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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치개혁’ 너무 나갔나…“행정부 견제 약화” 비판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3206.html
아마추어 포퓰리즘인가 프레임 전쟁 노림수인가 (한겨레21, 2012.11.05 제934호, 이지은·송호균 기자)
[정치] 뜨거운 논란 휩싸인 안철수 정치 혁신안…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vs “포퓰리즘 운운은 교만한 생각”

»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정치 혁신안이 대선판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가 10월23일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 수 축소, 국고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를 뼈대로 한 정치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제가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권에 묻고 싶습니다.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일을 못하는 겁니까? 민생에 필요한 법을 못 만드는 게 의원 수가 모자라서입니까?” 550석을 꽉 채우고도 빈틈이란 빈틈은 모두 메우고 있던 청중들은 “아닙니다”라고 외쳤다. “선거 때가 되니 모두 재벌 개혁, 반값 등록금, 전세값 대책 등을 걱정하시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뭘 하신 거죠?”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졌다. 지난 10월23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 국고보조금과 중앙당 폐지를 뼈대로 한 정치 혁신안을 내놓았다. “의원 수를 줄인 만큼 예산이 절약되는데, (중략) 그 돈을 청년실업 또는 의원 정책 개발비로 줄 수 있다”는 말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야당·시민단체·진보개혁 성향 학자들의 거센 비판
안철수는 포퓰리스트인가, 아니면 정치 혁신의 담지자인가. 대선판에 뜨거운 논쟁 하나가 불거졌다.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시민단체, 진보개혁 성향의 학자들 상당수가 비판에 나섰다. 안 후보 쪽은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유민영 대변인)이라며 비판 의견을 ‘기득권자들의 논리’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을 “국민과 기득권의 대결”(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가 직접 논쟁도 벌였다.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문 후보의 비판에 안 후보는 “국민 인식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고 맞받았다. 여기에 재야 원로들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두 세력이 ‘정치 혁신’을 첫 주제로 의견 교환할 것을 촉구해, 후보 단일화와 맞물린 정치 혁신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평가는 냉혹했다. 안 후보의 정치 혁신 방안에 대한 비판의 요체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라는 측면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정치의 기능은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조정·해결하는 것”이라며 “안 후보는 그 정치의 과정을 불편해한다는 점에서 ‘탈여의도’를 선언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기존 정치권 자체를 기득권 집단으로 바라본다. 박상훈 대표는 “이는 신자유주의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나 재벌 연구소,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정치의 축소와 일맥상통한다”며 “물론 안 후보의 선의는 이해가 되지만 국민의 뜻을 잘 이해하는 뛰어난 대통령 한 사람이 정치라는 과정을 우회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고 통치하겠다는 건 온정주의적 군주정의 논리”라고 짚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조성대 한신대 교수도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숙고가 부족한 안”이라며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당이나 국회를 바로 세워서 없애야지, 정치를 없앤다고 불신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도 포퓰리즘적 행보, 나쁘게 표현하면 대의정치의 과정을 회피하려는 파시즘의 전조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장은 “정치가 죽거나 줄어들면 시장이 커지고, 시장의 지배자인 재벌이 이득을 보며, 한국에서 재벌의 대변자인 관료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며 “반정치주의는 복지국가와 뉴딜을 해체하기 위한 미국 신자유주의자의 정치 철학”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기득권 핵심은 지역주의인데, 오조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거꾸로 가는 방향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 후보가 인하대 강연에서 미국·일본 사례를 들며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서로 다른 정치제도를 무시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회의원 1인당 유권자 수는 평균 9만8천 명이고 유럽은 평균 5만 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 명의 의원이 16만2천 명의 국민을 대표한다”며 “의원 수를 늘린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안 후보의 방안은 이론적으로도 옳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말했다. 조성대 교수는 “국회의원이 더 적은 수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구조가 당연히 더 민주적”이라며 “국력이 허용하는 한 국회의원 수는 늘리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제왕적 대통령과 행정부 권력을 견제하려면 오히려 국민의 대변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냈다.
중앙당과 정당 보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을 무시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제도의 개선이나 안정적 통치에 대한 고민보다 정치를 불신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인기 영합적 반정치의 정치”라며 “유권자들이 듣기엔 속 시원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인 힘의 역학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중앙당을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일이 가능할까.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집권했을 때 어떤 형태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거나 발전시키겠다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야당들은 정치 기득권의 핵심은 지역주의인데, 안 후보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0월22일 “우리 정치가 움켜쥔 기득권의 핵심은 고질적 지역주의”라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통해 현재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인 의석 분포를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고, 지역구 선거구 획정을 독립 기구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정치 기득권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 패권에 있는데, 선거제도는 그대로 둔 채 국회의원 수만 줄이면 똑같은 양상이 되풀이된다”며 “박수받기 좋은 것만 대책 없이 내놓은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거대 양당 구조에서 소외돼온 진보정당의 비판도 상당한 수준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국회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법안이 하루 몇 개 이상 생산 안 된다고 감원·해고하는 식으로 정치를 바라보면 결국 권위주의나 소수 엘리트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강력한 반대는 예상했던 일”
안 후보는 이런 반발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강연을 “새로운 의견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제나 의심받고 새로운 반대에 부딪힌다”는 존 로크의 말로 끝냈고, 10월26일 경상대 강연에서는 “예상한 그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런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안 후보는 경상대 강연에서 “지엽적인 하나하나를 붙잡고 논쟁하지 말고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가에서 출발하고, 정치권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비판 가운데)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국민들의 맹목적인 정치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라며 “이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교만한 생각”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분이 계시다는 게 참 착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10월25일 여태 내놓았던 정치 혁신 관련 제안을 정리해 보도자료로 내놓은 데 이어, 이날은 안 후보가 직접 ‘강연 정치’를 통해 반격한 것이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가장 먼저 얘기했던 게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존중 등 국회 권한 강화였다. 그런 맥락은 떼놓은 채 국회의원 정수 축소만 놓고 반정치니 포퓰리즘이니 비판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지역구를 줄이겠다는 문재인 후보 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쪽은 2000년 외환위기의 여파와 시민단체의 낙선·낙천 운동의 영향으로 국회의원 수를 273명으로 줄였던 ‘전례’를 강조한다.
