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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민영화 관련 글


http://www.redian.org/archive/47147
영리병원 저지, 지금이 마지막 기회 (레디앙,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2년 12월 4일, 11:15 AM)
더 늦기 전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민생에는 임기란 없다며 끝까지 일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욕(?)이 민중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임기 초부터 추진하던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의료관광 활성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마지막 법적 절차인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을 공포했고,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하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30일 김용익 의원, 11월 2일 박원석 의원이 각각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이 보건의료체계에 불러올 악영향을 막는 것을 목표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른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영리병원 허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논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계류되어 있다.
개정안이 지식경제위원회 논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는 지식경제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각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위원은 회부된 안건의 타당성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여 해당 위원회 위원들에게 배부하고 회의장에서 구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김호성 지식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검토보고서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출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하여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기에 논의가 필요하다.
* 한미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 보건의료서비스가 유보항목이기는 하지만,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규정된 의료기관․약국 등의 설치는 유보항목의 예외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의료기관이나 외국인전용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
*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대상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므로 적절하지 않다.
*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면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개설하도록 하는데,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 건강 증진에 위해가 된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반대하는 검토보고서의 논리들은 대부분 설득력이 부족하다. 반대를 위한 억지논리이거나 영리병원을 허용하자고 하면서 ‘국민의 보편적인 건강 증진’을 들먹이는 등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개정안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하도록 하는데, 이는 영리병원을 금지할 뿐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02년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법에서 외국의료기관의 진료대상자를 별도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검토보고서는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면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
검토보고서에서 새롭게 등장한 논리는 개정안이 한미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토보고서는 ‘보건의료서비스가 미래유보 항목에 포함되기는 하였으나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의료기관, 약국 및 이와 유사한 시설의 설치 등에 대해서는 예외이므로, 외국인이 의료기관이나 외국인전용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한미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외국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한미FTA 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며, 현재 내국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에도 영리병원 설립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내국인 대우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검토보고서의 주장과 달리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을 금지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한미FTA의 조항은 투자자국가제소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병원이 설립된 상황이라면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없으므로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하더라도 한국 정부를 제소할 투자자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걸림돌이 없는 것이다.
한미FTA는 오히려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되어야하는 이유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법을 되돌리려면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병원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화된 이후에는 제소당할 것을 각오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을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은 영리병원 문제와 무관하며, 외국인의 정주여건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취지는 너무나 많이 왜곡되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2002년 제정 당시에는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을 허용하였으나 수차례 개정되면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였을 뿐 아니라 영리병원 허용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영리병원이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한 번도 없었다.
이후 정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몇 차례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였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법제도의 미비로 인해 영리병원 현실화가 힘들다는 평가에 따라 경제자유구역법을 추가로 개정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으나 사회운동의 반대와 영리병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정부는 결국 여론 수렴이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및 시행규칙 제정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영리병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관철시켰다.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이유치고는 너무나 간절하고 일방적인 방식이다.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민영화와 관련한 정부의 말 바꾸기는 한미FTA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간 정부는 줄곧 영리병원 문제는 한미FTA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결정권은 한미FTA가 체결되더라도 여전히 한국 정부에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한미FTA가 발효된 지금,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방향의 개정안이 상정되자 한미FTA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불가하다며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영리병원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입장은 모두 핑계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어떻게든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정부는 이미 제한된 지역에서 영리병원을 우선 허용한 후 일반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2009년 한 토론회에서 준정부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등을 위해 … 영리의료법인, 의료채권제도, 경영지원회사를 통한 경영효율성 증대 및 부대사업 확대’가 필요하며 ‘영리의료법인의 도입 방법은 사회적 논란의 최소화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등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적 허용 후 허용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와 함께 영리병원 설립을 주도하는 것은 삼성자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업계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삼성병원을 중심으로 민간보험활성화-영리병원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삼성은 최근 의료기기회사·제약회사를 인수·설립하는 등 보건의료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의료민영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송도국제병원 역시 삼성이 주도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삼성을 위시한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건의료를 재편하려는 의료민영화 정책인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은 그간 정부가 추진해오던 의료민영화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이며, 영리병원을 국내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 및 자본의 계획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한 이번 개정안은 이번에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013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진정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미FTA 위반을 운운하며 영리병원 존속을 시도해서는 안된다. 검토보고서의 주장과 달리 개정안은 한미FTA 위반이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빨리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실패하고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현실화된다면,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에 큰 악영향이 발생하더라도 되돌리기 힘들다. 한미FTA 때문에 영리병원 허용을 되돌리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이 개설되지 않은 지금이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할 마지막 기회이다. 한국 보건의료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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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1105100942
영리병원 허용, 마이클 샌델이라면… (프레시안,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2-11-05 오전 10:33:11)
[서리풀 논평] 영리 병원의 도덕성
모두 다 아는 이야기를 되풀이 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영리법인 병원 이야기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설명했기 때문에 자칫 쓸 데 없는 말만 보태기 쉽다. 그렇지만 좋건 싫건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영리 병원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겹치고 지루하더라도 곱씹고 또 씹어야 할 만큼 중요해서다.
영리 병원이 한국의 의료와 환자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의료비 폭등, 낮은 질, 계층 간의 불평등, 의료 체계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 명백하다.
이런 점에서 영리 병원은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문제 많은 정책이다. 우석균과 신영전이 최근에 <프레시안>(☞관련 기사)과 <한겨레>(☞관련 기사)에 구구절절이 써 놓은 대로다. 그러니 여기서 어이없는 정책 과정과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되풀이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는 새롭게 영리 병원의 도덕성을 물으려 한다. 담배 농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더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도록 조장할 수는 없다.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무기 산업을 키우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설사 몇 가지 도움 되는 것이 있다고 해서 영리 병원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영리 병원은 그야말로 극소수 재벌과 상업 자본의 이득 빼고는 무슨 가치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꼭 그게 아니라도 정책의 '도덕적' 기반은 '경제적' 기반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법으로 영리를 어떻게 규정하든, 영리 병원은 돈벌이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다. 이미 모든 병원이 돈벌이를 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영리를 기관 존립의 '첫째' 목적으로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영리 병원은 투자자에게 배당을 할 수 있게 허용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허용'이 아니라 배당할 이익을 남기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잃으면 영리 병원의 존립 근거는 사라진다. 다른 일은,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하는 것을 포함해서, 돈벌이에 지장이 되지 않는 한, 아니 지장이 되지 않을 만큼만 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도, 인간적인 진료를 하는 것도, 그 어느 것이든 부차적 목적이다. 영리라는 목적을 좀 더 잘 수행하도록 하는 '하위 목표'에 그친다. 따라서 무슨 말로 설명하더라도 영리 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병원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의심스러우면 미국 영리 병원의 실상을 다룬 <뉴욕타임스>의 2012년 8월 기사도 참고할 수 있다(☞관련 기사).
여기까지 말하고 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벌이가 죄가 되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 행위는 많은 사회, 경제적 활동의 일차적 목적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물을 만하다. 환자를 치료해서 돈을 버는 것이 다른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이라는 책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했다. 그의 논법을 빌리면 좋은 치료는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에 속한다. 정상 기능인 다른 사람의 콩팥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완전히 '공정하게' 콩팥을 사고팔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장기를 매매하는 것은 몸과 사람의 생명, 건강의 가치를 물건과 상품으로 변질시키고 왜곡한다. 사람의 장기조차 화폐 가치로 바뀌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 못하리라. 우리의 도덕적 감성은 여기에 저항한다.
영리 병원은 치료와 건강 회복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말이다. 콩팥이나 성을 사고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그것의 도덕과는 또 무엇이 다른가 물어야 한다.
영리 병원은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기준, 공정성과 가치의 문제에서 모두 걸린다. 우선 영리 병원은 공정한 환경에서 대등한 거래를 통하여 공정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류 경제학자도 인정하듯 의료를 제공하는 쪽(병원이나 의사)과 환자는 대칭적인 처지에 있지 않다. 의사가 수술을 하라고 하는데 여러 곳을 둘러보고 와서 결정하겠다는 환자는 상상하기 어렵다. 자기 공명 영상(MRI)을 찍어야 한다는 의사에게 혼자 판단으로 안 찍어도 될 것 같다는 사람도 없다.
환자는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한 쪽 주체가 아니다. 굳이 거래라면, 선의를 가진 의사나 병원이 환자를 대신해서 환자에게 이롭도록 판단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리 병원은 필연적으로 의사나 병원이 환자와 맺는 관계를 바꾼다. 선의를 가진 환자 대행인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제 주체가 영리 병원의 본질이다. 이 때 환자는 시장에서의 한 쪽 거래 당사자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자의 상태는 여전히 불리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결국 영리 병원은 환자의 불리함에 기초해서 이익을 추구한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영리 병원이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리 병원은 샌델이 말하는 '가치'의 측면에서도 도덕적이지 못하다. 병의 치료와 건강 회복에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우애와 친밀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빼고 '돌봄'을 생각하기 어렵다. 영리 병원은 치료와 건강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상업화한다.
환자의 불리함을 기초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영리 병원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리 병원이 만에 하나 어떤 이점이 있다 하더라도 반대한다.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럴 리는 없지만) 가령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하더라도 찬성할 수 없다. 병원과 의료의 본질로 보자면, 앞에서 말한 공정성과 가치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책의 도덕적 기초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영리 병원은 근본부터 부실하다. 진료비 증가나 외화 벌이, 서비스의 질과 같은 효과를 따지는 것조차 삶의 본질을 비켜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영리 병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곧 개인적 삶과 사회적 조직의 기본 원리 한 가지를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이 제일인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질문은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고, 또 사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062151145&code=990303
[시론]영리병원, 의료 재앙의 문 열리는가 (경향,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2012-11-06 21:51:14)
돈 안되는 환자는 안 받는 병원. 건강보험에 의료비를 과잉청구하는 병원. 의료의 질과 상관없이 간호사를 줄이는 병원. 지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롬니가 대주주인 HCA 영리병원은 이런 방법으로 천문학적 이윤을 올렸다. 문제는 이 방법이 HCA만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리병원 전체가 이렇게 돈을 번다.
미국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 비교했을 때 한 환자당 20%를 비싸게 받는다. 또 의료인력 고용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매우 적다. 사망률도 비영리병원보다 2% 더 높다. 이 모든 사실은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 의해 확인됐고 한국의 국책연구원인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영리병원 도입 법안이 모두 좌절된 것은 영리병원이 병원비는 높고 의료서비스 질은 낮다는, 너무나 명백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4개월도 안 남은 시점인 지난 10월29일 현행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고치는 꼼수로 영리병원 허용법령을 기어이 통과시켰다.
이름하여 경제자유구역 ‘외국의료기관’이다. 외국의료기관이라지만 국내자본이 50%를 투자할 수 있고 내국인 진료는 100% 허용된다. 외국의사면허소지자는 10%만 있으면 된다.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됐다고 하지만 이미 경제자유구역은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걸쳐 있다. 말이 외국의료기관이지 국내자본이 운영하는 국내영리병원이다. 더욱이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 대한 특혜”라며 당장 국내영리병원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 왜 4개월도 안 남은 정권에서, 국회도 통과하지 못한 영리병원 허용을 강행한 걸까? 한·미 FTA에서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은 한번 설립허가를 내면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는 사실. 그리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우선투자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내자본이 삼성이라는 사실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번 결정하면 다음 정권은 바꿀 수 없으니 일단 ‘먹튀’를 하고 보자는 것이다.
미국은 전체 GDP의 17.6%를 의료비에 쓰면서도 전체 인구의 6분의 1은 의료보험이 아예 없다. 이러한 재앙적인 미국 의료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국공립병원이 전체 병원의 35%라서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국공립병원이 7%밖에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병원들이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는 길이 열리는데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마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기우일까?
더욱이 지금 의료민영화만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스민영화, 철도민영화도 추진 중이다.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재벌들에는 큰 이익이겠지만 서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료비와 가스, 철도요금 폭등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말하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후보들의 약속을 거짓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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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리병원, 의료민영화에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29/0200000000AKR20121029169200017.HTML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법령작업 완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2012/10/29 17:46)
'외국인 의사 비율 10% 이상' 규정
정부가 논란 속에 추진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을 위한 법령 작업이 마무리됐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보건복지부령인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에 필요한 법 정비가 일단락 됐다"며 "오늘부터 설립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행규칙 공포는 지난달 21일 경제자유구역 제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공포된 지 약 한달 만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는 지식경제부 소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지만 허가권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이다. 복지부장관은 이날 공포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주게 된다.
공포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에는 외국인 의사·치과의사 면허 소지자가 10% 이상 있어야 한다. 또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은 외국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다른 병원과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편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은 의료진 90%가 한국인으로, 사실상 내국인 대상 영리병원"이라고 주장하며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30101733
MB, 퇴임 4개월 남겨두고 기어이 일 냈다 (프레시안,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부대표, 2012-10-30 오후 2:41:19)
[우석균 칼럼] 삼성재벌을 위한 MB 정부의 '마지막 먹튀' 영리병원
이명박 정권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오래간만에 이명박 퇴임시계를 찾아보았다. 117일 남았단다. 4달도 안 남은 정권이, 또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기어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어제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고시하여 영리병원을 끝내 허용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표현대로 "영리병원 도입 장장 10년만"의 일이다. "임기 끝까지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이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고 또 경제자유구역에만 있으므로 국내의료제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이 외국의료기관은 말로는 외국의료기관이지만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이다. 이 병원은 국내기업 50%가 투자가 가능하다.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가 바로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이고, 이들 국내기업이 50%, 그리고 일본 다이와증권이 50%를 투자한 것으로 사실상 삼성재벌 소유의 기업이다. 국내기업이 직접 운영도 가능하다.
내국인 진료도 100% 가능하다. 외국인 진료를 위한 것이라지만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이름은 외국병원 이름을 빌려오겠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영리병원이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돼 있으므로 문제가 없을까라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도 이미 6곳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인천송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부산 등 광역자치시만 3곳이고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만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전면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한국의 병원자본과 재벌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영리병원 전면허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특혜병원 허용
이명박 정권은 임기 말까지 국민의 의사와 반대로 한 나라의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임기 말까지 이렇게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게는 이 정권 말기 영리병원 허용조치가 삼성재벌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막판 먹튀로 볼 때에만 겨우 이해가 간다. 애초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허용정책도 삼성이 낸 정책이다. 기재부와 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단독으로 용역을 준 영리병원 도입보고서가 그것이다(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2009.12.15).
이후 이명박 정권은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하려고 여러차례 시도를 했다. 특히 2011년 3월, 삼성이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18대 국회 막판까지 법개정이 집요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워낙 반대여론이 커서 법 개정은 실패했다.
국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 허용이 실패하자, 이 때 두 발 벗고 나선 것이 사실상 삼성계열인 <중앙일보>다. 법개정이 안되면 시행령을 바꾸어서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중앙일보>가 1주일 동안 1면부터 사설까지 기사 도배를 했다. <중앙일보>가 정부에 지령을 내리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 하에 지식경제부가 시행령을 바꾸었다. 이것이 올해 4월 20일이다. 이때 지경부는 아예 솔직히 말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한 상황에서"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여기서 우선투자협상대상자는 이미 밝혔듯이 물론 삼성이다. 그리고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어제 기어이 일을 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일을 해치워 버리겠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원조차 "영리병원 허용 시 진료비 급증"
영리병원의 폐해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이명박 정부 막판 영리병원 허용 10문 10답>을 낸 적도 있고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서도 여러 번 설명했다. 다만 이명박 정권에서 나온 보건산업진흥원(국책연구원이다)의 보고서를 몇 줄만 인용하자. 이 보고서는 개인병원의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연 1.5조 원(2.5% 인상) 의료비 인상"이 예상되고 "영리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1% 상승 시 107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급여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가 20%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연간 3조 2000억 원의 의료비가 오른다는 이야기다.
이것만이 아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의 지방병원 10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52개 지자체가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48개 지자체는 분만실이 없다. 여기서 또 100개의 지방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살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나 어떤 논자들은 OECD 국가들은 모두 영리병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들? 그 나라들은 공립병원이 90%가 넘는 나라들이다. 미국조차 공립병원이 35%이고 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5%다. 한국의 공립병원은 7%다. 93%의 사립병원이 이미 대도시에만 모여 지극히 상업적 진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일 뿐이다.
민영화 반대 없는 복지공약은 거짓
나는 대선 후보들에게도 묻는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의 보스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지금의 이명박 정권의 막판 의료민영화를 포함한 가스, 철도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수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은 박근혜 후보고, 의료부문에서도 4대 중병 100% 의료보장 등의 공약을 내놓았지만 영리병원 반대나 다른 부분의 민영화 반대를 그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막판 공공서비스 통째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동조한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민영화조치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영리병원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한 민주당의 후보라서? 아니면 기업가 출신 후보라서? 복지는 줄 수 있지만 복지를 가로막는 민영화에는 동의한다는 것인가?
수많은 복지공약 이전에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이명박 정권이 막판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민영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그들의 모든 복지공약은 거짓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임기가 4달도 남지 않은 정권이 제정신이 아닐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아야만 하는가. 10월 31일 사회보험과 가스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정권 막판 '막장 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복지부 앞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제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과 항의행동을 벌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15만 볼트 철탑 위에는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간 그전에 나라가 결딴날 지경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58672.html
“공공의료 붕괴” 우려에도…끝내 영리병원 ‘빗장’ 열었다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12.11.01 20:42)
경제자유구역 안 설치 법절차 매듭
외국자본 비율이 절반만 넘으면 돼
삼성물산·KT&G 이미 컨소시엄 구성
민간 국내병원들 “역차별 정책” 반발
영리병원 전면 허용 시발점 될수도
수익 목매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
한해 의료비 1조5천억 폭등 예측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 및 허가 절차 등에 관한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로써 2002년 외국 영리병원을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년 만에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법적 장치가 모두 갖춰졌다.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가뜩이나 공공성이 취약한 국내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 겉으로는 ‘외국 영리병원’이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10년 전부터 이미 가능했다. 실제 2008년과 2010년, 미국 뉴욕장로병원과 존스홉킨스병원 쪽이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려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상을 벌였으나 무산된 바 있다. 복지부는 외국 영리병원의 개설요건, 절차, 특례 등을 규정한 법률 등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이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4월 개설요건 등을 담은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 규칙이 지난 29일 공포된 것이다.
공포된 규칙을 보면, 영리병원의 외국인 의사 비율을 ‘최소 10%’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가운데 외국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도 외국인 의사에 포함된다. 병원 의사의 90% 이상을 한국인 의사로 채워도 되는 것이다. 외국 자본 비율도 50%만 넘기면 된다. 게다가 이사회 등 병원 의사결정기구에도 한국인이 최대 절반까지 참여할 수 있다. 말만 외국 영리병원일 뿐, 실제로는 국내 영리병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내 자본과 의료진이 외국 자본을 들러리 삼아 영리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영리병원 투자협상을 진행중인 ‘아이에스아이에이치(ISIH)컨소시엄’은 일본의 다이와증권이 지분의 60%를, 삼성물산과 케이티앤지(KT&G) 등 국내 자본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일본의 다이와증권이 국내 의료 상황에 대해 잘 알기는 어려운 만큼, 삼성의료원을 갖고 있는 삼성이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시행규칙 공포는 차기 성장동력으로 의료산업을 꼽고 있는 삼성에 대한 특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되면서 이미 외국 영리병원은 특별한 조건 없이도 설립될 수 있었다”며 “외국인 의사 비율과 필수 진료과 등을 지정함으로써 오히려 개설 조건이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 국내 의료시스템 뒤흔들 우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등 제한된 곳에만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고 국내 의료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미국 등 의료 선진국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국외 유수의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인천, 대구·경북, 부산 등 3개의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해 전국 6개 지역 16개시에 이르기 때문에 영리병원 전면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우 실장은 “인천 송도의 영리병원이 수익을 낸다면 곧바로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도 앞다퉈 영리병원이 설립될 것”이라며 “더욱이 국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병원들도 외국 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내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 전면 허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0년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국내 의료비가 한해 1조5천억원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병원의 도시 쏠림 현상도 더욱 심해져 전국의 지방 병원 100곳이 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상호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위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는 한해 12~13%씩 증가하고 있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에 견줘 2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의료비 증가폭이 커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영리병원마저 허용되면 의료비 폭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또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소득 상위 계층은 건강보험 이외의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되면서 점차 건강보험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라며 “중·저소득층의 의료비 걱정을 덜어줄 마지노선인 건강보험마저 무너뜨리는 상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많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미국 등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의료서비스가 높은 곳은 존스홉킨스나 엠디앤더슨과 같이 대부분 비영리병원”이라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도 다소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수익이 생기면 병원 인력의 확충, 시설 및 장비 마련 등에 쓰는 비영리병원과 달리,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영리병원의 성격상 의료의 질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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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3629
[특별기고] 한미FTA 의료부문, 미래유보조항의 이면 (라포르시안, 이영대(변호사ㆍ법무법인 수호, 2012/01/21 09:47,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계간의료정책포럼 제9권 4호')
변화의 첫 걸음은 국내 의사들의 공급독점의 유지가 어렵게 되는데서 출발한다. 원격진료, 해외진료, 경제특구의 외국병원 설립, 상호승인으로 인한 외국의료진들의 국내 진출 등으로 더 이상 공급 독점은 고수될 수 없다. 의료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규제를 전제로 한다면, 이는 소비자의 의료 선택권의 확대, 치료의 다양화, 의료 기술의 습득 등으로 전체 사회적 후생을 높일 수 있다. 극도의 비탄력적 공급 시장은 새로운 수혈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상화의 길로 바뀔 수 있다.
