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의 트라이앵글

사회운동
오늘 생체여권 대응모임 회의에서 발제할 내용 메모.
그 전에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합의 소식에 앞뒤 따질 것 없이 일단 환영.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선거시기/제한적 인터넷 실명제
생체여권, 전자주민증
일상적인 노동자 감시, 일부 지역의 과도한 CCTV설치. 차량 전자태그 부착 유도...

지금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만 읊어봤다. 기억을 살리느라 고민하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대로 쓴 것.

정보통신망법? 인터넷 실명제? 건전한 사이버환경 조성한댄다. 악플 막는단다. 좋네.
통신비밀보호법? 휴대폰 감청하고, 인터넷 감시하면 수사를 좀 더 잘할 수 있단다. 좋네.
생체여권? 출입국이 겁나 편해진단다. 좋네.
전자주민증? 거기에 모든 정보를 다 담으면 생활이 편해진단다. 좋네.
...

하나씩 떼놓고 보면 다 좋네. 편리한 세상이 점점 다가온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찝찝한 건 감수할 만하다.
하지만 묶어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전자태그를 부착한 차를 타고, 전자주민증으로 결제하고, 생체여권으로 외국을 다닌다.
휴대폰 통화내용, 인터넷에서 내가 어디 어디 가봤고 무슨 글을 썼는지 다 기록되고, 조회된다.
곳곳마다 CCTV가 빼곡하고, 집에서, 회사에서 컴퓨터로 뭐하는지 그대로 그분들이 보신다.

내가 어딜 다니는지, 어떤 행위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얘기를 주고 받는지 다 알겠잖아?
이동, 행위, 생각 - 감시의 트라이앵글이 완성돼 간다.
특정 사람을 둘러싸고 모든 걸 감시할 수 있고,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를 거쳐가는 불특정 다수를 촘촘히 감시할 수도 있다.

한국의 지배세력은 미쳤다. 아니 세살 어린애와 비교하면 애한테 미안할 정도로 어리다. 철학이 없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 인간에 대한 존중은 눈을 세번 씻고 와도 잘 안보인다.
그런데 돈과 권력과 기술을 가졌다. 조금씩 해보니 재미가 붙는다. 그래서 이제 거침없이 작정하고 덤벼든다.

하나씩 떼놓고 봐선 안 먹힌다. 지금 어떻게 전방위 감시 체계가 한국에서, 특정 나라들에서 구축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같이 막아내자. 서로 묶어내고 연관시켜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고, 예상되는 실제 상황을 구성해서 생생하게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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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하는 까닭은, 술 안하려고 했는데(글쓰고, 서버 셋팅하고, 연락돌리고... 할게 많아)
정말 맥주 한잔만 하자는 간절한 청에 "그럼 잠시 시간을 내지요" 했다가
얘기가 길어져 한병만 더 합시다. 했다가 정신차려보니 아침이다. -_-
또 잘거다. 더 살 붙일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얘기하는 도중,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못할 얘기"에 대해 떠올랐다. 사실 언제 누구에게나 그런게 있겠지만, 지금의 나도 그렇다.


지금까지 고생한거, 잘 해오고 있는거 아는데, 그 "해오고 있는" 대로만 계속 할 순 없다.
대응할 이슈가 엄청 많은데, 이번 거 일단 유보시키면 또 다른 이슈, 그거 부분 수정되면 또 다른 이슈, 계속 하나씩 그때 그때 몇명씩 모아 하던대로 할 순 없다.
"감시" 문제처럼 하나씩 떼놓고 봐선 다들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전면에 내세워 대응하기 어렵다.
이슈에 끌려다니며 법적,대국회 투쟁만 하지 말고 꾸준히, 서로 엮어내서 사람들과 얘기하고, 직접 나설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을 해야지.
사람 중심의 활동 비중을 높이고 싶고, 장기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운동을 하고 싶다. 단기적인 가시적 "성과"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합시다.


