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동자는 하나다!

  오늘 갔던 전자회사는 회사자체의 관리체계가 잘 안 잡혀 있는 곳이어서 어떻게 보건관리르 해야할 지 난감한 곳이다.   작업물량이 많으면 파견노동자 수가 더 많았다가 요즘처럼 일이 없으면 정규직와 이주노동자만 일을 하는 전형적인 하청업체이다. 규모가 100인 미만이면서 대다수의 노동자가 40대 중반 여성인데도 드물게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 곳이다. 8년전에 임금도 제대로 안주고 휴가도 사용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한다.



먼저 현장부터 들렀다. 보통 다른 사업장은 사무실가서 오늘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현장순회점검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여기는 담당자가 온갖 총무업무를 혼자서 도맡아 하기 때문에 눈코뜰새없이 바쁘고 현장은 내집처럼 드나들어도 되기 때문에 그냥 현장부터 간다.

 

  이 사업장에서 우선순위를 갖는 보건문제는 장시간 조립작업을 하면서 생긴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관리, 조립하면서 에어 세척을 할 때 나는 소음에 대한 청력보호인데 건강상담할 시간도 주지 않는 회사이니 접근이 잘 안된다. (협조가 잘 되는 곳은 아무리 라인이 돌아가도 반장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대체해주고 상담이 필요한 사람을 빼줌) 

 

  소음작업은 주로 이주노동자들이 한다. 담당간호사가 쫓아다니며 귀마개 착용의 필요성과 방법을 열심히  알려주었다. 그런데 귀마개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장이 인상을 쓰면서 귀마개 주었는데 어디다 놓았냐고 하자 여기 저기서 귀마개가 나온다. 지갑, 작은 물건 넣어두는 통, 심지어 방석 안에서.    


 

귀마개 착용 설명하는 간호사. 반대편 귀를 뒤로 위로 잡아당기고 같은 편 손으로 귀마개를 삽입해야 제대로 차음효과가 난다.

 

이 작업에서도 노말핵산을 쓰는 데 안전하게 취급하고 있다. 윗부분을 누르면 나오는 용기는 이런 종류의 세척작업에서 기본중의 기본인데 이것도 잘 모르는 회사들도 있다.


 

 

현장순회를 마치고 노동조합 사무실에 갔다. 그동안은 번번히 헛탕을 쳤었는데 오늘은 노조위원장이 있었다. 그동안 질병관리를 하던 몇 분이 그만 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최근 조합원 51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논의는 없냐고 했더니 복잡하다며 말끝을 흐린다. 이 작은 공장에서도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대로, 파견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들대로, 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그들대로 살아간다.

 

  하여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노동자의 권리와 사업주의 의무를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주문했다. 첫째 법정 보건교육(근골격계 질환 예방교육및 소음성 난청 예방교육), 둘째, 근무시간중 예방체조(한시간에 5분) 세째, 원활한 귀마개 지급과 착용교육. 마침 내일이 노사협의회란다. 회사도 가난하니 돈없이도 할 수 있는 일부터 권고해달란다. 다음 방문때는 좀 달라지려나?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적어도 산업보건영역에서라도 이 공장의 노동자는 하나였으면 하는 마음에.  

 

# 기억해야 할 것 하나 - 이 회사의 점심시간은 40분이다. 원래 한 시간이었는데 '아줌마'들이 집에 가서 살림할 시간이 필요해서 회사에 요구하여 줄였다고 한다. 20분 일찍 퇴근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줄이다니 T 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