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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정비회사 특검

  작년에 난리가 났었던 곳이다. 

유기 화합물이 노출기준의 두세 배 이상으로 초과했고 소음도 100데시벨 가량.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 판정까지 났다.  노과장이 산업위생사들과 여러 번 방문하여 경영진한테 상황을 브리핑하고 대책을 촉구한 곳이다. 이 곳은 민주노총 소속 작업장이다. 노사 모두 합리적인 편.  그래서 유해하긴 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은 곳이다.



   주로 사용하는 유기화합물은 MEK.

문제는 노출평가이다. 200ppm 노출기준에 290ppm까지 측정되기도 하지만 60ppm정도로 나올 때도 있다. 작업내용이 개인별로 시간대별로 불규칙하기 때문에 노출량 추정이 어렵다. 작년에 노출기준을 초과했으니 요중 MEK및 2,5 HD를 검사하도록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검진팀장이 괴로운 표정으로 뭐라고 뭐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법정 비급여 수가가 2만 5천원인가 하는데 외부 분석기관에 수탁을 주려고 알아보니 13만원을 달라고 한단다. 게다가 병원 수가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검사의뢰자체가 불가능하다.

 

  작년 하반기에도 내가 오더를 낸 독성물질 검사들이 이런 이유로 집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한 가격에 분석해줄만한 기관을 수배해 보기도 했고 의과대학 공동장비인 LC Mass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답보상태이다. 우리 과에는 GC mass가 없다. 이건 고가장비이나 법정 필수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서 사 주지 않는다. 도대체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병원행정도 문제이지만  특검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해놓고 분석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노동부도 무책임하다. 최소한 도 단위에 하나씩은 거점 분석기관을 마련하고 법정 수가대로 분석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제 업무회의에서 우리 과에서 직원을 훈련시켜 의과대학 공동장비를 활용해서 분석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검진팀장도 환경보건팀장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검진팀에서는 분기당 며칠씩 인력을 제공해야하고 환경보건팀장은 인력훈련과 정도관리 업무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두 팀장의 표정에서 그걸 꼭 해야 하나하는 질문을 읽은 게 나의 오독이길 빈다.

 

  참 보기 드문 일들이 많은 날이었다.

 

   1. 유기화합물에 노출되는 수검자의 대다수가 두통, 어지러움, 기억력, 집중력 저하를 호소했고 신경행동기능검사를 여러 건 실시했다.

   2. 분진노출자 가운데 기침, 가래, 숨가쁨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서 폐기능 검사도 여러 건 냈다.

   3. 유리섬유에 의한 피부염이 반복발생하는 작업자 2명 발생공정에 대한 집진시설 점검 의뢰  (유리섬유노출은 우리 산업위생파트에서 평가를 누락시켰음). 

   4. 업무관련성이 높은 왼쪽 제 3지 방아쇠수지 환자의 의뢰와 산재요양 권고, 

   5. 부정맥 환자에 대한 순환기 내과 진료 의뢰와 고농도 유기화합물 노출과의 관련성 평가계획수립 등등

 

 이럴땐 산업의학전문의로서 보람을 느껴야 하는지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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