그러나 안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이번 혁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혁신포럼 소속의 한 교수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안 후보가 왜 그런 식으로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3개의 정치 관련 포럼 가운데 이번 안을 만든 정치혁신포럼을 제외한 협치포럼·민주포럼 소속 학자들 상당수는 비판적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포럼 소속의 한 정치학자는 “논란이 조용히 묻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후보 캠프의 정책포럼 ‘내일’은 분야별 포럼으로 나뉘어 있는데, 포럼은 정책 제안 그룹이지 ‘캠프 소속’이 아니라고 안 후보 쪽은 설명한다. 포럼이 주어진 과제에 대해 여러 방안을 올리면 선택은 안 후보가 한다는 것이다. 정치혁신포럼에서도 이번 방안에 대해 11명 가운데 2~3명이 반대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정리된 의견’으로 7가지 방안이 올라왔고, 이 가운데 안 후보가 3가지 방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안 후보 쪽은 이런 정책 결정 방식을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소통하는 ‘협치’라고 강조하지만, 이번 정치 혁신안에 대한 내부 반발은 캠프의 역량 약화와 안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후보가 소통, 공감, 수평적 리더십을 내걸었다면 캠프 내부에서부터 보여야 한다”며 “본인 생각에 맞는 소수 의견을 채택해 과감하게 질러버리는 스타일이라면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재인과 민주당을 향한 ‘낙인 효과’?
캠프 안팎의 반발에도 안 후보가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이번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이번 대선을 ‘기득권 대 미래 가치의 대결’ 구도로 가져가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는 ‘프레임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정치 불신에 편승한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는 협력의 정치, 직접 민주주의 강화 방안을 차례로 내놓으며 정치 혁신 공세를 계속할 태세다. 안 후보의 정치 혁신안이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문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을 깐 것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낡은 세력으로 몰기 위한 프레임을 던진 것”이라며 “정치 혁신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대 교수는 “반정치·반정당적 국민의 여론을 선동해서 정치적 우위를 누리겠다는 선거 전술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노린 ‘프레임 효과’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다. 특히 야권의 두 후보가 정치 혁신이라는 화두를 놓고 경쟁하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소외되고 있다. 안 후보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단일화 문제에서도 제대로 된 정치 혁신 방안이 무엇이냐를 놓고 양쪽이 논쟁하며 전체 대선 판을 주도해나가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 민주당에 끼치는 ‘낙인 효과’도 상당하다.
안 후보 쪽은 정치 혁신이라는 의제를 주도해나가면서도, 이것이 단일화 논의의 매개로 거론되는 것은 꺼리고 있다. 문 후보 캠프 새로운정치위원회의 정해구 간사가 지난 10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쇄신 대안은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으나, 안 후보 쪽은 “토론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게 좋다”(유민영 대변인)며 거부했다. 문 후보와 나란히 앉는 테이블이 아니라, 안 후보가 직접 대중을 만나는 방식으로 정치 혁신 논쟁의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황당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단일화 구도에 영향 끼칠 수도”
그러나 논쟁이 가열돼 안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 안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에 무조건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정치적 경험이 없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정치적 참신함인데, 그것이 정치적 무정견이나 불안정함으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제3의 후보, 무소속 후보로서 이런 방안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반인들은 공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부동층이 워낙 적긴 하지만, 야권과 진보 진영 쪽에서 비판이 많기 때문에 단일화 구도에서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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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58588.html
[논쟁] 국회의원 수 축소, 정치개혁인가 (한겨레, 2012.11.01 19:18)
무소속 대통령,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 초대 국회의원은 200명에 불과했다. 회기를 거치며 조금씩 늘더니, 올해 뽑힌 제19대 국회에선 300명으로 불어났다. 헌법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상한이 없다. 국회가 꾸준히 의원 수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안철수 후보가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국회의원 수 축소’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제구실 못하는 국회 개혁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론과 정당정치를 위축시키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비효율적 정치구조 개선해야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폭력·태업·식물국회’ 비판 속에 제 잇속만 챙기는 국회의원들 수가 적어 ‘밥값’ 못하고 있나
민주국가에서 국민을 주권자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자들의 구성체이므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국회의 의사이자 동시에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률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법치주의라 하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민주국가에서 국회는 매우 중요하고 본질적인 존재다.
