 만들고, 간단한 리플렛 만들고, 여기저기 붙이고 다닐 만한 광고지도 만들고.. 그러려면 거기에 들어갈, 이곳의 차별성을 알기 쉽게 표현한 내용을 구상하고..
* 홈페이지 만들기
블로그가 됐던, 웹사이트가 됐던 만들고, 앞으로는 여러 SNS들도 잘 활용해야할 터다.
홈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을 기획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주민, 사회단체 뿐 아니라 뜻있는 여러 IT인들과도 교류하고 싶다.
* 동네 주민 대상 컴퓨터 교육 준비
주민들과 가까워지다보니 점점 많은 분들이 자잘한 문의들을 해온다. 그러다보면 나도 힘들고 그분들도 시원하지 않아 제대로 날을 잡아 컴퓨터 교육을 한번 하면 좋겠다는 요구가 생기고 있다. 안 그래도 원래 그럴 참이었는데 슬슬 실제 수요가 생기고, 그에 반해 나는 일하느라 정신없어 언제나 시작할 수 있을런지.. 빨랑 하고도 싶고, 그간 교육을 해본 경험으로 봤을때 지금의 내 체력과 정신력으로 가능할지도 확신이 안 서고.
* 회원제 설계
개인, 단체 회원제를 설계해서 정기적으로 점검해주고, 교육과 소식 등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얼릉! 시작하고 싶다.
* 내부 업무 체계 완성
CiviCRM 등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써서 회원관리등을 하려고 했는데 설치부터 잘 안된다. 이거 생각하고 기존의 사람들이 쓰던 프로그램 안 익히고 입력안하고 있었는데.. -_-
컴퓨터 정비에 필요한 도구들 갖추고, 서버 만들고 이런건 왠간하 다 했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이것도 하면 좋겠다"싶은게 많아..
* 내부 구조 변경
1차 구조 변경으로 공간이 넓어지고 접근성이 좋아진 이점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이후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함께 수행하려면 구조를 다시 바꿔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이전에 가게 인테리어 하신분이 나름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들어 둔 부분을 고치려니, 뭔가 잘 설계해서 쉬리릭! 집중해서 일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아.. 이렇게 할 일이 참 많은데 (심지어 가게 시작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맡았던 일들이 아직 미완인 것도 있다)
하루 종일 가게에서 컴퓨터 고치고, 동네 사람들과 가까워지려고 마음을 쓰다보면 막차 타고 돌아오는 길은 정신 에너지가 바닥난 느낌. "낫 이너프 마나"
체력도 떨어지고, 두뇌회전, 감정순환등 재생산활동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느낌이다. 비가 많이 오면서 자전거를 안타게 된 까닭도 있는 것 같다.
가게 일에만 집중하자니 작년 가을부터 마음 쏟아왔던 "빈집/빈마을"에 소홀하고 있는데 여기도 생각하면 참 아쉽고,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부모님 집에 간지도 꽤 됐고.. 여름 휴가? 그거 먹는 거임? 엉엉
징징거리려는것보다는, 위에 나열한 것들 각각에 대해 도움을 주실 훈늉한 분들을 찾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함입니다! 도와주세요. 아니 함께해주세요. 가르침도 좋고,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해주시면 더 좋고, 물질적 지원..도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