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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에서 안철수의 생각으로 (2012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0726075038
안철수, 기회인가 재앙인가? (프레시안,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2012-07-26 오전 7:56:48)
[김윤태 칼럼]<1> 한국정치 양날의 칼
왜 안철수인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의 생각>이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일으키는 정치적 논란은 가히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 번도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적도 없는 안철수 교수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012년 대선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안철수 현상은 대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한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누가 안철수에 열광하는가?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가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지 보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수도권과 호남에 많지만, 전국적으로 골고루 퍼져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이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뛰어넘는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소득 수준도 다양하다. 이념 성향을 보아도 진보, 보수, 중도에 걸쳐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정치의 전통적 코드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가 바로 20~40세대라는 점이다. 안철수교수는 벤처 기업인으로 성공하여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청춘 콘서트 등으로 대학생과 소통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선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조건, 인물, 메시지를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비당파적 정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 진영 논리의 한계 등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구조와 정치적 가치의 관계
1940년대 정치사회학은 사회구조적 변수가 정치적 태도와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미국 사회학자 폴 라자스펠트 교수가 이끄는 컬럼비아 학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구조적 변수가 정치적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라고 볼 수는 없다. 20세기 후반 서유럽의 노동자계급이 감소하면서 반드시 사회민주당이 쇠퇴하지는 않았다, 육체노동자의 지지가 감소했지만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받아 사회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을 보충했다. 가치의 변화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물질주의 가치와 삶의 질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탈물질주의 가치가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유럽 국가들의 경향을 보면 대부분의 사회민주당 지지자들은 탈물질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한국 사회를 보자.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정치구도 대신 3김이 이끄는 지역주의 정치구도가 지배했다. 노동계급의 정당이 출현하는 이전인 1998년부터 육체노동자의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등장한 민주노동당은 대기업 노조 이외에 화이트칼라의 지지에 의존해야 했다. 사실상 다당제로 구성된 정치구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당은 물질주의 가치도 탈물질주의 가치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결합하면서 특정 정당의 지역별 독식 현상이 유지되었다. 당연히 정당과 후보들은 중간 성향을 가진 중위 투표자의 지지를 획득하기보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했다. 소선거구제에서 중간 성향 유권자를 지향하여 정책이 중도로 수렴된다는 '중위 투표자' 이론은 한국 정치에서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당파주의에 입각한 충성심과 파벌에 대한 복종만이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연히 국회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격투기의 장이 되었다.
비당파적 정치의 등장
이렇게 당파적 정치(partisan politics)가 계속되는 동안 당파적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파 유권자가 점점 증가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거의 절반 수준이다. 한때 60퍼센트를 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파당적 정치는 정치혐오감을 더욱 키웠으며, 대선 때마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성을 가진 '제3후보'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구조의 변화가 바로 안철수 현상을 만든 역사적 유산이다.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거대 양대 정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명확한 정체성이 없다. 민주당은 선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당원의 권리를 스스로 부정했고, 진보당은 당원의 권리를 파괴했다. 어쩌면 거대 정당의 무능은 터무니없는 선거 공약보다 대표 체계의 부재가 더 문제이다. 정말 정당은 스스로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지 아무런 고민이 없이 행동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비상대책위원회에 등장하고 외부 인사가 정당 공천을 심사한다. 심지어 '슈스케' 방식의 이벤트로 공당의 후보를 정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당은 아직 현대화되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의 힘
오랫동안 한국 정치는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유권자들은 정당보다 인물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대선은 정당의 이념과 정책보다 인물에 대한 선호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개인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군사정부에 저항한 투사, 지역주의에 맞선 정치인, 이장 출신 장관은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이다. 대통령제를 가진 미국 정치에서도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힘을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 사례이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엔센이 말한 대로 미국과 한국은 이미 '드림 소사이어티'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보면 현대적 정당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라는 전통적 변수와 함께 진보와 보수의 이념 구분에 따른 현대적 요소가 뒤섞여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도덕적이지만 무능한 인물과 유능하지만 사악한 인물 사이의 선택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교수처럼 유능하면서도 도덕적인 인물은 새로운 메시아처럼 보일 수 있다. 강자를 능가하는 막강한 성공신화와 약자를 토닥이는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 기성 정당 대신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
진영 논리의 한계
