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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모든 존재하는 색들의 조화

경악, 초조, 분노로 뜨고 지샌 새벽

  • 등록일
    2006/07/10 18:49
  • 수정일
    2006/07/10 18:49

이 모든 일이 하루 밤에 다 일어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불판팀("철조망을 불판으로!"의 별칭. 대추리 촛불집회 때 구X구의 발언으로 붙게 된 대추리 연대팀의 이름. 당시 ,구X구씨는 황새울 들판의 철조망을 삼겹살 구워먹는 불판으로 만들자는 발언을 남김)과 함께 평택에서 대추리로 들어가는 토요일 평화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7시 평택역 앞 광장에서 모였다. 힘들게 나흘간의 일정을 마친 전일참가자들은 피곤하면서도 결연한 모습이었다. 한 시간 남짓 집회를 마치고 드디어 출발. 군문교를 지나면 나오는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 선발대 몇 명이 안정리 상인아라고 밝힌 몇몇의 사람들에 의해 구타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이쪽으로 각목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

 

뜻하지 않은 휴식이 길어지자 불판팀의 윤x이 평소에 갈고 닦은 현란한 춤솜씨를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기 시작, 몇 시간 후에 경찰서 앞에서 연행될 자신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듯, 몸치인 나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멋진 보아춤으로 마무리하자 사람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로 답했다. 이런 즐거움도 잠시, 갑자기 각목을 든 술취한 사람들이 욕지거리를 하며 나타났다. 경찰들은 뒤늦게서야 저지선을 만들어 마치 우리를 보호하는 척 했지만, 깡패들이 각목을 휘두르거나 돌멩이를 던져도 전혀 그들을 연행해가지 않았다. 저지선 위로 돌멩이들이 날아오고 있는 와중에 옆에 있던 여성이 돌에 맞아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하고 있다. 갑자기 팍팍 터지는 소음. 달걀 공격이 시작되었다. 돕은 안경 쓴 열굴 정중앙을 달갈을 맞고 놀람과 분노가 범벅이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게 돌이었다면 정말 큰일날 뻔한 상황. 점점 저지선은 우리쪽으로 좁혀온다. 머릿속에서 계속 다치지 말아야해, 다치지 말아야해를 되뇌인다.

 

결국 평화행진단은 평택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굴욕적인 후퇴였지만 술취한 난동꾼들과 이를 방관하는 경찰들의 앞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우리가 돌과 각목을 든다면 아무리 자위라고 해도 평화행진이 폭력행진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므로. 

 

한편 평택집회에 참여하고  마을로 돌아가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차량을 원정3거리에서 경찰이 막아섰다. 함께 간 농활대들이 마을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을을 점점더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려는 경찰의 수작인 것을 알기에 주민들은 노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마을에서 이불보따리를 들고나왔다. 이 소식을 듣고, 평택역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항위하기 위해 한밤중인 2시경에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 앞에 앉아 "평화행진 보장하라", "불심검문 중단하라"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다. 사회자로 앞에 선 아랫집 용석이의 멋진 발언들이 내 마음속에 알알이 박혔다. 자신이 연행될 것을 알았는지, 평소 닦아둔 비폭력의 신념을 감동적으로 설파했던 그의 발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경찰은 우리에게 질 수 밖에 없다. 비폭력 상상력으로 넘쳐나는 우리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앞에서 위계와 명령 속에 같힌 그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곧 재판을 받고 구속될 병역거부자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경찰이 자진해산하려고 하는 우리를 덮치기 시작하고 우리들은 삼삼 오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전경들은 마치 게슈타포가 유태인을 추격하듯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헐레벌떡 옆길로 빠진 나는 직감적으로 전경과의 달리기에서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앞에 가는 두 명을 따라 무작정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건물 맨 윗층으로 올라간 우리들은 화장실처럼 보이는 문을 열고 그 안에 숨었다. 좁은 공간 안에 꽉끼어 앉아 숨소리를 죽이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기 잡아, 저기"하는 경찰의 외침과 그들의 발자국 소리. 혹시나 이 건물에 들어와 수색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갑자기 문밖에서 여자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가 숨은 곳은 세면실. 누구라도 언제고 이 곳에 들어올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 문을 잡아당긴다. 좁은 세면실에 옹기종기 앉은 얼굴 세개를 발견한 그 여성은 얼마나 놀라고 황당했을까. 다행히 그는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었고 우리의 처지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는 자기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녀의 친절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됬다.

