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4/08/02 23:14

( * 이 글을 읽기 전에 이야기동양신화-천지개벽 이전의 시대(http://blog.jinbo.net/jineeya/?pid=54) 를 읽으면 좋을 듯 싶어요.)
   

태고의 신인 혼돈은 그렇게 죽어갔지만
여전히 하늘과 땅은 구분이 없고 만물이 뒤엉켜있는 '혼돈'과 같은 기운이 계속되었다.

이 기운은 점점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였으며, 얼마 안 있어 작은 덩어리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곧 거대한 거인의 모습이 되었다.
거인을 '반고'라 불리웠는데, 소용돌이 속에서 약 1만년 가까이 단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다시 8천년이 지난 어느날, 드디어 반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 그림출처 : 이야기 동양신화에서... 원래는 [천지인귀신도감]에서...)

 

반고가 깨어나자 소용돌이는 심하게 요동치다가 이윽고 두개의 소용돌이로 다시 뭉치기 시작하였다.
뱀 모양으로 반고를 감싸고 있던 소용돌이들은 반고가 우렁찬 소리로 밀어내자, 각각 위와 아래로 갈라져 하늘과 땅이 되었다.

새로 생겨난 하늘은 매일 1장(丈 : 약 3미터)씩 높아져갔고, 땅은 매일 1장의 두께만큼 두꺼워져갔다.
반고 역시 매일 1장만큼 키가 커졌다.

 

다시 1만 8천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하늘과 땅은 이미 9만리나 떨어져있었다.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발로는 대지를 딛고 서있던 반고는 어느덧 나이를 먹자 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반고는 땅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반고가 죽자,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으며, 목소리는 우레가 되고, 왼쪽 눈은 해가, 오른쪽 눈은 달이, 손과 발은 산, 피는 강물, 힘줄은 길, 살은 논과 밭이 되었다.
그리고 머리털과 수염은 별이, 몸에 난 털은 초목이, 이와 뼈는 쇠붙이와 돌이, 골수는 보석이, 땀은 비와 호수가 되어 땅을 적셨다.


 

蛇足 보기--------------------------------------------------------------
* 천지창조시기쯤 되면 신화마다 거인이 잘 등장하는데, 이들은 곳 천지를 이루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바빌로니아 신화에서는 모든 신의 어머니 거인 티아마트가, 인도신화에서는 거인 푸루샤가, 게르만 신화에서는 거인 위미르가 각각 다른 신들에게 죽임을 당한 후 자연이 탄생하기 시작했단다.
반고가 다른 거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역시 자연사였던 점이라고나할까?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모두 같아보이던 때라면, 발생하는 모든 것 역시 자연적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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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23:14 2004/08/0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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