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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좀 가져주었으면

뻐꾸기님의 [진짜 노동자] 에 관련된 글.

  아침에 일반 검진을 하러갔는데 협력업체 직원은 싹 빼고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출장검진팀장한테 물어보니 몰랐다고 하고 담당 간호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협력업체가 단독으로 출장검진을 하기는 어렵고 그런 걸 챙길만한 인력도 없을 텐데 신경 좀 쓰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 회의때마다  협력업체도 같이 챙겨서 작업환경측정하고 검진계획 잡으라고 일렀건만, 허탈하다.


 대체로 여자들은 운동부족 말고는 건전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뇌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설계된 일반검진에서 별로 할 이야기는 없다. 이따금씩 부인과 문제를 상의하기는 하는데 출장검진 특성상 부인과 진찰이 어려우니 정보제공 정도가 나의 역할이다. 전에 다른 사업장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시도했었는데 어수선한 환경에서 그렇게 심각한 검사를 받는 것이 수검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중단했었다. 자궁암 검사 받고 싶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어 일반검진에서 올해까지 자궁암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병원으로 직접 오시라고 알려주었다.

 

 두 명이 많이 아팠다. 조리부서에서 일하는 50대 여성은 어깨의 근막통 증후군이 심했고 안내소에서 서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족저근막염 증상을 호소했다. 작업관리와 치료원칙을 설명했고 검진후에 안내소에 가보니 고객이 없을 때는 앉아서 잠깐씩 쉴 수 있는 환경이어서 사측에는 스탠딩체어를 지급해주도록 권고했다. 본인에게 앉아서 일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뒨다. 20세기 초반부터 서비스 직에 의자를 지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는 나라(프랑스)도 있다. 여러 사람이 상상하면 가능하지 않겠냐 했더니 웃는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중에서 화장실 청소 혼자 하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을 것이라던 미화원 아주머니는 여전하셨다. 전에는 너무 아파서 시동생까지 불러다 청소를 도와달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심하게 아픈 건 아니라고 했다. 노조위원장한테 앞으로 우리 업무 일지도 좀 읽어보라고 이야기 하면서 화장실 인력 배치의 적정성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했으니 뭔가 달라지려나?

 

 두 달전에 시모가 대장암 수술 받은 뒤 인공항문을 돌보는 일을 맡게된 아주머니는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우울증 생겼다고 하소연 한다. 이분은 남편도 같이 근무하는데 자식들은 징그럽다고 안 하면서 자기더러 하라고 한다고 맨날 싸우는데 결국 자기만 하고 있다고 일렀다. 간호사에게 보냈다. 가정간호사 제도를 소개해주든지 뭔가 하소연을 더 들어주라는 뜻으로. 나중에 들어보니 그 남편이 우리 간호사에게 그건 우리 마누라가 잘 하고 있다고 하더란다. 자기 모친의 병간호를 부인한테 맡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

 

 최근에 모친이 위암으로 돌아가신 50대 아주머니에게 암검진 안내를 했다. 직장에 다니는 40대 이상 노동자는 2년에 한 번 암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대상은 사업장으로 통보가 된다. 그런데 당사자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간호사에게 안내해주라고 했더니 사업장 보건담당자에게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귀찮은 일을 사업장 보건담당자가 하도록 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라고 잔소리 한마디.

 

 끝나고 사업장 보건담당자에게 두 명의 근골격계 환자관리(의자지급 포함), 휴게실에 자가물리치료기 비치, 다음해부턴 협력업체도 같이 검진하도록 해달라는 배려 등 당부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진지하고 상냥하게 "사장님께 건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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