 

흩어졌던 우리들은 하나둘씩 민노당사에 모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결과 40명이 넘은 사람들이 연행됬다. 나와함께 간 불판팀 7명이 포함되어 있다. 11명이 간 중에 7명이 연행된 것이다. 비xx이 잡혀가다 실신했다고 소리도 들리고, 구x이 엄청나게 얼굴을 맞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채를 든 어떤 여자가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더라라는 얘기에, 그게 썩XX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처참하고 악랄했다. 보는 사람이 없는 오밤중을 틈타 경찰은 온갖 인권침해사 범벅이된 연행을 감행한 것이다. 숨었던 사람들의 무용담들도 제각각이다. 학교에 숨어있었다는 사람, 끌려가다가 도망쳐나온 사람 등등.  낮에는 술취한 상인들 뒤에 숨어 그들을 돕고, 밤에는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며 인간 사냥을 하는 늑대로 변신하는 저 공권력 앞에서, 물리적 힘으로는 결코 그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무력감과 좌절, 쓰디쓴 패배감이 민노당사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얼굴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밤을 새고 다음날 예정된 평화행진을 시작했다. 다행히 별 충돌은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늘 천진무구한 문정현 신부님의 멋진 발언. 장장 5일 동안의 행진을 끝낸 지킴이들의 감격과 눈물. 마지막에는 노래를 부르며 손에 손 잡고 동심원을 그리며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 경찰들이 앞 뒤로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전날의 악몽의 깊이 만큼 감동 속으로 너울너울 춤추며 빠져들어갔다. 지난 밤의 패배감과 좌절감을 딛고 마라톤 같은 비폭력 평화행진을 이렇게 극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환영이 스쳤다. 전경들이 마음 한 구석에서, 우리의 노래에 구보를 뛰고, 우리의 춤사위를 따라 정렬을 맞추고,  마침내는 마음의 감옥에서 뛰쳐나와 실제로 우리와 함께 손잡고 춤추는 모습들..  그들은 우리를 막고, 에워싸고, 고립시키고, 억압하는 전술을 택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무장을 스스로 해제시키는 전술을 쓴다. 우리의 리듬에 군화 속에서 몰래 까닥이는 발짓 그리고 눈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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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갑시다!!!

  • 등록일
    2006/06/28 00:13
  • 수정일
    2006/06/28 00:13

미친꽃님의 [[평화를택하라]평택에 가서 빈집을 꾸밉시다.] 에 관련된 글

 

그동안 한번은 가야지, 한번은 가야지, 하면서 미뤄왔던 분들,

 

대추리는 계엄상황이니까 검문이 심해서 못들어 갈거야 하며 지레 포기하신 분들,

 

아는 사람이 없어서 뻘쭘해서 못오셨던 분들,

 

주중에는 학교나 일때문에 못오셨던 분들,

 

큰 집회때마다 꼭 일이 생겨 오지 못했던 분들,

 

새로운 액션이 목마른 분들,

 

대추리에 빈집 꾸미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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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에서 다시 피어나다...

  • 등록일
    2006/05/26 01:43
  • 수정일
    2006/05/26 01:43

님의 [솔부엉이 도서관을 다시 세웁니다] 에 관련된 글.

돕헤드님의 [나도야 간다] 에 관련된 글.

검은사슴님의 [할아부지] 에 관련된 글.


 

14일 인권영화제를 보고 15일의 대추초교를 찍은 사진들이다.

 

 

 

 

 

 

 

 

 

 

이번 주에 다시 들어간 대추리는 저번주에 비해 활기찬 모습이었다.

