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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그녀의 일상

갈팡질팡 하는 그녀.

시선이 흔들린다.

책을 읽지 못 하고 글을 쓰지도 못 한다. 상념에 잠기지도 못 하고 따라서 잠들지도 못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생을 주도하는 고삐를 놓은 것은. 다시 쥐려는 의욕을 상실한 것은.

그녀를 두고 떠나왔던 그 십년 전 쯤부터였을까.

방황의 한 가운데서 결혼을 하고 두서없는 수다를 떨기 시작하고 비난과 욕지기를 거르며 비판과 하소연을 계속 하다가 어느날 뚝. 수다를 멈췄다.

 

- 사람은 변하지 않아.

 

이혼하는 여자들이 많이 그렇듯 그녀도 그런 말을 했다. 눈꼬리 붉어진 채.

 

염세주의자였던 그녀가 생의 한 가운데를 뚥고 운동과 맑시즘을 움켜쥔 채 표표히 건너왔을 때 사람은, 적어도 계급으로서의 노동자는 변화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 믿고 믿음을 현실에서 증거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절망한다.

투쟁도, 운동도 그리고 동지들도 함께 할 수 없었을 때 이미 고갈된 에너지와 신념으로 결혼한 남편에 대해 노력하기를 그저, 조금.

 

- 그에게 무엇을 원하겠어.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남편의 가사분담 거부에 당황하고 힘들어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라구. 그리 말하는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 괜찮아. 별루.

 

그녀는 이어 말했다.

 

- 결혼도 별생각없이 대충했는데 이혼을 너무 오래 생각하는 것 같아.

 

그녀는 별로 관심없다고.

그녀는 그런 여자다. 제가 놓은 것을 다시 돌아보지 않는.

 

- 박원순이 누구야?

 

하면서 그녀 생긋 웃는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동갑내기 친구의 말에 글쎄? 시장 정도의 권력에 접근하려면 그놈이 그놈이지, 뭐 별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겠나? 하면서.

 

- 노무현도 그렇게 운신의 폭이 좁았는데. 오죽했으면...

 

슬프다. 그 정도를 감당해내지 못 하는 한국사회가.

 

그녀가 어느날 끈을 놓는다면...

가 버리겠지.

지금,

지금은 간신히 얼굴을 보고 있지만.

 

- 아이들이 있으니까.

 

근년들어 둘째가 부쩍 이뻐보인다는 그녀. 아직 어린 아기들이 좋다며.

겨우 초등 1학년일 뿐인데 큰 아이가 하루 하루 학교를 다녀올 때마다 모르는 애가 되어 온다며.

거리감을 느낀다.

그녀는 세상의 질서에 이질감을 느끼며 속하지 못 하였던 것처럼

제 아이에게조차 어려움을 갖는다.

 

- 네게 가면 내가...

 

그녀는 입 밖으로 내지 못 한 채 건너다 본다.

 

- 내게 무엇이 좋을까?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그나마 다시 양평으로 가겠다는 말은 안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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