이처럼 국회가 중요한 곳임에도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까닭은 무엇인가? 태업국회, 파업국회, 폭력국회, 자기 잇속 챙기기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한 탓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주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회의원 수를 줄여 비효율적인 정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국회의원 수를 정할 때에는 국민의 정치비용부담, 효과적인 의정활동, 그리고 국민 대표성의 확보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거나 포퓰리즘적 여론몰이로 추진해 나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국회의원 1명당 국민의 수가 멕시코 21만명, 일본 26만명, 브라질 37만명, 미국 70만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6만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인구·국내총생산·정부예산과 공무원 수 등을 고려할 때, 346~379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은 어느 것도 설득력이 없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 또는 학술적 연구를 통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의사와 시대정신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고 하는 이유는 다른 선진국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 100명을 줄여 해마다 30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 군살빼기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조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라는 시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의원의 수를 더 늘리면 그 특권도 사라질 것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세력이 커지면 그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지역에 바탕을 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거시적 안목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의정활동을 하기보다는 지역 현안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것과 직능·직역·계층 등을 기반으로 대표를 뽑는 것 중 어느 것이 대표성을 더욱 밀도 높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교통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그리고 지방자치의 성숙과 지방분권의 확대로 인하여 지역 대표성의 중요성은 상당히 감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국회의원의 수, 특히 지역구 의원의 수는 줄이되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공천 시스템에서는 비례대표를 늘려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능·직역·계층 등을 실제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당정치 위축시키는 위험한 발상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정치가 민의 반영 제대로 못했지만 국회의원 수 줄이기는 해법 아냐
행정부 견제·감시도 어려워져

무미건조한 대선 정국에 활기를 불어넣은 쟁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국회의원 수 축소’ 방안이다. 학계,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6만2868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34곳 중 미국, 일본, 멕시코를 제외하면 4번째로 많다.
최근 안철수 캠프에서 국회의원 수 축소에 대해 ‘기득권·특권’을 내려놓으라는 의도를 갖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퇴출하자는 취지였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수 축소에 대한 실천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축소’를 통한 개혁 방안은 정치에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방법으로 정치의 목적을 왜곡시킨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시민권과 같은 공공성을 보장·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불가피하게 투입되는데, 기업과 같이 이익극대화라는 효율성 논리로 접근하면,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한 사회의 공공성은 약화될 것이다. 이는 정치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학자인 로버트 달이 지적하듯이 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은 “국민들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체제”인 것이다. 오늘날 정치혁신의 목적도 반응성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치가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정치 불신과 혐오가 심화되었다. 따라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반응성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수를 줄인다면 다양한 이해와 요구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기보다는 자원동원력을 독점한 소수의 이해와 요구만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권한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 수 축소는 비대해지고 전문화된 행정권력을 통제하는 국회의 기능을 축소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리를 보장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선 민주화 이후에도 3권분립의 원칙이 잘 지켜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대통령과 집권당 사이의 관계를 포함한 정당정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행정권력이 전문성과 체계적 조직력에 기반을 두고 거대한 공룡조직으로 변한 탓도 클 것이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해도 국회의원의 수를 줄인다면 국회의 대정부 통제와 감시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혁신의 목표는 민주정치의 제도화에 있다. 즉, 국민의 의사와 뜻에 따라 정치가 이뤄지고 어떠한 세력도 정치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민주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성이라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공공성이라는 정치 논리로 정치를 바라봐야 한다. 이 공공성의 논리에서 정치혁신의 우선적인 방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다.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는 국민의 의사를 좀더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으며, 개별 의원이 아니라 정당이 주체가 되는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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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62157295

최장집 ‘안철수 쇄신안’ 반대“의원 500명·결선투표제 도입” (경향, 박홍두 기자, 2012-10-26 21:57:29)
경향신문 시민대학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6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주장한 ‘국회의원 수 축소안’에 “정치 그 자체를 축소하자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2013년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특강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너무 적다. 오히려 500명으로 늘리되, 특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23일 정치개혁 방편으로 내놓은 국회의원 정원 축소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최 교수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방안으로는 “국고 보조금을 줄이거나 2년마다 바꾸는 방안이 있다”며 “국회의원의 스테이터스(지위)를 낮춰서 시민에 더 가깝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역사상 가장 급진적 정부였는데, 정당을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 안과 밖의 벽을 허물어버림으로써 당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내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를) 캠프의 대표로 생각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며 “새누리당보다 응집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아무런 권력이 없으니 뭔가를 할 수가 없다”며 당내 리더십 재구성을 촉구했다.