정보통신활동가 메일링리스트를 만들고, 가장 만족스러운 건, 가입한 사람들의 활동 분야, 개인 캐릭터(경력, 나이 등), 관심사들이 다양하다는 것. 가장 불만스러운 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 몇몇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
왜 그럴까. 억지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의 공통점을 만들어보면 "나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 곳들, 사람들인 것 같다. 원래 바라던 바지만, 전임 활동가 없고 스스로 해결하기 버겁고 뭔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지금까진 메일링리스트에 조금 더 많이 가입한 것 같다. 이게 78% 오해란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생각해버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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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안 먹었는데 취했었나 보다. 같이 마신 사람이 내가 전작을 한 줄 알았댄다. 술 안마시고도 술냄새가 날 수 있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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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08:18 2007/08/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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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잡기장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만큼일까.
물론 이건 정해진 값이 있을 턱이 없다.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또 계속 변할 것이니.

물가에서 흐르는 물을 관찰하는 것, 높은 곳에서 전체 줄기를 바라보는 것, 물 속에 몸을 담궈 느끼는 것, 그 안에 헤엄치고 노닐며 인식조차 못할 정도로 하나가 되는 것. 다 다른 이해를 안겨주겠지.

지금 나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필요할까.
물가에서 바라보다 살짝 발을 담궈 보려했지만 물은 너무 차갑고 빠르게 흘러갈것만 같다.
더 담궈볼까. 그냥 더 있어볼까. 아님 계속 물가에서 바라만 볼까. 산으로 올라가볼까.

분명한 것은 있다.
무작정 가까워지려고만 하다가, 다시 살짝 거리를 두기로 하니
그동안 못보던 것, 알았다가 잊은 것이 다시 발견된다.
지금은, 역시 이 정도의 거리에서 좀 더 있어보는게 나을까. 그럴지도.

정답은 없겠지만,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마음가짐은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마련이다.
억지로 계속 뭔가 하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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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유하는 건 좀 그럴 수 있다.
내가 지금 은유하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
물은 ... 말하지 않잖아. 사람은 말할 수 있고.
물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듣는 이의 귀가 문제가 있었을지도.

물가에서 오래 바라만 봤더니 발이 저리다. 집에 가자.
결국 난 깊은 곳의 온도는 느껴보지 못했구나.
난류 - 그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제각각 흐르는 것들을 느낄 순 없었구나.

내일은 다시 오겠지. 다른 일이 없다면 다시 물가에 와 있어도 될테고.
일단은 집안을 정리하고 한숨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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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그럼에도. 다시 시간이 된다면, 나는 그 물가로 다시 갈 거다. 난 그 물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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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23:28 2007/08/2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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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타입

잡기장
하도 기분이 까라앉아서 드라마 다운 받아 보고 있다.
띄엄띄엄 본 커피프린스 1회부터 다시. 기분 좋아졌으~

은찬 완전 내타입이야. 열심히 사는 사람 좋더라.

가끔 식당에 갈때나, 거리를 걷다가 종종 눈에 보이는 일하는 사람들을 관심있게 보곤 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나. 얘기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근데 잘못하면 불쾌한 느낌, 모욕감을 줄 수 있어, 바쁘게 지나치는 대부분의 시간에서는 그런 얘길 시도하지 못한다.
껍데기뿐인 관심과 동정어린 시선은 나처럼 다른 이의 동정심을 잘 활용하는 사람말고는 분노를 자아내겠지.
어쩌다 여유가 있으면 - 혼자 자전거여행을 간다거나 - 잠시 머물며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결국은 바쁜게 문제야.

6회 대사 중 꽂히는 부분이 있네. 전엔 이 장면 놓쳤었는데.

은찬 : "짝사랑인 거 알고 포기하는 거랑, 짝사랑인 줄 알면서 계속 좋아하는 거랑. 어느쪽이 더 힘들까?"
한결 : "두개 번갈아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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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23:54 2007/08/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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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린 2007/08/28 00:02 URL EDIT REPLY
하하. 글 중간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구려.
"나처럼 다른 이의 동정심을 잘 활용하는 사람말고는" ㅋㅋㅋ
여튼... 짝사랑. 짝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두 개를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하지 않을까?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ㅜ.ㅠ)
으음. 내 짝은 어딨나. -_-
지각생 2007/08/28 10:49 URL EDIT REPLY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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