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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님의 ['여성, 노동, 건강'에 대한 관심] 에 관련된 글.
Karen Messing 박사와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인 CINBIOSE는 나에게 꿈을 주었더랬다. 2001년 거의 분석이 끝난 박사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중단했을 때, 나는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다. 어떻게든 마무리해보려고 병원의 펠로우방에서 거의 사흘밤을 새우다시피 하던 어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새벽에 작업을 중단하면서 이제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리가 돐도 안 되었을 무렵, 내가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웃었다.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젊으네,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뭐 대충 그런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서 사는 게 어찌나 버거운지 가끔씩 그 때를 떠올렸고, 꿈같은 것에 유혹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생각하지 말고 어떻게든 아이들 돌보고 앞에 닥친 일을 대충이라도 하면서 살자.
매 학기 대출받아 학비를 조달하는 형편에서 굳이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전문가로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니까 박사를 해야 한다고들 해서 했던 학업이었다. 막상 논문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왜 나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냐 하는 자괴감이 컸다.
그런 나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계속 공부하라고 격려해주신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마당을 쓸고 있는 머슴인데 방안에서 글공부를 하던 주인집 도령이 나와서 너도 공부해라, 재미있다 하는 것 같아요" 하고 돌아서기도 했었다.
그 때 이주에 한 번 토요일마다 했던 여성노동건강 세미나는 그 즈음에 내가 나를 위해서 하는 유일한 것이었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 해 겨울 읽었던 Karen Messing의 <여성 노동자와 직업보건>이란 책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고, 그녀와 관련된 문헌을 검색하다가 알게된 스톡홀름에서 세계여성노동건강학회까지 가서 그녀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악수한번하고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말을 떠듬떠듬 한 정도.
사실 그 학회에 가기로 결정하면서 "그래 이게 마지막이야" 하는 마음이었다. 앞으론 학회같은 거 다닐 일도 없을 테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 뭐 이런 거였는데......거기서 세계 각지에서 온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을 보고나니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무엇들이 증발해버렸다.
거기서 2000년도에 미시간에 역학연수갔을 때 만났던 남아공의 키슬링을 우연히 만났을 때 정말 놀랐다. 그녀는 미시간대학에 방문교수인 남편을 따라 왔는데, 나랑 같은 수업을 세 과목 들으면서 친해졌다.
한 번은 강사가 아프리카의 에이즈 유병률에 대해서 그녀에게 묻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아주 상냥한 사람이라 아시아에서 온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나)한테도 친절했고 집으로 초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유병률이 얼마인지에만 관심을 갖지, 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게 문제다"라는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음.... 멋지다 생각을 했지만 거기서 Keynote speaker로 등장할 만큼 저명인사인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녀는 그 학회에서 아프리카 여성들의 노동과 건강에 관한 생생한 발표를 했고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미시간에서 그녀와 함께 산책하다가 박사학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자신은 학위가 없다, 세 아이를 기르면서 학위과정을 밞았다면 나는 불행했을 것이다' 라고 담담하게 말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공부를 하니까 행복하다던 그녀의 그 따스한 미소와 눈길은 오래토록 가슴에 남았고, 내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녀를 삼년만에 다시 만났을 때의 놀라움이란.
다시 Messing 박사 이야기로 돌아와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녀와 함께 연구하고 배우고 싶었다. 세월은 순식간에 흘렀고 여전히 나는 매사에 자신이 없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용기를 내서 편지를 썼다.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이런 저런 편지가 오가는 중에 내가 한국에서 계속 월급을 받긴 하지만 두 나라의 환율차이가 크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다, 지원받을 만한 재원이 있는가를 질문하는 편지를 쓰자 이런 답장이 왔다.
........We will do our best to make your visit worth while for you........
To help you see what your financial needs will be, here are some numbers:
The top of the professor scale here is 103 000$ per year. My most advanced research associate with a M. Sc degree and 20 years experience is paid 31$ an hour. The normal work week is 35h. A beginning secretary or technical assistant is paid $12-13 per hour. Buying a good sandwich for lunch costs about $3.50.
