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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평가 실습 보고서 채점 소감

뻐꾸기님의 [4학년 업무관련성 평가 실습] 에 관련된 글. 
 

  오늘 학생들이 제출한 작업장 평가 실습 보고서 채점을 끝냈다. 한 공정을 30분 정도 관찰하고 주어진 점검표를 활용해서 문제점을 확인하고 작업자와 면담을 하여 그 공정의 문제목록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로부터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일단 회사 섭외가 되어야 하는데 작업장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회사는 학생들이 가서 배울 점이 별로 없고 교과서에 나오는 유해인자가 창궐하는 곳은 작업장을 보여주기를 꺼린다.

 

  결국 우리 과에서 해 준 것이 많은 곳의 회사측 담당자에게 호소하여 섭외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공문을 보내고 최종 결재를 받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과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작년에는 다들 난색을 표해서 멀리 예산까지 갔었는데 올해는 다행히도 3/4의 섭외 성공률을 보였다. 그리고 예방의학교실 조교도 사측과 여러 번 연락을 하고 버스대절도 해야 하는 수고를 해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써서 만들어내는 실습공간이니 만큼 학생들이 많이 배우고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습보고서를 읽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를 하고 점수를 내는 게 미안할 정도로.  점검표만 작성하고 그나마 부실한 사람은 C를 주었다. 점검표를 착실하게 작성하고 문제목록과 대안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B를 주었다. 작업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해서 깊이 있는 관찰을 했거나 문제와 대안에 대해서 자료를 찾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사람,  청소, 조리, 경비 등 공장내의 소수자들에 대하여 조사하고 발표한 사람들에게 A를 주었다.

 

  삼분의 일 정도의 학생들은 보고서 말미에 소감을 적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공장 견학의 기회가 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습시간이 짧아서 아쉬었다,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이 실습이 시작된 지 4년이 되었다. 첫해는 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데 촛점을 맞추었더니 감상문 같은 보고서를 제출하더라. 그래서 그 다음해에는 예비의사들이 현장의 유해인자에 대해서 평가하고 건강문제와 연관시킬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함양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더니 '사람'은 없고 유해인자와 건강문제만 있는 보고서를 받기도 했다. 올해는 그 중간 쯤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실습시간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우리도 50명씩 데리고 나가는 게 무리하여 선택실습으로 전환하여 원하는 학생들한테 밀도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 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관심있는 소수보다 모든 예비의사들이 한번쯤 작업장에 가 보고 직업환경과 건강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학생들의 보고서는 우리 과 직원들이 업무하는데 참고자료로 쓰일 것이다. 학생들의 보고서에는 우리가 한달에 2시간 정도 체류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들이 담겨있고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작업자들의 의견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산업보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실습이 이루어지도록 애써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작년 실습은 어땠나고요?  뻐꾸기 [공장에 간 예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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