안철수 교수 현상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적 문법과 관련이 크다. 역설적으로 안철수 교수 교수는 가장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인기를 얻고 있다. 정치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안철수 교수는 정치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더 높다. 놀랍지 않게도 안철수 교수는 당파적 정치의 진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정치권이 사용하는 문법을 거부하고 알기 쉬운 대중적 어휘를 사용한다. 상식과 소통을 말한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안철수 교수는 정주영, 정몽준, 문국현의 지지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나아가 과거를 둘러싼 논쟁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과거를 심판하기보다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를 원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대결하는 선거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안철수 교수 현상은 양날의 칼
안철수 현상은 한국 정치에 양날의 칼이다. 이는 한국 정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재앙의 경고일 수 있다. 안철수 교수의 높은 지지율은 기성 정치권이 변화를 촉구하는 유권자의 의사 표현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이 '안철수 현상'을 외면하면 정당 체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지금 유권자들은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 빠진 여의도 정치를 거부한다. 또한 과거의 틀에 따른 진영 논리를 벗어나기를 원한다. SNS 세대가 등장하면서 소통과 참여의 욕구가 더욱 커졌다. 안철수 교수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한 지도자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낡은 지역주의 정치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책 의제를 제시해야한다. 파벌, 진영, 정당의 경계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확대하고, 보편적 복지복가를 건설하겠다는 사회통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국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울림을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세금 증액 없는 복지 확대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는 당연한 상식을 말했다. 한국 사회에 상식이 있다면 '안철수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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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02155175&code=910100
“안철수가 누구지?…친구를 보여주세요” (경향, 김진우·이서화 기자, 2012-08-20 21:55:17)
ㆍ교수 3단체 ‘안철수 현상과 대선 과제’ 토론회
“모두가 안철수를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안철수의 마법’에 걸려 있는 것 아닌가.”(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안철수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당신의 친구들을 보여주세요. 그럼 누구인지 말하겠습니다.”(강남훈 한신대 교수)
‘안철수현상’의 의미를 짚어보고 대선 과제와 향방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 3단체는 20일 서울 운니동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개최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 이래도 좋은가’라는 주제의 집담회다.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안철수는 해결책이 아니다… 정당정치 기본을 침식할 것”
▲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치개혁 기여 가능성 높아… 새누리·민주당보다 나을 것”
■ ‘안철수현상’은 메시아주의

‘안철수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해구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우리 정당 정치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지만,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치의 문제를 드러내주는 안철수현상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안철수현상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직화된 정치세력 없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고 했다. 나아가 “시민 후보로서의 안 후보 당선과 그 정부의 등장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당 정치의 기본을 침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안철수현상이 정당 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정당 정치를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치 바깥에 결정권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대안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정 교수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할 때 “누가 결단해야 할 것인지 창조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 민주당이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 문제는 극히 부차적인 문제”라며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대선의 수혜자의 될 것이므로 걱정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 ‘포지티브 검증’ 받아야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안 원장이 국민을 대상화시키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안 원장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인 강남훈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에 드러난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그런 기회가 상실된 채 안 원장이 막판에 후보가 되면 우리가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도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일반인과 다른 측면을 요구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까지 안 원장의 행보는 문제”라고 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안 원장이 출마를 분명히 선언하고 옳은 생각들을 정치 현장에서 실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당선과 향후 국정운영, 그리고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민주당의 입당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수많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과거 세력과 과감히 결별하고 정치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등 체제 전환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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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207/h2012072102383421000.htm
보편적 증세 등 현실성 있지만 정책간 충돌 등 일관성이 없어 (한국, 장재용기자, 2012.07.21 02:38:34)
■ 한국일보 자문교수가 본 안철수 원장 경제·복지 정책
재벌 개혁 구상, 대기업 강력 규제하면서 일자리 창출 가능할지…
보편·선별 복지의 조합, 민주당과 비슷하면서 한쪽 치우치지는 않아

한국일보의 선거보도 자문위원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경제ㆍ복지 구상에 대해 "전반적인 방향성 측면에선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보편적 증세 방안을 제시하는 등 나름 현실적 고민을 한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 각론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모범 답안만 내놓으려다 보니 정책 간 충돌 등 일관성이 결여됐다"(허 교수),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어 보인다"(하 교수)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안 원장의 대기업 정책에 대해 "이제까지 재벌개혁 방안으로 거론됐던, 모든 메뉴들을 포괄했다"며 "대기업집단을 강력 규제하겠다면서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복지 재원의 기본인 성장은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 대안은 없다"고 평가했다.'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안 원장에 대해서도 "FTA는 다양한 정치경제적 요소를 고려해 진행되는 국가 간 중대 협약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단편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반면 하 교수는 "기업의 존립 근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기보다 기업 운영이나 기업 생태계를 선진화하는 쪽에 가깝다"며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매겼다. 