처음엔 이게 뭔 소리인가 어리둥절했는데 내가 생활비 걱정을 하니까 그곳의 물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샌드위치 값까지 알려주다니, 자상하기도 하여라......그냥 예의상 한 소리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치있는 연구년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해주겠다니, 고맙기도 하고 긴장이 된다.
20년간 손 놓았던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그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좀 기가 죽어 있었는데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 이 두 언니들의 반의 반이라도 좀 닮아보아야 겠다. 아, 이제 그만 추억속에서 빠져나와 공부해야지, Bonjour, Je m'appelle ....., Je suis core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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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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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뻐꾸기 언니를 닮으려고 노력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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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상승의 내공을 익혀오셔서 부디 후학(?)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삼...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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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와서 찡한 글만 보고 가네..화이팅하리라 믿어요.
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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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샌드위치 사먹을 돈은 주겠단 건지 샌드위치값 갖고 오란건지.....옮긴 글만 봐선 잘 모르겠음-.-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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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으로 보아서는 돈 주겠단 얘긴 아닌 것 같고... 이렇게 말해서 좀 미안하지만 돈과 관련해서는 별로 영양가 있는 얘기는 없네요... 우리도 돈 별로 많이 못 받는다 이런 얘기가 주인 것 같네 (그리고 진짜 별로 많이 못 받는 것 같다...) 한국에서 받아가는 돈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른지 계산해 보라는 것 같네... 애들은 데리고 오나요??? 여기도 놀러오시오...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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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값에 대해/ 스웨덴같은 나라는 방문교수한테도 월급을 준다던데, 대부분 그렇지 않은 가봐요. 이 이전의 편지내용은 메씽박사 본인도 프랑스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자기 학교 월급으로 살았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도 환율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리학교 월급으로 아끼고 아껴서 생활해야겠죠, 뭐. 제가 생활비걱정을 하니까 본인 경험을 적으면서 지원가능한 연구비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고, 그 밖에 주거지에 대해서도 학교의 아파트에 돈을 낼 형편이 안되면 다른 데를 알아보아 주겠다고 하더군요. 이번 샌드위치 값 이야기는 생활비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쓴 거예요. 저는 그 편지에서 친절함을 읽은 거구요.알엠/한번쯤 서울 가는 김에 영화상영회에 가 보고 싶은데 공지가 너무 늦게 되더군요. 출산전에 거기서 한 번 보면 좋을 텐데.....
홍실이/ 멘토 이야기 하니 얼굴이 화끈거림.
무명/ 누구신지 알려주시면 더 좋았을 텐데....궁금하잖아요?
막리/ 역시 지수는 달라^^
토끼/ 보스턴이요? 우리 학교에서 샌드위치 값을 얼마나 주는 지 확인해보아야 보스톤 갈 여비가 되는 지 알 수 있겠죠? 겨울쯤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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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은 차 몰고 올 수 있는 거리라오... 여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다는 얘기... 그런데 뻐꾸기가 운전을 못하니 말짱 꽝인가?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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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진행이 되고 있군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과 컨셉이 맞는 곳에 가는 거니까요.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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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님 왜 고마운 맘이 들죠. 고마워요.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는게 고마워요.az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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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준비를 하고 계시는구려..나도 데리고 가시오..ㅋㅋ 운전해줄께~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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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공부에 대한 샘의 얘기를 들으니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네요..작년 11월에 간 학회에서 Messing을 만날 뻔 했는데 무슨 일인지 안 왔더라구요.. 올해는 그 학회(4S) 10월에 몬트리얼에서 하니까 아마 나타나지 않을까나 싶긴 한데. 재정적인 것땜시 못 갈 것 같은데 흑흑. 샘도 만나면 좋을텐데...
언제 나오시나요?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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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 치열한 공부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몬트리올에서 만나면 좋을텐데....야옹이/ 운전+살림+ 등등 다 해주면 데리고 가지. 그런데 야옹이가 공부욕심때문에 따라나서겠어?
슈아/ 편지 고마워요.
카이로스/ 예까지 왕림해주셔서 감사^^
토끼/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랑 같이 갈 께요.
az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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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액자 만들었더니 안 가져가는 이유는 뭐삼? 맘에 안드삼?공부 욕심이 사라져버렸다는...터키에 놓고 왔나봐..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