또한 건강보험 하에서 전에는 병원에 가지 않던사람도 웬만해도 병원을 찾는 등 의료에 대한 과다 수요로 인하여 한편으로는 공공재원을 고갈시키고, 한편으로는 의료진의 에너지를 탈진시켰던 비정상적 상황은, 투명성의 확보, 요양급여 결정의 합리성 획득, 글로벌 스탠더드의 정립 등의 과정을 통하여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를 균형점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의료 서비스는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가장 본질적인 복지 부분임에도, 종래 인술, 윤리, 공익 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포기하였던 산업적 측면, 과학적 측면, 경영적 측면, 사회 정책적 측면들이 눈앞에서 생생히 서로 비교되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우리를 새로운 자각으로 이끌어 보다 성숙한 자세로 의료복지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그 날을 우리는 모두 기다리고 바라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한 대안의 마련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다.
국내의료시장에 새로운 진입자의 출현은 인류보편의 목표인 건강을 증진하는 치료의 문을 더욱 활짝 여는 발판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해관계의 끈이 얽히고 설켜 더 많은 문제점과 복잡성을 더하는 디스토피아의 그림자를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도전은 비록 우리의 법정 사회보험이 한미자유무역협정 대상이 아니라 해도, 미국의 거대 민간의료보험 자본의 국내  진출에 의해 의료보험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리라는 예상이다. 여기에는 블루크로스 앤 블루실드(Blue Cross & BlueShield)와 같은 의료전문 보험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보험회사로서 병원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아테나프루덴셜(Atena-Prudential)이나 유나이티드 패시피케어(United-PacifiCare)와 같은 의료 금융 복합기업도 의료서비스와 의료보험상품 시장에서 모두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며 건강보험을 왜소화시킬 수있다.
특히 우리의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 의하여 일종의 자연독점 형태인 공적 독점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으나, 본인 부담 부분을 보완하고, 비급여 부분에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민간 의료보험기업이 산하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패키지로 의료-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 시장과 의료보험 시장에서의 경쟁의 폭과 수준을 크게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민간 의료보험의 시장규모가 이미 건강보험의 시장규모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는 지금, 경제적 규모 면에서 국민건강보험을 압도하는 민간보험의 출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둘째 도전은 비록 외국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 해도, 독점적 의료법인의 국내 진출은 그 독점적 지위로 인하여 지역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시장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의료시장에서도 상위 50개의 독점 의료법인이 전체 의료시장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HCA(Hospital Corporation of America)는 전형적인 주식회사인 ‘씨-콥(c-corp)’에 해당되며, 미국에서 가장 큰 병원 체인을 거느리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국내 수요자들에게 커다란 흡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지역적 분포의 우위 등 기업적인 강점과 마케팅을 통하여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하여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독점의료법인이 그 시장지배력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의 과제는 어떠한 지렛대로 그 잇점을 흡수하면서도, 국내 의료진의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도전은 비록 외국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허용은 제한이 되어 있으나, 비영리법인이나 폐쇄형 의료법인의 진출에 대한 준비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의료법인의 경우, 영리법인의 비율은 약 20%, 비영리법인의 비율은 약 80%에 해당되어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비영리 의료법인이 진출하는 경우, 이에 대한 규제 준칙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폐쇄형 의료전문법인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 모습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영리의료법인에는 회사법 상 일반 주식회사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법인이 존재한다. 루씨리(Lucy Lee) 병원을 소유하는 THC(Tenet Healthcare Corp.)와 같이 35인 이하의 주주를 가진 폐쇄 법인으로 법인세가 면제되는 이른바 ‘에스 콥(s-corp)’ 형태의 전문법인은 1990년대 의료 법인 양수도, 인수 합병을 이끌고 있다. 회사 채무에 대하여 유한 책임이 인정되는 유한책임회사도 1977년 와이오밍 주에서 인정된 후, 1988년 배당세 면제의 혜택으로 미국 전역에서 유력한 병원 기업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타 의료진의 의료과오 책임에 대해서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조합도 흔히 볼 수 있는 의료법인의 형태이다.
자유무역협정의 근본 취지는 일국에서 적법하게 인정되는 사업 형태는 타국에서 인정된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의료경영의 전문성을 지닌 미국 의료전문법인의 진출은 국내 의료 시장의 지형을 크게 바꿀 것이다. 대형화, 세계화로 우수 국내 의료진의 해외교류, 국외 의료진의 교화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될 것이다. 다양한 형태와 서비스의 제공으로 의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경쟁이 치열하게 될 것이다.
넷째 도전은, 비록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미국 의료법인에 대하여 우리 의료법을 적용하고자 하나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법적 분쟁 시에 재판규범에 미국법이 역외 적용될 위험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미국 연방법 제19권 관세법 13장에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의 자국법이 상충될 때에는 미국의 자국법이 우선한다.’는 규정이 ‘U.S. Statue fo Prevail in Conflict’라는 제목 하에 상세하게 규정되어 미국법의 역외적용의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자국법에 저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아예 관세율을 정하고 있는 미국 연방법 제19권 관세법(Customs &Duties)의 일부에 포섭될 것이다. 예를 들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연방법 제19권 제21장으로, 도미니카 등 중미자유무역협정은 제26장에 편입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은 상대국에 대하여 미국법의 역외적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트로이의 목마’에 비교될 수 있다.
즉, 미국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미국법에 포섭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반면, 우리는 1차적으로 한국법을 위 자유무역협정에 맞추어 운영하여야 하는 동시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운영에 관한 한 한국법도 미국법과 상충해서는 안된다는 부담을 갖게 되는 사슬에 묶이게 된다.
"자유무역협정 이행을 위해 미국법에 상충되는 한국법의 문자를 고쳐야"
 더욱이 공평해야 할 규범 운영의 균형도 잃게 된다. 관세법이란 무역에 부과되는 세율을 정하는 법이므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는 양 국가간의 관세율이 정해진다. 즉, 수출입 물건이나 용역의 구체적 관세율을 정한 숫자를 표시하는 것이 그 본질적 내용이다. 따라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우리의 혜택은 대비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의 숫자를 낮춘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단지 숫자를 고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하여 미국법에 상충되는 한국법의 문자를 고쳐야 한다.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변경되어야 할 국내법의 개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 분쟁과 해석 상 불일치를 통하여 수정되는 내용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료 규범에 용해되어 있는 법의 취지와 철학이 미국법에 의하여 어떻게 변용될 위험이 있는지에 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의 의료 주권에 관한 공동체고유의 선택이 타국과의 관세율 협약에 의하여 영구히 바뀌는 결과는 결코 우리에게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
자유무역의 신봉자인 미 컬럼비아 대학의 바그와티 교수조차 경고했듯이 ‘광기와 혼란과 투기적 과잉’이 무역협정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의료 복지의 대의가 개방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지켜지고 발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의 시간과 역량이 부족했음을 고해하는 것이 오늘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의료서비스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이른바 ‘의료경영법인’의 국내 진출을 과연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자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국내 의료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료경영법인은 의료진과 수요자에 대한 재원조달,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보장한다. 의료경영법인은 환자에게도 진료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진에 대해서도 장기 계약으로 진료비 보상을 책임진다. 환자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의료진과 계약을 맺어 수요자를 유도하고, 의료진에게는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여 경쟁력을 확보한다. 의료진과 수요자를 계약 관계를 통하여 적절하게 관리하며, 의료 파이낸싱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재무자원과 인력자원을 통제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HTIHealth Services. Inc.는 이러한 이른바 관리의료회사의 대표격으로 병원 경영의 합리적 모델을 제시한다.
의료경영법인의 기본 모형은 보험기업이 네트워크 병원을 형성하고, 환자들이 해당 네트워크 내에 있는 병원의 의사들에게만 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며, 네트워크 내 진료에 대해서만 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진다. 보다 진전된 형태의 모형은 네트워크 밖의 병원의 의료진에게 받은 치료도 보험처리를 해주는 방식인데, 이 때 본인 부담금은 네트워크 내에서 받은 때보다 본인 부담금이 높아진다. 네트워크 범위가 가장 넓은 선택진료보험은 진료의 난이도와 진료 시간에 따라 보험금을 세분화하여 환자의 선택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단순히 ‘외국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라는 추상적 단어만 규정하고 있고, 보건의료서비스는 개방되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상황에서, 다종다양한 형태의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 출현은 국내 의료 시장에 대한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성찰과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북미 자유무역협정 국가들에서 벌어진 미국의 의료 서비스 부문 투자자들의 소송의 경험은 비록 한미 자유무역협정과의 부분적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는 경험이다.
캐나다에서 2008년 7월 제기된 투자자-정부 소송의 원고는 미국 의료경영법인인 CHC(Centurion Health Corporation)로 캐나다에서 민영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설하고자 하였으나 규제로 인하여 좌절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은 중재로 종결되었음에도 그 과정에서 캐나다의 건강보험제도가 미국의 민영보험회사의 위협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된다고 주장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었고, 캐나다의 의료 자주권을 위협한 주요 사례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캐나다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 시장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유보조항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완전 경쟁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해석론이 자리 잡았다.
멕시코에서도 의료 기기, 장비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지닌 미국 투자자들의 시장 지배가 현실화 되었다. 즉, 북남미를 통틀어서 브라질에 이어 제2의 미국의료장비 수입국이 되었으며, 연간 20% 성장, 7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였다. 자유무역협정은 WTO, GATT, GATS와 같은 다자간 수준의 국제 규범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확립된 국제법에 의하여 일방적인 자유무역협정의 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GATT 제20장은 공공복리를 위한 당사국의 국내 규제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가 NAFTA 분쟁에서 공공 보건체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된 바 있다.
국제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공동체가 그 기반을 형성하는 공공의 이익에 대하여 산업적 측면과 아울러 건강 증진의 보편성을 확대하는 국가적 의무의 측면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축적된 경험을 우리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북미자유협정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GATS가 보장하는 서비스 자유화 정신에 반한다는 주장을 통하여 자국의 건강보험 체계 수호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그들이 트로이 목마를 보냈다면, 우리도 의료개방의 과실을 공동체 모두에게 전달시킬 수 있는 적토마를 보내야 하리라. 오늘은 그러한 우리의 결의를 실천하는 첫 번째 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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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1-11-21 오후 2:56:50)
[토론회] "FTA 발효하면 건강·공공성 규제 무력화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해를 따지는 공방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농업과 더불어 협정 발효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 꼽히는 건강·보건 부문의 유불리를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 사회보험노조 대회의실에서는 '한미 FTA,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익히 주장해 온 바와 같이 한미 FTA가 의료·제약 산업에 대한 국가 규제를 무력화시켜 건강·복지분야를 약화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약값 상승과 건강보험 무력화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변호사, 신형근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장호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우석균 실장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토론회에서 언급된 해외의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금연 정책 집행 어려워져
한국은 수입 담배에 관세 40%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내 담배와 마찬가지로 광고와 판매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정책 외 추가 금연 정책 도입이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 충돌하게 된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로고나 트레이드마크를 달지 않고 표준화된 포장으로 담배가 판매되도록하는 단순포장 법안을 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제소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필립모리스는 담배 포장지 앞뒷면의 80%를 건강 경고로 커버하는 등의 담배 규제 정책을 편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했다.
약값 35% 오를 것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허 도입 제도는 약값을 인상시킨다. 이는 의약품에 한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자동으로 특허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에만 존재한 제도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 도입됐다. 특허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신약제조회사의 가격결정력이 강해져, 이로 인한 약값 상승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미국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for America)에서 독소조항으로 규정됨에 따라, 미국과 FTA를 맺은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약가 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개입이 허용됨에 따라 의약정책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또한 뻔하다. 정부는 (제약회사의) 원심 번복권한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별도의 독립적 기구는 정부의 약값결정이나 보험적용 결정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기구 설립 절차는 한미 FTA가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미·오스트레일리아 FTA는 "독립적 검토절차를 둔다"고만 규정했으나, 한미 FTA는 독립적 이의제기를 위한 '별도의 기구(independent review body)' 설립을 규정하고, 이 기구를 정부와 별도로 둘 것을 상세히 규정해 두었다.
실제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오스트레일리아는 FTA 체결 이후 공공약품정책(PBS)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 책정하던 약가 제도가 신약 약가 책정 시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FTA가 규정했고, 이로 인해 특허약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위축시켰다.
한미 FTA 발효 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입을 피해추산액을 향후 10년간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축소됐다. 특허소송기간을 9개월로 잡았고 특허소송 분쟁증가율도 국내제약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피해규모만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약가 적정화 방안의 무력화로 인한 약값상승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부 정책목표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약가비중 기준으로 자체 계산 시, 한미 FTA에 따라 약값은 발효 전보다 35%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에도 적용
그간 미국이 맺은 FTA가 건강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의약품 등에만 규정한 반면, 한미 FTA는 최초로 의료기기까지 자유화 범주에 포함시켰다. 한·유럽연합(EU) FTA에서 의료기기가 협정 대상에 포함된 까닭 역시 한미 FTA 때문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는 의료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난청수술에 쓰이는 인공와우관은 2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다빈치 로봇시술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가 한국에서 매우 빨리 도입됨을 감안하면, 의료기기 도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 못 막아
영리병원은 대구, 부산, 인천, 광양만, 당진 서산 등 황해안, 새만금 등 6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설립이 가능해진다. 한미 FTA 발효 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을 미래유보조항의 예외로 지정해 둬,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 조치는 이전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리병원 규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 상승 요인이 크며,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충북·강원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려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건강보험제도 무력화
건강보험제도는 분명히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 된다. 정부가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제도가 보건의료제도에 속하는지 다른 협정문에 속하는지는 한국 정부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중재재판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실제 지난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 센추리온(Centurion Health)은 캐나다 정부가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ISD를 통해 캐나다 정부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한 바 있다. 캐나다 연방법은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토록 규정해뒀는데,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정당한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센추리온은 주장했다. 결국 캐나다 연방법과 동일한 내용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해 민간보험 규제가 어려워지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된다는 게 문제다. 한국 정부는 공공적 사회서비스는 포괄적 예외라고 강조하지만 아니다. 사회보장서비스, 건강보험은 미래유보조항에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에 대해서는 유보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캐나다 뉴브런즈윅 의회는 2004년 4월, 보험료 인하를 위해 공적자동차 보험 도입을 주정부에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기업들의 ISD 제소 위협으로 이 제도 도입을 자체 철회했다. 공공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보험 시장이 더 팽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각종 분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영보험의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공공보험의 보장성은 더 위협받는다.
유해물질 규제 어려워져
1996년 9월 미국 에틸(Ethyl)사는 연료첨가제인 망간함유 휘발유첨가제(MMT) 수입을 금지한 캐나다 정부를 NAFTA 중재기구에 제소했다. 이 중재에서 캐나다 정부가 패소해, 캐나다 정부는 MMT를 금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정부는 MMT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에틸사에 19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유해물질의 인체위험에 대한 규제의 경우, 규제당국이 이 위험도를 입증해야 하나 인체실험을 하기 쉽지 않으므로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를 유해물질을 규제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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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료 민영화 여론반발로 ‘유턴’ (한겨레, 이정애 기자, 20110615 21:04)
캐머런, 재정적자 해결 위한 건보개혁안 수정키로
‘공급자 완전경쟁→환자 이익때만 경쟁’ 여론 수용

영국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효율성 향상 등을 뼈대로 추진해온 국민건강보험(NHS) 개혁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의료 민영화를 부추겨 공공 의료 시스템이 악화할 것이란 민심의 우려를 수용한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4일 정부의 건보 개혁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검토 보고서의 핵심 권고사항을 모두 수용한 새 개혁안을 내놨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건강보험 미래 포럼’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의료 공급자끼리의 완전 경쟁을 도입하는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경쟁을 적용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담았다. 의료 서비스에 무한 경쟁 체제를 도입하려고 했던 영국 정부의 건보 개혁안이 상당히 ‘물타기’된 안이다. 영국 정부는 다음주께 이런 내용이 담긴 건보 개혁안을 하원 보건위원회에 제출해, 논의를 거쳐 내년 5월께까지는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캐머론 총리의 이런 ‘유턴’은 의료 민영화에 대한 반발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는 이날 <데일리 메일> 기고에서 “(보건·의료 업계 등의 얘기를 들어보니) 환자들의 선택권 강화, 의료전문가들의 자유와 권한 강화, 불필요한 관료체계 축소 등을 뼈대로 한 우리의 (개혁) 방향은 옳지만, 일부 세부 사항에서 잘못된 게 있었다는 점을 알게됐다”며 “솔직히 국민들의 우려와 상관 없이 밀고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후퇴의 이유를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건보 재정을 해결하고 환자 중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현대화한다는 명분으로 60여년간 지속돼온 영국의 무상 의료시스템의 핵심인 건보 수술에 착수했다. 그 결과로, 일선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관료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민간 병원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건보 병원과 환자를 놓고 폭넓게 경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건보 개혁안을 내놨다. 경쟁을 통해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이런 건보 개혁안이 의회에 제출된 뒤, 보건·의료업계는 물론 공공노조 등에서 의료 민영화의 길을 터줄 뿐만 아니라 건보재정으로 민간기업의 배만 물리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10주 동안 보건·의료업계 관련자 수천여명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건보 미래 포럼을 구성해 개혁안을 재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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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해법...'제주 한정' 정부 확약이 최대 관건 (제주일보, 2011.02.12   김승종 기자)
道.제주출신국회의원, 정부와 여.야 절충점 이끌어내야
영리병원 문제를 매듭짓고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적용 대상지를 제주로 한정한다는 정부의 확약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영리병원 도입 최우선 조건으로 ‘제주로 한정한다’는 점을 내걸었고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도 내부적으로 정부가 제주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할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영수회담 난항 등으로 개회 시기가 지연되고 있으나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영리병원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제주도와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와 여.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영리병원 도입을 일정기간 제주도에만 한정, 적용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한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영리병원 도입 조건으로 ‘제주 한정’, ‘서귀포의료원 현대화’, ‘성형, 미용, 임플란트, 건강검진으로 진료과목 제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 지사가 이 같은 조건을 내건 것은 민주당 등 야당이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가 제주지역에 한정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경우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의료원 현대화와 진료과목 제한은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다. 
또한 강창일 의원(민주당.제주시 갑)은 “민주당은 정부가 영리병원을 제주로 한정해 허용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어느 정도 합의를 해준다면 민주당 의원들을 적극 설득, 영리병원이 포함돼 있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도 제주특별법을 볼모로 영리병원 문제를 끌고 나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영리병원을 제주지역에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여.야 절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야당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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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 '발등의 불' (제주일보, 2011.01.24   김승종 기자)
道 2월 임시국회 통과 총력전...영리병원 접점 찾기가 최대 난제 
지난해 5월 국회에 상정된 이후 영리병원에 발목이 잡혀 8개월 여 동안 장기 표류 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올 2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는 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119개 법률 2112건의 권한과 규제, 40개 특례과제를 담고 있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각오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의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순탄치 많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중점 처리 법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나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의 태도에는 아직까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근민 지사는 이에 따라 지난 20일 국내 영리병원 도입을 일정 기간 제주도에만 한정 적용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 조건부 재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의 절충점 찾기에 나서는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 지사가 이처럼 영리병원의 조건부 재추진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야당이 영리병원의 전국화를 전제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주지역에 한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경우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우 지사는 지난해 12월 영리병원의 진료과목을 성형, 미용, 임플란트, 건강진단 등으로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고 지난해 연내 통과를 위해 막판에는 영리병원의 분리 처리 방안을 내놓고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 이번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19개 법률이 제주도로 일괄 이양되고 2152건의 각종 권한과 규제, 특례가 이관된다. 주요 핵심 과제와 특례들을 보면 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계획의 수립 및 재정지원, 알뜨르 비행장의 무상 또는 대체재산 제공 조건으로 양여하는 규정이 마련된다. 특히 관광객이 제주지역에서 소비하는 서비스와 특정재화 3개 품목(기념품, 특산품, 렌터카)에 대한 부가가치세 10% 사후환급제가 도입돼 제주관광산업이 활성화된다. 
영어교육도시에 외국학교법인 외에 외국법인이 외국대학(전문대학 포함)을 설립할 수 있고 국제학교 내국인 자녀 입학과정도 기존의 초등학교 4학년 이상에서 유치원과 초등 1~3학년으로 확대된다. 또한 오는 6월 30일까지 한시기구인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지원위원회 사무기구의 유효기간이 5년간 연장되고 구 국도의 환원 문제도 일정부분 매듭지어진다. 이밖에도 감사위원회와 자치경찰제도 관련 제도개선, 의료특구의 의료기관 개설, 녹색성장산업 육성 및 투자유치 분야의 제도개선이 대폭적으로 이뤄진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특별자치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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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의료민영화 2라운드”...MB에 ‘보고서’ 제출 (참세상, 윤지연 기자 2010.10.06 00:37)
삼성과 MB의 합작품,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 ‘원격의료’
의료민영화를 향한 삼성의 2라운드 실행 계획이 정부의 공조 아래 시작됐다. 지난 5월, 의료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의료 산업화에 본격 착수한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대로 의료민영화 사업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에서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것으로,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과 의료법 개정안 등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및 건강보험보장성강화를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이 보고서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내용을 검토, 분석해 발표했다. 범국본은 선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대해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계획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다른 이름, 삼성의 ’HT' 계획
범국본은 ‘영리병원허용’과 ‘민영보험의 개인질병정보확보’,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등과 같은 직접적 의료민영화 계획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삼성이 Health Technology(HT)라는 우회 전략을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HT 산업의 구조 [출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 25쪽]
HT는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와 같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포괄하여 상업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즉 HT는 공적 영역인 건강보험, 보건의료서비스, 환자질병정보 까지도 HT라는 이름으로 상업화의 영역으로 포괄한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개최된 ‘제 8회 HT포럼’에서 삼성경제연구소는 HT의 중요성에 대해 ‘보건의료 분야의 투자 효과가 타 분야보다 높다’고 밝히고 ‘보건의료는 단일분야 세계최대시장으로 타 산업에 비해 고성장 전망’이라며 의료 상업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BT(생물체를 이용,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술)와 HT(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 치료를 위한 제반기술)을 구분하고, HT가 ‘의료서비스’를 중심적 매개로 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서비스’는 병원과 약국 등 보건의료체계로, 범국본은 이 내용이 사회공공성이 필요한 보건의료체계의 상업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  BT와 HT의 산업 영역 구분 [출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 24쪽]
또한 범국본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상품화하여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산업정책이야말로 의료민영화”라며 삼성의 HT계획을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의 민영화 돈벌이,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 ‘원격의료’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 추진 유망분야로 원격의료를 비롯한 정보화, 예방의학, 재활치료, 건강진단, 환자대상 교육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공공적으로 환자들에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해야 할 부문이다. 특히 범국본은 “삼성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예방, 재활의학, 건강검진, 교육 등을 ‘건강관리서비스’로 묶어 건강보험에서 제외하고 상업화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 돼 있다.
