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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오늘 지난 주부터 나를 힘들게 했던 어떤 회사 특검설명회와 검진결과 상담을 마쳤다.  지난 주엔 노조 대의원 대상 검진결과 설명회를 했는데 마이크도 안 주어 목소리를 크게 해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다가 정파간 갈등때문에 쓸데없는 질문에 답하느라 괴로왔다. 전 집행부의 내노라할 업적이 산재예방사업이었다는 데 그쪽에선 현 집행부가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배경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공격적인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예를 들면 사측에선 우리 병원에서는 특검 최종 판정결과를 발송했으나 어찌된 연유인지 못 받은 사람이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차검사결과와 사측에 통보한 내용이 다르다고 우리 과를 뒤집어 놓았다.

 

 지난 주 건강상담때는 중성지방이 1890인가 나온 사람이 있었는데 나한테 마구 마구 화를 냈다. 자기가 결과통보받고 바로 검사를 해보니 250이었다는 것이다.  그정도 결과가 나오면 우리도 검사에러가 없는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나중에 들어보니 임상병리사가 채혈당시 그 피가 하도 기름져서 기억을 하고 있었고, 분석에러는 없는 지 확인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수검자가 하는 말은 설사 분석에러가 없다하더라도 그정도 나쁜 검사결과가 나오면 한번쯤 더 검사해주면 좋지 않겠냐, 이거 때문에 잠 못자고 고민했다 등등. 들어보니 우리한테 그럴 의무는 없다 하더라도 그리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백배사죄를 했다.

 

   오늘 상담중엔 더 기막힌 일이 있었는데 매우 부끄럽고 괴로왔다.  이 사람은 노조간부인데 작년에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 판정을 받은 사람인데 올해 요관찰자판정이 나갔다.  이 문제는 특수검진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챠트를 확인해보니 내 글씨가 아니고 12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작년에는 일이 너무 많아 그 모든 결과를 내가 확인할 수가 없어 인턴선생한테 검사결과 정상 비정상자를 가려달라고 하고 비정상자만 확인해서 판정하면서 안 그래도 조마조마하했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상대적으로 그 결과가 심각한 화학물질에 대한 특수검진은 검사결과가 정상이든 아니든 내가 직접 확인하고 판정을 내보냈지만 소음성 난청에 대해서는 긴장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인턴선생이 나한테 보고하지 않고 판정해서 내보낸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검진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니 내가 잘못이 크다. 

 

  외국에서 입력에러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아주 숙련된 사람도 천 건당 세 건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반복적인 작업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우리 과의 업무는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누가 하는 일이든 한번에 백장이상씩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에러율이 더 높아진다.  그래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의사가 실수하면 치명적이다. 

 

   방문상담을 마치고 돌아와서 예정된 논문작업을 미루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2007년 특검문진지 수정작업을 했다.  특검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다시 검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여러가지 정비를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내 교만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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