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그녀의 일상

염색을 했지만 금방 자라는지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미 희어지고 있는 뿌리부분을 내보였다. 귀밑을 훔쳐보다가 문득 야릇한 생각에 예인은 혼자 얼굴이 붉어지는 듯 했다. 유난히 길고 가는 목이 쇄골의 끝을 보인 채 라운딩프릴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속 어딘가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 오늘 촬영 왜 접는 거야? 조감독은 일정변동 없을 꺼라구 했는데. "

이윤정은 촬영장으로 들어가며 묻고 있다.

" 조감독에게 물을 껄, 왜 나한테 물어? "

로비의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계단 쪽을 살펴도 보이지 않았던 선배와 그녀의 뒷모습을 생각하면서 예인은 흘려말하고 있었다.

" 아까 너두 봤쟎아. 갑자기 혼자 결정한 것 같지 않았어? 마치 우리가 뭘 잘못 한 것처럼...누가 어쨌다구 갤 그렇게 챙겨 달아나냐구 ! "

예인은 발걸음을 멈추며 이윤정을 돌아봤다.

" 왜 과장하구 그래? 스케쥴 변동이 있으니까 그런거지, 아무리 감독님이 공사구분 않구 그랬을라구. 현장에서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

" 어머머...너 화내니? 감독님 챙기느냐구우? "

말끝에 콧소리를 넣으며 한 발 떨어지는 이윤정은 어쨌든 예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보겠다는 품이다.

 

" 오늘 중지났어요. 오후 씬은 대본이 바뀔 것 같다구. "

조감독은 멀리서 예인을 보자 마자 달려와서 일러준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의 예인은 그래도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준다.

" 대본이 왜? 촬영 중에 바뀌는 게 어딨어. 작업일정 다 잡혀있는데, 우리 하루 제작비가 얼마씩인지 몰라 그래? "

" 감독님은 어차피 제작사 요청으로 인터뷰 일정 빼놓은 거 있으니까 그거로 대치하라던데요. 오늘이나 내일이나 별 차이 없을꺼라구. "

예인은 뒤미처 온 이윤정을 슬쩍 돌아보았다.

" 그거야 뭐 베테랑 작가님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이윤정 작가님. 인터뷰 준비 해 오셨죠? "

" 어머, 진짜 오늘 하라구? 아, 뭐 물론 하면 되지, 준비랄께 뭐 있나..."

" 오늘 배우들, 주연이랑 준주연이랑 다 있는 날이니까 어지간한 내용은 다 수집할 수 있을꺼에요. 말씀 주시면 제가 코디랑 스탭들도 주선할께요. 야외촬영할 때 하는 것보다 여기서 인터뷰하시는 게 훨 편하실꺼구요. "

" 친절한 조감독님, 근데 정작 중요한 감독님 인터뷰는 어케 하나요. 현장 안 들어오신 것 같은데..."

" 대본 땜에 작가님 만나러 가셨어요. 안 들어오실텐데. 글구..."

조감독은 이윤정과 예인을 번갈아 보며 실쭉 웃는다.

" 감독님, 인터뷰 안 하시는 거 알쟎아요. 지난 십년 동안 조그만 사진 하나 나가는 거도 허락 안 하셨어요. "

" 어머, 우리끼리 하는 건데 뭘 그래. 자료수집용인 거 알쟎아. 사진 안 찍어두 돼. 그냥 미팅 한 번이면 된다구! "

" 금방... "

조감독은 예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 감독님이랑 같이 식사하고 오신 거 아네요? "

" 그게 무슨 미팅이야, 인터뷰 미팅, 단독 대담해야 한다구 ! "

마지못한 듯 이윤정을 쳐다보며 조감독, 웃지 않으려 애쓰듯 묘한 표정으로 말한다.

" 이혜정작가님이랑 하고 있다는데요...이윤정작가님이랑은 저보구 하라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