원격의료의 경우,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최 유망 산업화 분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현재까지 그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환자 검진 결과 공유 등의 개인질병정보 누출 문제로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원격의료는 현재 ‘의료법’에서 허용하려 하는 ‘원격진료’와 그 내용을 같이 하고 있다.
범국본은 “결국 삼성은 영리병원허용과 민간보험활성화 등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진료를 통해 우회적인 의료민영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허용과 민간보험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우회로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최종 완성을 위한 포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병원의 ‘전문대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시장 형성과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 의료비 지출’이 ‘성장’이라 말하는 삼성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국내 의료지출 증가=성장동력화 기회’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가 곧 성장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국본은 “특히 이 같은 주장은 현재의 낭비적 국민의료비지출을 장려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삼성은 보건의료까지도 성장지상주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로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 세계 5위권의 HT 강국으로 가자’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비 증가, 즉 국민의료비지출증가는 국민부담증가로 고스란히 적용되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행위별수가제 등과 같은 비용팽창적 구조 및 제도로 의료비 급증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범국본 등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공성이 담보되는 정책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해 왔지만, 결국 삼성을 비롯한 정부는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주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제정입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동시에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병역 특례, 세금 감면 등의 규제완화와 정부지원 확대를 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범정부 추진기구를 제안하고 있는데, 범국본은 “복지부 분야였던 보건의료분야를 경제부처의 관할하에 두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범정부추진기구 안 [출처: 위 보고서 582쪽]
실제로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국회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HT전략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교과부가 합동으로 ‘부처합동 HT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범국본은 “이러한 국가지원체계내에서 병원-민영보험사-재벌의 연계체계를 명확히 확립하여, 의료민영화의 국가적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한편 범국민운동본부는 6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연구 보고서의 내용과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삼성, 의료민영화하면 꿩먹고 알먹기 (참세상, 윤지연 기자 2010.10.06 00:59)
삼성그룹 주요사업체, 이미 BT 전분야에 포진
지난 3월 삼성그룹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은 50여일이 흐른 5월에 향후 10년의 먹거리로 5개의 신수종 사업(LED, 자동차용전지, 태양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에 23조원을 투자하겠고 밝혔다. 이중 바이오·제약 사업에 2조1000억원, 의료기기 사업에 1조2천억원 등 총 3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병원과 삼성전자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와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삼성테크윈은 유전자분석장비, 삼성전기는 U헬스케어 관련 부분을 개발하는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바이오 기초산업과 미래 헬스케어 사업 전 분야에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발주해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출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보고서에 HT관련 미래 핵심육성분야로 △핵심질병분야 △보조 및 재활분야 △치료제와 결합한 맞춤형 진단분야 △원격의료기기, 정보시스템, 서비스 분야를 꼽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정리한 핵심분야와 삼성이 투자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영역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거의 일치한다. 삼성그룹은 이미 난소암 등 핵심질병 신약개발, 맞춤형 진단, 원격의료기기, 건강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계획이 계획이 발표되면서 삼성의료원은 총 3조3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제약분야와 의료기기 사업에 있어 필수적인 인력과 시설이 의료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 의료산업을 핵심전략 사업으로 꼽으면서 삼성그룹은 삼성병원(의료기관)을 매개로 삼성생명(보험회사)과 삼성그룹(재벌기업)을 연계하는 전략적 구상을 차근차근 진행해 오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이미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 등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미래 바이오산업 TF팀을 구성하고 사업을 진행시켜 왔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삼성의료원과 삼성SDS가 글로벌 BT업체 Life Technologies와 손잡고 유전체 분석 및 치료, 진단서비스에 뛰어든 것도 이 준비를 위한 포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삼성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가 5년간 225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선도형 연구중심병원 사업단'으로 2009년 12월에 선정되었다.
삼성의료원은 사업단에 총 4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오는 2019년까지 난치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삼성테크윈이 참여해 자금을 대고 연구력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보건의료산업선진화방안 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진료, 개인의료정보 DB화, 병원-약국간 시스템 통합으로 삼성생명과 같은 민영의료보험회사와의 환자정보가 공유되면 의료산업의 전일적인 지배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한편, 보고서를 보면 정부조치 사항으로 △병원의 연구투자에 건강보험 재정지원 △세금감면 및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추가적립 허용, R&D 간접경비 비율 인상 △연구중심병원 지원 R&D 프로그램과 전담조직 운영 △통합정보망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미 삼성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정부조치 사항이 그대로 이행되면 삼성병원에 건강보험 재정지원, 세금감면, 목적사업준비금 추가적립 허용, 국고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국가지원체계 내에서 삼성병원을 매개로 삼성그룹과 삼성생명을 연계시키는 삼성 발전전략을 국가전략으로 대체해 놓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의료민영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 MB 정부에 '의료 민영화' 지침서 줬나?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이경희 기자, 2010-10-06 오후 6:43:13)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공개
의료 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가 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개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발표된 삼성의 청사진은 단지 특정 기업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긴 흐름, 즉 지난 정부에서 시동이 걸린 '의료 민영화' 흐름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범국본 측은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싸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범국본이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보고서는 총 600쪽 분량이며,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지난달 완성한 것이다. 지난 7월 '제8회 HT 포럼'에서 이 보고서 내용의 일부가 발표된 바 있다.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HT(Health Technology)'다. 보고서는 HT를 "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제반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의료기기 및 제약 산업은 흔히 'BT(Bio Technology)' 영역에서 주로 다뤄졌다. 그런데 굳이 'HT'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은 건강보험·의료정보시스템·원격진료 등까지 아우르려는 의도다.
보고서가 특히 강조하는 내용은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와 원격의료의 도입이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게 그 배경이다. 이런 수요를 공공 부문이 아닌 기업이 감당하도록 하겠다는 것. 인구 고령화로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을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예방 및 재활의학·건강검진 등 정부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민간 영역으로 넘기고,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원격 진료를 도입해 환자의 질병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HT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중심병원을 키우기 위해 보건의료기술진흥법을 개정하고 병역특례와 같은 인력 유인책을 도입하는 한편, 병원의 연구투자에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낯설지가 않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골자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진료의 전면 허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와 내용이 같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범국본의 주장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 도입을 내세운 의료 민영화 계획이 2008년 촛불 시위 당시 논란이 되면서 가로막혔고 이후 부정적인 여론을 우회하기 위해 택한 게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라며 "결과적으로 삼성과 정부는 현재 치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분야에 기업이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 삼성의 합작품이 이 보고서라는 이야기다.
보고서 내용대로 의료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진료는 모두 삼성의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거대 IT기업과 보험사, 병원을 동시에 갖고 있는 기업은 삼성뿐이다. 삼성의료원의 의료인력과 삼성생명의 가입자 정보 및 금융 서비스, 삼성전자 및 삼성SDS의 기술력을 한꺼번에 활용해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은 신수종 사업 투자를 선언하면서 복제약 사업 및 신약 개발, U헬스케어 분야 등에 힘을 쏟기로 했다. 삼성이 이른바 'HT' 영역 전체를 망라하는 독과점 기업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시도가 국민의 건강권과 인권을 해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재벌 계열 보험사가 보유한 건강 관련 정보가 잘못 사용될 경우,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 또 가난한 환자를 위한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의료 공공성은 대폭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비 지출 증가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김창보 범국본 정책기획위원장은 "보고서를 보면 '세계 최고수준의 국내 의료지출 증가는 성장동력화 기회'라고 쓰여 있는데,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가 과제로 제기되는 마당에 성장의 기회로만 보는 상황인식이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부담스러운 의료비 지출을 돈벌이 기회로만 여긴다는 게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의료비 증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뉘앙스의 내용대로라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정책실장은 "원격의료의 경우, 학계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한국이 가난한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도입하겠다는 게 현재 의료법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시장화 되면 민간 보험회사가 부대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돈벌이 포인트'를 원격진료로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보고서를 채택하는 정부야말로 자신들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가 국민 건강이 아닌 재벌의 이윤을 위해 지배된다는 걸 명확히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 따른 투자비용 때문에 의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선진국에서 나타났고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HT가 아닌 의료기술평가(HTA) 부문에 더 많은 재원을 쏟고 있다"라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또 "주치의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보다는 코드화된 임상정보만으로 진단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기술분야에서 R&D전략은 병원의 수익률 증가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이 보고서는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으로 이뤄진 것도 정부와 삼성의 '짜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복지부는 사업관리규정에 따라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해 정책적으로 추진할 사업의 경우 장관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그렇다면 KDI나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연구원 등의 기관은 뭐가 되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범국본은 의료 민영화 반대 싸움의 대상을 '삼성과 이명박 정부'로 지목하고 건강관리서비스법 및 의료법 개정안 저지 운동에 나설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강보험 및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등 대안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로 불거진 '의료민영화' 논란 (매노, 김봉석 기자, 2010-10-07 오전 9:32:41)
민주노총·범국본 “치료 제외한 의료서비스, 민영화·시장화 우려”
민주노총과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6일 공개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는 600여쪽에 걸쳐 의료서비스 산업화 계획을 담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민간기업 참여)와 원격의료 허용·확대가 핵심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새로운 민영화=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제시했다. 건강보험·질병예방치료·건강상담 등 보건의료서비스 부문을 의료기술(Health Technology, HT) 산업으로 육성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HT는 보통 제약·의료기기 분야를 한정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연구소는 이를 "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제반기술"로 정의해 의료서비스 일반을 모두 HT 범주에 포함시켰다. 핵심 분야로는 △원격의료 허용·확대와 이를 위한 정부 지원△개인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화와 병원 간 환자 정보공유 등 의료정보화 △예방의학과 보건교육 등 예방산업 육성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연계 등을 꼽았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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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이나 건강보험 민영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의료민영화 계획에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 환자 개인정보 공유화(데이터베이스화)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과 같은 민영화계획이 촛불집회와 국민여론에 막혀 추진이 어렵게 되자 정부와 자본이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의료민영화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이 방안대로라면 치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서비스 분야가 산업육성 계획에 따라 시장화·민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의료민영화 제2라운드 시작되나=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은 ‘질병치료 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예방과 건강관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건강관리서비스 산업육성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전국 보건소·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운영기관과 의료계에서는 국민 건강상담이나 건강측정과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도 "민간기업 참여 보장은 국민의료비 상승이나 유사의료행위 조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특히 이 법은 건강관리를 위해 이용자의 동의만 있으면 모든 개인질병 관련 정보를 업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핵심 내용으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여전히 논란 중이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원격의료는 국제적으로 안정성도, 비용절감 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진료방식"이라며 "세계적으로 이를 도입한 국가가 거의 없는데도 정부가 세계 의료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범국본 “반대투쟁 나설 것”=민주노총과 범국본은 정부의 의료 관련법 제·개정안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제2의 의료민영화 계획안'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는 한편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거점병원을 만드는 대안입법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범국본은 "삼성 규탄 투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중심으로 의료민영화 사업을 추진했다면 앞으로 자본·재벌을 대표하는 삼성이 정부와 합세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창보 범국본 정책기획위원장은 “원격의료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가 필요한 산업으로, 삼성전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삼성이 의료민영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식의 제2의 의료민영화가 추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삶과경제] ‘주식회사’에 대한 오해와 환상 (한겨레,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2009-07-22 오후 08:46:11)
한국에도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경쟁으로 의료의 질을 높인다. 둘째,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 경영을 정상화한다. 셋째, 외국이나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의료계 전체를 질적으로 도약시킨다. 한마디로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영리법인에 대한 오해와 환상이 이런 동경을 낳은 것이다.
우선 흔한 오해부터 풀자.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차이는 잉여의 분배 방법이다. 경영 효율성이 아니다. 비영리법인이라고 효과적으로 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제대로 보수를 주고 전문가를 고용해 제대로 경영을 하면 된다. 사업을 벌여 돈을 벌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서비스를 잘 구성해 고객을 찾아 팔면 된다. 차이는 단지 배분 시스템에 있다. 주식회사는 잉여가 생기면 궁극적으로는 주주에게 배분하는 게 원칙이다. 비영리법인은 잉여가 생겨도 소유주에게 배분하지 않고, 법인의 사명을 위해 사용한다. 설립자도 후원자도 이사진도 직원도 비영리법인의 잉여를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니 의료의 질이나 경영 수준 때문에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오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재정난에 빠진 병원은 비영리법인이어서가 아니라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영리법인이 되면 경영이 정상화되고 적자가 메워질까? 실제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의 재정 상태는 들쭉날쭉이고, 비영리병원이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한다. 주식회사라고 해서 돈을 벌어올 날고 기는 재주는 없다. 비영리법인도 경영만 잘하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다만 영리법인이 외부 투자 받기는 수월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큰돈을 단기에 벌어갈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를 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자금이 필요한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외부 투자자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세운 뒤 빠르게 잉여를 챙겨 되가져간다면 의사나 환자들이 행복할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쌍용자동차가 그런 외국인 투자자를 맞았다가 파국을 맞은 사례다.
우리는 흔히 영리법인이 주는 이윤동기가 자동으로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환상을 갖는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이윤동기는 실제 성과를 높이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투자은행들과 제너럴 모터스 같은 미국 대표 기업들이 몰락하고, 잭 웰치가 ‘주주가치만을 위한 경영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우리 경제에 부족한 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명이다. 사명중심 조직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비영리조직을 지원하는 일이 이런 맥락에서다. 피터 드러커도 말년에 비영리조직의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며 ‘미래에는 사명중심 조직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는 돈이 아니라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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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리병원 도입찬성 연구진에만 용역 맡겨 (전혜숙의원실 보도자료, 2009-07-07 11:00)
보건복지가족부, 기획재정부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형식적","면죄부"연구추진
전혜숙의원 "찬반의견이 모두 참여하는 객관적 연구추진하고, 근본적으로 국민생명을 이익만 추구하는 '주식회사'에 넘기려는 정부는 영리병원 포기해야!"

전혜숙의원이 지난 4월 대정부질문을 통해 의료의 양극화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 등 '영리병원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정부는 '영리병원허용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연구용역 2개 모두 영리병원도입에 찬성하는 연구진에게만 용역을 맡김으로써 오히려 영리병원도입을 위해 면죄부를 부여하고, 6개월의 짧은 연구기간으로 부실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드러났다.
전혜숙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를 지난 5월말 KDI(기획재정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가족부)에 연구 용역을 수의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수의계약사유에 대하여 '이번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각계 의견을 종합하여 그 도입의 효과 및 부작용, 향후 대책 등을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책임자인 이윤태박사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병원도입, 의료채권도입, 병영경영지원회사(MSO) 활성화 등 의료산업화를 위한 연구(의료서비스산업육성을 위한 규제개선방안, 2008.6)를 수행하는 등 영리병원도입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전혜숙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영리병원허용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전재희장관의 답변과는 달리 의료산업화와 영리병원추진을 연구한 연구자에게 용역을 맡김으로써 객관적인 연구가 아닌 편파적 연구와 정부의 영리병원허용을 위한 면죄부 연구가 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된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수의계약을 한 KDI 고영선박사와 윤희숙박사의 경우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보험의 민영화가 서민건강권 침해와 관계가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 영리병원허용 및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순을 밟는 연구용역(2008년 '민간의료보험 가입과 의료이용의 현황')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대한 수의계약에 대하여 보건복지가족부는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시행령 제26조에서 '특정인의 기술·용역 또는 특정한 위치·구조·품질·성능·효율 등으로 인하여 경쟁할 수 없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을 하였다고 해명하였으나, 첫째, 영리병원과 관련한 연구를 보건산업진흥원만이 연구 경쟁력을 갖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 및 타 연구기관과 단체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점. 둘째, 동 연구용역에 대하여 공고조차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연구용역 금액이 수의계약 요건인 5,000만원 이하인 4,900만원인 점 등을 볼 때 수의계약을 염두해 두고 연구용역을 추진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용역기간(6월부터 11월까지)이 6개월에 불과해 부실한 연구가 졸속으로 추진될 우려가 높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용역기간이 6개월도 되지 않는 시점인 11월에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부실한 연구용역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전혜숙의원은 "정부의 연구용역 2건 모두 찬성측 연구진에만 연구를 맡김으로써 객관성을 잃었고, 그 결과는 영리병원허용을 위한 면죄부 부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대측이 참여하지 않는 현재의 용역을 반대하며, 6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으로 연구결과의 부실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따라서 균형있는 연구를 위해 찬반이 모두 참여하도록 새롭게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충분한 연구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또한, "지난해 제주도에서 '영리병원'도입이 실패하자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영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투자개방형의료법인'으로 이름을 달리하여 제주도가 재추진하는 것처럼 MB정부도 꼼수를 부려 이름만 바꾸었다. 그렇다면 비영리병원은 '투자폐쇄형의료법인'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전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근간을 뿌리 채 뽑으며, 의료비상승으로 인해 국민 모두는 고통 속에 신음하게 된다. MB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이익만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에 넘기려는 영리병원 허용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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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부실한 건보공단…전문인력 부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2009/06/09 06:31)
의사 0, 약사 9명뿐.."약값협상 업무지원 등 전문성 부족"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약값 협상 등 보험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런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월 현재 건보공단은 보건의료분야의 주요 전문직인 의사를 단 1명도 고용하지 않고 있다. 또 약사는 9명에 불과하며 간호사 역시 약 3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1만명 규모의 건보공단 건강보험 부서에 의료 전문가는 많게 잡아도 40명이 전부인 셈이다.
검사 출신인 정형근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올해 2배로 늘어 4명으로 늘었지만, 국민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는 건보공단에 소속된 의사는 도리어 줄었다. 전임 이재용 이사장 당시 이상이 건강보험연구원장을 비롯해 2명의 의사가 재직했으나 정 이사장 취임 이후 1명이던 의사마저 공단의 처우에 불만을 표하고 최근 사직했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간호사 인력 약 300명을 선발했으나 이들은 노인요양 업무를 위해 채용된 인력이다. 이같은 전문인력 부족은 최근 건보공단이 제약사와 약값 협상 업무 등 보험자로서 역할을 주도하겠다는 입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의 건보공단에 해당하는 CNAMTS 인력 10만명 중 1만명이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인력이며 이중 2천500여명이 의사다. 우리 건보공단 규모라면 250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보공단이 발간한 '건강보험 운영체계 연구' 보고서도 "전문성을 토대로 실무에 근거한 제도개선과 정책 생산이 가능하며 의료공급의 질 관리와 과잉지출 통제가 가능하다"고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이 제주의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전문성을 강화해 가입자들의 만족을 높여야 할 공단이 도리어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4대보험 징수업무가 통합되면 건보공단은 손발만 크고 머리는 작은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이원길 홍보실장은 "의사 등 전문인력 필요성은 경영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채용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의료영리화는 거꾸로 정책” (한겨레, 김소연 기자, 2009-06-21 오후 07:35:17)
정형근 건보이사장, 반대의사 분명히 밝혀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의료법인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시행 20돌을 맞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영리 의료법인 등 그동안의 의료제도가 실패했다고 보고 국가 주도 공보험 마련 등 의료보험 개혁에 나서는데, (영리법인을 한다면) 우리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4000만여명이 의료보험이 없고, 높은 보험료와 의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조2000억달러를 쏟아부어 국가 주도의 공보험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 건강보험과 비슷한 체제로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건강보험도 유럽에 견주면 보장성이 낮으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등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오는 7월1일 시행 1년을 맞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두고 “정부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국고 지원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 건보 이사장 “영리병원 도입, 거꾸로 가는 것” (경향, 송진식기자, 2009-06-21 18:12:43)
ㆍ“미 의료제도 실패”…의료 민영화 가속 우려 표명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이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의료법인 허용 방침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이사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영리의료법인 등 그동안의 의료제도가 실패했다고 보고 국가 주도 공보험 마련 등 의료보험 개혁에 나서고 있다”며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려고 하는)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4000만명이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높은 보험료와 의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1조2000억달러를 쏟아부어 국가 주도의 공보험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 건강보험과 비슷한 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발언은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할 경우 의료 민영화가 가속화돼 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료부문에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보건복지가족부와 건보공단,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도입을 유보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3월 정부가 민간 보험사들에 대해 건강보험정보 열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할 때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건강보험정보 열람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과 함께 의료민영화로 가는 전단계로 꼽히고 있다.
