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IT를 시작합시다

IT / FOSS / 웹

몇 년간 IT품앗이(비영리단체/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무료 IT자원활동)를 하면서 작년 여름부터 "공동체 IT"란 말을 서서히 쓰기 시작했습니다. "비영리 IT"라고 하면 어떤 면에서는 많은 분들에게 금방 와 닿을 수 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그 표현보다 "공동체 IT"란 표현을 더 내세웠습니다. 한가지는 "비-", "반-"과 같은 표현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비영리란 표현을 썼을때 활동 범위에 많은 제약을 가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한 "공동체 IT"란 말이 그 자체로 제가 중요시 하는 가치들을 더 잘 드러내 줄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IT"가 무엇인지, 왜 "공동체IT"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 세 편의 글을 쓰려 합니다.

* 첫번째는 "한국에서 공동체IT로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 그 방향"에 대한 제 생각을  (이 글)

* 두번째는 "한국의 비영리단체/활동가들은 IT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 개인적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 세번째는 "공동체IT 행동을 위한 단체 - 대략의 활동 구상"으로서, 이번 달부터 뜻있는 IT인들과 소박하게 시작해볼 단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2004년부터 이 블로그를 쓰면서 약속해놓고 끝맺지 못한게 많고, 이렇게 큰 기획을 갖고 글을 쓴 적이 별로 없어 걱정이 됩니다만, 일단 시작을 하면 좋은 생각을 가진 여러 분들이 채우고 마무리해주실지도 모르지요. 이 글은 제 현재 여건상, 전체를 완성한 후 블로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여기에 수정해서 내용을 완성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퇴근해서 얼어버린 수도도 녹이고, 이런 것 생각하느라 못한 일들.. 할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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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한국 IT의 모습

 

공동체IT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런 그림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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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찾는게 뜻밖에 어려워서 (구글로도!) 직접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사회적 평형이 왜 깨져 극단으로 가기 쉬운지, 극단으로 간 다음 다시 평형 상태로 복구하는게 왜 어려운지를 설명할 때 유용합니다. 많이 알려져 있는, 이제는 오래된 몇가지 "IT분야의 비평형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 웹 브라우저 : 인터넷 익스플로러 vs.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 대안 브라우저

* 컴퓨터 운영체제 : MS Windows vs. 리눅스 등 대안 OS

* 키보드 자판 배열 : Qwerty vs. Dvorak 등 대안 배열 (영어권), 한글 두벌식 자판 vs. 한글 세벌식 자판 

이 네가지 - 웹 브라우저, 컴퓨터 운영체제, 한글 키보드 자판 배열의 공통점은

앞의 것이 뒤의 것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평가 되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의(98%) 사람들이 앞의 것을 이용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는 점입니다.

 

키보드 배열의 경우, Qwerty 는 일부러 낮은 속도로 타이핑해서 타자기 고장을 줄일 목적으로 고안되었기에, Dvorak 등 다른 배열에 비해 입력 속도 등 여러면에서 열등하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하지만 Dvorak 등장 이전, 타자기의 대량 보급 이후 산업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새롭게 타이핑을 시작하게 된 사람들이 qwerty 를 더 많이 익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더 좋은 Dvorak 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qwerty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qwerty 자판이 더 많이 공급되었고, 그것은 다시 새롭게 타이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qwerty 를 익히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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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Dvorak 자판 배열)

 

