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조금도 못 견딜걸, 뭘 그리 잘난척을 하냐. 지각생.
누구라도 좋으니, 내 얘길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말하지 못해 답답하다.
내가 살짝 마음을 내보여도, 그게 어떤 것인지 알 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해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붙잡지도 못하면서, 떠나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않으면서, 떠나지도 않는다.
공평하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 인내력은 모두 어디로 간거지? 이렇게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말게 된건가. 나도 모르게 진작 다 말라버린건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감정은 파괴되고, 결국 나만 피곤해진다. 내일은 산이나 올라갔다 올까.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불로그는 잠시 쉬어야 할듯. 이만큼만 말해도 답답한게 어느 정도 가신다.
원없이 잤다. 또 미문동 방에서 퍼자고 일어나니 10시.
축제가 끝나고 줜, 유섭님과 조촐히 뒷풀이를 했다. 그다지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해버렸다.
마시다 보니 속이 쥐어짜듯 아팠는데 살짝 허리띠 풀고 더 많은 술로 통증을 제압했다. 이건 보통 신경성이다. 확실히 요 며칠 긴장한 탓이리. 일단 이번 행사에 집중하자고 여러가지 근심걱정을 덮고 며칠 밤을 샌 결과. 뭐 그렇다고 많이 준비가 되진 않았다. 계속 속으로 싸운 탓이겠지.
혁명 후속 조치? 하려고 미문동 방에 왔는데 살짝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너무 더워서 깼는데 새벽 2시. 어떻게 된거지? 상황이 정리가 안됐다. 팽팽한 목적 의식, 행사 진행을 위한 긴장 들이 스르륵 풀리고 있는 상태. 살짝 멍한채로 있었다.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보니 게임이 실행되고 있었다. 여길 찾는 사람 중에는 나만 하는 고전 게임. 내가 저거 하다 쓰러져 잤구나.. 끄려고 앉았다가, 이런 상태에서 흔히 그렇듯 별 생각없이 몸에 맡겨 조금 더 게임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졸려왔다. 게임을 끄고 컴퓨터를 끄고, 냄새나는 양말을 좀 더 구석에 몰아넣고, 바닥에 이불도 펴고 물한잔 마시고 다시 잤다. 그때가 3시가 조금 안됐을테니 다시 7시간은 족히 잔 셈. 다 합치면 12시간은 잤겠다. 다행히 속은 괜찮아졌다. 밥 먹으러 가야지. 행사 평가는 천천히.. 사람들과 얘기좀 더 해보고.
사람들의 참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비도 오고 귀찮은, 별 일 없으면 움직이기 싫을 토요일, 자기 컴에 리눅스를 설치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소식 듣고 대가없이 도와주러 온 사람, 그동안 서로 알지 못했지만 리눅스에 대한 관심만으로 찾아와 준 사람, 스스로의 고민과 아이디어, 재미난 것을 제공해 준 사람들, 소중히 기록을 남겨줄 사람들..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행사는 성공한 셈.
다만 살짝 아쉬운 것은 자유소프트웨어가 왜/어떻게 좋은가에 대해 참여한 사람들 각자의 생각을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원래는 Revolution OS 영화를 보고 리뷰를 하며 그런 얘기를 해 볼까 했었다. but, 늦게 시작한데다 영화를 다시 보니 (이번엔 기술인이라기 보단 활동가의 관점으로) 미리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잘 전달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리눅스로 돈 번 얘기가 너무 강조되서 ㅡㅜ 전에 볼때는 이 부분 그냥 별 생각없이 넘기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활동가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불편하고 걱정이 되더라.. 윽.
어쨌든 지적재산권 이런 얘기하면 되게 피곤하고 분위기 급랭되곤 하니 어제 그 이야기를 하는 건 맞지 않았겠지만, 리눅스가 왜 좋다는 건지를 충분히 서로 얘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것. 윈도우를 기준으로 리눅스에도 이게 된다는 식의 설명에서 벗어나, 리눅스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리눅스에서 하면 훨씬 좋은 것들 이런 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물론 역시 이런게 가능하려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리눅스를 설치하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겠지. 어제 이런게 아쉬웠다기 보단, 다음에 또 다시 할때 이런 걸 잘 안배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서북부 리눅스 사용자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마침 오늘 교육이 취소되서 시간이 되니 거기 나가봐야겠다. 그런데 지금 내 꼬라지가 말이 아니군하. 집에 갔다오면 늦겠구.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