그는 안 원장이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내세우면서 '단계적'이란 단서 조항 등을 곁들인 점, 순환출자에 대한 단호한 철폐를 주장하면서 '유예 기간'을 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성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이나 벤처를 중시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성장동력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 교수는 "굉장한 저항이 불가피한데 이를 어떻게 다룰지, 재벌의 협력은 어떻게 유도할지에 대한 액션 플랜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 원장이 제시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에 대한 진단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하 교수는 "민주당과 유사하면서도 '무조건 전면 실시'를 내세우지 않는 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고 평가한 반면 허 교수는 "매력적인 구호에 비해 구체성이 없어 실현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안 원장이 스웨덴 복지 모델을 극찬한 데 대해 "노무현정부에서 논의되다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잠정 결론이 내려진 북구 모형이 다시 등장한 것이 흥미롭다"며 "왜 다시 스웨덴이 우리에게 맞는 모형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비해 하 교수는 '모든 계층의 증세'에 대해 "그동안 복지 논쟁이 공허한 면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안 원장의 구상이 대체로 민주통합당의 입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의 장점을 살리면서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경제력 남용 해결에 초점을 둔 반면 안 원장은 재벌구조 전체를 개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 원장의 재벌 개혁 정책은 민주당과 거의 흡사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안 원장의 입장은 대기업 범죄 처벌 등 사후 대책뿐 아니라 소유 구조 등 질서나 생태계를 사전에 바로잡자는 것이므로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을 줄이자는 박 전 위원장과는 분명히 다르다"면서도 "민주당과 많은 부분이 공유되지만 부자증세가 아닌 보편적 증세를 내세우는 등 현실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경제ㆍ복지 정책에서 박 전 위원장이 0 민주당이 10이라고 한다면 안 원장은 7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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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868
안철수 책에 드러난 ‘착한 이명박’의 한계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2012-07-20  10:57:38)
[서평] 안철수의 생각… “정의로움 동감하나 현실론 한계 아쉬워”
모두가 궁금해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대권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모든 여론조사를 통 털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겨본 유일한 인물,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원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언제 출마할지, 무슨 말을 할지.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이런 궁금증을 일부분 해소한다. 안철수 원장은 이 책에서 그동안 보여 왔던 지나친 겸손의 자세를 벗어나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에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하고(P33.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이 저한테 (간만 본다는) 그런 얘길 하는 것 아닐까요?”), 그동안 하지 않던 자기자랑도 한다.(P32.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정치를 ‘구체제’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부족을 적극 방어하기도 한다.(P39.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에요”) 책의 중간 중간 “정치를 한다면”을 전제함으로서 자신의 저서가 국정철학과 정책을 담아냈음을 알린다.
자신의 리더십이 새로운 체제에 적합함(P43.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세대 간, 분야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을 알리고, 충분히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P30 “국민의 열망에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 P52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고 말한다.
사실상 이미 대선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그럼 두 번째 관심사 언제 출마할까? 안 원장은 23일 SBS 예능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미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주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책 출간과 TV출연의 간극이 매우 좁았음을 감안하면 출마 선언도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책 제목 그대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그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만들고자 하며, 어떻게 그 방법을 실행시킬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안철수의 생각’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 수단이었다. 공자는 훌륭한 현자지만, 그의 일은 왕이 할 일과는 다르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안철수의 국정운영상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권후보의 미래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 책에 나온 대략적인 ‘안철수의 생각’은 이렇다.
사회안전망이 갖춘 복지국가에서 국민의 불안을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동력을 이끌어 낸다. 공정한 기회를 갖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재벌-사법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 평화통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안보불안을 낮추며 신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안철수 원장은 사회안전망 제도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전문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선별적 복지만 고수한다면 부유층과 중산층의 ‘반 복지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P95)는 상황인식, “시대 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P95)는 등의 주장은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생각해 왔음을 보여준다.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실 안 원장의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현재 상당부분 다듬어진 이슈이며, 이미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차용해 당론으로 밀거나 야당의 대권주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즉 안 원장의 이번 책은 ‘내가 이런 정책을 갖고 있다’라기 보다는 ‘이런 정책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안 원장에게 씌워진 리더십 이미지,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되는 ‘성공한데다 정의롭기까지 한 기업인’이란 이미는 책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문제는 안 원장이 자신의 리더십의 근간인 ‘소통’을 내세우다 보니, 제시된 국정철학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어느 정권이나 ‘소통과 대화’는 필수적이나 안 원장은 나름의 정책을 설명할 때 마다 합의에 방점을 두면서 ‘현실적 여건에 맞춰’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때문에 2번 챕터 제목은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이다.