논에 다시 나가는 마을 분들과 군인들을 향해 선무방송을 시작하는 지킴이들 하며,

다시 도서관을 개관한다며 분주한 헬레나도 보인다.

4일 군부대 투입과 두꺼비가 잡혀가고 난 다음 시들해진 황새울 중창단이

다시 2기 중창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중창단에 새얼굴이 보인다.

노래는 여전히 못한다 ㅋㅋ

못해서 즐겁다~~ 그래서 늘 앵콜이다~~

 

몇몇 단체들로부터 기증받은 컴퓨터가 곳곳에 놓이기 시작하고,

검은사슴과 행님(형님 이름 까먹었네)은 평통사앞 쓰레기장 겸 텃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날 마을분 한분이 돌아가셨다고 마을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온다.

마리아가 책상위에 엎드려 펑펑 운다.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 집에 재워주시던 분이시란다.

 

나까이상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일어-한국어 교환학습을 하기로 했다.

나까이상은 동네분들에게 인기 짱이다.

카메라를 들고 하루 들어왔다가 딸 것만 따고 나가는 주류 방송사들과는 달리

같이 모판에 흙담고, 비료푸대 나르고 하며 몇개월을 함께 주민들과 함께 하는 비디오 행동가이다. 이젠 촛불집회 앞에 나가 발언도 하고, "밧주르 꽁꼰, 밧주르 꽁꼰, 단다니 무꺼라~" 하며 노래도 따라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오다 농협창고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았다.

옆에 있는 결사에게 물어보니 농협창고를 개조해서 전시회를 한다고 한다.

창고 앞에 근사한 조형물이 하나 놓여있다.

무너진 학교 폐허더미에서 줏어온 철근이 삐죽삐죽 나온 콩크리트들이다.

철근에 호미며 낫이며 빈집에서 모아온 각종 농기구들을 매달았다.

열심히 일하는 예술가와 지킴이들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학교는 무너졌지만

그 폐허 속에서 더 큰 평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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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병의 정체는?

  • 등록일
    2006/05/15 20:56
  • 수정일
    2006/05/15 20:56
가슴이 마치 시멘트를 발라놓은 듯이 꽉 막혀 있다.

어제 대추리에 들어가지 못해 본정리에서 열린 범국민대회는

한 마디로 실망이었다.

 

친구들과 평택역에서 내려 대추리쪽으로 걸어갔다.

평택 시외를 빠져나가니 안성천 위 다리에는 벌써부터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한 그룹 두 그룹씩 되돌아 나오는 중이었다.

친구들 몇 명이 그냥 가긴 아쉽지 않냐며 도열한 전경들 앞에서

기타 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경찰도 일요일에는 쉬게 해 달라" "일요일에는 맥주나 마시자"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평택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어떻게 본정리쪽으로 진입할 것인가를 놓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택시를 타고 본정리 근처로 가서

논길이나 샛길 등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내가 탄 택시는 안정리로 가는 길에서 멈추어 섰다.

멀리 경찰들이 도로를 막고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전화를 통화해보니,

도로란 도로는 죄 막혀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도로를 막을 수 있을까?

"외부세력" 차단을 이유로 아주 간단히

모든 사람, 모든 평택 주민의 이동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빨갱이를 잡아들인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던

그 "과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외부세력론, 국회에도 상정된바 없는 외부세력론,

수구 언론들만 떠들어대는 외부세력론이

어떻게 모든 민중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도로차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이 보편적이고 엄정한 법에 근거해야할 행정집행을 행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따르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경찰국가인가?

이렇게 푸념하는 것도 입만 아프다.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심장만 상한다. 혈압만 높인다.

하긴, 있지도 않은 군사시설을 어거지로 만들어 군병력과 경찰 배치하고, 농민들 농사짓지 말고 나가라는 후안무치의 정부가 아니던가!

"농사짓지 말라" 하지않고  "영농행위"를 중단하라고 한다.

정말 웃기고 있다. 농사면 농사지 영농행위는 또 뭔가!