원로사회의 ‘개헌 요구’에는 “개헌 대신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면서 정당의 다당제를 허용한다는 면에서 정치적 다원주의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에서 “두 후보들 간 정책 대결이 충분히 무르익도록 해야 하는데 빨리 단일화하라며 압력을 넣으면 결국 한 사람은 포기해야 한다. 이는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결선투표제를 해서 2차 투표를 하는 게 지금 밖에서 강압하면서 만들어내는 결과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62156565
안철수 “국민의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폄훼” 정치쇄신안 고수 (경향, 김진우·진주 | 조미덥 기자, 2012-10-26 21:56:56)
ㆍ“특권 포기에 기득권이 저항 국감 불참 의원들 세비 반납”
ㆍ대선·단일화 과정 주도 포석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26일 국회의원 수 축소 등 자신의 정치쇄신안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정치권과 학계의 비판을 정면 반박했다. 기치로 내건 ‘정치쇄신’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안 후보는 경남 진주 경상대 초청강연에서 “(제 정치쇄신안이)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제일 아팠던 부분은 ‘국민의 맹목적인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라며 “그 말은 ‘국민이 정치를 싫어하도록 안철수가 부추긴다’는 것이다.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냐”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정치를 싫어하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정치쇄신안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국민의 요구’를 방패 삼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후보는 “제가 했던 건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인데, 그게 왜 포퓰리즘인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된다”며 “국민의 개혁 열망에 귀를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정치권은 국민 요구에 귀를 닫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본질”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라는 말과 ‘기득권, 특권’을 누차 말했다. 정치쇄신안 반대를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지지로부터 동력을 얻겠다는 뜻이다.
앞서 안 후보 캠프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도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의 특징은 국민과 정치적 기득권의 대결”이라며 “안철수 정부가 탄생한다면 국민이 처음으로 기성 정치에 대해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연금법, 세비 인상 등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권부터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치권이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노력이 부족하다”며 “말의 성찬은 있는데 내 것을 내려놓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19대 국회가 지난해 대비 16% 정도 세비를 인상했는데, 그래서 정치를 더 잘했느냐”며 “국정감사 때 ‘안철수’ 감사를 했는데 제가 국정보다 더 중요한 사람인가. 국감 때 국감을 안 한 의원은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정면돌파를 택한 것은 정치쇄신 이슈를 계속 불붙여 이번 대선 과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벌써 논쟁이 시작됐다”며 “논쟁하고 합의해 나가면서 정치권은 어떤 뼈를 깎는 개혁을 할지 결론만 나면 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안 후보 캠프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MBC 라디오에 나와 “다음주부터 안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정치학자들이 포럼이나 토론회를 시작하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얘기할 것”이라며 “기득권을 포기해서라도 새로운 정치의 미래를 만들어야 된다고 하는 의지가 하나하나 모이는 과정이 바로 야권이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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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52117415&code=990100
[정동칼럼]안철수와 정치의 다운사이징 (경향, 박상훈 |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2012-10-25 21:17:41)
공기업 경영이 방만하다고 민영화가 꼭 대안이 아니듯이, 또 정부의 예산 운용에 잘못이 있다고 감세가 최선이 아니듯이, 정치가 문제라고 정치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책임감 있는 공기업 운영 방안을 찾고, 때로 증세를 통해서라도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정치 쇄신'의 길 역시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최근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정치개혁안이 '정치의 다운사이징'만 말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를 '기득권' 내지 '특권'과 동일시하고, '정치권'을 사회로부터 단절된 권역으로 소외시키는 언어 사용도 걱정스럽다. 우리가 권위주의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면, 정치는 누가 뭐라 해도 시민주권의 결과물이다. 아무리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해도, 시민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주권을 위임받은 정당과 정치인을 대체할 권위체는 없다. 그렇기에 정치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정치인을 선출한 시민을 모멸하는 일이 될 때가 많다. 정치를 줄이라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정치를 3류도 아닌 4류라고 규정했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주장이나, 전경련 내지 재벌연구소가 내놓는 정치개혁안을 관통하는 것도 같은 정치관이다. 정당과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관료들이나, 정치를 야유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주류 언론들도 늘 같은 주장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이들은 모두 "방향은 옳다"라는 말로 반기는 데 반해, 대조적으로 비판언론들만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지금의 중앙당이 문제가 많고 국고보조금 지급 방식도 개선할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방향을 축소하고 없애고 하는 식으로 갈 수는 없다. 많은 시민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기대를 건 것은 그런 개혁을 원해서가 아닐 것이다. 복지와 재분배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다수가 되었듯이, 정치가 제 기능을 한다면 정치에 대한 공적 지원과 투자를 지금보다 더 늘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수 시민의 진정한 의사라고, 필자는 믿는다.
파당적인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가들이 좋은 정책을 연구해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정당의 기능은 줄여도 좋다는 것이 이번 정치개혁안의 또 다른 기조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운영이 당파를 초월한 전문적 연구에 의해 계도될 수 있다면, 민관의 협치를 이끄는 효율적인 행정 기능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괴롭지만 그것은 인간의 현실이 될 수 없다. 정치란 인간이 갖고 있는 싸움과 갈등, 적대의 요소를 비폭력적으로 표출하고 해결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하며, 이미 안철수 후보도 정치적 싸움을 개시한 지 오래다. 정치적 결정은 늘 갈등적 상황 속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고, 해결하기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할 때도 많다. 전문가의 조사와 연구, 통계자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정치적 결정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망상이다. 최종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인도하는 것은 특정의 사회적 가치와 비전 내지 삶의 경험이고, 그것을 집단화한 것을 우리는 정당이라 부른다. 가난한 보통사람들에게도 평등한 자유가 보장될 수 있어야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그들을 대표하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하나의 팀으로서 집합적 열정을 공유하는 조직적 실체를 형성해가는 과정 없이, 무슨 수로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 후보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고 사실상의 정당이 되어 가고 있는 바, 현실 정치를 비난하는 것으로 '아웃사이더의 이점'을 계속 향유하려는 것은 불공정한 행위이다. 그 자신의 최대 미덕이 그러하듯, 잘못된 방향 설정이라면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한국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된다면 더 큰 기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 정치의 여러 문제가 제대로 토론되고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21024224251
"안철수, 대통령되면 광화문에서 깃발 들 건가?"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정리),전홍기혜 기자, 2012-10-25 오전 11:57:44)
[긴급 좌담] 박상훈-이철희 "안철수 개혁안,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프레시안>은 '인하대 발언' 이후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정치학 박사)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긴급 좌담을 마련했다. "안철수 후보가 주장해야할 방향은 정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어야지, 정치를 '구조조정해서 정리해고'하자는 것은 아니다"는 게 이날 좌담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박상훈 : 안 후보에게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했던 것은, 정당이라는 위치 때문에 갖는 전략적 편협함을 벗어나서 본인이 '상식'이라 부르는 합리적 내용을 말한 것 때문이었다. 반면 이번 개혁안은 상당수가 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대안이 아니라 너무 즉흥적으로 나왔다.
