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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9/22 01:23

아시는 분은 아실 지 모르겠으나, 나는 전혀 모르던 사실.

글쎄 아시는 분은 아실 만한 움베르토 에코가 동화를 3편이나 썼단다.

동화책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에는 움베르토 에코가 쓴 '폭탄과 장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뉴 행성의 난쟁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폭탄과 장군]

 

첫장을 폈다.

"옛날에 아토모라는 원자가 있었습니다."

네? 원자라고요?

'원자라니? ATOM 말이냐?'

 

2장을 넘겼다.

"...원자가 모이면 분자가 되고,...엄마도 원자로 만들어졌고..."

아뿔사~ 그 '원자'가 맞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그 장에서 느끼거나 알거나 생각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이를 테면 원자가 모든 물질의 근원인 거,

아토모라는 원자가 속해 있는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될지,

권력자와 자본가가 만나면 어떤 음모를 꾸미는 지,

폭탄이 없는 게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깨달음,

막판에 권선징악까지^^;;

(물론 이렇게까지 어렵게 쓰건 아닙니다요)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이 동화는 미국, 러시아, 중국인들이 서로 우주인을 화성으로 보내면서 의사소통 부재, 서로간 불신을 겪다가, 고독감과 '마마'라는 단어의 공유를 통해 이해를 확보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들이 만난 화성인은 공격적 외모로 인해 처음엔 불신을 가졌으나, 마찬가지로 소소한 행동으로 인해 서로간의 이해가 가능해진다.

 

나름대로 독특하게 본 내용은 지구인이 우주로 우주인을 보낸 이유.

우주인들은 매우매우 위험했지만 행성을 여행하고 별을 정복하고 싶어했다.

why?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지구가 좁아졌기 때문.^^

꿈과 희망과 호기심에 가득찬 기존의 우주 여행 동화와 마구마구 비교되는 대목이다.

 

 

[뉴 행성의 난쟁이들]

 

제일 재미있게 본 동화인데, 환경문제, 권력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동화를 보니 움베르토 에코는 '오래된 미래'를 꿈꾸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구의 한 힘있는 황제가 신대륙 발견을 꿈꾼다. 하지만 지구엔 더이상 신대륙이 없다.

그래서 우주로 신하를 내보내봤다.

그러다가 '뉴'라는 행성을 발견하고 문명을 전해주려 한다.

하지만 뉴 행성의 거주인 난쟁이들은 초대형 망원경으로 지구를 봤으나 영~ 탐탁치 않다.

매연으로 아예 안보이고, 빠르게 가려고 차를 개발했다면서 도로가 꽝꽝 막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래서 오히려 뉴 행성의 난쟁이들이 제안한다. '우리가 지구를 발견한 걸로 하자'고...

 

이 동화는 첫줄부터 재치가 넘친다.

"옛날에 힘 있는 황제가 지구에 살았습니다.

혹시 지금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의 (-.-)/

 

 

[다 보고나니]

 

움베르토 에코의 동화책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나 그 사실의 함의를 기반으로 깔고 그 위에 자신의 가치관을 창작의 내용에 섞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원자가 뭔지를 설명할 때나 미국, 러시아, 중국 우주인 등등은 그의 현실 기반적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한편 권력자와 자본가가 모여 폭탄 투하 계획을 짜거나 지구인의 우주 진출 계획에 숨겨진 야망, 인간 문명의 모순 등은 벌어진 현상에 대한 가치 해석을 동반하고 있다.

 

이 동화책은 이러한 모양새 하나 하나를 살펴나가면서

소소한 표현에 섞인 의미가 주는 잔 재미와 씁쓸함을 독해해나가는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인지 난 3편 모두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나(我)나 움베르토 에코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

아이들은 냉정하다.

초등학생 2명의 자식을 가진 한 엄마가 애한테 이 책 사줬더니, 좀 보다가 재미없다고 던졌단다.^^

 

사실 뜻 맞는 어른끼리 공유하는 동화책과 아동,어른이 공히 나눌 수 있는 동화책은 백지 한장 차이조차 안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어떻든 세상은 가끔 공평하다지 않던가?

움베르토 에코에게 존 버닝햄이나 앤서니 브라운을 기대하면 안되쥐.

하지만 확실히 새로운 동화글의 모습을 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만족.

 

[사족1]

내가 출판사였다면 3권 엮어서 내지 않았다, 다 따로따로 냈지.

보육노동자 입장에 초점을 맞춰서 볼때,

대략 책 구독 대상이 유아 ~ 초등학생이라 치고

책 내용이 위와 같으면 어른과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둘 것 같다.

 

3권 엮고 크기를 작게(지금 나온 모양새가 이렇다) 하면,

보육시설에선 사용하기 힘드니까 보호자들의 개별 구매방식으로 가게 되고, 아동의 흥미에 따라 개별 아동으로 구매된다. 그러면 첫눈의 호감에 엄청난 신경을 쓰는 반면, 보호자가 이 동화책의 의미를 이해하고 아동과 적절한 상호작용을 모색할 지 여부를 확신할 순 없게 된다.

 

하지만 낱개로 만들고 책 크기를 키우면 시설의 교사가 선택하는 영역 범위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책은 일단 크고 튼튼해야 어린이집 교사가 눈길 준다.), 이는 해당 교사의 책에 대한 이해를 담보하는 동시에 아동과의 적절한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앗, 근데 이렇게 하면 초딩에겐 접근성 떨어지는 건가? 모르겠당.)

 

사실 존 버닝햄이나 앤서니 브라운 책은 유명하지만, 그 '유명하다, 훌륭하다'라는 평가 안에는 교사의 선택과 아동과의 상호작용이 큰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사족2]

근데 삽화, 죽인다.

에우제니오 카르미라는 사람이 그렸다는데, 정말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상징적 표현으로 내용 이해를 배가시키는 그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주의~!

아동의 시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말했죠? 냉정하다고..ㅋㅋ

 

* 사진출처 : 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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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2 01:23 2005/09/2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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