'행위'란 말로 농사를 격하시키고 범죄화하면

농사 못짓게 깽판놓는 깡패행위가 신성한 행정대집행이 되나보다.

 

다행히 노조 차량 한대가 길가에서 헤매는 우리를 발견하고

막히지 않은 논두렁쪽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모내기를 하기 위헤 물을 댄 너른 논들을 가로질러 여기 저기서 삼삼 오오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가고 있다.

저기 멀리 본정리 진입로는 깃발과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하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상황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본정리까지 들어오기위해 고생해서인지

사람들은 이미 진이 다 빠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햇볓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잔인하게 내리쬐고 있다.

집행부도 대추리쪽으로 전혀 진입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아예 이럴바엔 평택시내나 사람들 많은 곳에서 선전전을 하는 게 더 나았다.

고생스럽게 왔다가 가만히 앉아 졸다 가는,

전혀 시위스럽지 않은 시위는

4시쯤 마무리됬다.

 

난 어떻게든 대추리에서 열리는 인권영화제에 꼭 가고 싶었다.

4일 이후에 가보지 못한 대추리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대추분교가 어떤 모양으로 무너져 있는지, 지킴이들은 잘 있는지,

마을분들은 안녕하신지 인터넷을 통해 속속 듣고는 있지만,

내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리아와 지킴이집이 가장 그리웠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속속 평택을 빠져나가자 경찰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8시가 되어서야 대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에 시작하기로 되어있던 영화제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마을분들이 모여 있는 한켠에 마리아가 벤치에 앉아있는데,

머리를 스포츠로 깎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와 눈에 서린 불안이 4일 이후의 대추리의 절박함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영화제를 본 후, 피곤한 몸을 지킴이집에서 누이고 나서

오늘 아침에 무거운 눈을 떴다. 아침부터 경찰 몇명이 검은차 3대를 끌고 동네에 들어와서

주민분들이 나가라고 또 한판 소동이 벌어졌다.

오늘부터 무슨 측량작업을 실시한다고 해서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오는 내내 우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저번 4일 침탈 이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을 읽어도 음악을 들어도 일본어 공부를 하려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3월부터 다니던 귀농학교도 그만두었다.

귀농을 차근차근 준비하기에는 내 일상이 너무나 평화롭지 못하다.

이주노동 관련 세미나도 하는둥 마는둥 책도 제대로 못읽고 있다.

대추리의 비평화가 내 비평화를 결정해버린 듯하다.

지킴이들 사이에 돈다는 대추리병이 내게도 전염되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 나타난 증상은 무기력과 울화증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귀찮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갑자기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로 확 떠나버리고 싶다는 충동도 일어난다.

길 가다가 울컥 울음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루는 울음이 딱 가슴께에 맺힌거 같아서 토하듯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어도 봤다.

이 놈의 울화병!

대추리가 나으면 나도 나으려나

내가 나으면 대추리가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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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 등록일
    2006/05/08 02:17
  • 수정일
    2006/05/08 02:17


 

학교에서 새우잠을 자다 새벽에 침탈하러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운동장에 나갔다. 어느덧 동쪽에 해가 뜨고 있다.

 

 


 

대추초등학교 맞은편 미군기지쪽에서 대규모 경찰떼들이 철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시위대가 달려가 막았다. 한참동안 실갱이는 계속되었고, 차와 철조망 사이의 좁은 틈으로 경찰들이 방패를 휘들렀다. 경찰들의 폭력을 말리려하던 아침은 얼굴에 방패를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중상을 입었다. 응급조치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옮겼다.

그 길 따라 흘린 핏자국이 선연했다.

 

논으로부터 새카맣게 전경들이 밀려든다.

갑자기 돌이 날아든다. 뒤를 보며 뛰어가라는 고함, 비명 소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멍이 돌에 맞았다. 피가 난다.

다행히 중상은 아니다.

 


 

경찰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그 날 함께 했던 친구들.

 

 

 

한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논 쪽에서 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쫓기는 시위대.

나중에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나오는 사람들의 머리, 얼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결국 경찰은 대추초교를 접수해버리고,

교문 앞에서 연좌하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뜯어내가며 연행해가기 시작하는데...

