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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장검진 시작하다

다시 검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문진지도 수정하고 좀 효율적으로 검진을 해보려고 준비를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  증상과 유해인자 노출평가지를 추가로 만들어서 써보았는데 글씨가 작고 복잡해서 사람들이 잘 적지 않았다. 에구구구, 좀 더 쉽게 수정해야겠다. 

오늘은 아침 8시부터 12시10분까지 117명에 대한 특수검진을 했는데 혈압계가 문제가 있는지 여러 번 잰 결과가 각각 따로 논다.  



   교대근무자들에게 고혈압은 매우 중요한 건강문제라 신경써서 좌우 한 번씩 재고 높은 쪽을 한 번 더 재라고 했는데 3-4회의 측정치가 10~20mmHg까지 차이가 나니 수검자들의 짜증을 받아내느라 힘들었다.  수검자들이 혈압에 예민한 이유는 본인들의 건강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재검을 받으러 병원에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 큰 이유일 수도 있다.  집단선별검사이므로 위양성이 많은 제한점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어떤 이는 재검스트레스때문에 우리가 혈압을 재면 긴장을 해서 더 높게 나온다고 할 정도이다.  혈압재기 30분전에 흡연, 운동, 커피 등을 피하고 5분간 안정을 취한다음에 측정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참 어렵다.  혈압을 정확하게 재기 위해서 심혈관 내과 교수가 추천한 오므론 혈압계를 새로 도입했건만 검진초반부터 삐그덕거린다.  

검진끝나고 담당자들과 의논하여  내린 결론은 기계에 5분 대기후 2분간격 2회측정하도록 세팅하고 그 평균값을 좌우 각각 적기로 했다.

 

  직업성 비염은 우리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했던 문제이다.  오늘 검진한 곳은 작업환경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긴 하지만 장비특성상 일정한 온도와 저습도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클린룸이 매우 건조한 모양이다. 습도는 작업환경측정대상이 아니고 특수검진대상 유해인자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을 호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진단받고 수술을 한 사람도 두 명이나 있었는데 수술 6개월후에는 증상이 재발하기 마련이다. 사실 일차진료환경에서 의사들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진단을 많이 쓰는데 그런 진단을 받은 작업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비알레르기성 비염의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알레르기성은 특징적으로 가려움을 더 호소하는 데 이 회사 비염환자들은 그렇지 않았고 과거 알레르기 검사를 해 본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양성자도 거의 없었다.  사실 나도 비염문제는 해결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볼까 했으나 검진이 중반으로 진행되면서는 안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작업장의 먼지, 저 습도, 사용 화학물질에 대한 비염유발검사를 몇 건 내기로 했다.  그 결과를 가지고 대책을 권고해야겠다. 먼지가 주 원인이라면 해결책이 더 쉽지만 습도가 낮은 게 원인이라면? 대책이 뭐가 있을까......

 

  한편 비염증상이 심했던 사람중에 몇몇은 더 검사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주로 어린 아이를 둔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재검을 받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내야 하는데 회사일에 집안일에 시달리면서 비염과 같이 생명에 지장없는 질병때문에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그 중 한명은 시모랑 살기 때문에 집에서도 쉬지 않고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긴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검진막바지에 진이 빠져 대꾸할 기운이 없어 그냥 웃었다.

 

  어느 회사검진에서나 한 두명씩 발견되는 일인데, 어떤 이가 증상문진표에 무수한 동그라미를 쳤길래 물어보니 강박장애, 불안장애 진단받고 투약중이라고 한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성인인구의 1/4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안장애가 있다고 한다, 나도 강박장애, 불안장애가 좀 있다, 너무 신경쓰지 말고 좀 심하면 마음의 감기라 생각하고 약 좀 드시고 재미있게 살면 좋아진다 했더니 찡그렸던 얼굴이 좀 펴진다.  일본 작가의 공중그네라는 소설에 보면 황당한 정신과 의사가 나오는데 이 양반은 주사 페티시즘이 있는 마마보이이다.   그의 주된 치료법은 환자와 함께 놀면서 환자가 두려워하는 일을 같이 해버리는 것인데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증상을 그냥 친구처럼 데리고 사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중간에 어떤이가 절뚝거리며 들어오길래 어디 다쳤냐, 아프냐 물어보니 괴로운 표정으로 교통사고후 발생한 CRPS 라는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CRPS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혹은 반사성 교감신경성 위축증이라고도 하는데 웬만한 의사들도 이름만 들어보고 치료경험이 없는 병이다. 온갖 검사 다 해도 진단을 못 받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했다는데 우리 병원엔 그걸 치료할 줄 아는 의사가 없냐고 물어본다.  온 몸이 아픈데 서울까지 다니려니 힘들기도 많이 힘들 것이다.  우리 병원 류마티스 내과 선생님한테 물어보아 주겠다고 하고 메모를 해 두었다.  돌아와서 새로온 류마티스 교수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볼 수 있다고 해서 환자 보낼테니 잘 해주라고 당부했다.  

 

  이상한 점 한가지,  요로 결석 환자가 왜 이리 많으냐, 오늘 117명중 네 명이 요로결석으로 치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음...... 요로결석은 화학적 성분에 따라 수산칼슘, 인산칼슘, 요산, 시스틴, 마그네슘-암모늄-인산 결석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수산칼슘 결석이 가장 흔하다고 한다.  이 회사는 수산화---라고 시작하는 여러 종류의 무기물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 궁금해진다.  

 

 어제는 3월에 검진한 것을 판정했는데 두 번씩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걸렸다.  0.3%의 에러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복 확인밖에 답이 없다는 걸 지난 번 소음성 난청 판정에러사건때 톡톡히 배웠다.  아니나 다를까, 수은 고 노출자를 놓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사선 종사자중 여러사람에게서 호산구증가증이 있어 혹시나 해서 다시 책과 논문을 찾아보았다.  초기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증, 심해지면 림프구 감소증이 있을 수 있지만 역시 호산구증가증은 관련이 없다.  주로 한 부서의 남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어디가서 집단적으로 기생충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게 아닐까?  이럴 땐 C2를 꼭 내야 한다.  지금까지 비직업성 질환의 경미한 소견에 대해서 일반검진에만 판정하고 특수검진판정에서는 지나갔는데 지난 번 감사에서 지적당했다.  비직업성 질환 주의라는 판정을 꼭 넣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행정적인 해석이다. 

 

이러다 진짜 강박장애가 생기는 거 아닐까?  이번 학기에 댄스스포츠 재수강을 하기로 했는데 한 번 밖에 못갔는데 오늘은 꼭 춤추러 가야겠다.  강박장애 예방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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