“과도하게 근본적인 접근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인 변화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재벌개혁과 관련 질문 중)(P125)”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소통과 참여를 앞세우다 결국 재벌과의 ‘협상’으로 귀결되었고, 안 원장이 주장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도 현 정부 들어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결국 재벌의 손아귀에 머물렀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간’ 상황에서 ‘점진적 변화’, ‘소통’이 어떤 형태로 변질될지 알 수 없다.
노동과 탈핵 부분도 정의의 관점에서 언급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노동과 관련해서 ‘사회안전망을 기반으로 한 좋은 일자리 창출’(P164),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P172) 등이 있으나 일자리의 질과 노동 차별 등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회의”(P167)를 열자는 제안은 다소 진부할 정도다. 이미 실패사례로 드러난 ‘노사정 위원회’에 야당 정치인만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탈핵도 안 원장은 동의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원전 철수 계획은 없어 보인다.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대체에너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P206)는 수준이다. 노후한 고리1호기가 재가동 되고, 안정성에 논란이 있는 고리5~8호기가 공사에 착수했다. 당면과제에 대한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다.
물론 <안철수의 생각>은 안 원장 대권가도의 첫 책일 뿐이다. 안 원장의 실제 대선출마를 한다면 곧 이를 구체화 시킨 방안을 들고 나올 것이다. 안 원장도 이 책에서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 하겠지요”(P52)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이 책만으로 '정의로운 사업가 안철수'의 진면목은 알 수 있어도 '대통령 안철수'의 로드맵은 알기 어렵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기대를 품지만, ‘현실주의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이미 한정지은 부분은 아쉽다.

 

강준만의 안철수 저서, 10년 전 돌풍 일으킬까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2012-07-20  18:04:44)
'안철수의 힘'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 안철수가 적임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탄탄한 지지율 위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색깔이 불분명하다' 혹은 '착한 이명박', '안철수 피로증후군'까지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힘>에서 이에 대한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 교수는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이전부터 몇 차례에 걸쳐 말했다. 정쟁이 극심한 한국사회 정치에 대해 나름 '중도선언' '탈이념선언'을 한 셈인데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발끈했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도덕이 위기에 봉착한 시기엔 양비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속된 말로 중립은 장사가 안 되는 정치노선"이라며 "안철수는 정치권 밖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 중도를 표방하고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정당정치의 이론으로 보자면 기가 막힐 일이겠지만, 중도라는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자면 한국 사회의 큰 행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안 원장이 탈북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탈북자들의 집회 현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상대편 진영에서 키우는 얘기는 무조건 음모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병폐에 ‘하이킥’을 날린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안철수의 강점은 기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을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이념은 중도주의라기보다는 진보와 보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이컨셉츄얼리즘'이다"고 정의한 이유다.
이런 강점은 강 교수가 자신의 책을 통해 사실상 안 원장을 지지 선언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는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 교수는  "만약 야권이 기대는 시대정신이란 게 정말로 있다면 나는 그건 '타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진보주의자들은 타협을 더럽게 생각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를 비롯한 전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불신과 증오의 소용돌이가 변할 조짐은 도무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00대 0'의 이분법 구도에 반기를 들고 나선 안철수가 인기를 누리는 안철수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그의 시각에선 안 원장을 '착한 이명박' '남자 박근혜'라고 부르는 주장은 "진보근본주의적 비판"에 다름 아니다. 먼저 '착한 이명박'이라는 의혹부터 살펴보자. "안철수식 성공 모델이라는 판타지를 아편 삼아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망각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안 원장이 시장주의자이며 그의 시장 모델은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이 주장하는 '공정 국가모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강 교수 저서에 따르면 남 소장은 "기존의 진보가 추구하는 분배·형평성·안정성·연대도 중요하지만 보수가 지향하는 성장·효율성·역동성·경쟁 등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라며 "필자는 선택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안 교수가 이명박인가 아닌가, 어느쪽 진영에 속한 사람인가를 따지기보다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안 원장에 대해 품는 오해는 '안철수 피로증후군'이다. 하지만 강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언론과 지식인들만 느끼는 피로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언론보도를 살펴보자. 한국일보 5월 3일자 칼럼 <이런 불공정 게임이 어디있나>, 조선일보 5월 31일자 사설 <안철수, '대학 강연 정치'로 국가 지도자 될 수 없다>, 헤럴드경제 6월 1일자 사설 <안철수식 정치 선문답, 지나치게 길다>, 경향신문 같은 날 사설 <안철수, 논평 아닌 비전·철학 내놓을 때다> 등 출마선언이 늦어지는데 따른 비판 일색이다.