 


 


 

 



 


 

 


 

이후 카메라 밧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마지막 대추초등학교에서의 참담하고 비통했던 연행과정을

담지 못했다.

 

정말 긴 하루였다.

500명 이상이 연행되고

100명 이상이 다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도 한...

 

 

 

일주일 전 대추리에서 나는

모자에 꽃을 꽃고 트랙터에 종자와 비료를 담는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친구 둘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뭇 진지하게

'노을'을 불렀다.

황새울 들녘을 바라보며 초등학교 교사가 지었다는 그 동요.

어릴적 친구들과 곧잘 부르고 했던....

 

서정적인 것에는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어버린, '까칠해져버린" 나는,

그들 옆에 서서 노을과 아름다운 그네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들은 지금 대추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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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

  • 등록일
    2006/05/07 17:48
  • 수정일
    2006/05/07 17:48



 

 

 

전경들이 대추초교 옆 밭으로 밀고 들어오자

잭이 쓰고 젤리가 들었다.

 

'고추밭 들어가면 고추떨어진다'


 

고추 떨어질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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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을 위한 평화액션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 등록일
    2006/05/07 17:23
  • 수정일
    2006/05/07 17:23

어제 집회에 참석했던
투밥, 아콤다, 피자매 등의 친구들과 함께
평택을 위한 평화액션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http://www.stopcrackdown.net/peace

이제부터 시작인것 같습니다.
거점이었던 대추초교는 무너졌지만,
운동은 더 다양한 거점들로 더욱 확대되어 나갈 것입니다.

오히려 대추초교 침탈이
운동의 새바람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연대를 기원합니다.

올해에도 농사짓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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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주한미군, 침략기동대로 성큼

  • 등록일
    2006/05/02 23:35
  • 수정일
    2006/05/02 23:35

원문->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7

 

[벼리] (3) 주한미군, 침략기동대로 성큼

미 ‘전략적 유연성’ 회오리 앞에 평화생존권 위협받아
최은아 
통제받지 않는 패권국가 미국의 신 군사전략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반기문 한국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전격 합의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현재 대북억제력으로 존재하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을 특정지역의 ‘붙박이형’ 군대가 아닌, 신속성과 기동력을 갖춘 ‘기동타격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군구조 변환’과 ‘해외미군재배치계획’으로 알려진 미군의 군사 전략 구상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서남아시아까지 선제공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재배치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확장되는 것 자체가 단순히 미군기지의 이동을 넘어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행동’에 해당된다.



전략적 유연성=침략전쟁의 유연성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전역을 군사기지화 하는 한편, 미국과 제3국간 전쟁 발발 시 한국이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노출시킨다. 병력이동의 유연성, 기지사용의 유연성, 장비의 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 합의내용이 한반도 내에서 진행될 경우, 한반도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배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확장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이루기 위한 출발에 있는 셈. 다산인권센터 박진 인권활동가는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해외 미군은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런 계획 속에서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확장은 해외미군의 재배치 과정이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방어적 성격을 넘어 선제·예방적 공격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한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은 그들의 판단에 의해 한국의 땅과 바다, 하늘을 통과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기지는 전쟁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은 자동적으로 전쟁 당사국이 된다. 원하지 않는 전쟁의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을 권리, 침략당하지 않을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침략전쟁으로 평화주의에 위배된다.


국가권력 통제, 평화적 생존권의 기초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민중적 통제’는 평화적 생존권을 이루기 위한 기초이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구조’에 개입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작업은 평화주의를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

헌법은 국민이 자신의 삶의 조건에 관련된 주요 사안을 헌법 개정이나 법률의 제·개정,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 의해 원하지 않는 군사행동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적 유연성이 ‘국민투표’ 사안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합의’를 담은 정부간 ‘공동성명’으로 이를 발표했다. 이러한 자의적 행위는 결과적으로 국민투표권을 부정하는,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헌법 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하여 대통령의 자유재량에 따라 국민투표 실시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대통령의 자유재량 사항인가에 관해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아무리 재량권이라 하더라도 국가안위와 같은 중요사안이라는 전제가 충족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묻는 게 의무”라고 꼬집는다. 즉 재량행위는 헌법원칙과 법의 일반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만일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면 재량권의 남용과 일탈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듯 주한미군기지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평택투쟁은 우리의 평화로운 생존을 국가와 패권국에 저당잡히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단지 생존의 터를 빼앗긴 평택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권오름 제 1 호 [입력] 2006년04월26일 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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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일대에서 군경 침탈 훈련- 연대 절실...