위의 그림에서 X축은 현재 "열등하지만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입니다. Y축은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들이 기술을 선택하는 비율입니다. 선들이 교차하는 점 A는 "좋은 평형"상태로서,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들이 기존의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더 좋은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진행되면 해당 기술이 우수한 기술이 아니므로 현재 사용자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빠르게 신규 유입자가 줄어들고, 오른쪽으로 진행되면, 기존의 상황이 새 사용자에게 선택을 강요해서 대부분의 신규 유입자가 "덜 우수하지만 점유율이 높은" 기술을 대부분 선택하게 만듭니다. 일단 현재 상태가 평형점 A를 벗어나 어느 한쪽으로 흐르면 위의 그림처럼 변화의 가속도가 붙고 그 반대로는 돌아가기 힘든 현상이 생겨 양쪽의 극단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 높은 비율로 점유하고 있던 기술이 완전히 시장/환경을 장악하게 된 것이 점 B입니다. 100%가 되진 않고 98% 정도에서 멈추게 되는데, 어떤 상황에도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은 피하는 사람(스놉효과), 좋은 기술을 선택하고, 고집하는 사람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런 극단적 비평형 상태에 있는 것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고, IT분야도 역시 그렇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을 보면 한국은 98%이상의 데스크탑 컴퓨터 사용자가 MS의 윈도우를 사용하고, 80%의 사람들이(몇년 사이에 조금 좋아졌네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유일한 웹 브라우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글 키보드 배열도 세벌식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는 최근에 40%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만 여전히 8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 아래 그림 참조) 이런 극단적 비평형 상태에서는 웬만해선 자연스럽게 평형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평형상태로 돌아가려는 노력보다 다시 극단적 상태로 빠지게 하는 힘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상태에서는 대체로 여러 가지 가능한 선택들이 적당한 비율에서 갈라지는 "평형"상태(내쉬 평형 등)에 있게 되는데, 기득권층의 영향력 행사, 부자연스러운 시장 형성 과정 등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평형이 깨지게 되고, 한번 깨진 평형은 그 방향을 가속화하는 경향이 생겨 (밴드웨건효과 bandwagon effect) 위의 예들처럼 양쪽 극단으로 가게 됩니다. 개개인의 선택을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서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예측하게 한 결과가 저렇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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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극단적 비평형 상태에서는 새로운 기술, 더 좋은 기술이 온당한 평가를 받고 시험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때문에 모두가 기존의 열등한 기술을 계속 사용하게 되어, 결국은 모두에게 불이익이 됩니다.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의 일반적인 이슈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더 진보적이고 이상적이지만 아직 사회의 소수자들만이 선택한 가치와 생활방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선택될 가능성을 "공정하게"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조건 새로운 것을 선택하라던가, 기존의 것과 반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단 "평형"상태를 회복해서 온당한 평가를 받을 공정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형 상태가 한번 깨지면 자연스럽게 복구되기가 어려우므로, 뜻 있는 사람들의 협력으로 일정 수준의 "조정 활동 Coordinated Action"이 필요하게 됩니다. 악순환을 끊는 행동을 모두의 약속으로 일정 기간동안 행한다던가, 불리한 여건에 있는 기술에 사회적인 지원을 가한다던가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런 "조정 활동"을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사람들의 조직적 협력, 그리고 물리적 지원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통 정부나 지자체에 이런 조정 활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 정부가 의지와 진정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그냥 단순히 자금만 투여하고 성과가 없는, 하나마나한 제스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지는 있으나 평형 상태에 어느 정도 가까울때 해야할 정책을 극단적 상태에서 시행해서 효과가 없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또한 그 성격상 정부에 기댈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 말고도 수많은, 한국 사회/IT의 "극단적 비평형 상태"를 능동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조직된 사람들의 자발적인 조정행동"이 꼭 필요합니다.

 

 

2. 평형을 회복하기 위해 

 

 2-1. 조정활동의 목적

그럼 자연스럽지 않게 생긴 극단적 비평형 상태를 극복하고 "좋은 평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조정 활동"은 어떤 것이어야할까요. 우선 조정활동의 목적은 "반대파의 득세", "기존 주류의 말살"과 같은 또 다른 비평형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모든 것이 합당하게 평가받고 선택될 수 있는" 평형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대부분의 주체들이 그만 포기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마음가짐이 되거나, 형세를 완전히 뒤집고자 하는 극단적인 목표를 갖고 움직이게 되기도 합니다. 어떤 외부의 강한 충격, 영웅 혹은 특효약을 기다리는 의존적인 상태가 될 수도 있지요. 조정 활동은 관련 주체들이 다시 자발적,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고, "좋은 가치/기술이 일단 발 디딜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효과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은 일부 효과가 있더라도, 좋은 조정활동에 범주에 포함하기 어렵습니다. 

