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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간 예비의사들

  우리 과는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산업의학이란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이론강의도 좀 하고 실제 작업현장에 가서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인자를 파악하는 실습을 한다. 사업장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섭외를 먼저 해야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어려웠다. 그래서 머얼리 있는 곳까지 가야했다.



   가는길, 버스 안에서 전공의가 학생들한테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떠들지 말고 작업자들한테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이 사람은 '닥터 켄터키'인데 본인은 '충남게바라' 라고 불리우기를 바라는 것 같다. 전자는 그의 외모가 켄터키 치킨 할아버지를 빼닮아서 붙인 것이고 후자는 게바라처럼 천식끼가 있는데도 담배를 꾸준히 피우는 용감한 면모를 부각시킨 것이다. 하여간 이 사람도 이젠 하산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내년에 전문의 시험을 봄), 강의를 참 잘했다. 짝짝짝.

 

 

 학생들이 작업자에게 작업내용과 관련 증상 등등을 묻고 있다. 나중에 토의시간에 한 학생은  이 일이 그냥 보기에는 쉬운 작업같았는데 막상 가까이 가보니 200도가 넘는 제품의 열기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자기보다 어린 청년이 12시간 맞교대를 한다는 것을 알고 정신건강을 염려하기도 했다.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학생들은 못 올라가게 한 공정. 바닥이 먼지로 덮혀 미끌미끌하여 나도 넘어질까 조심조심. 이 작업은 원자재인 각종 분말가루가 휘날리는 데 집진시설이 없는 게 큰 문제이고 원료를 투입할 때 중량물 반복 취급으로 인한 허리부담이 크다.


 

지게차 작업자 인터뷰. 이 인터뷰결과 학생들은 물건이 나가는 시간대에 3시간동안 집중해서  오른쪽 어깨로 핸들을 돌리기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는 것과 큰 차에 들어갔다가 후진할 때 경사가 있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지게차 작업자와 인터뷰하는 게 못 마땅한 아저씨가(왼쪽 아래). '이거 하면 항생제 한 알 줄거 세알 주남? ' 이 인터뷰가 빨리 끝나야 아저씨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 그 옆의 총각은 갓 학교를 졸업한 신입사원인데 학생들의 나이를 묻더니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고 실험동물처럼 보는 것 같아 기분나쁘다고 했다. 사실 학생들이 입던대로 입고 가면  오히려 같은 또래의 작업자들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가운을 입도록 결정한 것인데......

 

 그 외에 포장작업, 주방 작업 등의 건강 유해요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인터뷰를 했고 토의시간에 발표를 했다. 이 실습의 목표는 노동과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다. 예비의사들이 실제 진료를 하게 될 때 직업을 물어보고 진단및 치료의 과정에 적절한 권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직업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직업이 질병의 원인일 수 있고, 둘째는 직업이 그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고, 세째는 질병의 외부효과(감염성질환이나 공공의 안전을 담당하는 작업자의 건강문제의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네째는 직업을 알면 환자한테 눈높이에 맞추어서 설명을 잘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의시간에 들어보니 학생들은 각 작업의 유해인자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 경험이 예비의사들이 반이상이 직업인인 환자들을 이해해는 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족> 돌아오는 길, 전공의, 담당간호사, 나 이렇게 셋은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 사업장에 답례품(시계) 대신 계란과 수박을 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한 노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라면에 계란이 없으면 얼마나 화나는 줄 아냐?" . 이 사업장은 오후 4시에 간식(사실상 저녁식사)을 먹는데 일년 열두달 하루도 빠짐없이 계란하나 들어가 있지 않은 라면이 나온다. 담당자 말로는 워낙 시골이라 부식업체에서 배달을 안 해주어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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