정 이사장은 7월로 도입 1주년을 맞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더 이뤄져야 하고 보험료도 점차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장기요양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올해도 17%에 그쳤다”며 “약속한 국고지원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또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를 올려 노인성 질환에 대한 보장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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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 안돼 (레디앙, 2009년 05월 08일 (금) 18:34:59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의견] 교활한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비판한다
의료서비스 선진화와 관련하여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돕기 위한 의료규제의 차별적 완화,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MSO) 사업의 활성화, 비영리법인 병원의 의료채권 발행 허용, 의료법인의 합병 근거 마련 등이다. 다만, 다수 국민이 우려하며 계속 반대하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 여부는 올 하반기로 넘겨둔 것이 기존의 의료민영화 추진 시나리오와 다른 점이다. 우리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이러한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
유럽의 어느 선진국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자본주도의 시장에 무책임하게 내맡기는 나라는 없다. 선진국이라면 응당 국민의 의료이용을 국가의 재정과 공적의료보장제도를 통해 완전하게 해결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여 양질의 의료를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험회사 등 일부 자본의 경제적 이익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현 정부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 
 
[성명] 복지부는 의료민영화추진과 기만적 사회적 논의기구추진 중단하라 (2009. 5. 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복지가족부는 5월 8일 오늘 의료서비스 선진화방안을 통해 드디어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 내용은 의료채권법 도입, 병원경영지원회사(MSO) 활성화,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화, 의료기관 M&A 등이다. 이들 정책들은 엄연히 의료서비스를 상품화, 영리화시키는 정책이며, 민영보험관련 문제를 제외한 의료민영화 정책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다. 
첫째 우선 비영리병원에서 병원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의료채권법 도입과 병원네트워크에 의료인력, 시설, 경영을 '지원'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영리기업화 하겠다는 정책의 추진은 사실상의 영리병원화 추진이다. 비영리법인이 발행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에 대한 이익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서 사실상의 영리병원화와 다를 바 없다. 또한 병원네트워크에 의료인력, 시설을 지원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의 영리기업화 허용은 누가보아도 영리병원을 실질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비를 폭등시키며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병원채권발행과 MSO 허용 또한 영리병원 허용과 그 효과는 동일하다. 경제위기시기에 복지부가 해야할 일이 의료비를 줄여주기는 커녕 의료비를 폭등시킬 사실상의 영리병원 허용이란 말인가?
둘째 우리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상업화하고 시장화하는데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건강증진교육이나 서비스 및 건강검진행위는 명백히 진료행위의 하나이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건강증진서비스나 건강검진등을 마치 진료행위가 아닌 것처럼 떼어내어 고가의 의료상품을 만들어 상업적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엄연한 건강보험법 위반행위이다. 복지부의 방침은 이러한 의료기관들의 불법적 행위를 합법화시키고 건강보험영역에서 건강증진과 건강검진을 제외하여 건강보험의 혜택범위를 축소시키려는 행위일 뿐이다.
셋째 의료기관의 M&A 활성화조치에 반대한다. 의료기관은 안정성이 그 생명이며 그 안정성은 지속적인 진료와, 의료진과 환자들의 지속적인 관계형성에 근거한다. 그래서 비영리법인의 M&A를 제한 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제도였다. 이번 복지부의 방침은 병원들의 민원사항을 해결해주는 것일 뿐 환자들에 대한 안정적 진료와 경제위기시기에 고용안정을 저해하는 반민생적 조치일 뿐이다.  또한 사실상  영리병원에서나 가능한 M&A를 가능케 한다는 것은 이 또한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화 하는 또 하나의 시도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의견을 수렴한 후에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다른 모든 의료민영화정책의 문제는 놓아둔 체 오직 영리병원만 논의하겠다는 것은 시민사회단체를 들러리 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복지부는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모양만 만들고 다른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그대로 추진하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보인 것이다. 즉, 의료민영화 정책을 반대하는 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무의미함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조치의 추진 발표로 이명박 정부와 복지부는 이러한 경제위기시기에 국민의 건강을 돌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병원에게만 혜택을 주고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증가시키려 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보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러한 의료를 영리화, 민영화시키는 정책을 즉각 폐기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시기에 의료비폭등을 불러오고 결국 건강보험붕괴를 불러올 의료민영화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사설]보건은 없고 산업만 있는 의료 선진화 (경향, 2009-05-08 23:22:33)
정부는 의료 민영화와 무관하며, 영리병원을 통해 서비스 질도 높이고 해마다 6000만달러의 의료서비스 적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 병원들은 비영리법인으로도 이만큼 경쟁력을 키워왔다. 영리병원이 생긴다고 일부 부유층의 해외 진료가 줄어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소수의 수요를 위해 국가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겠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복지부조차 의료공공성 훼손, 의료비 상승, 의료서비스 격차 등 영리병원으로 잃을 게 더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 선진화 방안은 진의가 무엇이든 결정적인 게 빠져 있다. 보건·의료는 경시되고, 병원산업만 강조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의료 논리로 다시 봐야 한다. 영리병원과 의료 공공성은 양립할 수 없지만, 공공성 확대와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은 얼마든지 같이 가야 하고, 갈 수 있다. 이 상식적 결정을 미루는 것은 소모적이다. 당장에라도 60%대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의료선진국처럼 80%대로 끌어올리는 게 의료 선진화에 합당하다. 
 
[사설] 영리병원보다 공공 의료서비스 향상이 먼저다 (한겨레, 2009-05-12 오후 11:49:47)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과연 무엇을 위한 영리병원 허용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향상과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영리병원의 도입이 이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존 공공 의료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보험 중심의 의료서비스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해당 병원은 고가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기존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소수 부유층과 민영의료보험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십상이다.
부작용도 불을 보듯 훤하다. 영리병원들은 앞다퉈 고급 인력 유치에 나설 것이고, 이는 비영리병원의 의료수준 저하와 환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의료체계를 민영의료보험에 기반한 고가의 의료시스템과 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그 이하의 공공 의료시스템으로 이원화하고 의료 양극화를 불러올 게 뻔하다. 또한 민영의료보험의 비대화는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체계가 이원화되는 순간 기존 건강보험체계는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5000만명의 의료보험 미가입자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의 낙후된 민영의료보험 체계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교육의 목적이 돈벌이에 있지 않듯이 의료 또한 마찬가지다. 수익을 원하는 사람은 교육이나 의료에 투자해선 안 된다. 애초부터 공공서비스에 속하는 영역을 경쟁력 강화란 명목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공중보건을 책임진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선진국의 특징은 수도권이나 지방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든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고급 영리병원 몇 개가 들어선다고 국민 의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공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기자회견문] 의료민영화 전면 재추진 선언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 규탄한다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즉각 중단하라
 (2009년 5월 12일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정부는 지난 5/8일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정부의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고용창출전략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포장술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정권초기에 시도하였다가 촛불운동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중단하였던 의료민영화의 재추진이다. 복지부의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 과제’에서 작년 의료법개정안에 포함되었던 인수합병, MSO 등 의료민영화 정책의 전면 재추진을 시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의료채권 발행과 MSO 영리기업화가 허용되면 민간보험과 결합하여 실질적인 의료민영화가 되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의료채권발행·영리병원 도입,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 반대한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보고는 빠져 있지만 그것은 부처 간의 협의가 아직 안 된 사항인 까닭이지 기획재정부의 영리병원 도입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보고에서 보듯 ‘검토 후 10~11월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계속 추진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영리병원은 ‘환자의 치료’가 아닌 ‘자본투자자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병원을 뜻한다. 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과잉진료와 부당청구 등을 통해 의료비는 높아지고,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재정은 버티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 과제’ 확정안에는 이미 범시민사회에서 의료민영화 악법으로 규정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첫째,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 활성화는 MSO(병원경영지원회사)의 영리기업화 허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MSO 와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은 대형병의원네트워크와 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것이고 이 지주회사는 대자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대자본은 보험회사가 포함된 대자본일 것이다. 결국 보험회사와 대형병원네트워크의 결합이 일어나는 것이고 이는 미국이 걸어간 의료민영화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둘째, ‘의료기관 채권 발행 허용’ 또한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상법 상의 채권을 발행하여 수익성 위주의 운영과 경쟁적 시설투자, 제약회사의 채권 매입 등의 폐단이 우려되는 사항이며 기대효과에 대한 근거 또한 미흡하다. 이 의료채권 도입 또한 대자본의 병원지배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매우 큰 현실이다.
셋째,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유치 지원’은 규제완화를 통해 외국 영리병원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수입 등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다. 또한 전국에 걸쳐 분포된 경제자유구역의 특성에 의해 그 효과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며, 국내의료기관 역시 동등한 혜택을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넷째, 중소병원 전문화는 결국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목의 폐지로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며,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는 엄연한 의료행위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관리비용의 추가부담으로 국민의료비만 가중시킬 것이며, 의료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를 통해 개인건강정보가 유출되는 경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제들을 통한 의료민영화 작업 역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건강연대」는 전면적인 의료민영화 추진을 진행하며,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에 대해서만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검토하겠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한 쪽의 논리에만 치우쳐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여선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의료민영화 전면 재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논의기구 또한 의료민영화 전반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뿐이다.
27개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건강연대」는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민영화 추진 중단과 전면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며, 전재희 장관은 의료민영화를 추진한 장관이라는 오명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 시기인 지금, 의료의 돈벌이수단화 웬 말인가?
경제위기로 인해 대다수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이 웬 말인가? 건강 안전망을 튼튼하게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시기에 대다수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책은 국민들은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 의료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건강은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영리화와 규제완화는 결국 국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할 뿐이다. 정부는 그만 고집을 꺽고 의료민영화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산업화’란 결국 ‘민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산업화 흐름을 촉진해 교육과 의료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서비스 산업화’는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은 시장화, 민영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료급여의 확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공공의료체계의 확대 강화 등 건강안전망 확충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여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윤증현 "영국에서 병원 가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2009-05-15 오후 3:49:46)
전문가들 "거짓말…영리병원 탓에 대기자 더 늘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언급하며 영국의 의료 정책을 폄훼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조찬 강연에서 영국의 의료 현실을 놓고 "영국은 (병원이) 거의 무료지만 한 번 가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추진하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 등을 옹호하고자 정부가 주요 의료 서비스를 전적으로 제공하는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ystem)를 폄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윤증현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 의료 정책에 밝은 전문가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국에서 병원에 가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한다는 윤 장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NHS의 문제점으로 대기자 수가 많다는 게 종종 지적되곤 하지만 긴급 환자의 경우에는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3~4개월은 크게 과장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우석균 실장은 "더구나 이렇게 대기자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은 바로 1980년대 대처 정부가 NHS 예산을 크게 삭감하면서 의사, 병원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 실장은 "영국은 예산 삭감으로 발생한 대기자 수를 줄이고자 영리법인 병원을 일부 허용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월급이 많은 영리법인 병원으로 몰려가면서 일반 서민이 이용하는 병원의 의사가 부족해졌다. 영리법인 병원 허용으로 대기자 수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대기자 수는 블레어 정부가 NHS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야 비로소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석균 실장은 "이런 내용은 영국의 NHS에 밝은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며 "기본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왜 자꾸 무식한 소리를 해서 나라의 위신을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우 실장은 "제발 윤증현 장관은 의료 정책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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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범운영 최적지” 제주 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서울, 제주 황경근기자, 2009-04-24  26면)
“의료관광 중심 도약” “의료 양극화 부채질”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싸고 제주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의료선진화 정책과 맞물려 영리병원 도입론자들의 목소리가 부쩍 커지면서 지난해 영리병원 도입에 앞장섰다 뜻을 이루지 못한 제주도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영리병원의 당위론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제주를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국내 영리병원 시범운영은 제주가 최적지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도민 반대(찬성 38.2%,반대 39.9%)로 무산됐던 영리병원을 올해 반드시 도입하겠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결사 저지를 외친다.
도는 영리병원이란 명칭이 이익만 추구하는 병원이란 인상을 준다며 아예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명칭까지 새로 지었다. 영리병원은 병원 개설주체를 기존 의료인에서 일반투자가로 확대하고, 주식회사처럼 투자자가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병원에서 발생한 이윤은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없다.
제주도가 영리병원 도입에 발벗고 나선 것은 의료산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제주를 동북아의 의료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에서 비롯됐다. 의료산업을 제주의 관광·휴양과 접목시키면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도민 소득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역적으로 의료비의 역외유출을 막고 도민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명분도 내세우고 있다. 도는 해외 환자 10만명 유치 시 6000억원의 신규 고용 효과와 9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현막식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영리병원을 통한 환자 1명 유치는 자동차 10대의 수출 효과와 맞먹는다.”면서 “의료관광객 유치를 통한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까지 창출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지역 25개 의료·보건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는 제주의 영리병원 시범 도입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며, 결국 의료양극화를 가속화시켜 서민만 골병들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형 병원이 속속 들어서고, 이들이 벌어들인 의료수익은 의료환경 개선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윤으로 배분돼 자본만 배불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영리병원은 이윤추구를 위해 건강보험의 통제된 의료수가를 거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비급여 진료 등으로 의료비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에 우선 투자하는 선(先) 공공의료 구축, 후(後) 영리병원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공동대표 박형근(제주대 의대)교수는 “영리병원은 환자의 건강보다 투자자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병원간에 극심한 경쟁을 촉발하는 등 결국 전 국민의 의료보장체계를 한순간에 와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주치의 도입이 대안 (서울, 제주 황경근기자, 2009-04-24  26면)
가정의학 전문의인 고병수 제주 탑동 365일의원 원장은 제주도가 영리병원 도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가정주치의제를 시범 도입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럽 등에서 실시 중인 주치의제란 동네 일반의원 등에서 자신이 등록한 주치의에게 1차 진료를 받고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분야별 전문과목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제도다.
고 원장은 영리병원 도입 목적 중의 하나가 의료 소비자에게 더욱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주치의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치의제를 도입해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질병 예방 중심이 아닌 치료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바꿀 경우 의료서비스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동네 병원을 쇼핑하듯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의료소비자와 1~2분 만에 진료와 처방을 끝내는 의사의 진료가 지금의 의료 현실”이라며 “주치의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하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주치의제가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환자수가 줄고 약제비와 검사비도 줄어들면서 국가 의료비 지출도 크게 감소해 결국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원장은 “의료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인 제주가 주치의제를 시범 실시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병원영리법인화 관련 예산, 이번 추경에서 530% 증가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2009-03-27 오후 4:20:48)
당초 10억에서 63억으로, 대형병원 퍼주기?…복지부 "일자리 창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경제위기를 맞아 저소득층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28.9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확정했다.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저소득층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당정이 마련한 추경안이 최악의 재정건전성 희생을 감수할 만큼 실질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14조나 책정된 4대강 사업에 추경을 통해 1조를 증액한 것처럼 경제위기를 빌미로 필요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병원 영리법인화 관련 예산이 추경을 통해 530%나 증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09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추경 예산(안)'에 따르면, 추경 예산에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명분으로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에 53억 원이 배정됐다. 당초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0억 원에 불과했다.
한국 의료 인지도 제고 등 홍보비에만 38억 원
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은 원래 예산에는 9억8402만 원이 책정돼 있었다. 하지만 추경을 통해 52억6600만원이 늘어나 총 62억5002만 원으로 확정됐다. 추경을 통해 535% 증가된 것이다.
추경을 통해 증가된 금액은 대부분 홍보비로 쓰인다. △브랜드 마케팅전략수립 및 타겟국가 시장조사에 11억 원 △마케팅.홍보활동에 5억 원 △글로벌 헬스케어 박람회 개최에 4억3600만 원 △국제의료 전문가 파견사업에 3억 원 △국제의료 관계자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11억5000만 원 △소형의료기관 외국인 환자 유치상담에 3억 원 등 한국의료 인지도·신뢰도 제고사업에 37억8600만 원이 쓰인다. 나머지 금액 중 14억5000만 원은 외국인 환자 친화적 의료환경 조성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의료분쟁 사후대책 매뉴얼, 의료불만.분쟁 상담 및 응급환자 지원사업에 5억 원 △의료통역전문가양성에 5억 원 △지방 병원국제마케팅전문가 양성과정에 1억5000만 원 등이다. 또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사업 관리로 3000만 원이 배정돼 있다.
복지부는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CKMP :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등 35개 의료기관, 보건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참여 협의체)가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 받아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장관의 '파워'에 밀린 복지부?
병원 영리법인화에 대해 복지부는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자본 투자허용에 대해서 "계획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장관은 "영리병원 도입은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주민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에 현재는 정부가 별달리 추진하는 일이 없다"면서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에 있던 병의원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허용 방침(공익 투자법인제도)도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병원.학교 영리법인화 추진'을 언급함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 취임 후 재정부에서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현 경제위기의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나섬에 따라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복지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기는 힘든 상황이 된 것. 원래 예산에는 10억 원만 배정돼 있던 것이 추경을 통해 대폭 늘어난 것도 재정부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병원에 대한 퍼주기"…복지부 "일자리 창출 사업"
한국의료 인지도 제고사업 등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가 과연 추경에 들어갈 만큼 시급한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과연 추경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장 경제위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실장은 해외 환자 유치 등 영리법인화를 준비하고 있는 병원이 대형병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대형병원들에 대한 퍼주기 아니냐"며 "대형병원들의 이윤을 늘리는 일에 왜 정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래성장동력 확보 사업일지 모르지만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본다"며 "일자리가 당장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이라 새로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추경의 한 목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혜택이 대형병원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해외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들이 물론 평범한 병원은 아니다. 큰 병원, 전문화된 병원들이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냐"고 해명했다. 홍보예산만 38억 원이 배정된 것에 대해 그는 "우리가 빨리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단 우리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흐름과 소통]“영리병원 진료비만 증가” “고용창출·해외환자 유치” (경향, 박병률기자, 2009-03-31 17:40:27)
ㆍ영리병원 허용 방침 논란
토론자: 김창보 건강세상 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리 병원은 일반 투자자에게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추구형 병원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국가·지방자치단체·비영리법인에만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고,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해외환자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어 의료산업 발전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의료 민영화로 이어져 돈없는 사람들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놓고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과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지난 27일 경향신문에서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이하 이기효)=의료서비스산업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핵심적인 기반산업입니다. 또 의료서비스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고, 특히 고용창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영국·프랑스는 의료서비스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지만 우리나라는 3% 미만에 불과해요. 의료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1960년대 이후 의사와 비영리법인, 국가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바뀌었어요. 이는 의사들이 전문직으로 정착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일반인의 진입을 막는 부작용도 생겨났습니다.
김창보 건강세상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하 김창보)=정부가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보건의료나 건강권을 정부가 책임지기보다는 ‘회피’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영리병원이 생기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경기가 회복된다거나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병원들은 과잉투자로 인해 병상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경쟁과잉 상태가 됩니다. 도대체 영리병원을 왜 도입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기효=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의료분야 투자를 위해서고, 또 하나는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잉투자라고 하시는데 병상과잉만 제외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진료받을 때 의사를 2~3분도 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수익도 올려야 하니 빨리 빨리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적은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질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분야 투자는 국가, 비영리 법인, 의사 개인 등 세 가지가 있어요. 먼저 국가가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국·공립병원 등 공공부문 의료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투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모를까 앞으로도 공공 의료투자는 쉽지 않아요. 비영리법인 투자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는 빈민구제 차원에서 지역사회가 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전통이 없습니다. 국민 건강보험이 일반화되면서 의료서비스로 돈을 번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한마디로 병원에 자본 투입구조가 막혀버린 것이지요.
김창보=의료분야에 자본투입이 필요하다면 이는 공공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병원을 짓게 해준다고 해서 환자 입장에서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투자한 만큼 빼내려 하면서 의료수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단순히 영리병원 설립 허용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포화상태로 새로운 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어요. 영리병원 설립 허용은 결국 민간 의료보험과 결합되고, 최종적으로 의료 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에서 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질병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의료 민영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힙니다.
이기효=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병원을 짓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개인 병원은 의사가 돈을 빌려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병원을 세우면 되고, 일반인은 안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에요. 미국에서 이른바 ‘베스트 20’으로 꼽히는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 병원입니다. 의료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과 인력이 필요하죠. 아무리 대형자본이라도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재벌들은 비영리 병원을 설립하려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결국 영리병원은 중소형 규모가 될 것입니다. 개인 병원들이 조직화돼 영리법인이 될 수도 있고요.
김창보=제약자본이나 보험자본이 들어와서 병원을 소유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민간자본의 가장 큰 목표는 주주배당이에요. 주주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해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입니다. 일부 영리병원이 그런 식으로 의료수가를 올리면 다른 병원도 따라가고, 결국에는 모든 의료기관의 진료비가 늘어날 것입니다. 의료행위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기효=진료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지금도 개인 병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 있어요. 개인 병원들은 그 대가로 이자를 내야 합니다.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이나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지금도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규제가 워낙 많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창보=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병원이 설립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에 반대합니다. 건강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이 강한데 그 돈을 영리병원에 줄 이유는 없다고 봐요. 만일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수가가 올라가면 건강보험공단 지출도 늘어나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지출 부담을 영리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돈없는 서민들이 져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또 영리병원이 생기면 과도한 투자에 따라 망하는 병원도 나오게 됩니다. 병원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 입장에서도 유리할 게 없습니다.
이기효=현재 병원들은 너무 안정적이어서 문제예요. 비영리 병원은 망할 수가 없습니다. 적자가 나도 부채 끌어들이고, 껍데기만 남더라도 운영은 됩니다. 최악의 경우 이사장이 퇴출되더라도 정부와 사회가 병원을 끌어안게 되는 것이지요.
