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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검진 시작 한달

   8월1일자로 과장이 되었고, 8월 말부터 하반기 특수건강진단을 시작했고, 지난 한 달 반은 오전엔 검진의사, 오후엔 행정과장처럼 살았다.   여기에 몇가지를 적어두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둔다.

 

 1.   50인 규모의 과자 회사에 다녀왔다.  새로온 작업자가 많았다.  몇년전에 외상과염이 있어 작업전환을 했던 얼굴이 동그란 중년 여성노동자도 그만두었나 보다.  그 날은 너무 피곤해서 입을 꿈쩍도 하기 싫은 날이었는데 마지막 수검자덕분에 웃었다.  들어오면서 부터 활짝 웃더니 작년에 순환기 증상이 있어 본원 순환기 내과 진료의뢰를 했는데, 거기서 심장병을 진단받고 투약을 하게 된 뒤로 증상도 없고 아주 좋다고 고맙다고 했다.  검진을 하다보면 진료의뢰를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될 때가 있다. 바쁜 검진시간에 진료의뢰서를 쓰는 게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하는 증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도 좀 된다. 그래서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삶의 질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증상이 아니면 잘 안 쓴다.  그날 웃는 얼굴을 보면서  '적절한 진료의뢰'에 게을러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

   

2. 외진 곳에 있는 제약회사에 다녀왔다.  작년에 포장부서에서 여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종이먼지에 의한 기침을 호소하여 산업위생팀에 작업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권고하라고 했었는데, 올해 들어보니 달라진 것이 없다.  좀 화가 나서 검진끝나고  내가 직접 작업장에 가서 확인하려고 했는데 사업장 담당자가 다음에 하라 해서 이 사업장의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하고 다음 방문에 작업장을 돌아보시면 좋겠다 했다. 내년 검진때 똑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  작년과 달리 직무스트레스를 심하게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어 자세히 알아보니 근무제도가 좀 바뀌었다. 장비유비보수하는 부서의 일부 직원은 퇴근후 콜을 받아야 하는데 일주일내내 당번이더라.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때문에, 한번 콜을 받으면 새벽까지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혈압이 자꾸 자꾸 올라가는 젊은이들. 그 부서의 책임자에 대하여 문진을 할 때 이 상황에 대해서 의논을 했더니, 근무시간에 대해서 다시 확인해보겠다 했다.

 

3. 다른 대학병원에 특검을 하러갔다.  그 병원엔 산업의학과가 없어서 우리 한테 의뢰한 것이다.  부러웠다.  노동조합의 활발하게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서서 일하는 작업자 전원에게 하지 정맥류 예방을 위한 스타킹이 지급되있었다.  전임보건관리자인 간호사도 무척 열심이다. 그는 산업의학과가 있는 우리 병원을 부러워했고 나는 노동조합이 작업장을 개선할 수 있는 그 병원이 부러웠다.  화학물질 취급자 중 후각기능장해가 있는 사람이 최대 중환(?)이었다.

 

4. 어쩌다 사업장 주치의를 떠맡게 된 사업장에 다녀왔다.  사내하청 포함해서 1700명 정도가 일하는 곳이다.  오가는데만 6시간 걸린다.  어쩔 수 없어서 딱 10개월만 한 달에 한 번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달은 두번째 방문이었다. 사업장 간호사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  노동조합도 산업보건에 관심이 많다고는 하는데 노안부장이 바쁘다하여 아직 면담은 못했다.  작업장을 순회점검을 하면서 교대근무형태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교대근무형태를  노동자에게 최적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전에 카렌이 멋지게 해결한 사례를 듣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교대근무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원하는대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한꺼번에 많이 일하고 한꺼번에 노는 스케쥴을, 나이든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일하는 스케줄을 선택했고 만족도가 높았다 한다.  이 사엄장은 연령뿐 아니라 부서별 활동량의 차이, 입사년도별 출퇴근 거리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다.  여기 다녀와서 몸살이 나서 검진을 이틀 쉬고 전공의한테 맡겨야 했다.  흑

 

5.  120명정도 규모의 전자제품 부품 생산업체 검진을 다녀왔다.  수검자들로부터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나타날 수 없는 형태의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관리한 지 오래된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 노출실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이 안된 곳이다. 그 이유는 내가 몇년 전 검진을 했을 때 보다 지식과 경험이 늘어서 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산업보건에서도 적용이 된다.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보고도 무엇을 보았는지 모른채 넘어가게 될지니....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찌어다.

 

6. 우리 과 조직개편을 했다.  과장이 되기 전부터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 건데, 구성원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과 의논을 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못벌고 인력과잉인 파트는 인원을 줄이고 돈을 잘 벌고 인력부족인  파트는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이  개편이 목적하는 것은 양질의 산업보건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수익구조를 창출하여 외부의 압력을 덜 받고 산업보건사업을 열심히 하자는 데 있다.   

 

바쁘다보니 뭔가를 적을 짬도 없다.  그래도 적는 이유는 해결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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