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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상

예인은 할 수 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선배의 시선끝에 있었고 그 시선이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 뭐야, 저거...산발을 해 가지군... "

예인은 말을 먼저 하고 동공에 들어온 영상을 머리로 옮겼다. 느리게. 생각하기를 하긴 싫었지만 의식 속에서 이미 언어로 형상화되었다.

' 얌전하게 생겼네...'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예인은 이 진 선배의 여친이 그저 수수하고 평범한 여자라는 것이 얼른 이해가 안 갔다. 선배처럼 루즈하거나 아님 대조적으로 화려한 미인이거나 뭐 적어도 몸매라도 잘 빠진...

' 작은 여자구나...이쁘장하니...'

예인은 대학시절 즈음에는 훨씬 더 젊고 예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안미모.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촬영장의 한쪽, 밀어둔 테이블과 의자들 너머로 쌓아둔 카메라와 기자재들 사이에 그녀가 있었다. 무언가에 걸터앉은 듯, 한참 키가 작아 보인다. 배우들을 직접 본다는 것에 흥분했는지 뺨을 살짝 물들인채 가끔 무언가를 적기 위해 노트를 얹은 무릎 위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 볼 때마다 맨 먼저 셋트 안을 보고 연기 중인 배우들이 보이지 않으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중간중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 스탭은 무얼 담당하는 사람일까? 하는 표정으로.

 

 " 취재를 하려면 인터뷰를 하지, 왜 저렇게 앉아만 있대? "

예인이 던지듯 묻자 조감독은 뭐? 누구? 하는 표정으로 멀뚱히 쳐다보더니 곧 알아먹었다는 듯이 이마를 편다.

" 나중에 하겠대요, 며칠은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

" 며칠이나? 왜? "

" 글쎄요. 뭐, 탐색기같은 거겠죠. "

뭔 탐색을 그리 오래 하누? 했더니 이제 이틀째이니 내일은 안 할지도 모르지만. 하면서 조감독은 싱긋 웃는다.

" 누구랑 틀려서 느긋한 성격인가 보더라구요. "

예인은 댓거리할 생각 없다는 듯, 조감독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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