즉흥성의 원인은 무소속 후보라서 기존 정치를 공격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발상이 아닐까 한다. 그러다 보니 캠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조차 깊이 귀 기울여 진지한 결론으로 나오지 못한게 아닌가. 유리한 담론효과를 위해 다양한 의견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발언하게 되는 문제를 낳지는 않았을까?
이철희 : 안철수 후보 측은 정당도 아니라 캠프다. 집권했을 때 갖는 위험성이 검토되고 걸러지는 게 필요한데 준비 안 된 것을 성급하게 내는 건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소통, 공감, 수평적 리더십을 내걸었다면 캠프 내에서부터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 본인 생각에 맞는 소수의 의견을 채택해 과감하게 질러버리는 스타일이라면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보기 힘들다.
박상훈 : 안 후보의 민주주의관(觀)이 '아웃풋 데모크라시'(결과물 중심주의)의 편향 같다. 민주주의는 '인풋 오리엔티드' 돼야 한다. 대표되지 않은 목소리를 '인풋'하는 게 안 후보의 긍정적 기능이었는데, 갑자기 '대안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쫒기면서 뭔가 내놓는 쪽으로 한다. 매번 정책발표를 하는데 좋지 않다. 기본방향에 충실하기만 해도 한국정치에 기여할 텐데 설익은 걸 시리즈로 발표하면서 '준비 잘 돼 있다'고 과시하려 하는 건 안 좋은 것 같다.
박상훈 : 정치는,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공동체의 좋은 질서를 만들기 위해 감당하는 비용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 적절한 비용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없듯이 민주주의의 비용이 있다. 그것을 기득권이나 쓸데없는 것으로 보는 것은, 세상의 어떤 정치학 이론도 그런 방법으로 운영된다 생각할 수 없다.
(안 후보의 안은) 신자유주의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갖는 생각, 또는 재벌 연구소에서 내놓은 것, 보수언론에서 정치에 주문했던 것들, 보수적 정치학자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가져와 '정치를 축소하고 정치의 권능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제도개혁안에 비춘 게 아닌가 한다.
의원 수가 많다고 했는데, 현재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다른 나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의원수는 400명까지는 늘어도 좋다. 제대로 기능하기만 한다면 정치의 효용은 다른 어떤 것보다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의원은 시민을 대표하는 건데, 안 후보가 예로 든 일본과 미국은 대표 범위가 좁다. 양원제 국가고 거기서도 하원만 센 것도 문제가 된다.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 비례대표까지 늘리면 지역구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데, (바람직한 대의제 모델은) '근접성의 원리'라고 대표와 대표되는 사람 간에는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얘기했으면 한다. 법을 바꾸는 문제니 국회가 해야 한다.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기본이라면 과감히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해라. 목적이나 가치가 바람직하다고 하면 규모를 늘리는 것을 학계나 노동계에서도 이제는 반대하지 않는다. 반대는 기득권 '파워 엘리트'만 하지, 시민들의 다수는 충분히 민주주의 위해 비용을 낼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의원 늘리면서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오히려 맞는 대안이다.
정치는 기득권이 아니라는 것을 좀더 강조하고 싶다. 안 후보 강연은 포퓰리즘적인 면이 있다. 정치를 공격하는 것은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즐겨 활용하는 방법인데, 정치를 줄이면 민주주의도 준다. 정치가 활력 있어야 민중주권이 생긴다. 정치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이 아니라 '액티베이션'(활성화)이 필요하다.
박상훈 : 정치를 이해하는, 정치가 한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점에 대한 변화 없이,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효용성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 아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감하게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에서 진지한 검토를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과연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문제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엘리트들의 평균 수준에서 보면 정치 엘리트들이 비교적 낫다. 대학 같은 지식 엘리트들 문제가 훨씬 더 크고, 기업조차도 노사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언론 엘리트들이 좋은 것도 아니다.
평균적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 엘리트들이 도덕성, 능력, 성실함, 책임감에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왜 정치에 대한 더 큰 불만이 있느냐, 민주주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다른 데랑 달리 기준이 높고 엄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거지, 다른 데보다 형편없이 못해서 그런 건 아니다.
정치인이 제 역할을 하게 길을 열어주는 게 대선후보로 나선 지도자의 역할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석이나 이데올로기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접근은 재고해야 한다.
