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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의사들과 보낸 하루

  올해는 교과과정 개편으로 2월부터 2주간 임상산업의학 수업을 하게 되어 검진비수기때 하니까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웬걸 다른 일들이 겹쳐서 고생 좀 했다. 어쩌다 보니 수업하는 날은 하루 4시간씩 했고 실습도 작업장 방문 실습에 보건소실습까지 더해져 더 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실습이 더 풍부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흡족하다.

 



   4개조로 나누어 아침에는 작업장 방문실습을, 오후에는 보건소방문실습을 했다. 작년까지는 산업의학교수들은 작업장 방문 실습만, 예방의학교수들은 보건소실습만 맡아서 진행했는데 올해는 함께 진행했고, 교수들이 두 배의 노력을 들였더니 학생들 반응도 더 좋았다.

 

  나는 잘 아는 작업장을 맡아서 별 부담이 없었으나 오후에 보건소 실습까지 하고 나니 완전 녹초가 되었는데, 예방의학 교수들은 오랜만에 작업현장까지 나갔으니 더 고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작업현장실습은 학생들을 한 공정 한 공정에 남겨두고 약 40분간 작업을 지켜보면서 유해요인을 확인하고 작업자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일과 건강에 대해서 느끼는 것을 청취하도록 했는데, 작년에도 학생들을 받아본 곳이라 그런지 작업자들이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어떤 분은 학생들을 데리러 가서 물어보니 오히려 자신이 많이 배웠다고 하시는데 어설프게 아는 척 한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면서도 학생들의 얼굴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 없다. 

 

  한편 학생들을 현장에 남겨두고 뻐꾸기는 짬을 내어 공장장을 만났다.  교대근무자들이 고령화추세에 있는 이 회사는 그동안 전체 300명중에 100명이나 되는 고혈압, 당뇨병 요관찰자 및 유소견자들에 대하여 상담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이제 만성질환문제는 거의 해결되었지만 화학물질 사용과 관련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숙제를 안고있다.  합리적이고 따스한 성품의 공장장은 우리 팀의 업무에 대해서 이해를 잘 해주었고, 실제로 일부 매우 험악한 공정에 돈을 들여 개선도 했지만  지난 2년동안 회사사정이 어려워 많이는 못했다.

 

 공장장을 만난 이유는 영업때문. 

우리 병원과 재계약할 때가 되었는데 다른 기관의 견적서를 받아서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병원 수가가 그 기관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  우리 병원 입장에선 하도 회사사정이 어렵다하여 수가인상을 보류해왔는데 이제는 현실화할 때가 된 것이지만, 경영진이 바뀐 뒤 이제 막 흑자를 낸 회사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고 싶은 것이다.  실무자선에서 여러 번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가 신통지 않아서 내가 영업까지 지원하게 된 것이다.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동안 열심히 했고 앞으로 이러저러한 과제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수가문제를 조정한다는 것은 이 회사뿐 아니라 전체 산업보건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 돈이 없으면 싼 곳에 의뢰할 수 밖에 없겠지만 노동자 건강을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  공장장 눈빛을 보니 확률은 반반이다. 좀 더 설득해볼까 하다가 바쁜 하루임을 감안해서 그정도로 정리하고 나왔다.

 

  올해는 작업현장 사진은 찍지 않아서 보건소 실습 사진만 올려본다.

아래는 학생들이 아산시 보건소장으로 부터 보건소 사업현황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뻐꾸기도 일찌기 이 보건소가 2004년, 2005년 전국 보건소 평가에서 1등을 했고 여러가지 시범사업을 도맡아서 한다는 명성을 들어왔으나 실제로 가 본 건 처음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건소내에 알콜문제 상담센터가 있다고 했는데 뒤이어 방문한 정신보건센터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는 정신과 선생님한테 들어보니 24시간 전화상담도 한단다. 오호, 작업장에서 음주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을 만나면 낮에는 일해야 하니 보건소이용이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되었다.  앞으론 여기에 연결해야지.

 

보건지소에도 갔었다. 다른 조들은 구비구비 산길을 걸어서 갔다는데 우린 현대식 설비가 잘 갖추어진 곳으로 갔다.  아산시는 얼마전 국비와 지자체 예산으로 거의 모든 보건지소 현대화 사업을 했다고 한다.  아래는 거기서 만난 공중보건의 선생님이 학생들한테 하는 일을 설명해주는 사진이다.  보람있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Scleroderma 라는 아주 희귀한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위장관 운동도 떨어져서 약처방을 받으러 오는데 자신이 별로 해 주는 것 없어도 크게 고마와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큰 병원에 있을 때와는 달리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다보니 자신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고, 학생들한테 당부사항은 국시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곳곳에서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고무공장에 갔었던 한 조는 사측에서 잘 꾸며진 신공장만 보여주자 학생들이 '뭔가 감추는 게 있는 것 같다, 이게 다는 아닐 것이다, 구공장도 보자'하여 작업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다. 오호 매우 훌륭한 학생들이야.  사실은 그 전날 실습안내할 때 뻐꾸기가 사측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다가 반성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거든. 

 

 하루종일 버스타고 세 군데를 방문하고 나니 저녁엔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느껴졌지만,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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