김창보=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재정부 논리를 보면 너무 빈약한 게 많습니다. 재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수지가 개선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요. 또 재정부는 앞장서 나가고, 복지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뒷수습 수준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기효=의료산업은 자본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병상이 1000개 있는 대형병원을 지으려면 최대 3000억원이 들어가고, 여기에다 병원을 운영할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노하우는 하루 이틀 만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저 역시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가 내국인의 원정 진료 때문이라는 정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는 복지부 소관이에요. 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에서 경쟁적으로 뭔가 하려고 한건주의로 접근하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김창보=영리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논리일 뿐입니다. 은행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는데 왜 병원은 국가재정 투입이 불가능합니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간병인 제도를 잘 운영하고, 실적이 좋은 병원은 정부가 더 지원해주면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경제위기 때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합니다.
이기효=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시중자금이 800조원이라고 하는데 그 돈을 병원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의료분야 투자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 투자로 봐야 합니다.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다 해도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특히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 하면 그동안 사회에서 지원받은 것을 모두 환원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창보=투자가 필요하다는 병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료시스템을 흔들리게 할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국민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기효=의료시장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습니다. 투자는 늘리되, 규제를 하면 진료비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큰언니 출산때 하룻밤 진료비 2000만원” (경향, 유희진기자, 2009-04-02 17:56:53)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1) 의료민영화 韓·美·伊 세자매경험으로 본 실태
ㆍ“예방접종도 수십만원…가족 아프면 파산해요”

서울 종로 3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혜영씨(40)의 세 자매는 우연히도 10년 전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3 대륙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서울에서, 큰 언니는 미국에서, 작은 언니는 이탈리아에서 각각 출산을 했다. 1997년 세 자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6개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임신을 한 것이다. 김씨가 한국에서 6월 첫 아이를 가졌고, 약 20일 뒤에 큰 언니가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작은 언니가 이탈리아에서 첫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한 게 많잖아요. 특히 저랑 작은 언니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서로 물어보면서 대답해주고 그랬어요. 초음파 검사 및 각종 검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 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게 되더군요.”
세 자매 가운데 의료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사람은 이탈리아에 있는 작은 언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산모 등록을 하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정기 검진비부터 출산 전후로 4박5일 동안 병원에 머무른 비용, 심지어 출산 후에 아기가 잘 크는지 확인하는 사후 관리 비용까지 전부 무료였다. “무료라고 하니까 왠지 진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병원 시설도 훌륭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모유 수유 전문가가 와서 수유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간호사들은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요. 이 정도면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낼 가치가 있지 않나요?” 당시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던 작은 형부는 월급 중 약 40%는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첫 아이를 출산했던 김씨는 어땠을까. “저도 작은 언니처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어요. 병원에서 권유하는 피검사, 초음파 검사 등은 다 받았죠. 검사는 작은 언니보다 더 많이 받았어요. 검사 비용은 비싸야 10만원대였고, 진료비는 2만원 정도였어요. 출산 때는 여성 전문병원의 1인실에 4박5일 동안 입원했는데 병원비는 36만원 정도 나왔어요. 병원비가 전액 무료인 작은 언니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만, 제가 낸 보험료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월 27만원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출산한 큰언니가 가입한 의료 보험은 임신과 출산 비용 혜택이 제외된 것이었다. 이렇게 보험 없이 치른 출산의 대가는 컸다. “큰 언니는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저나 작은 언니처럼 검사도 제대로 못받았어요. 기형아 검사 같은 건 꿈도 못꾸었고, 산모와 아이 건강 체크하는 검사만 겨우 받았죠. 병원비가 비싸니까요. 진통이 시작되고 출산이 임박해서야 겨우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퇴원했어요. 산후조리는 언니의 시어머니가 맡으셨죠. 병원은 호텔처럼 으리으리했대요. 하지만 그 호텔에서 1박2일 머문 대가가 2000만원이었어요. 그뿐만 아니에요. 출산 후에 아이에게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 때도 한번 맞을 때마다 수십만원씩을 내더군요.”
미국의 큰 언니 가족은 매년 초에 의료 보험료로 약 250만원 상당을 한꺼번에 내고 가족 의료 보험에 가입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보험 가입을 하고도 큰 언니는 한국에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아이들과 병원 순례를 한다. 민영 보험에 가입해도 미국의 진료비는 본인 부담이 높아 한국에서 병원을 다녀 오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가 다른 두 동생과 달리 높은 출산 비용을 내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는 전 국민을 포괄하는 공공보험이 없다.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는 공공보험인 노인의료보험(메디케어)과 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보험(메디케이드)에 가입돼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인구의 약 67.5%는 민영 의료보험에 의존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위태롭게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큰언니뿐만이 아니에요. 7년 전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막내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서 새끼발가락이 부러졌는데 그냥 참고 다니는거예요. 몸이 중요하지 돈이 더 중요하냐 싶어 병원에 가라고 했더니 의료보험이 안돼서 병원비 감당이 안된대요. 차라도 팔아야 하는데 학교에 다니려면 차는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때 제대로 치료를 못받아서 지금도 발가락 모양이 기형이에요.” 
각종 자료들을 봐도 미국의 의료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진료비는 6401달러로 OECD 국가들의 평균(2759달러)보다 2배 이상 높고, 한국(1318달러)의 5배와 맞먹는다. 높은 의료비 부담을 피하고자 각자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만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의료보험 가입 시 지정해 놓았던 질병에 대해서만 의료보험 회사에서 진료비를 대줄 뿐이다. 다른 질병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힘멜스타인 교수는 2005년 “미국 내에서 파산 신고를 하는 사람 가운데 50%에 달하는 200만명은 의료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재미 동포 도미틸라 수녀는 누구보다 미국 의료체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려면 한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환자 보호자가 있어요. 아널드 돌셋이라는 분인데, 연 수입이 7만달러가 넘는 회사원이었습니다. 교외에 본인 소유의 집까지 있었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죠. 부인, 세 자녀와 함께 꾸려가던 화목한 가정에 먹구름이 끼게 된 건 아들 재커리가 아프면서부터였습니다. 재커리가 8살 때 면역체계 기능장애 판정을 받았거든요. 그 때부터 돌셋 가족의 의료보험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죠. 의료보험은 재커리의 병원비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3만달러가 넘는 카드 빚을 지게 되고 자동차 할부금이나 주택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돌셋에게 남은 선택은 파산 신고 뿐이었죠. 돌셋은 결국 파산하게 되면서 단순히 돈만 잃은 게 아니라고 했어요. 파산 신고를 하는 순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잃었다고 했죠.”
그는 의료 민영화가 환자들의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날을 제한해요. 보험회사가 지정한 규칙에 따라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며칠만 머물고 집에 돌아갑니다. 그러면 며칠 후에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또 와요.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상태는 당연히 훨씬 악화되죠. 보험회사 때문에 환자들은 점점 병을 키워가는거예요.”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환자들이 먹는 약값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 뉴욕주의 한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이현호씨(28)는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약국에서는 매일 경험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지으러 왔다가 처방전을 그냥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화가 나서 제 앞에서 그 처방전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죠. 보험이 없으면 약값은 비싸거든요. 약 보험이 있어도 환자 본인 부담액이 높으면 약을 포기하죠. 수많은 약들 중 브랜드가 있는 약은 한알에 1~5달러이고, 심지어 한알에 50달러짜리도 있어요. 이렇게 제약회사들이 비싼 값에 당당히 약을 내놓는 이유는 민영화된 의료보험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고혈압 약을 팔아요. 다른 경쟁사들도 고혈압 약을 팔죠. 가격이 더 싼 카피약도 있을 겁니다. 제약회사는 보험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보험회사 고객들이 약값이 비싸도 자신의 회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이씨는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 환자는 의사가 추천해준 약을 사먹을 선택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미국인들이 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값비싼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병원비, 약, 안과 보험, 치과 보험 등을 다 따로 들어야 해요.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약국에서 의사, 병원, 약, 치과 보험을 제공해줍니다. 이 보험비를 제가 다 지불하려면 1년에 2000달러를 넘게 내야 하지만, 회사에서 대부분 부담을 하기 때문에 1년에 520달러만 내는 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씨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의료보험 지불비용을 낮춘다. 통상 회사는 직원들의 의료보험비 70% 이상을 부담한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로 회사에서 해고 당한 후 병이라도 걸린다면, 그 인생에는 미래가 없다. 힘멜스타인 하버드 의대 교수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려 회사에 못나가게 됩니다. 해고되면 회사가 지불하는 보험도 없어지죠. 보험도 없고 돈도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생산력 없는 사람은 바로 폐기처분된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입니다.”
이씨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들을 싼 값에 제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를 하면 가격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럼 서비스가 더 좋아진다고요? 제가 미국에서 약사를 하면서 경험하기로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예를 들어 한 대형 보험회사가 특정 의료 서비스나 약들을 보험 가능한 항목에서 빼요. 그러면 다른 보험회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역시 다 같이 그 보험 항목을 포기해버립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죠. 물론 보험액은 내리지 않아요. 결국 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환자들만 피해를 입죠.”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병원이 수익경쟁 시장터로… 저소득층 감당 못해” (경향, 유희진기자, 2009-04-02 18:02:47)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1) 의료 민영화
ㆍ렐만 하버드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아널드 S 렐만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명예교수(86·사진)는 의사이자 의학잡지 편집인으로서 민영화된 미국 의료 체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1946년 컬럼비아 의과대학 졸업 후 보스턴 의대와 펜실베이니아 의대,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77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의료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상원의 사회·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영리의료체제 도입의 문제점에 관해 증언하는 등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험제 도입과 상업적 의료제도의 개혁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의 저서 <시장과 이윤을 넘어선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장을 위한 계획>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결국은 국가가 지원하는 ‘통합된 국가적 보험 계획’만이 미국 내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교수님께서는 미국 의료 민영화 정책을 수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왜 그런 활동을 하게 됐습니까.
“77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편집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로 구성된 민간 기업이 비영리 공공 의료 기관을 대체하거나 공적 기관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건의료체계가 환자의 진료에 전념하는 전문적 서비스에서 수지 맞는 경쟁시장으로 변하고 있었던 거죠. 이로 인해 미국의 의료 보험료가 늘 것은 자명했고 의료 기관의 서비스 또한 줄어들 것이 분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 현상에 대해 공공연하게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라도 대중과 의료계에 이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 의료 민영화의 폐해 중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이 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가 너무 비싸고 비효율적입니다. 돈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불공정한 일이죠.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과 안정을 우선시한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합니다. 의료업 종사자들의 윤리적인 기준을 무너뜨린다는 점도 심각한 일입니다.”
-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누구인가요.
“의료보험이 단순히 시장 소비재가 되면서 돈있는 사람들만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신 돈 없는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민영화가 됐는데 그 사이 의료보험 없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비싼 돈을 내고 개인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어려움을 겪었죠. 민간 보험회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 가입자들이 비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꼭 필요한 수술이나 약인데도 막았던 거죠. 수술 비용이 비싸면 그 수술을 못받도록 갖은 수를 썼어요. 당연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병은 더 악화됐죠.”
- 왜 그런 문제 많은 의료 민영화를 하게 된 걸까요.
“투자자들은 미국 의료 민영화라는 대안이 나왔을 당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민영화가 됐을 때 보험 업계에 엄청난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좋은 기회로 봤던 거죠. 바로 이들이 의료 민영화를 주도했습니다. 정부의 수동적인 대응은 의료보험이 민간 산업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당시 민영화에 반대한 이들은 나를 포함해 소수였어요. 반면 자유 시장 논리에 따라 의료 서비스업계를 지지한 쪽은 정부를 포함해 기업, 경제 관계자 등으로 훨씬 많았습니다. 수적으로 대항할 수 없었죠.”
- 민영화 이후의 미국 의료제도는 아파도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못가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요.
“현 미국 의료 민영화 시스템에서 국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들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로비 등의 활동을 통해 미국 정부가 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죠.”
- 그러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료보험 체계를 개혁할 수 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도 의료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할 재정을 마련하자고 의회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방향은 높은 의료비를 규제하고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가진 경제적인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나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미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 미국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은가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는 ‘통합된 국가적 보험 계획’입니다. 빈곤층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의료비를 지원해야 해요. 의료진은 1차 진료 서비스 공급자 및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의료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비영리 그룹으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임금도 이 그룹을 통해 지급받아야 해요. 병원 및 외래 환자용 시설은 의사 그룹에 할당된 기금으로 운영하고 서비스 비용은 정부가 맡도록 하는 겁니다. 요양 기관이나 만성 질병 또는 재활 병원과 같은 장기 서비스 제공 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 시설은 비영리 기관이 되는 겁니다.”
- 한국은 최근 미국 모델을 따라 의료보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러 심층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는 공공 또는 비영리 민간 기관에 비해 비용이 더 비싸면서 서비스 질은 그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의료 서비스 질을 조사해본 결과 민간 영리 시설은 비영리 기관의 시설보다 우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었어요. 의료 민영화가 더 큰 의료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논리는 증명된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의료보험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고, 서비스에서 파생되는 더 비싼 행정 비용은 국민에게 떠넘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입을 수 있겠습니까. 의료 보험 민영화 추진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미국의 의료보장 가입자 현황
공적의료보험 가입자 13.7%
민영의료보험 가입자 67.9%
무보험자 15.3%
*출처: 미국 통계청, 미국의 소득, 빈곤 및 의료보장(2006년, 2007년)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 창출 (경향, 조홍준 울산대의대 교수, 2009-04-02 18:01:33)
ㆍ이명박 정부 ‘의료 선진화’ 논리의 허구성
ㆍ인력 줄여 의료서비스 질 저하

한국 정부는 지난 3월13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의료 민영화 재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의료 민영화는 다음의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한다. 하나는 현재 비영리인 병원을 주식회사형의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것, 다른 하나는 현재 건강보험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 민영화의 추진 명분으로 삼고 있는 논리는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 및 고용창출, 경쟁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 해외원정 진료 감소 및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비 절감 등이다. ‘삽질’ 말고는 달리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 정부에 병원은 좋은 투자처로 보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이다. 많은 병원이 ‘돈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를 ‘비영리’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여기서 영리성을 나누는 기준은 영리적 행위 여부가 아니라, 발생한 이윤을 병원의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이를 외부로 가지고 갈 수는 없고, 병원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영리병원이 되면 외부 자본이 이윤을 목적으로 투자될 수 있고, 병원은 환자의 건강보다는 투자자의 이윤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 것이다.
미국을 보자. 병원의 응급실 기능은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 영리병원은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응급실을 닫기도 한다.
영리병원이 된다고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지출을 최소화하려 한다. 병원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는 지출을 줄일 수 없다. 실제 미국 비영리병원의 100병상 당 의료인력은 522명으로 영리병원의 352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영리병원은 특히 진료와 관련된 인력(간호사, 의사 등)을 줄이기 때문에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영리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미국의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질에 관한 연구를 종합한 한 연구에 의하면 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비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2%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영리기관에서 인공신장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기관에 비해 20%가 높았다. 영리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쁘다는 연구 결과는 이외에도 수 없이 많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진료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추산한 해외의료비 적자는 약 6000만달러(당시 기준 665억원)이다. 이는 국민의료비 54.5조원의 약 0.12%에 불과하다. 더구나 해외원정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정출산이나 부유층의 해외 의료 이용이 영리병원 도입으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정부의 주장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의료 민영화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의료기관간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론만 되뇌고 있다. 환자가 병에 걸리면 환자가 아닌 의사가 환자의 대리인으로 의료서비스의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병원간 경쟁이 심하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영리병원은 멋있는 인테리어 등으로 환자를 ‘유인’해서 높은 진료비를 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은 악화되고 있는 건강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영리병원의 높은 진료비 부담은 저소득층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심각한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의 다른 한 축인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는 어떤 영향을 줄까. 현재 민간 의료보험의 건강보장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은 전 국민의 16%인 4700만명이 건강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은 전국민건강보험을 가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간보험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서 현재의 건강보험을 대체하도록 하면, 건강보험은 현재보다 대폭 축소될 것이며 일부 저소득층은 ‘실질적으로’ 건강보장을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민간보험은 환자진료에 필요한 진료비(민간보험회사는 이를 ‘의료적 손실’이라고 한다)는 가능한 한 줄이지만 행정비용은 훨씬 더 많이 지출한다. 캐나다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가입자 1만명당 직원이 1.2명인 데 비해 미국 최대 민간보험사인 에트나는 20배인 20.8명에 달한다.
의료 민영화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최근 거의 부도 상태에 빠진 GM 자동차가 경쟁력을 상실한 이유 중의 하나는 직원과 은퇴자에 대한 과도한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미국 GM의 경우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1525달러를 지출하는 데 비해 캐나다 GM은 187달러, 일본 도요타는 97달러를 지출했을 뿐이다.
주식회사형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는 의료부문을 자본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다. 이제 병원은 국민의 건강이 아닌 투자자의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본은 의료정책의 결정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할 것이며 이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취약계층의 접근성 축소와 건강 불평등의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정책변화가 한 번 이루어지면 뒤로 무를 수 없다는 데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다시 건강보험체제로 돌아올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에는 래칫조항(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적용되고, 그 외의 지역에는 투자자국가제소조항이 기다리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는 의료 민영화로 달성할 수 없다. 의료기관에 대한 공적 자본 투입 확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함께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올바른 대안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거나(예를 들어 보건소 방문간호 서비스 확대 등)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면(보호자 없는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질 좋은 일자리를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는 의료를 시장에 맡기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원 주식회사 허용하면, '정치인 전재희'도 끝!" (프레시안, 김창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2009-04-07 오전 10:02:58)
[복지국가SOCIETY] 복지부, 영리법인 병원 허용하나?
지금,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간의 입장 조율이 진행 중이고, 의료 민영화 추진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세력 간에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논쟁에서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이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는 것이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리법인 병원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며, 의료 이용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반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 등의 경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에 찬성하는 쪽이 설득력 있는 반박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에 비춰진 모습의 일단을 그려보자면, 기획재정부가 이를 추진하려 하는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반대를 하고 있어 두 정부 부처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근에 뭔가 정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여러 기사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이번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에서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 민영화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원래 예산에서는 10억 원도 안 되었지만, 이번 추경에서는 무려 52억 원이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획재정부의 압력도 있었겠지만, 힘이 약한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렇게 큰 금액의 추경 예산을-그것도 홍보비로만 37억 원이 사용되는 예산-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혹시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이 있을까?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언급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재희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에 관해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큰 이슈가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전재희 장관의 발언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전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역시 최근의 일인데,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띄운 것도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와 관련된 듯 보인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확충 예산을 요구한 것이며, 이는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여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영리법인 병원 허용이 야기할 부작용이라는 큰 사회적 쟁점을 희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겉으로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는 이와 다를 가능성을 크다. 기획재정부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 허용이라는 실리를 챙기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였으니 그래도 할 만큼 하였다는 식의 '명분 쌓기'를 위한 과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재희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의 논쟁이 불거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논쟁을 축소 또는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리법인 병원 논쟁의 찬반 쪽 모두에 대해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공공보건의료 확대'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놓고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덕분에 이러한 타협과 물 타기를 아무리 시도하더라도 '정치인 전재희'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라는 역사적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인생도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민영화' 논쟁의 핵심 배후이자 궁극적 승리자는 금융자본이다.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이 병원에 자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 이외에도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져서, 영리법인 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이 짝을 짓는 '미국식의 민간의료보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비는 치솟겠으나,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병원 투자를 통해서도, 민간보험회사를 통해서도 크게 돈을 버는 것이다.
최근의 논의를 보면, 대자본과 금융자본은 짐짓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처럼 보인다. 오히려 영세업자에 불과한 네트워크병원과 개인전문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곧바로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할 태세이며,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위한 소규모 선두 공격 부대에 불과하다. 정작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무너뜨릴 가장 가공할만한 적수는 이들 네트워크병원 등의 영세자본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을 가진 재벌과 금융자본이다. 이들 자본은 차별화된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과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과 같은 재벌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병원이 영리적 활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영리적 활동과 자본투자가 가능한 방안을 찾고, 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 핵심에 바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있는 것이다.
