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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진은 열 일곱이었다. 제가 12월 생이고 그녀가 8월 생이니...2년하고도 4개월...뒤에 태어난 셈이다. 흠...그.래.서. 뭐 어떻단 말인가. 진은 동생이 학교에서 동급생들에게, 그러나 나이로는 1년 하고도 몇 개월씩 차이나는 여드름 덕지덕지한 뚱보들을 내려다보며 씹듯이 뱉어내던 말을 거울 속의 저를 보면서 하고 있었다.

이수가 키가 훌쩍 커 버린 2학년 이후 사춘기에 내몰린 남자아이들은 패를 짓거나 혹은 은둔하면서 성적 호기심을 다 채우지 못 한 채, 저 보다 더 키가 큰 놈의 나이를 시비삼지 못 했고 못 하면서 코가 큰 놈은 거시기도 크다더라. 하는 말을 떠올리며 밥그릇 수는 적은데 어찌 그게 다 코로 갔나. 하면서 이수의 매부리코를 흘끔거렸다.

오히려 그 이수하고 나란히 서면 동급생처럼 보이는 게 그녀였는데.

진은 두 살 차이가 뭐 대수라고. 하는 생각을 하였었다. 하였지만 그녀가 주민등록증 나오지 않았느냐고 지나가듯 물었을 때는 못 들은 척하며  넘겼다. 그녀도 재차 묻거나 하지 않았는데, 아마...제가 일찌기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달랠까봐 두려웠던 듯. 진은 나야말로 두렵다. 없는 걸 보자 하면 어쩔까 싶어서. 2학년 내내 교실에서는 가끔 주민등록증을 보이며 몇 달 언니네 동생이네 하는 동급생들의 수다가 끊일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귀를 파고드는...그 놈의 나이타령. 진은 속으로 곱씹었다. 그럼...내가 니를 언니라 부르리...하는 대사를 혼자 치면서.

언니라 부르며 안을 수는 없지 않은가...아마 그보다, 그녀가 결코 안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저보다 동생에게. 한 살 차이로도 억수로 고뇌하는 그녀인데. 그래서 진은 더욱, 실제 나이같은게 무슨 소용이냐. 학령기 이후 교육기간이 얼마인데, 이미 사회화되는 만큼 성장의 속도는 비슷할 것이다...닥쳐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진은 그녀를 껴안았던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두번 째부터는 벌써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랐었다. 뭐, 나중에는 찬탄해 마지 않았으나. 그녀의 흥분과 강도, 지속성 뭐...재발성? 아니 반복성? 까지 진은 그녀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사실 솔직히 거울 속에서 자신 외에 듣는 이 없으니까 말하는 거지만, 진은 그녀에게서 거의 배우는 수준이었고 간신히 티 안 나게 따라해 보며 느끼는 상태였다. 물론 겪어보니 장난 아니게 좋았지만. 뭐...그렇게 하는 거구나 싶기도 했고. 그렇다고 그녀에게 충실하지 않았냐 하면 전혀. 진은 정말 열심히. 하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그녀의 성감대 찾기에, 그리고 발현시켜주는데 온힘과 정성을 바쳤다. 물론...빨고 싶은 마음이 든 건 제가 먼저였지만 엄지...하나에 그렇게 허리까지 출렁일 줄은 몰랐다....다음 순간에 그녀가 벌떡 일어나 부딪껴 올 줄도.

진은 그런데, 대체 뭐가 부족했던가. 하는 고민에 잠을 못 이뤘다. 그녀는 왜 싸돌아다니나. 왜 고민이 많나. 왜 좋을 때 그냥 푹 빠지지 못 하고 늘 반쯤 정신이 딴데 가 있나...왜 조금만 내버려두면 좌절모드가 되어 뭔가를 결정짓지 못 해 고심에 찬 사람처럼. 마치 햄릿이라도 된 듯 번뇌하다가 황당한 결정을 내리는가...진은 그녀가 또래보다...는 아니라도 여느 예비 고 3처럼 입시에 몰두하지 못 하는 것도, 대학을 가벼이 여기면서 또 사회인이 되는 것에 대해선 말할 수 없이 무겁게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국어선생으로부터 빌려보는 여타의 사회과학 서적들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그녀가 끼고 있던 책들, 작은 거인인가 8억인의 나라인가 그런 것들이 엄마의 책장에도 꽂혀있었다. 순...운동권 책들이었다. 알고보니. 그녀가 학교의 민주화 뭔가 하는데에 섞여들었으면 아예 입시를 칠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운동할라구 대학을 갔을 지도. 아니면 아예 공장으로 직행했을려나. 나중에 보니 고등학생 운동권이라는 것도 있었더라니...