이철희 : 어차피 청와대 들어가면 관료들에 포위된다. 청와대에서 행정을 하면 여론을 알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 언론, 관료들이 올리는 보고서 세 가지밖에 없다. 그밖에 정당이라는 유력한 기제가 있는데 이 통로를 안 쓰면 갇힌다. 민의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통로인데 그걸 줄이겠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 결국 관료국가, 행정국가 만들겠다는 게 아닌가?
박상훈 : 민중주권의 요체는 의회에 있고 재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국회 청문회다. 대통령도 의회에서 견책받는 걸 두려워한다 그게 민주주의의 힘인데, 강한 대통령제는 스스로 의회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보수언론이나 주류학계, 재벌들도 가능하면 민중주권의 요체인 의회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고 관료들도 심심하면 국회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하지 않나.
그런 태도가 보여주듯이, 물론 의원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현재는 (의회가) 민주적 권능의 요체로서 더 활성화되고 제대로 할 수 있는 걸 (하도록) 하는 게 개혁의 길이 돼야 하지 않나. 그걸 줄인다면 강해지는 건 경제권력, 행정권력, 지식인들의 이데올로기 권력일 수밖에 없다.
정치가 시민사회 속에서 활력 있게 움직이는 것이 목표고, 민중주권이 강화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정치를 사회 밖에 있는 어떤 곳으로 몰아놓고 특혜 줄여라, 기득권 줄여라 말하는 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좋은 것은 사회 기득권이다. 정치가 시민사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을 보면, 신자유주의적·경영자적 태도도 있지만 정치를 사회에서 분리시키려는 어법도 있는 것 같다.
박상훈 : 우리나라는 하부기반도 약한데 중앙당도 허물면 어떻게 정당이 시민사회의 조직자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그걸 대신하는 게 정책 연구하는 전문가들일까? 만약 정치가 연구로 해결되면 정치가 필요 없다. 행정으로 충분하다.
'연구로는 충분치 않다. 지도자의 결단도 필요하고 타협이나 양보도 필요하고, 최상의 방법을 몰라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학습하는 게 정치다' 이런 관념이 아니라 '누군가 사심 없이 비정치적으로 연구해서 결론을 내면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건 관료·경영인 등 전문적 관리인들이 정치영역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주의는 가난한 보통사람들에게 정치에 대한 참여가 가져다주는 선한 효과에 기초한 것이다. 그게 아닌 전문가, 관리자주의는 현대판 귀족주의다. 중앙당 폐지 그 자체보다 거기 숨어 있는 정당관이 더 문제라고 본다.
이철희 : 공천권 없는 정당이 정당인가? 공천이 사천(私薦)으로 되는 건 문제다. 그걸 명실공히 공천으로 만드는 건 필요하다.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건 레토릭(수사법)으론 좋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박상훈 : 정당이 대표해야 할 사회적 기반을 더 넓고 깊게 가져가는 방향이 정당을 더 좋게 만드는 거지, 역할을 줄이는 게 아니다. 정당이 풀뿌리 기반과 만나는 지구당을 부패 혐의 있다고 없앴는데 지금 없나? 이름만 지구당이 아닐 뿐이지 당협이 있다. 기능은 그대로 있는데 형식만 없앤 꼴이 된 게 우리나라 정치개혁이다.
중앙당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도 만들고 정책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 커져야 한다.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시민사회를 계층적·직능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해야 한다. 그걸 기득권, 특혜, 돈 먹는 조직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완전국민경선제도 완전히 반대한다.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 미국처럼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할 때 하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제도이지 그게 최선의 제도로 이해되는 건 곤란하다. 정당의 공천은 정당이 시민사회를 대표해 싸울 자신들의 '장수'를 보내는 일인데 사람들한테 '뽑아주세요' 하는 건 곤란하다.
박상훈 : 민주주의에서 정치과정은 시민의 선호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공적 토론과 숙의를 통해 선호가 형성되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의견 수렴을 더 잘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해서 선호 형성 과정을 빼고 민주적 참여를 테크놀로지로 대신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
참여를 기술로 대체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 시민의 선호형성 과정은 한 세력에게 독점적으로 대표될 수 없다. 때문에 몇 개 의견을 가진 집단이 의견을 형성하고 다른 의견과 경쟁하면서 공익이 뭔지를 전 사회적으로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시민과 공익적 결정 사이에 오로지 기술적으로 잘 반영하는 것만 있다고 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선호가 형성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정당에 책임추궁도 하는 것인데, 그게 안 되고 뉴 테크놀로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면 책임성도 없고, 시민은 무정형적으로 흩어져버리고, 대표가 누구를 대표하는지도 불확정적이 되고, 그러면 민주주의란 과정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구조 위에 떠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 나아가 정치의 기능이 붕괴된다.
집단적·파당적 매개 없이 개인인 시민과 공적 결정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정치가 발전되는 게 아니라 정치를 위험에 빠트린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민주주의가 좋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대의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대의제가 더 진보적이다. 어떻게 발전시킬까가 목표여야지 그걸 넘어서는 직접성, 이런 건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 얘기다.