현재는 개인병원 간에 MSO는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정도의 수준이며, 공동구매와 투자 등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식대로 된다면 비영리법인 병원과 의원들도 영리법인인 MSO에 대한 지분 참여가 가능해짐으로써 간접적으로 영리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의 경우 비영리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영리사업을 할 수 없으며, 영리사업에 투자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모두 풀리는 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삼성헬스케어그룹의 이종철 회장은 향후 발전 방향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MSO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삼성헬스케어그룹의 경우 MSO를 활용하여 장비 구매, 인력 관리 등의 활용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구축하여 체인화를 시도할 것이며, 해외 환자 유치와 제약 산업에 대한 투자까지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MSO가 의료민영화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MSO에 대한 자본의 시각과 관심이 좀 더 솔직한 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의료민영화 논쟁은 지금의 '영리법인 병원 허용' 쟁점으로부터 'MSO' 쟁점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와 같은 MSO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리법인 병원'과는 달리 보건복지가족부가 직접적인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MSO는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묶여있는 대학병원 등의 대형병원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모호하게 반응하고 있다.반면, 의료채권, MSO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건복지가족부도 의료민영화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국민 건강권을 사수해야 할 책무를 직접적으로 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마저 앞장서는 모습은 보지 않길 기대한다. 우리 시민사회와 온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평] 전재희 장관은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라 (2009년 4월 6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지난 3일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영리병원 전면 허용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윤증현 장관의 영리병원 전면 허용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으나,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김강립 국장은 공개석상에서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바 있다. 또한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보다는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서 우선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두 부처 간에는 영리병원 허용의 속도 차이 정도 밖에는 없는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방방곡곡에 지정되어 있어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에 건강보험이 가격을 통제하는 당연지정제 방식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선출된 신임 의사협회 회장의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도 건강보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향한 전재희 장관의 강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윤증현 장관과 전재희 장관의 차이는 영리병원 허용 방식을 둘러싼 매파와 비둘기파 정도의 차이에 불과해 보인다. 전재희 장관이 진정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고 전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지키려 한다면 어떤 방식이나 내용으로도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치가 전국적 영리병원 설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시민단체 “말로만 조건부”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09-04-07 오후 08:55:03)
“의료비 부담 가중” 비판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뜻을 밝힌 데 이어 이에 반대해 온 보건복지가족부도 최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등을 전제로 영리병원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자,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건강연대,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등 50여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건강보험의 재정을 위협하게 돼 결국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복지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불가능 등의 조건을 지키면 영리병원의 추진 쪽과 반대 쪽이 상생하는 안을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기대와 우려가 너무 크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조경애 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미국 연구를 보면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견줘 20% 가까운 의료비를 더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웠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공공병원이 적어 의료비가 더 오를 수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 없게 한다’는 전제도 “실효성이 없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쪽은 “아직 영리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모양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지정제 유지, 의료양극화 방지 등 현 의료제도를 지킬 몇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 (영리병원 찬성 쪽과 반대 쪽의)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 당연지정제 무력화 수순?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2009-04-08 15:45:31)
민주노동당,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불러올수도’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견지했던 영리병원 불허 입장에서 조건부 허용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이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기대와 우려가 너무 커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자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장관의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고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을 보면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민영화에 관련 예산이 대폭 확산됐고 원래 2009년 예산에는 해외 환자유치 활성화 지원으로 9억8402만원이 책정됐으나 추경을 통해 52억6600만원이 늘어나 총 62억5002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영리병원 추진을 위해 예산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당연지정제 유지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찬반 양측 의견이 조율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영리목적에 부합하다보면 당연지정제는 당연히 무력화의 수순을 밝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해 수입을 충당하고 이들에게 각종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는 부유층 환자를 진료해 추가적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형 병원들이 등장하면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및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진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러한 경향은 주변 비영리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안정성이 악화되고 민간의료보험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건강을 지킬 것인가, 의료민영화로 병원과 재벌보험사의 이익을 지킬 것인가 (2009.4.7 건강연대)
오늘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우리들은 한국정부가 국민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작년 의료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입장을 바꾸었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비영리병원의 채권발행을 통한 간접적 영리병원 허용,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전재희 장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영리병원 허용 입장에 강력히 항의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존의 영리병원 불허방침에서 전면적으로 후퇴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영리병원을 허용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가 지켜지고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이 허용되지 않으면, 영리병원허용이 한국의료제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매우 위험하며 영리병원 전면허용과 다를 것이 없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한국의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는 달리 환자치료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자본투자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의 허용을 뜻한다. 당연히 의료비는 폭등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된다. 영리병원은 과잉진료, 부당청구, 응급실과 같은 ‘돈 안되는’ 부문의 폐쇄 등을 통해 의료비를 높이고 서민들의 의료이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영리병원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의 영리병원에 대한 연구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20%가까운 의료비를 더 부과했고 노인건강보험환자만을 두고 보아도 16%의 의료비를 더욱 부과했음을 보여준다.
복지부가 지키겠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는 당연히 붕괴된다. 합법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모든 병원이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원칙과 명백히 어긋난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현재의 헌법재판소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재정이 견뎌낼 수가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는 더 늘어나고 60%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성은 더욱 줄어들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곧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이고 건강보험의 붕괴와 다르지 않다. MSO 즉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허용도 마찬가지다. 병원의 시설, 운영 등을 별도의 회사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그 회사를 영리법인으로 허용하는 것은 영리병원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 복지부의 말대로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 비영리병원을 폐쇄하면 현행법상 그 재산은 국고로 환수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비영리병원들은 장부상으로는 채무가 더 많아 병원을 폐쇄하고 영리병원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아도 국고에 환수할 재산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비영리에서 영리로 간판만 바꾸어 달게 될 것이고 병원들은 아무 지장이 없다. 또 공공병원이 60-90%인 외국과는 달리 8%에 불과한 한국에서, 그리고 병원협회의 자체조사로 병원들의 영리병원 전환의사가 70%이상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영리병원 허용이 한국 의료제도에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주장은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가진 주장인가?
한국과 같이 공공병원이 적은 사회에서 비영리병원제도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다. 이중 어느 하나를 무너뜨리면 그 결과는 전체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의 붕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병원 채권발행법 추진에 반대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비영리법인은 채권발행을 할 수 없는 기존의 법적 원칙을 뒤흔들면서 병원의 채권발행을 허용하려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 추진의 근거를 중소병원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채권발행은 영리병원을 간접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다. 비영리병원이 채권을 발행하면 그 채권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추구행위를 하게 되며 ‘채권단’이라는 사실상의 소유주가 생기게 된다. 주식이나 채권은 결국 병원이 영리추구행위에 전념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오히려 비영리병원의 채권발행허용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불편을 겪지 않고 채권만 발행해서 투자자에 대한 이윤배분은 맘대로 하고 비영리병원의 세제혜택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정책일 수 있다.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은 영리병원이나 채권발행병원이나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소병원장들의 어려움은 이해하는 정부가 왜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는 이해하지 않는가? 그토록 오랫동안 병상허가제를 주장하며 대형병원과 서울로 몰리고 있는 의료공급체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올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지금의 병상과잉문제와 중소병원의 위기문제는 정부가 병원자본에 대한 규제를 하지 못한 결과다.
그동안 대형병원의 병상증설에 대해 정부는 어떤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네중소병원에서 치료해야할 맹장염환자이나 폐렴 같은 비교적 단순한 질병도 모두 대형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병원들은 특수클리닉으로 바뀌고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것이 정부가 병원들 간의 경쟁을 혼란에 극치에 달할 때까지 아무런 규제 없이 놓아둔 결과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하겠다는 대책이란 것이 중소병원을 위해 채권 발행을 허용해 의료비를 더욱 높이고 병원들끼리의 무분별한 경쟁을 더욱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안인가? 게다가 병원이 채권발행을 한다면 정부의 말과는 달리 대형병원부터 채권을 발행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할 일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1차 의료기관이 제자리를 잡도록 규제하는 일이고 공공의료체계로 그 확고한 중심을 잡는 일이다. 정부가 경제위기시기에 걱정할 것은 병원장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셋째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방침에 대해 항의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보험업법개정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를 금융감독원이나 민영보험회사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것으로 복지부의 일이 끝나서는 매우 곤란하다.
현재 민영의료보험은 매년 그 보험료가 10조원에 달하고 전체 가구의 70%이상이 하나 이상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그 관리체계는 전무하다. 민영의료보험이 정부 말대로 ‘건강보험의 보충보험’이라면 최소한 미국에서 하듯이 보험상품의 표준화가 실시되어야 한다. 민영보험의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법적으로 보험료의 70%는 가입자에게 돌려주게 되어있고 실제로는 75%이상을 돌려준다. 유럽은 80%이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보험료의 비중은 60%정도이다. 보험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보험상품 비교도 되지 않아 가입자들이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과잉광고와 지급거절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민영의료보험을 포함한 모든 보험상품의 출시에 대한 현재의 최소한의 사전허가제마저 폐지하고 몇 가지 기준만 충족시키면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보험회사 AIG가 파산을 선고받고 전 세계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한국만 보험규제를 완화하려하는 것이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다.
보험회사들의 부실을 보험가입자에게 전가하려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전면 보류되어야 하며 보건복지가족부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보험규제완화가 아니라 민영보험 표준화 및 실손형 보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보건복지가족부가 경제위기시기에 환자들의 의료비경감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대해 엄중 항의한다. 실업대란이 임박해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실직자나 신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비경감대책과 건강보험의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서민들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재벌병원이나 병원장들의 걱정뿐이다. 도대체 병원장들이 어렵다고 한다면, 그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국민들과 환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하다는 말인가? 정부의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국민은 없다. 그리고 아픈 환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도 없다. 의료비를 폭등시킬 영리병원 허용방침이나 의료채권법, 재벌보험사들의 배만 불릴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찬성입장만을 내놓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지금 명백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가족부와 전재희 장관이 지킬 것은 국민의 건강이지 병원장들과 재벌보험사들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지금은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영리병원허용, 의료채권발행허용, 민영의료보험상품 규제 완화 등의 의료민영화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다수의 서민들을 위한 의료비경감과 건강보험의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경제위기시기에 돌봐야 할 것은 국민들의 건강권이지 부자들과 재벌들의 돈벌이가 아니다.(끝)
 
[강석진 칼럼] 의료 민영화 시기상조다 (서울,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2009-04-09  31면)
평균적인 한국인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는다. 의료기관은 삶의 시작이고 끝이다. 보편적인 의료 혜택은 복지국가의 핵심이다. 최근 의료 민영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민영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는 영리 병원 설립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 도입 등 세 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윤 장관이 말하는 것은 영리 병원 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국민을 사지로 내몰 것이라면서 맹반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전재희 장관은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당 내부에서는 전 장관에 대해 “사회주의자 같다.”며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는 말도 들린다.
반대 주장부터 들어보자. 병원이 주식회사처럼 돈벌이를 추구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다. 부당청구나 과잉 진료도 많아질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거나 민영보험이 도입될 것이라는 데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영리 병원들은 건강보험 체제에서 자유로워지고, 치료비를 꽤 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민영보험이 도입되면 고급 치료는 부자나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건강 양극화까지 우려된다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의료 민영화를 하려 할까. 기재부의 한 고위관료는 “경쟁을 통해 의료비가 줄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외국 환자를 불러들여 외화 수입도 올릴 수 있다. 의료산업에 자본이 투입되면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 효과를 질문하면 답은 모호하다. 기재부 실무 국장은 “얼마나 고용이 창출될지 알 수 없다.”고 답한다. 복지부 실무 국장은 “추계치가 없다.”고 말한다. 외국인은 얼마나 올까? 기재부쪽은 “태국이 연간 140만명을 유치하고 있다.”며 꽤 유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복지부쪽은 “이것도 추계가 없다.”고 말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국민개보험 체제에 대해서는 두 부처 모두 반드시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허문다고 하면 얼마나 반발이 클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민간연구소는 이미 2007년 보고서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면 “수가 현실화, 민간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리병원의 문이 열리면 다음 디딜 걸음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일본인 르포 작가가 쓴 ‘빈곤대국 아메리카’(쓰쓰미 미카, 문학수첩)나 타임 3월16일자에는 의료 민영화 대국 미국에서 중산층이 단 한번의 질환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반면 네덜란드나 일본은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고도 의료체제에 대한 평가가 꽤 높게 나타난다.
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로 한국 사회도 편할 날이 없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은 중산층을 ‘하산층’으로 만들고 있다. ‘이 아픈 날 콩 밥 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의료 민영화가 도입되면 중산층과 빈곤층의 삶은 한결 고달파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 민영화는 한번 실시하면 되돌아 올 수 없는 ‘불가역적 과정’이다. 게다가 코스트(cost)에 대한 우려는 큰데 얻을 수 있는 이익(benefit)은 어림 추계조차 없지 않은가. 의료 민영화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영리병원 허용, 약인가 독인가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9년03월13일 21시38분)
"영리병원 허용한다고, 원정출산 줄겠냐"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을 비롯해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내달리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대국민 의료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른바 '미래 성장동력'인 의료서비스산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정부의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필연적으로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재차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정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엔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반대진영 간에 진실게임이 한창이다.
"영리병원 허용, 오히려 서비스 질 악화시킨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으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건강연대)는 12일 오후 정부 주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앞서 토론회 장소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단체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영리병원 허용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해외 연구결과 등을 들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연대는 "미국에서 324개 병원을 조사한 연구는 영리병원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았고, 메디케어(노인대상 공보험)를 비교한 연구도 영리병원 의료비가 16.5% 높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줄여 서비스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부 논리를 반박했다.
병원의 인건비 비율은 제조업 분야의 10배 수준인 50%에 달하고 의료인력의 규모는 의료서비스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영리병원 도입에 따라 병원 간 경쟁이 격화되면 인건비를 줄일 것이고 이는 의료서비스 질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공공병원 비율 OECD 1/10, "건강보험 못 버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촛불정국을 거치며 거센 논란이 일었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는 유지 입장을 밝히 있다. 하지만 단체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아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건강보험제도 역시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OECD 국가 중 영리병원이 허용된 국가들의 공공병원의 비율은 60~95% 수준이다. 미국만 해도 민간비영리병원(60%)과 공공병원(20%)을 합해 88%(2001년 기준)고, 캐나다는 아예 영리병원이 없고 공공병원 비율이 98%에 이른다. 독일도 공공병원(51%)과 민간비영리병원(35%) 비율이 86%에 달한다. 때문에 이들 나라에선 영리병원이 있어도 공공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공공병원 비율은 OECD 평균의 1/10 수준인 7%에 불과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복지부가 당장은 당연지정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비가 상승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당연지정제는 없어질 수밖에 없고 건겅보험제도는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천만 달러 적자? "영리병원 허용한다고 국내서 '원정출산'하나"
또 기획재정부는 해외진료비 등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를 영리병원 허용의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재정부는 연간 6천만 달러가 해외진료비로 빠져나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적자액 규모 6천만 달러(2007년 기준 665억 원)는 해외서비스 전체 지출액 19조 원을 놓고 보면 차지하는 비율이 0.3%로 미미한 수준이다.
건강연대는 "해외의료서비스 대부분은 원정출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한다 해서 원정출산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정출산을 해결할 수도 없고 해외서비스 지출액의 0.3%에 불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을 뒤바꾸려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건강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자기표절' 유혹에 빠진 이유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9-03-15 오후 5:03:41)
[기자의 눈] MB정부, 의료정책 프레임도 '다양성'
최근, 다시 자기표절 유혹이 엄습했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의료서비스산업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지켜본 직후였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사회자로 나선 이 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주최 측이 허겁지겁 임시의자를 마련했지만, 장소를 가득 메운 청중이 앉기에는 자리가 부족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입구 뒤에까지 줄지어 서서 토론을 지켜봐야 했다. (☞관련 기사: MB정부, 영리병원 허용 여론몰이 본격화, "원정출산 줄이려고 영리병원 세우겠다고?")
이처럼 뜨거운 관심에 비해, 토론 내용은 새로울 게 없었다. 대형 병원과 의료계 상층부, 재벌 계열 보험회사와 보수 언론 등이 주도한 영리병원 허용 움직임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가속화돼 왔던 탓이다. 나올만한 이야기는 이미 다 나왔던 것.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구성된 토론회
게다가 이날 토론회의 핵심 의제인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다양화 방안"을 둘러싼 토론은 정부 측 토론자 한명을 제외한 나머지 토론자 여섯 명 가운데 2명만이 반대 입장이었다. 정부 측 역시 사실상 찬성 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론자 7명 가운데 찬성 입장 5명, 반대 입장 2명으로 구성된 토론인 셈이다. 공정한 토론이 애당초 불가능한 구조다.
하긴, 이런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의 기계적 균형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찬반 여론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는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중앙일보>는 최근 경제부문 에디터의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병원 영리화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촛불시위 탓에 잃은 '실용'을 되찾아 국가 경제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런 방향과 맞는 정부 아닌가"라고 마무리되는 칼럼이다.
현행 제도와 양립할 수 없는 새 제도 도입하며, 현행 제도 유지하겠다?
욕 먹더라도 추진하라는 당부 앞에서, 비판 한 줄을 덧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영리병원 도입이 낳을 위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돈벌이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게 영리병원이다. 이윤을 노리고 자본을 투자한 이들 입장에서는 현행 건강보험체제가 거슬리는 게 당연하다. 당연지정제 폐지 등 현행 건강보험체제를 허물어뜨리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건강보험이 무너지고, 민간보험이 그 자리를 메우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대개는 알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에 담긴 풍경이 멀지 않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현행 건강보험체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제도와 양립할 수 없는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경제위기에도 의료비 늘리려는 정부의 역설
더구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상황을 떠올리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더 궁색해진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올라가리라는 것은 영리병원 찬성 측도 인정한다. 의료비 상승의 정도에 대한 생각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빈곤층이 대폭 늘어나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의료 소외지역에 보건소를 확충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지금보다 대폭 강화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의료비를 높이는 정책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주요 언론은 여기에 호응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여기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다. 이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사람들은 진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프레임(생각의 틀)에 따라 왜곡해서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어'다. '세금 구제'와 같은 독특한 언어 사용 전략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국 정부와 언론도 이런 수법을 종종 쓴다. 누군가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해 비판하면, 보수 언론은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왜곡해서 해석한다. 고교 평준화 정책을 '획일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평등과 획일성은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획일적이지만 서열화된 교육, 획일적이면서 평등한 교육, 다양하면서 서열화된 교육, 다양하면서 평등한 교육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물론, 이 가운데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다양하면서 평등한 교육이다. 그러나 평등을 획일성으로 이해하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이런 점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의료에서도 '다양화' 프레임 동원한 MB정부
경제 위기 속에서 의료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 역시 독특한 프레임을 동원했다. 13일 토론회에서 영리병원 찬성 측이 자주 꺼낸 단어는 '독점'이었다. 왜 의사만 병원에 투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사들이 병원 투자 기회를 독점하는 구조를 깨서, 돈만 있으면 누구나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 주최 측이 사용한 표현 역시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다양화 방안"이었다. 기회 독점 구조 대신 자본 참여 다양화를 꾀한다는 뜻이니까, 찬성 측 토론자들과 주최 측이 비슷한 프레임을 동원한 셈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독점'을 허물고, 기회를 개방하자는 이야기로 들리니까. 여기에 '다양화'와 같은 표현이 곁들여지면 긍정적인 느낌은 더 고조된다.
중요한 것은 의료 이용자의 병원 접근성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세금 구제'와 같은 말장난일 뿐이다. 병원의 목적이 오직 돈벌이뿐이라면, 병원 투자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게 옳다. 하지만, 병원의 목적이 꼭 돈벌이만이 아니라면, 다양한 의료 이용자가 병원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누가 병원에 투자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리고 누구도 병원의 목적이 오직 돈벌이뿐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병원 접근성이다.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외면당한다면, 오히려 그게 진짜 문제다. 따라서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측이라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한 의료 이용자의 병원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지방 거주자 및 서민에게는 너무 먼 영리병원
의료 이용자의 경제 수준과 지리적 조건이 모두 제각각이다. 돈이 많고, 서울에 사는 사람만 의료 이용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이처럼 다양한 조건을 가진 의료 이용자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병원을 이용하게 될까. 적어도 13일 토론회에 참석한 찬성 측 토론자들은 여기에 대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찬성 측 토론자가 반대 측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배치된, 독특한 토론회였음에도 그랬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높은 수익을 노린 대형 자본이 투입된 병원이 대도시가 아닌 곳에 세워질 가능성은 없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일 리도 없다. 다수 의료 이용자의 접근성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정부가 추진할만한 정책이 못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정부가 국민 다수에게 욕을 먹더라도, 영리병원을 도입하라고 주문한다. 중요 논점을 흐리는 '프레임'의 힘을 믿는 걸까. 그래서 반발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런 모양이다.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정보 공개, 별개의 사안을 한데 묶은 이유
13일 토론회는 크게 2부로 나뉘었다. 핵심 쟁점인 영리병원 문제를 다룬 것은 2부 토론이었다. 1부 토론은 의료 정보 공개에 관한 것이었다. 1부 토론 발표를 맡은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는 제도라고 했다. 의료비용, 의료사고 횟수, 진료 효과 등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의료 이용자가 더 높은 권리를 누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2부 토론과 달리, 1부 토론에서는 찬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정보 공개의 폭과 추진 속도, 강제성 여부, 의료계의 담합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서 작은 이견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대체로 찬성 의견이었다. 오히려 이런 제도가 제대로만 실현되면, 대형병원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도 개선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은 병원이 의외로 내실 있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알려지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 문제가 왜 같은 자리에서 논의될까.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만난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병원과 의사가 독점해 왔던 의료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의료 공공성에 부합한다. 또, 다수 국민도 찬성하는 정책이다. 반면, 영리 병원 허용 문제는 그렇지 않다. 성격이 서로 다른 정책을 묶어서 공론화하는 배경에는 '전문가의 기회 독점을 해소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을 한데 아우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변 국장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의료 정보 공개로 이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과 자본의 투자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의료 정보 공개에 관한 발표를 맡은 이상일 교수 역시 이 문제가 의료 민영화 쟁점과는 전혀 별개라면서, 공공의료가 발달한 영국에서나 민간의료 중심인 미국에서나 모두 의료 정보 공개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의료 정보 공개와 영리 병원 허용은 굳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없다. 영리 병원 허용에 반대하는 이들이 마치 의료 정보 공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인양 몰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다양한 선택권'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결국, 문제는 다시 '프레임'이다. '다양성', '선택권' 등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를 내세운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 선택권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한 소수에 불과하며 나머지 다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문제다. 정부가 이런 식의 '프레임' 전략으로 논점을 흐리는 일은 주로 교육 부문에서 잦았다. 그런데, 의료 부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으른 기자가 교육 담당 시절 썼던 기사를 '자기 표절'하는 유혹에 노출된 이유다.