* "비독점 기술"을 더 발전시켜 성능과 사용성의 차이를 더 벌이려는 행동

  극단적 비평형 상태는 자연스럽게 평형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기술 자체를 더 발전시키는 것은 "마지막 2%"를 지키는 효과가 있고, "평형상태에 조금 가까워졌을 때" 힘을 낼 수 있지만, 비평형 상태를 그것만으로 바꾸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 에너지의 일부를 다른 조정 활동에 투여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 가치/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주체를 전방위로 공격하여 한번에 퇴출시키려 하는 행동

  

* 개인 혹은 일부 그룹이 권력을 획득하여 개입하려는 행동 

 

 

2-2. 조직적 조정활동의 사례 : 오픈웹 운동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좋은 "조정 활동"의 사례가 있습니다. 2006년 김기창 교수의 주도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오픈웹 Open Web" 운동입니다. 1장에서 예로 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시장을 독점하여 생긴 여러 부작용 중 하나인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참고 : 위키백과의 "웹 호환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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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비평형 상태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을 남기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2차적, 3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파생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사용가능한 ActiveX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사용자에게 강요한 탓에, MS윈도우가 아닌 리눅스, Mac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뱅킹을 아예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은행들, 그리고 이런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는 기관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99%이므로 소수의 사람을 위해 큰 비용을 들일 수 없다는 명목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오픈웹"이 2008년, 2009년 금융결제원을 상대로한 소송에서 패소하여, 명목상으로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화시키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하였습니다. 현재 채택된 IT기술체계를 비판하고 시정하기 위해 자발적, 조직적인 활동을 기술 바깥의 영역에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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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과학기술이 사회로부터 약간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 자체의 논리를 가지고 발전하며, 현재 기술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기술의 진보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결정론이 대체로 주도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을 둘러싼 문제와 사람들의 행동 사례가 말해주듯, 기술이 어떻게 사회와 관계 맺는가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 좋은 기술이 있다 해도 실제 사회에 적용되지 않고, 기술의 순기능이 왜곡되고 부작용이 확산되는 상황에 있다면, 그 기술이 가진 "가능성"은 그저 공허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경제 수준, 연령, 성별, 장애 유무 등 다양한 층위에서 존재하는 "정보격차" 문제는 기술 그 자체의 발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그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질때는 결국 기술의 (지금 방향의) 발전을 붙잡는 족쇄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정부나 공공 영역의 Top-down 방식의 노력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업/시장 영역의 노력은 영리/비용 문제라는 명확한 한계가 있어 깊은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던 과학기술인들이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며, 우선은 이 "오픈웹"운동처럼 자신의 필요, 욕구에 의해 시작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조직적인 행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웹 운동을 주도하고 참여한 사람들이 그간의 활동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사례가 좋은 모델로 안착되어 다른 "비평형" 부문으로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사람들의 평가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2-3. 비-조직적 조정활동 사례 : 대안 운영체제 리눅스 보급 운동

 IT분야에서 극단적비평형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활동이라면 단연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일 것입니다. (운동이란 말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IT인이 아직도 많으려나요) MS의 운영체제보다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리눅스"라는 풀뿌리 운영체제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써왔습니다. 자유소프트웨어/리눅스를 더 훌륭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게 매뉴얼을 작성하거나 번역하는 사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질문들에 답변해주는 사람 등 각자 가능한 영역과 수준에서 스스로 역할을 맡았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리눅스를 소개하고 사용하도록 권하는 "직접적 보급/확산" 활동도 하고요. 

 

