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6/05/29 13:32

40년대에 태어난, 이제는 장년층의 작가들.

그들 3명이 함께 한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지나간 시간을 돌아가보는 계기로 기획되었단다.

 

첫번째 보게 된 작가 [손장섭]은

4.19혁명, 광주항쟁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꽤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 [6월의 춤](1988)인 듯 싶다.

전경의 방패앞에,

그 유명한 사진인 강경대 열사 모습 앞에,

마치 죽은 자의 조상인 양 액자틀에 갇힌 얼굴들앞에,

바닥에 웅크려 얼굴 들지 못하고 있는 민중들 앞에,

한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그의 춤사위 표현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파도가 치듯 밖으로 퍼져나가도록 그려져 무척 인상적.

 

삶의 애환을 담은 듯한 작품들도 있는데

[삶](1986)은 부서진 포장마차와 그걸 바라보는 그늘지고 눈코입없는 얼굴의 사람 모습에서 '삶이란 이리 고된 것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달동네](2006)는

집인지 잿더미인지 쓰레기더미인지 알 수 없는 무더기가

하늘의 구름을 찌르듯 쌓여올려진, 지금도 올려지고 있는 느낌이다.

 

 

역시 90년대 들어서는 자연을 많이 그린 것 같던데

[이천백송](1995)이나 [영주안정 느티나무](2005), [완도정좌리 느티나무](2006) 등의 작품은 작가가 마치 나무의 기운을 느낀 듯. 나무 중심으로부터 자연의 氣가 하늘로 퍼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나뭇잎도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

 

 

[변산기행](1991)은 2/5와 3/5의 재미있는 면 분할을 가지고 있다.

왼쪽엔 깍아지를 듯 절벽 아래 뭔가 해산물 줍는 사람들이,

오른쪽엔 폭포수 아래 아래 거대한 백송 아니면 느티나무가 보인다.

희한하게도 그 아래 철조망 비슷한게 쳐져있어 우리는 '그 곳에 못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T.T

 

 

 



두번째 보게 된 작가 [김경인]은

소나무를 많이 그린 작가라는 데, 현대인의 모습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은둔](1989)의 경우, 침대 위 또와리를 튼 듯 눈감고 누운 모습이 그야말로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자기 침대에 갇힌 현대인의 자화상같다.

 

[절규](198)는 마치 거대한 하얀 세상이 거인의 상반신을 지우고 이제 하반신만 남아있는 상태로 보인다. 거인과 더불어 세상도 흔적이 슬슬 사라질 듯 보이는데, 좀 있으면 사라질 그 곳에 넓게 펼쳐있는 붉은 천은 무슨 의미일지 궁금 O.O?

 

 

[老와少 그리고 주검](1984)은 매트릭스의 관같은 통은 아니지만 칸칸이 쳐진 벽마다에 갇힌 개인들을 보여준다. 그 중 나이들어보이는 자는 무릎에 해골이 얹어져있지만 노인이든 청년이든 느낌이나 자세가 비슷하다. 결국 老와 少는 한끝 차이일 뿐?

 

[공포](1990)는 거대한 진흙무더기가 흘러가는 사이로 빼꼼이 내민 공포에 일그러진 얼굴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서있는 현실 역시 칠흙같은 어둠뿐.

내가 보기엔 오히려 보이는 것-눈앞에 흘러가는 무더기들-이 훨씬 공포가 덜해보인다.

 

소나무의 작가이다보니 다양한 소나무 그림들도 많이 있다.

[순흥 소낭구](2006)의 경우, 자연스러운 하늘색 소나무와 아이보리 하늘을 표현하여 마치 소나무 안에 들어가면 하늘안에 들어온 느낌일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석송령의 지평](1995)은 나무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군데군데 철구조물로 기둥을 세운 모습을 표현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드넓게 퍼져도 불안해보이기보다는 포용력 있어보인다.

 

[소낭구이야기](2003)는 엄청나게 큰 작품이다.

크게 둘로 분할되어 있는데,

왼쪽은 마치 겨울의 일본 신사문 앞의 눈 속 소나무,

오른쪽은 앵무새와 나시티입은 사람, 꽃뱀이 있는 여름의 아이스같은 소나무가 있다.

특히 오른쪽은 껍질 표현이 마치 얼음조각들 같다. 음... 맘에 들어^^

 

세번째 보게 된 작가 [윤석구]는

나무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보이고 있다.

 

작품들 중에서 [Rainbow ***] 시리즈가 많았는데 나무 자체를 소재로 사용한 작품들이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나쁘다.

써있는 바로는 작가가 순수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심정도 어느정도 있긴 한 것 같은데,

Rainbow 시리즈만 봐서는 왠지 자신의 내재된 상태로 자연이 변형되어주길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Rainbow 05-01](2006)은 양쪽 다섯갈래씩 퍼진 나뭇가지가 있고 순이 나올 자리에 오색이 칠해져 있다.

 

[Rainbow 05-02](2005)은 자연스레 퍼지는 나뭇가지 끝에 다양한 색이 칠해져있다.

 

 

포스트에 올린 그림들은 사실 전시 전반의 느낌과 약간 동떨어진 그림들이다.

전반적으로 '나무'가 많은 전시회였다.

자연은 확실히 마음의 안식처인 듯, 전반적으로 그림만 봐도 살짝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계곡은 나름 푸르렀다'..ㅋㅋㅋ

 

40년생이면 이제 60대던가? 노년이라 불리우기엔 좀 젊은 그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고 과거형으로 불리기엔 살짝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확실히 과거의 향기가 나는 것은 맞다.

동일 연대의 작품들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연도를 무시하고 뭉뚱그려봐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 뭔가 진중한 것 같으면서도 무게는 가벼운 느낌이다. 윤석구 작가 빼고...^^

 

한편 60~80년대 그림에 사회상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사람이 사회와 부딪혀 가장 치열하게 살만한 나이를 굳이 꼽자면 20~40대 사이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는 그들의 그 시기가 사회의 격변 그 자체였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림 출처 : 일민미술관( http://www.ilm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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