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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공장에서

  며칠전 김치공장에 갔었는데 지난 해 여름에 발생해서 신청한 산재가 기각되었다고 한다.  약 60세 여자, 평소 협심증이 있었다. 8월말에 작업장에서 쓰러져 작업대에 부딪혀 뇌출혈및 외상으로 치료받았다.  기각 사유는 협심증때문에 쓰러진 것이니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것인데.  산재서류들을 보니 협심증때문에 쓰러졌다는 증거는 없었고 담당자의 말을 통해 추정해보니 당시 작업장이 매우 더워서 열실신의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 공정에서 여름이면 심해지고 겨울엔 수그러드는 심한 피부질환자도 발생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열 관련 질환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담당 간호사 한테 뭐라고 했다. 매달 방문해서 그달의 산재현황을 파악하는 게 임무인데 이 사건은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인지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잘 조사해서 제대로 요양신청서를 썼으면 좋았을 것을. 어쨌든 치료비는 회사에서 냈다니. 덜 억울한 일이다.

 

작업장 순회점검을 했다.

 

배추절이는 공정. 작업대가 너무 높다. 가뜩이나 키가 작은 시골 노인들한테 더 하다. 

 '어깨 아프세요?' 물어보니 아니다다를까 '아이고 아파 죽겠어' 한다.

'작업대를 좀 낮추면 어떨까요?' 그럼 얼마나 좋겠어?' 하면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배추다듬는 작업. 칼질하는 것을 보니 손목이 많이 아프겠다. 이런 건 칼의 손잡이를 좀 바꾸어 주거나 순환작업을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물어보니 기분나빠 하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요"  일 있을 때만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 모아서 작업하고 평소엔 정직원들이 하기 때문에 숙련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이다.

 

 

배추 버무리기. 세어보니  오른쪽 손과 손가락 사용이 일분에 60번, 왼쪽이 30번쯤 .  버무린 배추를 올려놓은 작업대도 너무 높다.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분인데도 손가락과 어깨가 아프다 하신다.

 

 

포장과 운반작업. 높이조절되는 파렛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세를 취한 사람은 담당 간호사이다. 최소 10Kg짜리 2개들이 한 박스. 5단적재를 한다고 한다.

 

 

오면서 사고가 난 곳을 둘러보았다. 반 옥외작업으로 여름에는 매우 덥단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원래 이 작업을 하던 이가 아니고 결원이 있어 보충투입된 첫 날에 쓰러졌다.  사고는 이렇게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서 발생하는 법. 앞으로 여름에 우리 병원 산업위생가가 와서 수정감각온도(고온작업 지표)를 측정하고 적정 작업시간을 산출해서 물, 소금, 휴식시간 등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이런 내용의 사진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출력하고 싸인해서 주니 담당자가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마침 곧 대대적인 작업장 공사가 있을 것이라 하여 우리 권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신경 좀 썼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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