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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남자의 뇌경색, 그리고 결절종 5건

   어제 검진하는데 누군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조금 혈압이 높았으나 무심하게 지내던 이가 혈압관리에 의욕을 보이길래 탐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인데,  환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자청해서 대근을 많이 한 모양이다.  방금 회사측 간호사와 통화를 했는데 산재신청요건에 해당하는 지 묻더라.  젊은 나이에 교대근무를 10년이상 했고, 수개월동안 60시간 이상 일했고, 업무시간중에 쓰러졌으니 작업관련 뇌심혈관질환으로 판정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보건관리자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고 혈압이 높은 사람들 오라고 해서 체크도 하고 상담도 했지만 호응이 낮아서 유소견자의 약 30%만 참여하는 상황인데,  평소 오라고 오라고 해도 안 오던 이한테 사고가 난 것이다.  본인과실이라도 산재가 되냐는 게 질문의 요지인데, 산재는 무과실 책임주의에 근거하고 있고 다만 회사가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거나 직원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으므로 민사요건에는 해당이 안될 뿐이다라고 알려주었다.  

 

  이 회사는 고령화추세에 있고 뇌심혈관계 기초질환 유병률이 점점 높아져서 작년에 사장이 관리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서 올해부터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검진을 하기로 한 곳이다.  괜찮은 중견기업이었는데 외국에 매각되고 나서부터 직원복지에 관한 투자가 줄었고, 고용불안에 대한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는 곳이다. 

 

  간호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고혈압환자는 교대근무를 시키지 말아야 하냐는 것이다.  그 회사엔 비교대근무 부서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월급이 줄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대안이다.  이런 경우엔 고위험군에 대한 상담을 의무화하고 질병관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근 등을 제한하는 수 밖에 없겠다. 

 

   당장 산재건수 하나가 증가하게 생겼으니 추궁당할 것이 괴로운 회사 간호사의 한숨사이로  어떤 이유로든 무리해서 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젊은 남자가 누워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다행히 마비증세는 많이 좋아졌고 재활에 대한 환자의 의지도 각별하다고 하는데,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교대근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지금으로선 그의 쾌유를 빌 뿐이다.

 

 두번째 이야기.

 이 회사의 포장부서에서 최근 결절종 환자가 5명이나 발생했다.  그게 산재냐는 질문을 한달전에 받고 산재다 라고 답변하자 어찌해야 예방할 수 있냐고 물었다.  손목의 반복잡업을 줄이고 손목의 각도를 줄이는 작업방법을 모색한다는 교과서적인 원칙은  특정 시기에 몰리는 마감이 있는 작업의 특성상 인원충원도 어렵다는 현실앞에서 무력하다.  이미 수술한 사람들은 작업전환을 시켜준다는데 이게 꼭 수술해야 하는 병은 아니다.  쉬면 좋아지는 사람도 많다.  오늘 어떤 여자가 손목을 보여주면서 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길래 산재신청하고 쉬면서 증상을 좀 지켜보자고 했더니 망설인다.  고용불안이 있는 곳에서 산재신청을 결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 것 같다.  아프면 쉬어야 하는데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답답하기만 하다.

 

  나도 급한 일만 처리하고 쉬어야겠다.  새벽에 나와서 117명 검진했더니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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