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세상에 쓴 글
MS제국의 철옹성, 마침내 균열
[기자의 눈] 유럽 반독점 분쟁에서 MS의 굴복이 시사하는 바
한국에서 컴퓨터를 사게 되면 대개 기본으로 깔리는 소프트웨어들이 정해져있다. 당신이 컴퓨터에 관한한 대한민국 1%쯤 되는 매니아가 아니라면, 윈도우즈 비스타(Windows Vista) 나 윈도우즈 엑스피(Windows XP)라는 운영체제에 윈도우즈 익스플로러(Explorer)와 미디어플레이어(Media Player)가 세쌍둥이마냥 컴퓨터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라는 하나의 기업이 PC 운영체제 시장의 99%이상을 장악함으로써 민중이 인터넷과 영상을 볼 도구 선택의 권리까지 침해해가는 동안, 거대 독점 세력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가 선택한 무관심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지난 22일 유럽연합(Europe Union, EU)은 MS사가 시장 지배를 통해 경쟁을 제한한 점에 대해 시인하고 EU가 2004년 제시한 독점금지 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사건은 1998년 MS의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MicroSystems, Sun)사가 MS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 미공개와 윈도우즈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팔기로 인한 경쟁 방해에 대해 EU에 제소하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EU과 MS사의 반독점 분쟁은 9년을 끌어온 끝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명령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MS가 윈도우즈 소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타사의 윈도우즈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을 제한했던 관행을 깨고 저렴한 가격의 수수료만으로 별도의 특허권 확보 없이 소스 정보에 대한 접근과 사용을 제공하도록 한 점이다. 또한 타사가 M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지불했던 특허비용을 매출의 5.95%에서 0.4%로 크게 낮추었다.
더불어 MS사는 비상업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비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누구나 복제, 재배포할 권리를 인정할 계획이다.
사실 Sun사가 처음 끼워팔기 규제를 제기했을 당시에는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 MS의 독점력을 약화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내용을 보면 MS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제재와 개입을 가하는 수준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후 EU가 조사 중인 구글이나 인텔, 아도비같은 거대 정보기술업체에 대해서도 반독점 정책 적용과 기업들의 보다 수평적 자율 경쟁체제 구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자본의 독점은 곧 가격 결정권을 자본에게 이양함으로써 파생되는 민생 경제의 종속화를 의미하며, 더불어 특정 기술들이 생활화되면서 우리의 삶에 침투하여 삶의 습관과 문화를 변경, 왜곡시키는 중독현상과 직결된다. 그들이 제공하는 미디어플레이어로 영상과 음악을 듣는 사이 MS사가 제공하는 화면을 소비하게 되고, 익스플로러의 모양새에 익숙해지면서 MS가 추가하는 버튼의 의도나 가져가는 나의 개인정보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EU에 비해 훨씬 타협적인 미국조차도 윈도우즈의 폭압적 시장 점유율에 대해 몇몇 주 정부의 검찰총장들이 나서서 MS 감시기간 연장을 주장하며 공익 차원에서 심대한 문제라고 개탄하고 있다. 반독점 정책을 뿌리내려 민중의 권리를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FTA를 통한 지적재산권 강화와 이로 인한 독점 강화의 앞길을 터주고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에 경찰병력을 지원하는 우리 사회의 무능한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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