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부부. 서로가 서로에게 삶과 예술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사람들.
각별한 주문이었을까? 아니면 큐레이터의 마술일까?
각 쌍들은 예술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도
유독 비슷한 분야에서 함께 활동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원성원+이배경의 10년지기 개와 고양이
사진이 너무 작아 아쉬운데,
아래 그림들은 이배경의 [100개의 꿈 드로잉]이라는 작품으로,
100개의 -주로 다양한 사람 군상의- 스케치가 들어있다.
이 그림을 가지고 원성원은 [IT answers us]라는 상호작용적 영상 설치 작품을 만들었는데,
관람객이 정신을 집중하고 콩을 상자안에 던지면 앞의 스크린에 100개의 드로잉들이 마구 움직이다가 점괘를 내준다.
마치 타로카드를 볼 때 자신의 정신을 집중하여,
실상 타로점을 누군가 봐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게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내 점괘는 '서로 화합하다'래네..ㅋㅋ
역시 상호작용적 작품이 정말 재미있다.
강미선+문봉선의 동상이몽
이 커플은 한지에 먹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전시된 작품만으로 본다면
강미선 - 작은 작품 - 채색
문봉선 - 큰 작품 - 무채색
같이 분류할 수 있으려나?
문봉선의 [관조]는 무채색의 수묵이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햇빛이 강물에 닿는 반짝거림으로 눈을 잠시 감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과 더불어 [임진강]이라는 722cm 길이의 수묵화가 걸려있는데,
첩첩산중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진정 임진강이라면 그 시간대를 물어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정+신치현의 무한 이중주
이 두사람의 작품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김민정의 [숨쉬는 벽]은
마치 거울이 공간을 두배로 만들어주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듯,
벽에 영상을 통해 벽 뒤의 공간을 창조하였다.
그런데 비단 공간을 창조하는 데서 멈춘 것뿐만 아니라 점점 더 커졌다가 한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거대한 숨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래 작품은 실제 각진 벽 모서리에 비추던 [모서리]라는 설치 영상작품으로,
[숨쉬는 벽]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창조와 능동적 변조가 독특한 작품이다.
한편 신치현의 작품은 기존의 입체조형물을 컴퓨터로 스캐닝한 후 아크릴 판을 마치 픽셀을 상징하듯 사각으로 잘라 3D로 재창조한다.
이소영+김건주의 we are sailing
이 둘의 공통점은 꽤나 현대적 소재로 만든 조형물이다.
전시된 작품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빨간 선반과 그안의 일기 같은 기록들이었다.
그냥 멍하니 보고있자니
마치 보내고 싶었으나 보내지 못했던 글과,
우체통 역할을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빨간 선반의
암울한 기운이 그대로 몸 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박소영+김지원의 still life 시리즈 중에
김지원의 다양한 회화와 사진이 어우러진 작품군을 봤는데,
그 중 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2장 있었다.
하나는 88년도 청첩장에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찍은 데 각자 팔짱 끼고 벽에 기대어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
그때나 최근이나 부부는 왠지 닮았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모습이 더욱 편안하고 넉넉해보인다.
최근 사진은 뭔가 프로페셔널해졌으나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없을 정도로 무장된 것 같은 표정이다.
마치 인간이 가진 관용과 즐거움을 더욱 풍부히하는 영원한 '유머'를 잊고
돌아가는 정세를 읽고 항상 날카로움을 지닌 상황에서 나오는 '위트'를 선택한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술 세계는, 그들이 걸어온 세월의 예술은
한 시대를 잠시 풍미한 언어적 유희가 아닌
인간적이고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위트가 아닌 유머같은 것이길 빈다.
* 사진출처 : 금호미술관(http://www.kumho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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