진은 요컨대 제가 그녀에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직시하면서 어쩔 수 없이 화가 나고 대책이 안 섰다. 그리고 천추의 한이다 싶은 것이. 그녀가 고백을 하던 그 겨울에 바로 대답을 했으면. 그랬으면 우린 즐겁게 고교시절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녀는 그 소위 철학적인 짝궁이나 보나마나 운동권이 틀림없는 노처녀 국어선생이나 뭐 기타등등에 별로...휩쓸리지 않았을까? ... 대학을 들어가고 그녀가 데모를 하러 가던 길에 마주쳤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동창생이 말하길, 넌 운동할 것 같았어. 했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그 동창생이 중학시절의 아는 얼굴인지 고교시절인지, 솔직히 그녀는 너무 희미해서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지만 진은 그 동창생의 이름을 듣자 바로 기억이 났다. 그녀와 2학년 때 한 반이었던, 그리고 진과는 3학년 때 한 반이었던 그 동창생은 중학시절, 운동장을 돌면서 체력장 연습을  하다가 문득 저쪽 모둠을 바라보면서, 저 애, 너 좋아하나 봐. 작년에 맨날 창에 붙어서 너네반 체육하는 거 보고있더니, 지금도 네 쪽만 쳐다보쟎아. 하였었다. 그때 진이 뭐라 했던가. 씨익 웃으며 내가 워낙 한 인기 하쟎아. 했었다. 왜 기억이 생생할까. 얘들 속에서 그저 한 인기 하는 거에 맞춰 나이스하게 살았지만, 사실 뒤통수에 꽂히는 그녀의 시선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애가 나를 틈만 나면 쳐다보네. 하면서 휙 고개 돌리면 어느 틈에 딴데 쳐다보고 있는...여시같은 기집애. 하면서. 그러면서 내가 너무 이쁜가. 했었던가...진은 츱. 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한심하고 딱하다는 듯 흘겨봤다.

" 이 애를 어떻게 꼬시지..."

절로 혼잣말이 나온다. 누가 조언 좀 해 줬으면. 연애초보자들은 다 어디가서 상담을 하나. 상담을 하면 반드시 사실대로 밝히고 도움을 구해야지. 실은 제가...두 살 연상의 여자를 사귀는 데요. 그 여자가 방년 열 아홉이라, 은근짜루다 아주 색기도 장난 아닌데다...뭔 고민은 또 그리 많은지...제가 아직 갓 열일곱이라 뭘 좀 모르거든요. 세상도 모르고 남의 사정 헤아릴 줄도 모르고 사실 알아도 미성년자니 돈도 못 버니깐 도와줄 수도 없지만, 그래서 울 엄마도 지금 직장 다니느라 고생이지만, 아 뭐 부모님이나 가정문제 고민하는 건 아니고...까놓고 말하면 일단 잠자리 문제가 젤루 큽니다. 나한테 푹 빠지면 그녀가 딴 생각 안 하구 의지해 줄 것 같은데. 나이 많아 봤자, 어차피 고등학교 졸업하는 건 똑같아요. 혹시 재수 없어 재수라도 재수좋게 하게 되면, 금상첨화인데...예측컨대 대학생 되는 것도 같은 시기에 될 꺼구요. 보시다시피 전 남자도 아니니까 군대가서  뭐 사회진출이 더 늦어진다거나 하는 핸디캡도 없어여...그러니깐, 그녀를 먹여살리는데도 별 하자 없고....근데 그녀가 문제죠. 까탈스러워서는 경제적이던 뭐든 의존하는 거 댑따 싫어해요. 여성성이라는 게 싫대나 뭐래나...제 2의 성이라는 어느 프랑스 아줌마의 책이 끼친 영향이 대단한 거 같애요. 거기다 마가렛 미드인가 하는 여자가 뭔 원숭이 연구하면서 인류의 결혼제도가 고정불변한 게 아니라는 둥. 저는 손톱 길이보다 더 두꺼운 책은 잘 못 읽어서, 뭐 발췌 읽기 하듯...도 아니고 딱 한 장 밖에 안 봤지만 대충 떠들어본 다른 장 들의 내용은 필시 그녀에게 매우 독립적이거나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종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휴...물론 제가 그녀를 남성적 입장에서 소유하고 싶다는 건 아니구요...하지만 그녀가 저렇게 고민하면서, 부모님과의 불화를 기성세대 전체와의 대적으로 몰고 가면서 현실을 부정, 거부하는 것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변강쇠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그녀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코드에 맞춘다고 맞췄지만 늘 한 발 앞서나가는 그녀 덕분에 진은 인식하기 이전에 행동을 해야했다. 입맞추려나 하면 빨아야 하고, 이제 감도 올라갔다 싶으면 허리 운동하느라 세빠질 지경이니...무아지경으로 헛손질하고 있는  자기 앞에서 그녀가...푸욱 적셔오는데 원...진은 자신이 오르가즘이 늦은게 문제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2년의 성숙도가 이렇게 차이 나나 하고 의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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