(☞관련 기사: 이명박식 '교육자율화', 부메랑은 시간문제, "획일적인 교육통제 반대가 꼭 평준화 해체론은 아니다"
 
'영리병원 허용' 찬반 격돌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9년03월13일 21시37분)
"영리병원 허용, 의료비 싸진다" vs "경제학 교과서 다시 봐라"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의 논란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격돌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 8개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일환으로 개최됐다. 토론회엔 정부 및 보건의료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의료민영화 논란, 음모론적 시각에 입각해 있다"
우선 찬성 측 인사들은 기존 병원 대다수가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고, '의료비 폭등' 등의 비판은 이념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인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병원은 이미 대다수가 영리성(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고 의사들이 동업해서 세운 주식회사 병원도 존재한다. 영리병원이란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투자개방 병원'이란 용어가 적절하다"며 밝혔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의료를 민영화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의료민영화' 논란은 "음모론적 시각에 입각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문제 등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음모론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또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총, 칼을 들고 집권해도 어렵다. 이걸 어떻게 무너뜨리냐"며 '건강보험제도 붕괴'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의료비 폭등 우려에 대해선 "의료비가 올라간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반대론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당연지정제,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기본적인 의료수가는 어딜 가나 같다. 부자들(이 이용하는 영리병원) 얘기를 하는데 부자들이 바보냐, 의료비 비싸면 부자들도 (영리병원에) 안 간다"며 이 같이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도 "경쟁이 강화되면 의료비가 올라간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가격 경쟁을 합리적으로 하게 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다"며 의료비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영리병원 허용, 의료비 상승 초래할 뿐"
반대 측 인사들은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로 들고 있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이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에 비해 서비스 질과 접근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게 대다수 연구의 결과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도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좋다는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창보 소장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시설 고급화 등 영리병원의 행태를 비영리병원도 그대로 따라갈 공산이 크고 이는 국민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근 제주대 교수도 국내 대형병원의 예를 들며 "경쟁이 심화되면 서비스가 고급화되고 의료비가 상승한다. 실증적으로 재원일 당 평균 진료비는 고급 병원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리병원 허용 요구는 병원에 가격결정권을 달라는 것인데 결국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영리병원 허용 반대 세력을 '이념에 치우친 반대세력'이라고 하는데 현재 정부가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이념에 치우친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고 찬성 측 주장을 받아쳤다. 특히 박 교수는 '경쟁이 강화되면 의료비가 떨어진다'는 권용진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경쟁이 심해될수록 의료비가 뛰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이다. 제대로 보고 얘기해라"고 쏘아 붙였다. 이에 권용진 연구원은 "초음파 검사에 A의원은 4만 원이고, B의원이 6만 원이면 환자들은 어디로 가겠냐"며 "박형근 교수님과 교과서 펴 놓고 얘기해봐야겠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부, '당연지정제 유지' 선에서 영리병원 허용할 듯
한편, 이날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김강립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영리병원 허용을 전제로 토론회를 하는 거냐'는 김창보 소장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연지정제와 관련한 어떠한 부분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기존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으로 전환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당연지정제 유지'와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불가' 선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기자회견문> 의료비폭등, 건강보험 붕괴, 영리병원 반대한다! (2009년 3월 13일,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 추진 즉각 철회하라 -
작년 6월 촛불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했던 이명박정부가 또다시 국민을 속이며 영리병원, 의료채권 등 의료민영화를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의 설립 허용을 추진 중임을 발표한데 이어 13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의료민영화의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전국에 걸쳐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의 근거는 간단하다.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면 의료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병원 간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의료비는 저렴해지며,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작년 촛불저항을 불러일으켰던 당연지정제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믿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환자 진료가 아닌 영리추구가 목적이며 따라서 의료비는 폭등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고용효과도 적으며 고용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외국인 환자의 유치 역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첫째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영리병원은 의료기관에서의 수익을 의료기관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비영리병원과 달리,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창출이 그 목적이 되는 병원이다. 결국 정부가 병원이 환자 진료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한 기업임을 법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의 여러 연구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가 높다는 점을 한결같이 지적하였다. 324개 병원을 연구한 대표적 연구는 영리병원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았고 메디케어를 비교한 대표적 연구도 영리병원 의료비가 16.5% 높았다는 것이다. 반면 영리병원은 수익성 창출을 위해 의료인력을 줄여 서비스 질이 낮다. 미국의 베스트 20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라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둘째 영리병원 허용은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후진적이라고 질타하지만 OECD 국가에서 영리병원 허용된 나라들은 공공병원의 비율이 60-95% 정도로 한국의 7%인 공공병원 비율과 비교조차 안된다. 더욱이 병원협회의 자체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병원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가진 병원들이 80% 정도였다. 영리병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도 13%정도만이 영리병원이다. 공공병원이 OECD 평균의 10분의 1도 안되는 한국에서 영리병원의 허용은 건강보험 재정을 감당치 못하게 하고 결국 당연지정제폐지와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기획재정부가 해외진료비 수지적자로 드는 연간 6000만 달러정도의 비용을 영리병원 허용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근거가 전혀 없다. 해외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은 해외원정출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한다고 해서 원정출산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2007년 해외의료서비스 적자액은 665억원으로 전체 해외서비스 지출총액인 19조의 0.3%에 불과하다. 원정출산을 해결할 수도 없고 또 해외서비스 지출액의 0.3%에 불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을 뒤바꾸려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여 국민들을 또 한번 속이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민영화는 일부 재벌 병원, 민간보험회사의 배만 불려줄 뿐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붕괴, 일차의료의 쇠락과 같은 도미노 파국을 야기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의료비의 폭등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의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병원을 기업화하겠다는 발상. 그것 자체만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대다수 서민들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파탄, 민생파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 위기적 상황에서 기어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 의료급여의 확대, 공공의료체계의 강화 등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건강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은 지금이라도 영리병원, 의료채권, 민간보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폐기를 약속하고 건강안전망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국민을 위한 정부로 다시 태어나길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이러한 국민적 경고를 무시하고 오직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해 국민을 짓밟고 무차별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고집스럽게 추진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의 무모한 추진으로 인해 제2의 촛불항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은 무사할까?" (프레시안,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 교수, 2009-03-17 오전 7:43:30)
[복지국가SOCIETY] 영리법인 병원,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
병원 시장에 다양한 자본 투자를 허용한 후에 초래할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국내 병원 시장의 실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병원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재벌병원 주도의 병원 간 경쟁 심화'로 정리할 수 있고, 그 변화 양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병원서열이 자본 조달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병원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병원 시설이 고급화되었고, 일반 환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좋아졌으며, 의료비 또한 상승하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서비스 질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신축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처럼 대규모 자본 조달 능력이 없는 병원들도 가능한 범위에서 리모델링이나 소소한 신축 또는 증축, 그것도 못하면 하다못해 색 바랜 내벽의 페인트칠이라도 새로 해가면서 떠나가는 환자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비야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니 경쟁이 기여한 부분을 정확히 정량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보건경제학 교과서에는 의료보험이 존재하고 병원 선택에 자유가 보장된 병원 시장에서 병원 간 경쟁이 촉발되면 의료비가 상승한다고 적혀있다. 다른 재화시장과 달리 의료보험이 존재하는 병원 시장에서는 서비스 구매 시점에 보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좋은 병원, 즉 고급스럽고 유명의사가 진료하며, 첨단 시술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게 병원 시장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좋은 병원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병원들이 경쟁시장에서 좋은 병원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비용을 보험자와 환자에게 전가하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셋째, 점차 경쟁이 심화하면서 그 동안 병원 시장의 경쟁 체계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 체계 내에서의 경쟁이라는 기본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에 가면 더 비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비스 질을 고려할 때 지불 가능한 수준이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재벌병원의 경우 서비스 차별화에 준하는 가격 차별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로 진료량 확대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조달이 어려운 병원들은 환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서울소재 대학병원, 종합병원, 지방병원의 환자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자본 투자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대다수 병원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자본 조달 기전의 합법화와 민간보험과의 자율적 가격 협상을 통한 가격 결정력 제고에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소수의 병원만 가능했던 고급화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모든 병원에게 달라는 것이고, 그 경쟁이 지속 가능한 경쟁이 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과의 자율적 계약이 가능한 체계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 병원계의 핵심 요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을 통한 GDP 늘리기에 한계를 느낀 경제부처와 의료 민영화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보험회사 등 여타의 집단이 결합되어 의료 민영화, 즉 정부의 표현대로 하면 의료 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병원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영리병원의 신설을 허용하고, 비영리병원에 대해 의료채권 발행과 MSO를 허용해주는 것은 병원 시장 자본 투자 경쟁의 뇌관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 결과 병원 간 환자 유치 경쟁은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고, 개별 주체의 자본 조달 능력에 따라 승패가 확연하게 갈라지는 시장 구조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료비가 급격하게 뛰어오를 것은 불문가지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원 시장에서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이든 비영리병원이든 다른 병원보다 하나라도 낳은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투자 재원이 필요하고, 투자에 대한 보상은 진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과잉 진료나 비급여 진료의 확대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대로 재정 적자에 직면하거나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고, 투자비에 대한 보상과 운영 자금 확보에 힘들어 하는 병원들은 그들대로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다른 대안에 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몰린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을 관리할 정부로서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의료보험 체계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정부와 민간보험사들은 이를 예상하고, 영리병원 허용에 뒤이어 국민건강보험 질병 정보의 민간보험사 제공과 비급여 항목에 대한 민간보험사와 병원 간 계약에 의한 실손 보장 민간보험 상품 허용 논의가 곧이어 등장할 듯싶은데, 이는 두고 볼일이다. 다수의 논자가 주장하는 바처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논의는 의료비 증가와 국민건강보험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필자가 동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제시된 인구 1000명 당 병원 종사자수(정규직)를 보면, OECD 주요 선진국 평균이 13.4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6명에 불과하다. 딱 3분의 1 수준이다. OECD 평균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대략 4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병원들이 이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필수 업무 위주로 역할이 최소화되어 있고, 많은 부분이 환자와 가족에게 넘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재벌병원인데, 단위 병상 당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간호 인력을 쓰고, 실력 좋다는 의사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이 가장 높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간호 인력 수로 보면 미국 병원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병원 서비스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진료를 하려면 현장의 의사들이 담당하는 진료량이 줄어들어야 하고, 그만큼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수가 늘어야 한다. 간호사 또한 대거 충원돼야 선진국처럼 와병환자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간호사의 일이고, 식사가 불편한 환자를 도와주는 것도 간호사들이 수행하게 될 것이다. 국내 병원 서비스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의학적 차원의 서비스 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인력의 절대수를 늘려서 1인당 제공하는 서비스 양을 줄이고 개별 환자 당 진료 시간과 양을 늘리는 것이 의료서 비스 선진화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아야 하는 영리병원, 투자자에게 충분한 수익배당을 해주어야 할 영리병원들이 과연 인력을 충분히 늘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적이다.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확보 가능한 인력의 최대치는 재벌병원이 보여주고 있다. 대체형 민간보험체계로 전환되더라도 부자와 중증 환자를 상대로 하는 병원의 일자리야 당연히 늘겠지만 보통의 병원들은 여전히 부족한 인력으로 헉헉대며 거친 현장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서비스 제공 인력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보면 민간의료보험을 매개로 한 차별화보다는 현행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 하에서 전국 병원의 상향 평준화가 더 효과적이고, 일자리 창출 규모도 더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는 무관심하다.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 분야가 민간보험 쪽에 더 크기 때문이다. 전국의 의원, 약국, 병원 등 추가로 필요한 보험청구 인력만도 10여만 명이고, 판매 및 영업직 확충과 보험가입 상담을 위한 소개업, 관련 교육 시장 등 일자리 창출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보험회사가 챙겨갈 이윤을 제외하더라도 이를 위해 부담해야 할 보험료와 의료비, 당연히 천정부지로 뛸 것이다.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경제 관료들이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단기적 경기 부양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아닌 일부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장기하도 말한다…"별 일 없이 좀 살고 싶다" (프레시안,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2009-03-17 오전 10:37:20)
[기고] '영리법인 병원 토론회' 포복절도 스케치
보건복지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최한 '의료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필자가 주최 측에 제일 먼저 요구해야 했던 것은 '의자'와 '자료집'이었다. 작년에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던 정부가 촛불 때문에 할 수 없이 접은 영리법인 병원. 역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주장으로 이번에는 그냥 밀고나가겠단다. 그리고 그 똑같은 주장을 계속 듣고 있다보니 열을 안 받을 수 없었다.
이날 영리병원 찬성측 주장 5인(반대측은 2인) 중 한명이었던, 오래전부터 영리병원 추진의 모델을 만들어 온 전국병의원네트워크 박인출 회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 병원들 이미 다 영리병원이다. 의사들 동업해서 개원하지 않나? 이거 주식회사다. 하지만 '영리' 라는 말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 우리는 영리병원화라는 말보다는 '투자개방형병원' 하자는 거다. 나도 의사지만 지금 의사들의 독점권 문제 있다. 의사들 독점권을 반대하는 건데 왜 시민단체가 같이 반대하냐?"
현재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이다. 병원에서 번 돈은 다시 환자 치료에만 쓰도록 법적으로 규제돼 있다는 말이다.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형 병원들이 병원에서 번 돈을 다른 곳에 빼돌리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주식회사로 만들어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매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주주들에게 이윤배당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다 영리병원이다'라는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작년 촛불 운동 와중에 제주도 영리병원화와 관련한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 때 이기효 교수가 했던 '오래된 사기'다. 그때 이미 국민들이 다 알아버려서 다시는 안 칠 줄 알았던 사기를 이번엔 예치과의 박인출 회장님께서 새롭게 써먹고 있다.
'오래된 사기'의 주인공 이기효 인제대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거 이념 논쟁하지 말자. 우리의 공동 목표는 건강을 위한 뜻을 같이 하는 동지다. 피켓들고 있는 사람들은 부자냐 서민이냐 이분법적 사고하지 말아라. 고정관념 버리고 오픈해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다. 영리병원화는 자본의 의료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하자는 거다. 의료 민영화는 말 자체가 성립 안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있어서 이거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 이건 총칼로 집권해도 무너뜨리기가 어렵다.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하자는 게 왜 건강보험 붕괴냐. 음모론에 입각해서 보니까 그런 거다"
영리병원은 '과연 누굴 위해 하는가', 라는 문제를 짚지 않고서는 그의 말처럼 "왜 자본의 의료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 해줘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병원이 돈 벌자는데 왜 부자냐 서민이냐는 이분법적 이념이 나오느냐고? 병원이 벌 그 돈 때문에 의료비는 폭등하고 그 돈은 바로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게 아니면 인료 인력을 감소시켜 인건비를 줄이거나다.
이기효 교수는 '총칼로 집권해도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건강보험'이라고 하면서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게 왜 건강보험 붕괴냐고 물었다.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민간의료보험이 정부가 말하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이다. 즉 이기효 교수는 건강보험 안 무너뜨리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만 해도 당연히 당연지정제는 무너진다. 영리병원은 돈벌라고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병원인데 국가가 의료비를 결정하는 현재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규제가 된다.
영리병원 허용 정책은 이념 문제다. 자본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또 부자들을 위한 것인지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영리병원 찬가를 부르는 조·중·동 뒤에 누가 있느냐는 문제다.
보건경제학의 1장에서 설명하는 것은 보건의료분야의 경제가 다른 경제 분야와 다른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다. 즉 의사와 환자가 대등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장면처럼 맛없으면 안 가면 되는게 아니라 의사가 검사하라면 하고 수술받으라면 받아야 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의료를 끝까지 공공적 성격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쟁점분석> 사람 목숨 사고파는 의료 민영화
국민 건강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 다 놓칠라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19일, 구은회 기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은 50일 가까이 꺼지지 않고 있는 '쇠고기 촛불'만 봐도 쉽게 확인된다. 건강은 남녀노소 모두의 공통된 화두가 됐고, 국민들은 건강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단군 이래 지금처럼 건강이라는 의제가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 틀 속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었던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쌀독에서 인심나는데…오히려 줄어드는 '복지'
미국 쇠고기가 국민적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긴 했지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쇠고기뿐만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도입 등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의료정책들도 "국민 건강에 해가 될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규모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지방공사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민영화, '비즈니스 프렌들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규제완화와 감세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삭감을 주문하면서 주민복지관련 예산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는 현실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벌써부터 산모를 위한 출산도우미지원제도 중단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복지관련 단체들은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는데, 항아리 크기가 줄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래경 일촌공동체 상임이사는 "이명박 정부는 복지가 경제발전과 국가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라 여기고, '일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의 등장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기고, 가난과 질병이 국민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의 문제라 여기는 정부는 상위 5%만을 위한 정부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는 지금,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복지체계를 개편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을 위해 사회보험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복지관련 예산과 정책이 시나브로 줄어들기 전에도 정부는 국민들이 식겁할 만한 정책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내놓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당연지정제는 병·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의료비가 비싼 우리나라에서 당연지정제 완화는 국민들에게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질러가려다 돌아가는 정부, '건보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신과 분만에 대한 완전한 보장, 영유아 예방접종과 의료이용에 대한 완전 보장,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설치,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장기요양보험의 확대·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공약은 인수위 국정과제 발표와 기획재정부·보건복지가족부의 업무보고를 거치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온 '의료서비스 산업화' 정책이 확대·강화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상자기사1 참조>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전략적 규제개혁,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이 제시됐고, 중점과제로 '신성장 동력으로써의 의료서비스 육성'이 자리매김했다. 또한 보건복지분야 핵심과제로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의료보장체계 구축'이 자리 잡았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늘리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이 불거졌다. 병원들은 오래전부터 당연지정제 완화를 요구했다. 대한의사협의회는 지난해 대선기간 각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 "건강보험은 꼭 필요한 의료행위만을 대상으로 하고, 필수가 아니면서 건강보험 적용 외 진료는 시장에 맡길 수 있도록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선택계약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하라는 병원들의 주장은 인수위를 거치면서 당연지정제 완화로 가닥이 잡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경제적 이익 추구보다 환자 진료를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영리 의료기관이 충분히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완화되면 상당수 병원들이 돈이 되지 않는 건강보험 환자를 거부해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연지정제는 의료비가 비싼 우리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각 병원들은 진단과 치료처방에 이르는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수가) 계약을 건강보험공단과 체결한다. 그나마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의료행위의 비율(보장성)도 60% 정도에 불과하다. 예컨대 진료비가 1만원이라면, 건강보험에서 6천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나머지 4천원은 국민이 부담한다. MRI촬영이나 CT촬영 등 고급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요구해온 배경이다.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은 민영의료보험 위주의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 의료현실을 고발한 영화 <식코>보기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절단기에 잘린 손가락을 다시 붙이는 비용(6천만원)이 너무 비싸 잘린 손가락을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야만 하는 미국의 현실은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을 지켜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식코>는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보험회사, 보험금 지불액을 줄인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병원…. 이 대목에서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정부재정을 줄이기 위해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떠올렸다.
당장 당연지정제 완화방침에 대한 반발여론이 형성됐고, 급기야 지난 4월 총선에서 핵심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 야당들의 공세가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당연지정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 4월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연지정제를 확고히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국민건강권 보장과 건강보험 재정안정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당연지정제 완화라는 '지름길'을 택했던 정부가 국민 저항에 부딪히자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건보 무력화와 민영의보 활성화, 그리고 영리법인 허용
"실패할 경우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것이 현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다." 의료복지관련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교수(제주대 의대)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통해 "당연지정제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정교한 형태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은 결국 건강보험 무력화라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기술의 개발과 순환이 빠른 세상에서 고급의료를 의미하는 비급여 의료서비스 영역이 급속하게 팽창될 것이고, 한번 민간 의료시장에 들어온 비급여 의료서비스 항목들은 건강보험 영역으로 옮기기 매우 어렵게 된다"며 "건강보험은 오래된 또는 저급한 의료기술을 중심으로 급여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의료보험은 세월이 흐를수록 건강보험보다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비싼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안 되는 국민들은 보편적인 의료보장으로부터 소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가운데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 최근 또 나왔다. 복지부가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이 진료 외에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49조), 의료기관 간 인수합병(51조)과 외국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행위(27조)를 허용했다. 현행법상 국내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 없고,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개정안의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행위를 일부 허용한 점이다. 민간보험회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국내 병원과 각종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계약을 맺는 방식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각 병원과 건겅보험공단 간 독점적 계약관계를 유지해온 수가계약 방식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국인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관련 시민단체들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식 의료제도의 직전 단계를 열어 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혜원 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에 국내 영리법인 허용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개정안의 초점이 각 의료기관의 수익 창출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맞춰져 있다"며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내 영리법인 허용 움직임, 병원의 자본조달을 위해 입법예고된 의료채권법 등이 의료 민영화를 뜻하는 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제주도에서 국내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곧 부산·인천·광양·군산·대구 등 경제자유구역으로 급속히 전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 허용이 각 병원에 효율성 증대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경우 환자 유치를 위한 병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영리법인이 병원 운영을 위해 지출한 행정비용이 비영리법인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반면에 질병예방보다는 치료 위주의 진료에 치중하고 있는 미국의 영리병원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도산 직전의 병원을 싼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우는 미국의 영리병원들은 신규인력 고용창출 면에서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영화' 수술대 오른 지방의료원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기본 틀 역할을 해온 건강보험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공사의료원도 민영화 수술대에 올랐다. 지방의료원은 광역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이들 병원에 경영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 90년대 말부터 민간위탁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현 정부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과 마산의료원의 민영화 추진을 언급했고, 한봉기 강원도 행정부지사도 '강력한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민간위탁된 지방의료원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96년 경상대병원에 위탁된 마산의료원의 경우 위탁되기 전보다 환자 1명당 진료비 부담이 2.8배 증가했고, 98년 고려대병원에 위탁된 이천의료원의 진료비는 2배로 뛰었다. 진료비 증가 경향은 의료급여(의료보호) 환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민간위탁 후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는 마산의료원에서 3.1배, 이천의료원에서 2.1배, 군산의료원에서 1.2배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의료원의 적자 폭도 줄어들었다.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적자를 메운 셈이다. 김철웅 교수(건양대 의대)는 "옛 행정자치부는 민간위탁된 의료원에 대해 수익성을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며 "평가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각 병원들은 이른바 '적극적 진료'(과잉 진료)에 나섰고, 의료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각종 예방사업을 축소해 적자 폭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는 민간위탁 혹은 병원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방의료원을 민영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공공성 지표가 가장 떨어지는 미국보다도 공공병원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의료원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곧 의료안전망이 훼손됨을 뜻한다"고 말했다.