 "그냥 재미로, 좋아서"라는 순수한 동기로 시작한 자발성, 시간이 지나도 애정을 갖고 계속 더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구체적 행동의 지속성, 지인들을 만나면 사용을 권유하고 도와주는 직접성, 인터넷을 통한 계속적인 협력 등 "자유소프트웨어/리눅스 보급 운동"은 좋은 조정활동의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KLDP(http://kldp.org)나 적수네 등 인기 있는 리눅스 관련 사이트 들은 리눅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 되어, 어쩌면 자율적 분산 협력을 코디네이팅하는 역할을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초기의 열기가 식어가며, 리눅스 보급 운동은 특히 일반 사용자층을 넓히는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여러 가지 한계와 제약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 점차 흩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리눅스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리눅스 자체를 월등히 발전시키려는 기술 중심의 활동(신화를 재현하려는)이 되거나,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해결할 것을, 기업이 "오픈소스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다소 수동적인 양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적극적 자유소프트웨어 사용자-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일반인 사용자들을 포함한 "사용자 운동"으로 성숙해서 (여기서 "사용자"는 "이기적 사용자"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힘을 키워나가기 보다는, 자유소프트웨어의 원래 속성과는 다른 "능력 있는 개발자들만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이 되고, 외부 환경이 변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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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리눅스 보급을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 영역에서 리눅스의 확산은 더디기만 합니다. 정부는 새로운 리눅스 배포판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하며 자금을 쏟아붓고 선전 활동을 하지만 그런 거대한 계획이 얼마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은 오픈소스를 가져다가 고쳐 제품을 만들고 변경된 소스를 숨기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컴퓨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MS 윈도우즈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리눅스가 데스크탑 외의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계속 넓혀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데스크탑 영역을 포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지속되는 극단적 비평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조정활동"은 그럼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역시나 쉽지 않아도 "일반 데스크탑 사용자"에 대한 직접적 리눅스 보급 활동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히 소식을 듣고 쓰게 유도"한다거나 "정부/복지기관을 통한 간접적 보급"이 아닌 "리눅스를 써보세요"라고 계속 직접 얘기하고 권하고 도와주는 "일반인들의 직접행동"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꾸준히 이뤄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리눅스를 보급하기 위한 "직접 행동"은 대개 각자의 주변에 있는 임의의 사람들에게 우발적으로 행하는 것이 보통일 것입니다. 평형 상태에 있을 때에는 이런 식의 행동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극단적 비평형 상태에서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상을 나눠서 "가능성이 높은" 부문을 선택합니다. 한국 전체 99%보다는 어느 지역, 어느 계층, 어느 그룹의 사람들로 작게 한정한 99%를 대상으로 하고, 선택한 대상에 맞춰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인 활동을 진행합니다. 혹은 "기존 사용자"가 아닌 "신규 유입자"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즉 "지금 쓰고 있는 윈도우를 밀고 리눅스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리눅스가 설치되어 있고 잘 설정되어 있는 PC"를 판매 혹은 나눠주는 것입니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캠페인 "Free Geek"(http://freegeek.org)이 좋은 예입니다. 물론 이 방법은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사회적기업 등을 지향하며 진행해야 하겠지만, 뜻 있는 사람들이 협력한다면 틀림없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조정 활동"의 범주에는 이렇게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만들어가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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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조정활동의 바람직한 방향

지금까지 얘기한 IT분야의 "바람직한 조정활동"의 성격, 방향을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자발성

   길게 말할 필요도 없는 조정활동의 처음이자 끝(목적)입니다. 극단적 비평형 상태가 생기고 쉽게 극복되지 않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해도 결국 관련 사회집단의 자발성, 능동성이 약화된 것이 핵심입니다. 

 

 * 집단적/조직적

   비평형상태의 최초 원인은 인위적인 개입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한 것이지만, 그것이 진행, 유지되는 것은 모든 개개인이 협력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반대의 과정을 밟는 것도 서로 간의 정보 교환과 약속, 협력에 의한 조직적 행동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특히 어떤 전략을 세워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임시로 강한 결속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지속(가능)성

  조정 활동은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조직적으로 협력할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 기간은 때때로 몇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힘을 잃지 않고 재충전하며 오랜 기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 직접적 

  여기서 말하는 "직접적"의 의미는 "기존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을 움직인다거나 특효약 같은 것으로 "한방"에 해결하려는 것도 지양합니다. 직접 기술의 사용자와 생산자 집단이 교류하되,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도 만들어 가며 활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제3섹터, 제4섹터라 불리는 새로운 그룹/단체, 사회적 기업 등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상향식(bottom-up)

  자발성과  뗄 수 없는 말로 사실상 중복된 항목입니다만, "대량의", "높은 수준의", "Top-Down" 방식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습니다. 낮은 수준의, 능동적인, 협력을 통하는 것이 진정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중)

2-5. 조정활동의 모색 : 주 타겟 찾기 

 

---- (글이 길어져서 여기까지 1부로 합니다) ----

3. 긍정적 가능성

 

4. "공동체 IT"로 협력하자

 

5. 공동체 IT : 혁신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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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5 01:59 2012/02/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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