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6/06/10 13:00

이상한 주다.

연 이틀동안 1년 내내 거의 없던 경조사가 쏟아졌다.

8일엔 친구 아이 돌잔치, 9일엔 노조조합원 부친상 장례식장.

 

9일 - 산 자를 위한 자리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쭌모]]님을 볼 수 있었는데, 언제나 인생이 쿨한 쭌모님은 이런 경조사 자리가 별로란다.

(밝혀도 괜찮은 거죠?^^;;; 미리 자진 신고(-.-)/ )

 

듣고 보니 나도 실은 경조사같은 행사를 별로 않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서 "가자!"라고 말을 들을 때 흥쾌히 발이 떨어진 적이 참 드물다. 주변엔 신심으로 경조사를 챙기는 사람들이 꼭! 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의 에너지에 이끌려(말려들어?^^) 그 자리에 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뻔한 얘기를 하자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데, 그냥 잘 살고 잘 죽으면 좋은 것 아닌가 싶다. 아마도 나에겐 그닥 친하지도 얼굴도 못봤었던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하거나 기뻐해줄 여력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이 자리가 (전적으로 나에게) 좋았던 점이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쭌모님을 만난 것일테고,

두번째는 조합원의 눈물.

이미 펑펑 울어버린 조합원의 퉁퉁 부운 눈을 마주치면서 손을 부여잡으니,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쏟아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울고 싶은 걸 꾹꾹 눌러 참는다.

'운다'

얼마나 오래전에 겪었던 경험인지? 

진심어린 그녀의 슬픔에 어느새 동화가 되어버린다.

물론 얼굴 한번 못본 조합원 아버님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자리도 곧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와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날 흩뿌려진 엄마의 눈물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많은 우리 부모님의 인간 관계 확인과 그간 뿌린 돈을 추수하는 마음이 식의 대미를 장식했었다.

 

나 역시 이번 장례식을 그렇게 이용했다.

오랜만에 본 쭌모님과 조합원을 반가워하면서...

 

이거 완전히 산 자들의 심신 회복 택 같다.



8일 - 어른을 위한 자리

 

7일날 저녁에 친구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왠지 목소리가 영 시원찮다.

'사는 게 힘들다'느니 하며 한숨 나올 듯, 그러나 나긋나긋하게 말을 건넨다.

워낙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이라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왠지 만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내일은 시간 어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내일이 바로 아이 돌잔치 있는 날이란다.^^;;

이것저것, 이 사람 저 사람 챙기다가 바로 전날 저녁 11시도 넘은 시간에

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친구, 왠만해선 그 시간에 남의 집에 전화 걸 성정이 아닌데다

전화로 어찌나 미안해하던지...

오랜 기간 전화를 못 건 내가 더 미안해지면서 여전히 수비범위 안에 끼워넣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친구 아이 태어난지 일주일때인가 한번 봤으니까 거의 1년만에 얼굴 보는 거다.

솔직히 그 녀석 아들은 관심 밖이다. 이름도 모르겠다...-_-;;;

 

 

 

준비하는 자에겐 가는 자를 위한, 내 아이를 위한 누구나 하는 최선의 방식이겠지만

솔직히 요즘 경조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쁘고 슬프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

완전 목표 위반이다.

그래도 안 하면 이상한 기분마저 들게 되어버렸다. 뭔가 그닥 말끔하지 않은 끈으로 얼기설기 엮인 기분이다.

 

산 사람들이, 어른들이 잘 못 살아서 그런거 아닐까?

잘 못 사니까 맨날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죽은 자를 위한 자리, 어린이를 위한 자리를 자꾸 침범하고

산 자스럽게 어른스럽게 탈바꿈시켜버리지.

 

잘 살자.

경조사 때마다 너와 내가 친구였음을 확인한다는 게 좀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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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0 13:00 2006/06/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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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이하바 2006/06/12 1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토요일 고향에 가느라 친구 신혼 집들이에 못갔지!
    그렇다고 평소에 잘해주지도 못하고 항상 마음만 앞서 왔던 친구인데. 음, 사람 챙기고 사는게 쉽지는 않아서 문제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그들을 챙기는 것이 즐거우냐 아닐까? 즐겁게 사람을 챙긴다~~~ 정말 가슴 떨리는 아름다움 아닐까? ^^;

  2. jineeya 2006/06/13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이하바/뭔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조인데, 사람에게 안맞는 것 같아. 이 사회구조 언제나 불편해. 정말 사람에게 집중할 걸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