강 교수는 진보·보수 모두에게 이런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 지지율이 떨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철수가 다치는 걸 염려하는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대선 출마 선언을 질질 끄는 것을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로 봤다. 정치권이 안 원장의 출마를 닦달하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의 배경에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혐오가 있다는 점을 감안컨데, 유권자들은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당신들에게 돌 던진 자격이 있는가, 내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밖에도 '안철수는 빨갱이다', '안철수는 정치를 모른다', '안철수의 킹메이커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안철수는 밑바닥에서부터 성공을 이룬 스토리가  없다'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중 눈여겨 볼 점은 킹메이커에 관한 논란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씨는 한 방송에서 "만일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킹메이커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예를 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 원장은 "저는 그 분이 제 멘토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되고 또 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김제동 씨나 김여진 씨도 제게 멘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흔들릴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대선 때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정치권을 떠난 김 전 대통령에게 정계 복귀 수순의 자연스럽게 밝게 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김대중 대통령론'의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에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책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지지자들을 양산하고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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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042103385&code=990304
[기고]20세기 정당론과 21세기 현실의 충돌 (경향, 안병진 |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 2012-07-04 21:03:38)
지난 6월19일 있었던 최장집 교수의 국회 민생포럼 강연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난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비효율적인 집단지도체제의 문제 등 적절한 지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20세기 낡은 대중정당 모델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매우 복고적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최장집 교수가 정당정부론이라 부르는 이 모델은 노동자 계급 등 이해관계자에 뿌리내린 바탕 위에 일관된 강령과 규율을 추구하는 당원과 정당 활동가들이 지배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정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진민 교수 등이 이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대중정당 모델을 폐기하고 21세기 모바일 사회에 조응하는 개방적인 유권자 지지층 중심의 정당 모델을 제기해온 것이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비슷한 취지에서 나는 최근 ‘동향과 전망’ 학술지에서 시민 개입주의 시대에 조응하는 시민 네트워크 정당론으로 이론화하였다. 한국 진보정당의 롤 모델 중 하나인 프랑스 사회당도 좀 더 시민에게 개방성을 강화하면서 최근 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정당 실패를 극복하고자 하는 석학의 수십 년간의 이론적 고투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핵심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이다. 광범위한 시민의 개입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 계급 기반의 정당 엘리트 모델을 다시 시도하자는 것은 정당을 영원히 협소한 틀에 가두고 부단한 실패를 반복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과거 닫힌 엘리트 모델의 삼성과 보다 개방적 플랫폼의 애플 중 누가 더 강했는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
그가 강연에서 강한 어조로 모바일에 친숙한 그룹의 이념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기이하다. 왜냐하면 바로 그가 꿈꾸는 노동자 계급 기반의 대중정당이야말로 그가 경계하는 이념적 경직성의 정당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 진영 대신 권영길을 지지하는 층으로 정당의 기반을 바꾸면 이 경직성이 해결되는 걸까? 그의 경계심과 정반대로 모바일에 친숙한 청년세대와 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층 결핍이야말로 오히려 민주당 위기의 핵심이자 집권을 위해 사활을 걸고 구애해야 할 대상이다. 물론 미국의 무브온과 민주당 관계처럼 전투적인 자유주의 그룹과는 상호 간에 적절한 긴장과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 교수의 사회경제적 뿌리에 근거한 정당의 꿈을 가장 잘 달성하는 방법도 모바일 정당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노동자 진영에 지금처럼 신경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냐하면 이제 한국노총 등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수만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모바일 정당을 그저 단순 여론조사 만능주의로 오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디어 엘리트와 여론조사가 지배하고 시민이 관객으로 전락하는 청중 민주주의 시대는 그가 주장하는 당 활동가 지배 시대로의 퇴행이 아니라 시민의 능동적 개입주의 시대로 극복해야 한다. 눈을 들어 세계를 보면 오늘날 앞서가는 정치세력들은 모바일 등 21세기 기제를 오프라인과 결합하여 지지자들과의 심층적 정책과 전략 토의의 실질적 민주주의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이 잠재력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정당 활동가와 전문가가 강령을 만드는 20세기 방식에 익숙한 이들을 우리는 엘리트 보수주의자라 부른다.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것은 당 외부의 광범위한 시민 지지자들에게 꿈과 매력을 보여주며 이들을 결집할 애플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주도하는 자가 몇 달 후 대통령이 될 것이며 반면에 이에 실패하면 퇴행적인 한국식 닉슨 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이제 20세기 모든 낡은 교과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21세기 교과서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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