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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앤드루 존스 지음

 

[책과 삶]말은 넘치나 실체 모호한 ‘세계화’…끝나지 않은 40여년 논쟁을 살피다 (경향, 문학수 선임기자, 2012-08-03 20:19:18)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앤드루 존스 지음·이가람 옮김 | 동녘 | 408쪽 | 17000원
이제 ‘세계화’는 일상용어다. 한국 사회에서 그 용어는 1990년대 문민정부 시절에 ‘국제화’라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가 차차 ‘세계화’로 정착한다. ‘글로벌’이라는 용어로 변형되기도 했다. 기업과 대학들이 앞장서서 그것을 유포했다. 우리는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이거니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세계 곳곳의 뉴스들, 쏟아져 들어오는 여러 나라의 상품을 접하면서 세계화를 체감한다. 아울러 금융자본의 전 세계적 흐름이 만들어낸 경제위기를 몸으로 겪으면서 세계화의 실체를 목도한다. 이제 어린 학생들의 대화 속에서도, 팝스타의 노랫말에도 세계화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정작 세계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상황을 세계화라고 일컫는 것일까? 막상 그런 질문과 마주하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앤드루 존스는 “이제 세계화는 광범위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은 왜 중요한지조차 묻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대학의 경제지리학 교수다. 그는 “세계화는 얼굴을 바꾼 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며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 역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정치인부터 시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온갖 변화를 일으킨 원인으로 ‘세계화’를 내세우며 환호하거나 비난”하지만, 정작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미진하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양적으로 보자면) 그동안 질릴 만큼 많은 논의들, 과용·과대 포장됐던 이론들”이 범람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논의의 현 상태를 점검하고, 어떤 이론이 가치 있는지를 평가하는 중간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밝히면서 “세계화 이론의 폭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영국에서 2년 전 출간했던 책이다. 저자는 40년간 이어져온 세계화 논쟁의 주요 논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자신의 독창적 의견을 피력하기보다는 그간의 핵심적 논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안소니 기든스 등을 시작으로 나오미 클라인, 마이클 하트, 안토니오 네그리, 아르준 아파두라이까지 포괄한다. 저자는 “세계화의 주요 이론가들”을 좌우를 망라해 선별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두 18명의 사상가들이 제시한 이론을 11개의 주제로 나눠 정리한다. 마틴 울프와 토마스 프리드먼이 세계화의 전도사라면,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 등은 그 반대편에 선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예일대 석좌교수인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체체론이야말로 세계화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바라본다. 물론 그것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관점이기도 하다. 세계체제론은 세계를 하나의 체제로 보면서 중심부, 반주변부, 주변부로 나눠 권력관계와 자본주의적 양상을 분석한다.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해 이후의 세계화 논의에서 커다란 줄기를 형성했으며, 세계화와 근대성의 필연적 관계를 주장한 안소니 기든스(2장)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를 연결시킨 마누엘 카스텔(3장)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은 “세계화가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 아니라 500년도 넘는 긴 역사”를 갖는다고 바라보는 공통점을 갖는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7장)은 세계화를 “경제발전의 기회”로 본다는 점에서 세계화를 긍정하는 대표적 논객들로 손꼽힌다. 또 “세계화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8장)는 ‘대안적 세계화’의 대표적 이론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권위 있는 경제학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는 양쪽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기 어렵다. IMF를 포함한 세계기구의 이론가들은 물론이거니와,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논객들에 의해서도 “이상적이거나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이 책의 저자도 “(스티클리츠가 보여주는) 단언(斷言)과 일반화”에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저자는 2000년대 이후 사회학계에 영향을 미쳤던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10장)의 ‘제국’과 ‘다중’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 제국의 특징이 나타난다”며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별로 고와 보이지 않는다. “이론으로 무장한 급진적 발상”일 뿐 “세계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는 담론으로 별로 유용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이 책은 세계화 이론의 주요 논객들이 내놓은 주장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저자의 입장에서 완곡한 비판을 곁들인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주요 저서들은 국내에 이미 대부분 번역, 출간돼 있다. 하지만 그 저작들을 일일이 섭렵하기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까닭에 400여쪽 분량의 이 책이 유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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