  • 등록일
    2006/04/28 21:23
  • 수정일
    2006/04/28 21:23

오늘 대추리에 경찰차 60여대가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추리에 있는 디온에게 급히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디온 왈, 협의매수를 한답시고 국방부가 경찰을
대동하고 대추초교를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기사를 보니 법원 집달관(이 자는 뭐하는 자인고???)이
현재 소송에 결려있는 대추초교를 조사한답시고 새까맣게 경찰을 데불고
들어왔던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군경이 들녘 곳곳에서 침탈을 위한 작전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 같아요.
디온은 화요일에 들어올것 같다고 하는데,
화요일이 될지 월요일이 될지 수요일이 될지 아무도 몰라요.
여러분들도 소식을 받는 즉시 대추리로 와주세요.
아니면 아예 월요일이나 화요일부터 쭈욱 2-3일 있어도 좋구요.
어쨌든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합니다.
사람이 적으면 적다는 물리적인 이유보다는
심리적인 이유로 더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힘이 나지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럴듯한 도움이 되지 않아도,
그냥 여러분의 '존재' 자체가 힘입니다.

 

범대위 홈페이지 http://antigizi.or.kr/

기사클릭 -> http://www.voiceofpeople.org/new/20060428422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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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 등록일
    2006/04/08 02:32
  • 수정일
    2006/04/08 02:32

4월 2일 대추리 촛불집회에서 박노해 시인이 읊었다는 시

집회에서 듣진 못했지만,

읽고 있노라면 눈물이 저절로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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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 박노해

 

우리의 소원은 부자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출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올해도 농사짓는 것이다

허리 숙여 불볕이랑을 기며
태풍 장마에 애간장을 졸이며
누구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일
누구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올봄에도 내 땅에 씨뿌리는 것이다

누가 내 가난한 소망을 가로막는가
누가 내 소박한 봄날을 깨뜨리는가
누가 사람을 먹여 살려온 이 들녘에
사람을 죽이는 전쟁기지를 세우려 하는가

너희가 무력으로 내 땅을 강점하고
너희가 총칼로 내 봄을 짓밟는다면
이제 우리는 나라도 없다
이제 우리는 정의도 없다

미군의 민주주의
미군의 안보
미군의 권리에
내 땅에서 울부짖고 쓰러지고 쫓겨나는 나라라면
나라도 없는 우리는 이제부터 평화의 독립군이다
농사를 내려놓고, 삽도 호미도 내려놓고,
먼저 평화의 농사를 짓겠다

쫓겨난 빈손으로 촛불을 들고
너희들의 미사일
너희들의 전투기
너희들 탐욕과 전쟁의 마음을
내 안에서 조용히 불사르겠다

불살라, 이 새싹같은 촛불을 들고
저 우는 들의 눈물을 기름부어
너희들 무기의 어둠을 불사르겠다
우리들 인간의 봄을 시작하겠다

이제 나라도 정의도 없는 우리는
미군의 총칼에 울부짖고
미군의 폭력에 피흘리는
지구마을 어린 것들을 보듬어 안고
국경없는 평화의 봄을 꽃피우겠다

이 들녘에 떠오르는 아침해는
누구도 홀로 가질수는 없듯이
이 들녘에 차오르는 봄은
누구도 홀로 맞을 수는 없듯이
대추리 도두리에도
전쟁의 바그다드에도
새만금에도
쿠르디스탄에도
봄은 어디에서나 봄이어야 한다
아아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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