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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아침에 인천에 갔었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개발 연구 관련해서.  지난 번 연구회의때 50인미만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건강증진 사업개발의 두 축 가운데 하나로 지금 공공영역에서 추진중인 지역보건센타 모형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기에 의논차 간 것이었다.



국고사업(정식명칭은 소규모사업장 보건관리 국고지원 사업)하느라 성수동을 누비고 다녔던 전공의와 전임의 시절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국고사업이란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고 자원이 부족한 소기업에 대해서 노동부가 지원금을 내고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보건관리를 하도록 하는 제도였다.  일년단위로 수행되는 국고지원사업은 2001년부터 그 지원금액이 대폭 줄었고, 대학병원에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일이 되어 중단하게 되었다.

 

국고사업을 하면서 개인의 만성질환 관리는 그럭저럭 할 수 있었지만 작업장을 변화시키는 데에서 막혔다.  어느 간호사가 마굿간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열악한 공간에서 쭈그리고 앉아  성수기에는 앉은 자리에서 짜장면 한 그릇 후루룩 먹고 하루 22시간까지 작업을 하던 제화노동자들을 보면서 참 막막했다.  제화업종은 비수기에 일감이 없으면 돈을 못 받는 개수임금제나 소사장 제도를 하고 있어서 성수기의 노동강도는 살인적이었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인쇄업체의 소음은 최소한의 건강상담조차 할 수 없게 했다.  자동차 도장 작업자들은 천식에 걸려도 일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고......

 

도대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4년차때 국고사업을 맡게 되면서 어렵게 구해 읽었던 백도명 선생님 연구보고서를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았다.  그 보고서는 개별 기업이 안전보건을 감당할 자원과 능력이 없는 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지역차원의 접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2002년에 하은희선생님이 소기업 보건관리 지원 다원화 모델 개발연구를 한다기에 쫓아가서 공부를 했고, 그 보고서에서 지역차원의 접근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그려보았다.  또 그 해에 소기업 보건관리 담당자를 위한 지침서를 개발하는 작은 연구를 했다.  그 즈음에 일본의 NGO인 동경안전센터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참가형 트레이닝이 소개되었고 그 워크샵에 참여해서 그래, 맞아 이거야.  작업장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세워야 하느 거야. 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때는 거의 모든 관심이 소기업 안전보건에 가 있었고 이 일을 전문가로서 화두로 삼고 열심히 해보아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직장을 옮긴 뒤로는 소기업은 아예 방문할 기회조차 없어졌다.  그 뒤 노사참여적 산재예방활동 촉진방안 연구 등을 하면서 소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좀 더 정리가 되었지만, 몸이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성수동에서는 지역노조, 전문가 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사업이 시작되었고,  이제 참가형 트레이닝은 제도권에서도 연구주제로, 사업방식으로 택하는 것이 되었다.  

한편으로 매우 훌륭하고 영향력있는 연구자들에 의해 소기업 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두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 결과 이 모델은 더 진보했고 마침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번에 하는 건강불평등완화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개발 연구의 연구진에는 그간 소기업 관련된 주요 연구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모여 있다.  우리는 이 지역산업보건센터에 집중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여기에 많은 것을 쏟을 수는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 일에 함께 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든든하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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