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IT 시대

IT / FOSS / 웹

가볍게 자주 쓰자! 언제나 생각하지만 실천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처럼 문득 어떤 말이 하고파졌을때를 놓치지 않겠다. "이 라면이 불기 전에 글을 마무리짓겠나이다!"

 

비영리IT 시대가 왔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 주변에는 온통 비영리IT에 대한 이야기가 넘친다. 한국 사회전반으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비영리IT"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영리IT"란 말은 낯설다. 저렇게 표현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분명 비영리IT는 "영리IT"를 전제로, 그 반작용으로 제기되는 개념이다. 어쩌면 원래 IT는 영리와 비영리 모든 측면에서 존재할 수 있지만, 어느새 너무 자연스럽게 영리와 관련되어 많이 쓰이다보니 굳이 영리IT란 표현조차 없다가, 그것이 너무 지나쳐 균형을 잡을 필요가 생기자 "비영리IT"란 말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에서 "비영리IT"를 얘기한다는 것은 무슨 특별한, 새롭고 거창한 무언가를 하자는 이야기보다는, "균형을 회복하자", "IT의 처음 이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는게 낫지 않을까? IT가 오랜 세월동안 우리 옆에 있었고, 점점 가까이 다가와 뗄 수 없는 상태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IT 에 대해 명확히 말은 못해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해 더 말하기 전에, 어쩌면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 두가지만 말해본다. 

첫번째는 "웹2.0". 이제는 조용하지만 한때 엄청 뜨거웠던 화두. 그것에 대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 주장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웹 초기의 이상으로 돌아가자" 혹은 "웹이 제안하는 긍정적 가능성, 이젠 정말 현실화해보자"는 많은 이들의 바램이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

 

  웹의 초기 이상 --> 시간이 지나며 거대해지고 복잡해짐, 여러 문제 발생 --> 초기 이상으로 돌아가,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수렴, 강조하는 웹2.0 대두 --> 웹의 현재/미래상으로 사람들에게 자리매김

 

두번째는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 소프트웨어(지식/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자본주의적으로 사유화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것이 점점 심해져서 공유 문화 자체가 말살되어 결국 모두의 위기로 될 수 있음에, 초기 이상적인 문화를 현대화시켜 지속하려는 운동이 생겨났다. 

 

 협업과 공유가 자연스러웠던 소프트웨어 --> 사유화가 심해치며 공동체 파괴 --> 최소한의 공동체(문화)를 지키려는 현실적 운동 발생(자유소프트웨어운동) --> 현실 속에서 재조명 받아 중요한 가치가 됨(오픈소스) 

 

라면이 불고 있다. 역시 관운장의 포스는 허구다. 

 

IT는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물론 그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IT는 노동자를 줄이는 괴물로 인식되어 대중의 미움을 받기도 하고, 통제의 도구로 활용되며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왜곡과 조작의 가능성으로 인해, 직접민주주의에 기여할거라는 기대를 배신하고 오히려 뿌리깊은 의심,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IT가 계속 빠르게 발전하고 실제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면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부작용이 모든 사람을 위협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IT를, 그전에 "기술"이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흐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나는 그래서 비영리IT를 굉장히 넓게 보면서, 또한 색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원래 IT에 기대했던 그것"을 우리가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기술(행위)"로 본다. 

 

기술이, IT가 임하는 곳이 오직 그것을 구매할 능력에 따라서만이 아니라, 그것이 정말로 (좀 더 절실히) 필요한 곳에, 그리고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IT 기술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실현되는 것, 그것을 원한다. 비영리IT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된다면, 그것은 영리IT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IT가 앞으로 나아갈 길잡이가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글을 마치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끝나겠지만, 또 길어지다가 "저장"을 누르지 못하는 것보다야 낫겠지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것만이 "비영리IT"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이가 하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로 "비영리IT가 맞다 혹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영리IT라는 것이 어떤 생소한, 혹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구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문화적 풍토가 한국에 생기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만들고 있는 비영리IT단체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10개 이상의 단체가 생기길 바라는 제 꿈은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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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00:40 2012/06/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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