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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6/03/11 23:16

요시나가 후미의 신작이 나왔다!

(근데 일본에선 후미 요시나가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왜 바꿔부르지?)

기이하게도 배경은 일본 막부시대 한 1700년대쯤 되는 것 같은데

'오오쿠'라는 것도 원래 작가가 굉장히 좋아하는 시대극 제목이란다.

 

다만 내용은 나오는 쇼군이 여자이고,

쇼군이 거느리는 삼천 궁남이 있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




처음엔 곰에, 전염병에 사람들을 왕창왕창 죽이길래

당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시츄에이션인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남자 인구를 여자의 1/4로 확 줄이려는 설정.

 

이 설정이 끝나고나서부터의 세상을 묘사하는데,

읽으면서 내내 "쿡쿡"거리는 폭소 한마당이었다.

 

남자들이 얼마 안남았으니

농사도, 전쟁도 모든 집안밖의 일을 여자가 맡게 되었고,

가업도 여자가 이어받고,

혼인제도는 완전 붕괴되어 돈 있는 여자나 혼인, 없는 여자는 유곽에서 남자를 샀다.

 

그 와중에 막부라는 무가(武家)사회 시스템 역시 남녀 역할 교체. 워낙 관료화되어 있어서 교체가 비교적 용이했댄다. ㅋㅋ

 

워낙 일상 속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착착 달라붙는 구어체 묘사에 능한 작가이고,

인생 역전을 맛보는 상상의 나래가 겹쳐 흥미진진.

 

이를 테면, 들어온 혼담에 버티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장가를 가야지!"라고 외치거나,

혼인이 싫어 차라리 쇼군이 삼천궁남 거느리는 오오쿠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남자에게 여자 소꿉친구가

"좋은 옷을 입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싶은 거?"라고 말하는 등의 장면은

역할이 바뀌었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대화이다.

특히 오오쿠에 들어간 오노부가 검술이 꽤 훌륭하다는 선배를 이겼을 때,

그 선배가 하는 말,

"하! 너 따위보다 이 몸이 훨씬 훨씬 아름답다구!!"라고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외치는 장면에선 삼천명 중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 진하게 느껴졌다.

 

요시나가 후미는 이러한 설정을 코믹으로 점철시키지 않는다.

그 시대는 마치 현실인 양 진지하고,

오오쿠는 아름다운 이들의 꿈같은 이상향이 아니라 쇼군의 애정에 목매야 하는 불신과 긴장의 세계이다.

동료와의 대화에서는 힘겨운 남자로써의 삶을 얼핏 이야기한다.

부모가 시켜 몸 팔았던 이야기, 장가들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자 밥도 않주고 결국 쫓겨난 이야기 등.

 

여자들이 이렇게 왠지 유쾌, 상쾌, 통쾌할 것 같은 인생역전 시대극을 마련해줘도

단지 쇼군에게만 감정이입하지 못하는 것은

매 장면마다 묘사되는 힘겨운 남자들의 삶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요시나가 후미가 바라보는 소소한 삶에 대한 통찰은 매우 놀랍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마지막 장이 끝나면 항상 가슴 한켠에 무언가를 남기는 결코 가볍다 볼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진다.

 

수많은 여아가 태중에서 살해당하고 여자의 수가 심각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보고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 여자들 수가 적으면 상대적으로 대우받으며 살지 않을까?'

그런데 이 만화 보니 꽤 긴장된다.

어차피 일부일처제야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일 뿐인데

그것으로 세상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제도야 변할 것이 자명한 일.

보호한답시고 집안으로, 유곽으로 꼭꼭 숨기고, 권력에 따라붙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건 역시 인간의 삶이 아니다.

노조에 온지 1년 좀 넘는 지금의 교훈, 세상은 쪽수로 승부를~! ㅋㅋ

 

벌써 1권밖에 안되었는데 작가가 어찌나 캐릭터들을 확확 없애는지...

남자들 싸그리 죽인 것도 모자라

검소한 쇼군은 막부에 돈 없다고 오오쿠의 남자들 50명 정도 해고시키고,

꽤 주인공 급일 것 같던 오노부는 벌써 역할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보통 캐릭터 만들면 애착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과감히 없앨 수 있는 것도 바로 작가의 힘?

 

아직 혼인하지 않은 쇼군과 잠자리하는 오오쿠 안의 남자는 죽임을 당하기 때문에

일부러 오오쿠의 남자들을 건드리지 않고 마당 쓸거나 방바닥 닦고 있는 하인 건드리는 쪽으로 우회하는 쇼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

 

 

*참고로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쇼군(将軍, しょうぐん)은

일본의 특수한 최고위권력기관인 막부의 수장을 말한다. 세이타이쇼군(征夷大将軍, せいいたいしょうぐん)의 약자이다. 쇼군은 명목상으로는 천황의 신하로 최고위직 신하에 불과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천황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정치, 행정,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었고, 쇼군직을 세습했기때문에 군주와 같은 위치에 있던 자이다. 당시에는 왕이 두명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나, 실제로는 막부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므로써 천황이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에 일반백성들에게 있어서는 쇼군이 왕대접을 받았고, 천황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백성들도 많았다고 한다.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C%87%BC%EA%B5%B0

 

* 그림출처 : 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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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1 23:16 2006/03/1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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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2/08 22:46

Luna님의 [[초강력추천만화]내 마음속의 자전거] 를 읽다가

문득 '내가 최근에 본 재미있는 만화가 뭐였더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음... 아마도...

[서양골동양과자점]으로 유명한

요시나가 후미의 [플라워 오브 라이프] 1편이었던 것 같다.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건,

다소 불편한 과거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소하지만 이벤트같고 활력이 느껴지는 일상과

이 모든 것을 책이라는 2차원 공간에 담아내는 솜씨좋은 작자의 구성 때문이다.

 

[플라워오브라이프]에도 나를 만화책으로 이끄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백혈병을 앓고 고등학교도 1년도 꿇어들어갔으나 여전히 씩씩한 녀석,

백혈병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동생을 부려먹는 듯 보이나 실은 많이 챙겨주는 누나,

누구에게나 편안함으로 감동을 주지만 뚱뚱해서 약간 스트레스 받는 녀석,

만화 매니아에 남다른 사고방식으로 타인의 이상한 주목(?)을 받는 녀석,

불륜인 주제에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괜찮은 것 같아보이는 교사들...

 

1권밖에 못봤지만 마지막권까지 이어질 느낌을 알고 있다.

아마도 요시나가 후미가 만든 인물들은  

여러 소소한 일들을 겪게 될 거고,

자기중심으로 하던 생각의 폭에 타인이 끼어들게 될 거고,

그로 인해 사람을 보고, 알고, 이해하게 될 것이며,

왠만하면 다들 행복해질 거다.

 

하지만 이 만화는 결코 온정적인 눈길이나 해피엔딩을 위한 장면 연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겪게 될 소소한 일상에는 가슴 아프거나 기분 나쁜 경험들도 많이 포함될테지만,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사회에 대한 인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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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그래도 영어 제목으로 뽑은 한글판이라니, 그건 맘에 안드네.

* 마지마의 고시엔 고분을 둘러싼 엽기적인 사고 체계와 대응방식은 새삼 작자의 섬세한 일상 인식의 폭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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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8 22:46 2004/12/0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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