이철희 : 저는 안 후보가 철인왕(哲人王) 프레임을 벗어주길 바란다. 본인이 뭔가를 결론낼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과도하게 욕심내선 안 된다. 정치학자들의 상당 부분이 반대하는 길이라는 건 만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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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7187.html
안철수 ‘정치개혁’ 너무 나갔나…“행정부 견제 약화” 비판 (한겨레, 이태희 기자, 2012.10.23 20:43)
안 ‘의원 정원축소’ 쇄신안 논란
전문가들 “방향 잘못 잡았다”
중앙당 폐지·보조금 축소도 비판적
안쪽 “기득권 혁파해야 국민공감
기존 정당들은 이런 제안 못해”

안철수 대선 후보가 23일 내놓은 국회의원 정원 축소와 중앙당 폐지, 그리고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안에 대해 정치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정치쇄신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안 후보 캠프는 이를 예상하면서도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기존 정당 및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한차례 더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전 정치학회장)는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고 국정감사·입법·청원 등 고유의 일이 많다”며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좋지 않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비용이 문제라면 세비와 각종 특혜를 줄여야 할 일이지, 의원 수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 대표인 의원 수는 더 늘려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구호는 정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신자유주의적인 구호”라며 “제대로 된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강화시켜야지, 정치를 약화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중앙당을 없애고 국고보조금을 줄이면 결국 돈 있는 부자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벌과 관료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입법부인데, 입법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정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해야지, 정당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지역구 의원은 줄이는 대신 세분화되는 사회적 욕구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고, 가능하다면 의원 정원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행 국회의원 정원은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 제헌의회 200석을 시작으로 1988년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한 299석으로 늘어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6대 국회에서 한차례 273명으로 줄어든 적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안철수 캠프에서 이런 카드를 꺼낸 이유는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캠프에 참여하고 있던 일부 정치학자들은 이번 안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를 위한 카드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기존 정당들이 어떤 쇄신안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기득권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구 개편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여야는 서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인구 감소 등으로 줄여야 할 곳을 줄이지 않고 정원을 유지해 왔다”며 “이제는 줄여야 할 지역구는 줄이고, 그 여력을 국회의원들이 더 많은 정책을 만들 수 있게 쏟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의원과 정당들이 받는 특혜를 줄이자는 주장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에 유리한 정치적 어젠다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9대 국회 때 300명으로 정원 1명 늘릴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이 있었느냐”며 “국회의원 줄이자는 주장은 기존 정당들이 공개적으로 반박하기 힘든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들이 이런 제안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이 “안 후보가 제시한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것에서도 그런 고민이 묻어난다.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많은 논란과 토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야기한 정치쇄신의 방향은 정당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정책정당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대신 그 돈으로 정책담당 보좌관을 늘려 정책기능을 강화하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당보조금도 그냥 줄이자는 게 아니라 가령 정책개발을 위한 기금 등으로 별도 책정해 지원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이번 제안을 계기로 정책정당으로 가기 위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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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정치 개혁은 결국 ‘반 정치’의 전면화였나? (미디어스, 김완 기자, 2012.10.24  11:47:41)
[분석]포퓰리즘의 '꽃놀이'패인가, 현상의 초라한 실체인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인하대 강연에서 밝힌 ‘의회·정당·선거제도 개혁 방안’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반응은 3가지로 엇갈린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을 비롯한 정치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인터넷 토론 사이트 등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반응은 ‘환영한다’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선 ‘아마추어같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정당의 공식 입장은 사뭇 신중한 편이다.
안철수의 정치 개혁은 결국 ‘반 정치’의 전면화였나?
안 후보의 3대 정치 혁신 제안은 ‘국회의원 100명 축소’, '중앙당 폐지 및 축소‘, ’공천권 폐지 및 완전국민경선제 실시‘이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이면 1년에 5백억에서 1천억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데 그 돈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 수에 따른 국가보조금 제도 역시 “기득권의 산물”이라고 규정한 안 후보는 “국고 보조금 액수를 줄여 민생에 쓰거나 정책을 개발할 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당 폐지 문제 역시 “패거리 정치, 계파 정치”의 종식을 위해 필요하단 입장이고, 공천권 역시  “국회의원들의 거수기 역할을 구조화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안 후보의 입장은 물론,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장삼이사들의 술자리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극단적으로 성토될 때, 자주 등장하는 논리이다. 국회의원의 생산성과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깔끔하게 정치를 ‘축소’하자는 그의 논법은 ‘국회의원 줄 돈으로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는 장삼이사들의 단순한 이분법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를 두고 한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복덕방에서 계속 신문을 보며 시국토론을 하고, 정치 혐오증을 키운 아저씨들의 전형적인 논법”이란 촌철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기반으로 이에 대한 저항은 곧 기득권 수호라는 논리를 전면화하고 있는 안 후보의 태도는 지난 수년 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단적으로 재현해내는 ‘반 정치’ 선언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자음과 모음R' 기획위원인 박권일 씨는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이 발표된 직후 개인 트위터를 통해 “동네술집 만취토론에서나 튀어나오던 얘기가 대선유력후보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니까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라며 안철수 식 정치개혁대로라면 “경찰비리가 많으니 경찰수를 줄이고, 이혼이 많으니 결혼을 못하게 하자는 것”이냐고 조소하기도 했다. 박 기획위원의 이 반응은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가지고 있는 맹점을 잘 포착해낸다.
