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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시작

   검진없을 때 좀 쉬어볼까 했으나 병원일이 줄어도 연구일은 늘고, 휴가라도 내서 좀 쉬어볼까 하면 집안일이 생기고..... 주말엔 환자 간병까지 했더니 몸이 많이 피곤하다.    여름에 정리해야 할 일도 많건만, 계획한 대로 하지 못하고 또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되는 심정이 착잡하다. 

 

   오늘따라 여기 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다. 

콩의 예쁜 목소리도 들었고, 오랜만에 학교시절 친구랑 통화도 했고,  연구비정산이 안되어 인쇄비용 입금이 안된 곳에서도 연락이 왔고, 현행 노동자 건강조사 제도에 대한 성인지적 평가를 해보자는 제안에 대한 후속연락도 왔고, 내 편에서도 연락해야 할 곳이 여러군데 있었고, 밀린 이메일을 여러건 쓰느라 두어 시간 들었고(그 중 하나는 안되는 영어로 쓰는 것이라 좀 골치가 아팠고).... 오랜만에 좀 차분히 앉아서 뭘 좀 해볼까 했는데, 중간 중간 상념이 끼어든다.

 

  그런데 오늘 회의중에 누가 그러더라.

  피곤해보여요.

  응. 피곤해.

  그랬더니 그 옆에 있는 이가 이러더라.

  뭘 한다고 그렇게 피곤하다 그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잊지 말고 깨어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리 정신이 없나 생각을 해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얼른 얼른 일을 해버리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깨달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다짐같은 것을 좀 써보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는데,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네.  하반기에 할 일을 적어보련다. 

 

 1. 건강관리

 

-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살사강습은 계속 해 보기로 했다.  저녁 늦게 시작하고 끝나서 좀 부담이 되는데, 정기적으로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는 효과가 있으니. 

 

-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어 생각한 것이 수영 개인 강습을 받는 것이다.  어쨌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불규칙한 일정에 흔들리지 말고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한 달에 한 두 번은 산에도 다니고 다른데 놀러다니고.  이걸 지켜야 나머지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

 

 2. 집안에서의 책임 

 

 - 아이들을 숙제 점검하는 일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방학때 책읽고 독후감 쓰는 것을 보아주었는데,  시간내기가 쉽지 않지만 아이들이 크는 모습이 예쁘고 재미있다.  누리는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붕어는 아직까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다. 

 

- 한달에 한번 토요일에는 엄마랑 놀아야겠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다리도 아프고 하여 익숙하지 않은 곳을 다니기는 여의치 않으신가 보다.

 

 3. 직장일

 

 o 병원에서 하는 특검

- 상반기에도 생각을 했지만 잘 안된 것이 그간 특검에서 요관찰자(C1) 판정이 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나에 대해서 체계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따로 시간내서 하기는 어렵고 검진중에 한 케이스씩 정리할 수 있는 양식을 만들어서 모아보아야겠다. 

 

o 교육 - 이번 학기도 의대 강의는 큰 변화없이 간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교양과목 강의를 몇 꼭지 맡았다.  제목은 여성과 의학.  젠더와 건강 이라고 붙이고 싶었는데 과목개설을 이미 했다고 한다.  많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이런 괜찮은 과목을 개설한 동료에게 경의를 표한다.

 

 4. 연구/논문

 

o 시간이 훌쩍 훌쩍 지나간다. 

서베이가 예상치 않게 규모가 커지고 여기 저기서 사건 연발이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전화도 받지 말고 이메일함도 열어보지 말고 꼼짝말고 정해진 작업을 하지 않으면 진척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10월까진 하고 있는 두 개의 프로젝트 관련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것은 불가피.

 

o  논문을 꼭 게재해야 할 이유가 당분간은 없다.  쓰고 있는 논문들이 마냥 늘어지긴 하지만 그냥 이대로 가는 수 밖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좀 느긋하게 가자.

 

5. 직업성 암 관련 활동 두 가지.

 

-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필요한 일을 못 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게 힘.  꾸준히 공부해야 겠다.  달리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공부하고 그것을 나누고 하는 일이라도 꾸준히 해야지.

 

 할 일을 적어보니 마음이 좀 차분해지네. 흠흠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몬트리올의 카렌한테서 답장이 왔다.  편지를 보낸 지 몇 시간만에. 그쪽 시간으론 아침일찍일텐데, 일어나자 마자 이메일 확인하고 미팅하러 나가면서 급하게 몇 마디 쓰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웃음이 나온다. 

 

 카렌은 언제나 편지를 읽는 즉시 답장을 한다.  다른 일도 생기는 즉시 처리한다.  즉시 처리 안되는 일은 숙제로 남기지만 그것도 가장 빠른 시일내에 처리한다.  이미 은퇴를 했건만 지치지 않고  그 많은 일들을 가볍게 가볍게 해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니까 나도 카렌을 좀 닮았으면 싶다.  카렌, 고마워요.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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