안철수 ‘정치 개혁안’의 진짜 문제점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은 ‘현실 정치가 엉망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제시한 내용은 ‘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엉망인 상황을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 ‘개악’이란 지적이 높다. 현실 정치를 정상화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방치하는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비례대표성의 약화’와 ‘삼권분립 기능 약화’ 차원의 문제가 지적된다. 안 후보는 미국과 일본의 상황을 의원 숫자 축소의 근거로 제시했는데, 오히려 우리는 의원 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OECD국가 의원 1인당 인구는 평균 9만8천명이고, 유럽국가 평균은 5만명, 우리는 16만2천명”이라며 “유럽국가평균에 맞추려면 997명으로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상황은 주정부와 주의회가 한국의 지방자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자율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체제인지라, 연방의원 숫자와 단순비교하는 것이 적절한 일은 아니다. 대의제 체제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대변한다고 봤을 때, 그 숫자는 늘어날수록 사회적 요구와 권리 담론이 풍성해진다고 보는 편이 마땅할 것이다. 국회의원 문제의 핵심은 특권의 폐지와 과다 대표성에 따른 권력화인데, 이는 국회의원 숫자를 조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자는 안 후보의 주장 역시 대단히 기능적이다 못해 저차원적이란 지적이 높다. 국가 예산 차원에서 1000억 원이 큰돈도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기능이 민주주의 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이 돈을 낭비적 차원이라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이론적으로 봐도 옳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면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라며 “만약 순수하게 '비용'의 문제라면, 개별 의원들의 권한을 축소하고 숫자는 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당 문제 역시 폐지가 합리적 안이 될 수 없단 의견이 많고, 보조금 문제 역시 진성당원제의 실현이 요원한 상황에서 정치의 문턱을 높이는 역효과가 초래될 것이란 지적이다. 과거 지구당 폐지 법안이 '정치개혁' 법안으로 통과되었을 때 사실상 부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보수정당은 별 타격이 없었던 반면 진성당원제 기반의 민주노동당 등만 타격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안 후보가 단 한 명의 국회의원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후보의 제안이 아무런 현실성이 없단 점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안 후보 캠프의 정치 쪽 전문가들이 아무리 현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안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은 안 후보의 발언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그 방향이 안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이라면 캠프에서 퇴장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언은 던져졌다. 물론, 안 후보의 독자적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실기’에 대해 아무도 ‘수습’하지 않고 있는 상황 역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23일 안 후보의 발언 이후 진심캠프 측 관계자는 안 후보의 발언을 제대로 설명 또는 해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략적 판단으로 봐야 한다. 파장과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이러한 발언을 통해 안 후보가 겨냥한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 후보가 강조한 ‘기득권’과 ‘특권’에 대한 언급에서 그리고 안 후보의 제안 이후 엇갈리고 있는 반응에 그 답이 있다.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과 학자들 그리고 일부 개혁적 이미지의 국회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 외는 ‘침묵’하고 있고 심지어 바닥 여론은 ‘환영’하고 있기까지 하다.
안 후보 제안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반응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에 관한 고민은 이해한다. 하지만, 제시한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안 후보의 발언이 대중 정당의 입장에서 매우 상대하기 까다로운 교묘한 주장이란 점을 보여준다. 민주당 입장에선 안 후보의 제안을 대대적으로 부정할 경우 자칫 ‘기득권’, ‘특권’의 이미지를 옴팡 뒤집어 쓸 수 있다.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가 옳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대중의 인식이 거기에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제안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몇몇 토론형 게시판 사이트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의 제안에 현실성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보이지만, 그 제안의 방향 자체에 대해선 환영하는 입장이 더 많아 보인다. 그만큼 기성 정치가 싫은 것이고, 국회의원들이 못 미덥다는 방증이다.
결국,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업고 현상으로 등장한 안 후보 입장에선 이번 제안을 통해 잃을게 별로 없단 분석이 가능하다. 정치 개혁에 대한 선명한 의제를 확보하며, 문제로 지적된 내용들에 대해선 오는 11월 10일 발표할 총론에서 수정/보강하면 된다. 대신, 그 전까지 안 후보는 정치 개혁 이슈에 대한 주도력을 발휘하며, 이에 저항하는 이들을 ‘기득권 세력’ ‘정치 특권층’으로 옭아매는 프레임을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 내용적 허무함과는 별개로 대중 선전의 차원에서 보자면 안 후보의 정치 개혁 제안은 ‘마당 쓸고 돈 줍는 꽃놀이 패’인 셈이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 감지했겠지만, 이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태도다. 이에 대해 박권일 기획위원은 “안철수는 이제 정책을 조금만 포퓰리즘으로 틀면 하시모토가 될 것이다. 착한 이명박이라니, 턱도 없는 과소평가였다”는 맨션을 남기기도 했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인 하시모토는 자민당과 결별한 이후 독단적 추진력과 극단적 성향을 결합한 포퓰리즘적 행태로 전문가와 대중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며 ‘하시즘’이란 신조어로 불리고 있는 정치인이다. 정치개혁 제안이 안철수 현상의 실체적 진실을 폭로하는 계기적 사건이 될지  아니면 후보의 단순한 실기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의 핵심으로 지적됐던 ‘정치개혁’이 첫 제안부터 절룩거리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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