'태국 따라잡기'의 허와 실
의료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점진적인 영리병원 허용과 외국환자 유치 방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주요국의 서비스산업 육성 동향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참고자료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외국환자를 유치해 돈을 벌고 있는 태국의 사례를 근거로 삼았다. 태국은 민간병원을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 2005년 9월 현재 320개의 민간병원 중 13개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정부는 태국 의료법인에 대한 외국인 등 민간투자가 늘어났고, 우수한 의료인력 확보와 최신 의료기기 도입에 따라 고급 의료서비스 제공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태국 국민의 96%가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현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민간병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에는 900여개의 국영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의료인력도 정부에 소속된 인원이 훨씬 많다. 태국 의사 3만여명 중 태국 보건부의 감독을 받는 인원이 55%에 달한다. 이어 의과대학 20%, 민간병원 20%, 지방정부 및 민간의료원 5% 등의 순이다.
공공의료의 토대가 탄탄한 태국에서도 최근 의료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수 인력과 첨단 의료시설이 외국인을 상대하는 민간병원으로 쏠리면서, 내국인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수준에 불과하고, 공공의료 비율이 겨우 10%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에 태국식 모델을 접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정도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경우 결국 내국인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다. 이 실장은 "외국인 환자와 우수 의료인력이 대형병원으로 쏠릴 것이고, 나머지 병원들은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 고용은 늘어난다, 그러나…'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19개 국가의 2004년 전체 고용인구 대비 보건의료종사자 비율은 6.12%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3.1%에 불과했다. OECD 국가평균보다 44만여명이 적다. OECD 평균수준으로 의료분야의 고용이 확대되면 44만명의 신규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용을 늘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노동계의 주장은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의료·교육·금융 서비스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이들 분야의 고용 잠재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영세자영업자 중심의 서비스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연동된다. 이에 대해 박형근 교수(제주대 의료관리학)는 "서비스 분야의 고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 방향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정부-의료관련 산업자본-금융자본' 간 삼각동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개 집단 간 삼각동맹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와 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식'이다. 건강보험 대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병원의 자본 출자가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고, 병원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값비싼 고급의료를 늘려 병원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도 고용은 늘어난다. 민간보험사와 영리병원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이들의 영업활동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안들이 국민의 건강권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박 교수는 "의료비의 증가도 인플레를 유발하지만 인건비 상승 또한 인플레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장치산업의 생산기반을 아시아로 옮겨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저가상품을 소비하면서 물가상승을 억제했지만, 수출의존 국가인 한국은 물가상승을 돌파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상승 등이 수출상품 단가인상으로 이어져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교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의료정책이 단기간의 고용창출과 GDP 상승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내수시장을 늘려 경제순환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맞춰져야 하며, 자본시장을 통한 사적투자가 아닌 세금 등 공공기금을 활용한 재원조달과 공적투자로 공공부문이 중심이 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투성이인 '미국식'을 버리고 스웨덴 등 서구의 복지국가의 모델을 따라 배우라는 주문이다.
 
외국의 의료비 지출 동향과 시사점
한국 공공의료비 지출, 미국과 '꼴찌 다툼'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가려면, 정부지출 늘려야"

의료산업화를 통해 국익을 창출하자는 정부의 주장은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이고, 병원 운영을 시장의 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비 지출이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실상은 어떨까.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민의료비는 지난 6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민의료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 규모가 60년 5.1%에서 2005년 15.3%로 10.2%포인트 증가했다. 의료산업화의 정점에 있는 미국에서 국민의료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국가 중에는 스위스·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등이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이 10%를 상회했다. 조합형 사회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국가는 민간의료보험도 활성화돼 있다. 조세 방식의 의료보험을 채택하고 있는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영국·스페인은 8~9%의 의료비 지출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은 2005년 현재 6.0%. OECD 국가들 중 국민의료비 부담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의료비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와 의료시민단체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늘려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목소리이고, "국민의료비 억제 차원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국민의료비 증가, 시장화 대세 따라가자?
정부는 "의료산업화는 국제적 흐름이며,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해온 유럽국가들의 최근 사정은 어떨까. 의료의 시장성이 강조되면서 공공성이 위축됐을까. OECD 국가들의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공지출의 비율을 살펴보자.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영국의 경우 75년(91.1%)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돼 2000년에는 80.9%까지 떨어졌으나, 2005년에는 87.1%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70년대 공공지출 비율이 정점을 이루다가 80~90년대 들어 하강국면을 보였고, 2000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 국가의 경우 공공지출비가 한번도 8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위스 등 사회보험 국가의 경우도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2005년까지 공공지출비가 전체 국민의료비 중 7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지출 비율은 2005년 현재 53.0%. 45.1%인 미국과 꼴찌를 다투고 있다. 유럽에서 사적의료가 활발한 스위스나 네덜란드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공의료비 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의 의료가 지나치게 공공 중심적으로 재편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공지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국민에게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율이 높은 영국은 선진국형 의료서비스로 불리는 '국민보건서비스방식'(NHS)의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한 대표 국가다. NHS는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국가가 공공의료기관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험방식과 대비된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 무상의료'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 의료 관계자들의 눈에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마이크 잭슨(59) 영국공공노조(UNISON) 보건담당 선임국장은 지난 2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수 정부가 시장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힘의 역학관계상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이를 중단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것이 보수진영의 논리이지만, 의료부문에 있어 이같은 논리는 통용될 수 없다. 한국과 영국은 의료서비스의 체계와 토대가 많이 다르지만, 더 많은 국민이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동일하다."

공공의료기능 '실종 경보'
국립의료원 특수법인화·지방의료원 민영화, "수익성 강조하면 부작용만 늘어"
 
공공의료기관의 마지막 보루였던 국립의료원과 지방공사의료원마저 수술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립의료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하고, 지방공사의료원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병원을 시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으로, 공공의료기능이 실종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립의료원 법인화에 대한 우려들
보건복지가족부(옛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가기관인 국립의료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립중앙의료원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17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법안도 자동폐기됐지만, 18대 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다시 제출될 법안 중 하나다. 정부는 국립의료원이 특수법인으로 바뀌면 희귀·난치질환 관리 등 국가의 전략적 의료정책 수행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정부의 계획이 달성될 수 있을까. 국립의료원 특수법인화 추진에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정책을 감안하면, 특수법인화가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수익성 제고를 특수법인화 이유에 포함시켰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수법인인 서울대병원이나 암센터 사례를 빗대 보면 명확해진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서울대병원을 더 이상 공공병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재정자립을 강요받고 있고,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국립의료원을 특수법인화하면 정부는 분명히 독자생존을 요구할 것”이라며 “의료공공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김애란 공공노조 의료연대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도 “특수법인화는 곧 반민영화”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이 돈벌이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진료비가 올라가고 사회취약계층에게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료급여환자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의료급여 입원환자 비율은 2.6%대로 나타났다. 입원한 산재보험환자는 전무했다. 전문가들도 기능을 특화하는 법인화에는 찬성하지만, 재정자립을 위한 법인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지방의료원 민영화다. 지방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는 시·도지사들이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지방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90년부터 마산의료원은 경상대병원에, 이천의료원은 고려대병원에, 군산의료원은 원광대병원에 운영을 위탁했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환자 1인당 진료비가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규모의 민간병원들보다 진료비가 높아진 것이다. 
김철웅 교수(건양대 의대)는 “민간위탁의 결과로 지방의료원의 경영적자 폭은 줄었지만 이는 저소득층 환자를 포함한 어려운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메운 것”이라며 “최소한의 의료안정망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원 늘려 공공의료기관으로 키워야
국립의료원과 지방의료원은 태풍피해·조류독감·서해안 기름유출 등과 같은 국가적 재난에 따른 무료진료활동을 담당하고 있고, 행려환자·영세서민환자·독거노인 등 일반 민간병원들이 진료를 꺼리는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를 도맡고 있다.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지원강화를 통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원영 교수(중앙대 의대)는 "지방의료원의 경우 지역거점병원으로 확대하고, 국립대병원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방의료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확대해 2차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역주민들의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립의료원에 대해서는 “서울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서비스보다 공공의료기술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분석> 사람 목숨 사고파는 의료 민영화
민간기업 따라잡다 '수익'에 매몰된 대형병원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0일, 구은회 기자)
공룡병원과 이마트는 '닮은꼴'  
의료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점진적인 영리병원 허용과 외국환자 유치방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어떻게든 병원사업에서 이익을 내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동조하듯 최근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은 잇따라 병원 신축에 나서고 있다. 큰 스펀지에 더 많은 잉크가 스며들 듯, 환자를 흡수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겠다는 것이다. KTX 개통 이후 서울로 몰려드는 지방환자들까지 삼켜버리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규모의 경제' 즉 병원 확장이 수익증대의 발판이라는 인식이 대형병원 간 덩치불리기 경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병원들의 체질개선도 한창이다. '신경영기법'이라고 불리는 각 병원들의 구조개선 노력은 종종 병원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구조개혁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10여년 간 대형마트를 필두로 한 유통서비스업종에서 벌어졌던 각축전과 매우 흡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병원들이 '환자'가 아닌 '고객'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마트와 삼성·아산 병원으로 대표되는 대형병원의 닮은꼴 행보를 살펴봤다. 
① 점포확장 vs 병실증축
대형마트들의 점포확장 경쟁을 가리켜 '유통 삼국지'라고 부른다.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다. 대표주자인 이마트는 지난달에만 3개 점포를 오픈, 국내에만 114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박리다매 형태의 영업방식을 취하는 대형마트들이 신규출점을 통해 이윤을 늘린다면, 병원들은 병실을 늘려 환자를 많이 받는 전략을 취한다. 최근 5년 사이 12만개에 육박하는 병실이 새로 만들어졌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료기관 및 병상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지난 5년 동안 의료기관수가 16.3%(7천422곳) 증가했고, 병상수도 36.2%(11만9633개) 늘었다. 병상수 증가세는 의료기관이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이 기간 동안 경기지역에서만 2천115개의 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고, 병상수는 2만2천93개 늘었다. 서울에서도 1천954의 병원이 개원했고, 병상수는 1만2천119개 증가했다.
② 대기업 과점 구조 vs 대기업 진출 러시
대형마트 시장은 이미 재벌기업들에게 완전히 접수된 상태다. 90년대 삼성에서 계열분리된 (주)신세계가 이마트를 운영 중이며, 영국 테스코가 대주주인 홈플러스는 삼성물산이 일부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구조다. 롯데마트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다.
병원의 경우도 대기업의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기업들은 주로 대학법인을 인수하면서 병원까지 사들이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사회공헌 확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두산그룹은 중앙대학교를 인수, 1천2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현대중공업(울산대의대 아산병원)에 이어 또 하나의 재벌소유 병원이 등장한 것이다.
기업의 병원사업 진출은 89년 현대의 서울아산병원 설립으로 시작돼 96년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매년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며, 타 대학병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두산그룹까지 뛰어들면서, 또 한번 병원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이 대학병원(학교법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쉽고,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하면 다양한 세금 특혜를 받을 수 있다. 학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재학생 중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③ 서비스평가·전산화 vs 병원 '신경영기법'
서비스업이 성장하면서 'CS'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customer satisfaction management)을 뜻하는 CS는 유통업종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위장고객을 매장에 잠입시켜 직원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상품의 유통과 판매에 이르는 전체 과정를 전산화시스템으로 관리·통제하는 것 역시 유통업의 특성 중 하나다.
병원에도 직원에 대한 서비스평가와 전산화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경영기법'이라는 말로 통칭된다. 병원들은 ERP(전사적자원관리)·MBO(목표중심경영)·ABM(활동기준원가관리) 등의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한 CS·QI(의료질 개선)부서도 만들어졌다.
각각의 시스템을 통해 의사 1인당 환자수와 진료수익이 통계로 산출되기 때문에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진료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진료수익을 높이기 위한 과잉진료가 남발될 가능성도 높다.
병원의 CS도 유통업종만큼 잔인하다. 환자들로부터 '칭찬카드'와 '불만카드'를 접수받아, 그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처럼 병원의 신경영기법은 '투입비용은 줄이되 환자수는 최대로' 하겠다는 효율성의 논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병원들은 '환자'가 아닌 '고객'을 상대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팔겠다는 세일즈맨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18-19면 기사 참조>
④ 낮은 인건비와 높은 이직률 vs 간호사 수입하려는 중소병원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홈에버 '아줌마 부대'의 파업은 열악한 임금에 대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분노가 기폭제가 됐다. 유통업종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직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보건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71만원. 고용정보원은 2005년 기준 간호사의 평균 월급이 166만1천원이라고 집계했다. 통계 자체가 들쭉날쭉인 상황이다. 그나마 이같은 통계 역시 '평균값'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수도권에 집중된 대형병원 간호사와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간 임금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노조가 지난해 사립대병원 10곳과 중소병원 9곳의 간호사 임금을 비교·검토한 결과, 사립대병원 간호사의 평균 월급은 190만2천원, 중소병원 간호사는 148만2천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사립대병원 간호사보다 기본급은 물론 상여금을 포함한 각종 수당도 적게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의 경우 1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다.
중소병원 간호사에 대한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직률 증가로 이어진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전산업 평균 근속연수는 2002년 5.6년, 2003년 5.8년, 2004년 5.8년, 2005년 5.7년으로 정체상태인 데 반해, 보건업은 각각 5.9년, 5.2년, 4.9년, 4.6년으로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간호사 면허증을 갖고도 집에서 놀고 있는 유휴인력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구하기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외국에서 간호인력을 수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력난이 곧 병원경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⑤ 손 안 대고 코 풀기, '입점업체' vs 늘어나는 '부대사업'
유통업체들은 점포수 늘리기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자,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을 궁리했다. 유통업체들은 '아웃소싱'에서 답을 찾았다. 예컨대 직영으로 운영하던 제과점을 폐쇄하고 유명 제과체인점을 입점시키는 것이다. 직영 제과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해고 1순위가 된다. 이를 통해 각 업체들은 인력비 부담을 줄이고, 새로 입점한 제과체인점으로부터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다.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그 결과 최근 유통매장에서 입점업체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병원들도 최근 어떻게 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현행법상 영리행위를 추구할 수 없는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법망을 피해가며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병원들은 의료수익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괜한 엄살은 아니다. 300병상 이상 병원급의료기관의 2005년 회계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에 해당하는 종합전문병원의 부채비율은 499%로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종합병원의 부채비율도 103%에 달한다.
그런가하면 병원 10곳 중 4곳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의료기관이 모두 적자인 것은 물론 민간의료기관도 102곳 중 흑자를 내는 곳이 6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흑자비율은 1.5%에 그쳤다.
병원 개원과 증축, 첨단 의료기기 도입, 인건비 등 나가는 돈은 많은데, 의료수익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한 '2006년 일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도 개원을 위해 조달한 부채규모가 평균 3억2626만원에 달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병원들은 수익구조 다변화, 특히 부대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확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병원 장례식장과 주차장 정도의 부대사업이 허용되고 있다.
최근 입법예고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병원이 운용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안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보건복지가족부령에 위임하도록 했다. 각 병원들은 아예 입점업체를 들이기도 한다. 식당·커피숍·편의점은 물론 환자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까지 병원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쇼핑아케이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병원 안에 임대매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환자와 보호자, 병원 직원을 위한 휴게공간이 축소되는 황당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⑥ 납품업체 쥐어짜기 vs 제약사와의 커넥션
유통업체는 납품회사로부터 제품을 납품받고, 병원은 제약사로부터 약을 납품받는다. 그런데 유통업체와 병원이 거래처를 대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유통업체는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쥐어짜기' 방식이라면, 병원은 '커넥션'을 즐긴다.
실제 지난 2월 의약품을 납품하기 위해 수십억원대의 로비를 벌인 외국계 제약회사 4곳과 금품을 받은 의사 350여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제약회사들은 병원장이나 간부들에게 골프 접대와 가족 항공료 제공은 물론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해 관행적으로 돈을 건넸다. 제약회사들은 CT와 MRI 등 의료용 촬영에 사용되는 조영제를 납품하기 위해 의사들을 상대로 돈을 물쓰듯 썼다.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의약품 리베이트로 2조원이 넘는 돈이 의사들에게 지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남품업체 쥐어짜기 관행은, 영세한 중소제조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의 돈을 제 호주머니 용돈 꺼내 쓰듯한 병원의 태도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의사들과 제약사 사이의 고질적인 의약품 납품비리는 약값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약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⑦ 영세상인의 몰락 vs 중소병원의 몰락
대형마트들의 무분별한 출점 경쟁은 재래시장상인 등 중소·영세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형병원들의 덩치불리기 경쟁 속에 중소병원들이 신음하고 있다. 중소병원들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대형병원에 환자를 뺏기고 있다. 지방 중소병의원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병원들의 증설 경쟁에 중소병원들은 전문인력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수한 인력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대형병원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병의원들은 생존의 위기를 호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진비 등이 포함돼 의료수가가 높은 3차 의료기관인 대형병원 위주로 의료서비스구조가 개편되면서,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진료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에게 병원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⑧ 노동탄압 vs 노동탄압
출점경쟁과 점포 운영시스템 전산화 등 이윤을 높이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끊임없는 행보는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을 부른다. 구조개선은 구조조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터진 '이랜드 사태'는 유통업종 노사갈등의 대표적 사례다.
대형병원의 과당경쟁 역시 병원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연세의료원노조가 파업을 벌였고, 영남대의료원의 노사갈등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동아대의료원은 '무단협' 사태를 맞았다. 노동계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대형병원의 과당경쟁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5년 1천병상 규모의 국내 최대병동을 개원한 데 이어 동아대의료원도 2006년 10월 검진센터와 외래를 확장하는 등 덩치불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같은 확장경쟁은 비정규직 증가와 팀제 도입, 다면평가 등 인적구조조정을 동반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병원들마다 환자들에게는 '돈벌이', 노동자에게는 '쥐어짜기'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 결과 병원에 신인사·신경영이 도입되고 이는 다시 노조 무력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민간기업 따라잡기 백태가 환자와 노동자를 고통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의료민영화> 편의점에서 스카이라운지까지, '럭셔리 아케이드'로 변화하는 병원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0일, 박인희 기자)
병원이 점차 거대한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병원 내부시스템의 변화도 눈에 띈다. 환자들의 치료공간이 되어야 할 병원에 편의점은 물론이고 식당·패스트푸드점까지 속속 입점하고 있다. 병원이 거대한 상업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환자 휴게시설 줄고, 부대시설 늘고
지난 16일 오후, 최근 병원 신축이 마무리된 연세세브란스병원 로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여느 병원과 다를 바 없지만, 병원 한 켠에 위치한 편의시설코너가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24시간 편의점과 유기농 농산물 코너에다, 제과점·커피숍·패스트푸드점까지. 없는 게 없다.
마치 아케이드식 상가를 연상시킨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커피숍과 제과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푸드코트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한다. 병원 관계자는 "유기농 농산물 코너는 가격이 비싼편인데도 손님이 많아 매출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풍경은 연세세브란스병원만의 사례가 아니다. 같은날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이곳에도 병원 부대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는 서울유명호텔이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훌륭한 전망을 자랑하는 스카이라운지가 입점해 있다. 특히 국립대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 2005년 본관과 어린이병원을 잇는 통로에 햄버거 체인점인 버거킹을 오픈했다가, 비난여론에 밀려 2007년께 폐쇄하기도 했다.
병원들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부대시설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환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환자가 많은 응급실의 경우 휴게실이 좁아 여러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편하게 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환자와 직원들의 편의공간이 부족한데도, 부대시설만 늘고 있다"며 "특히 간병노동자는 24시간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먹고 옷 갈아 입을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환자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사용돼야 할 병원 공간이 수익을 위한 임대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최신경영' 따라가는 의료현장
병원의 외형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들은 내부시스템에 최신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병원경영지원회사의 컨설팅을 받아 대기업 경영을 벤치마킹하려는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6-시그마'. '6-시그마'는 병원의 대기시간을 단축시켰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겠다는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의사는 커튼으로 칸막이를 치고 공개진료를 한다.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담당의사는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기시간 단축으로 병원의 검사기계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대다수 대형병원 응급실에서는 72시간 내에 입원실이 생기지 않으면 바로 퇴원시킨다. 병상회전속도가 빨라진 결과 과거 의사가 30분 동안 2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면, 요즘은 4명을 진료해야 한다.
그러나 개선된 것은 '속도'뿐이다. 병원측은 대기시간 지연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기업경영기법 도입, 직원 간 경쟁 심화
새로운 경영기법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심화로 이어졌다. 서비스업종에서 널리 실시되고 있는 CS제도. 고객들의 만족을 위해 실시하는 친절교육이지만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도 높다.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환자의 응급처치 중에도 전화응대를 평가하는 돌발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우리는 백화점처럼 잘 웃는 것이 친절이 아니라 적절한 진료와 간호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데 다급한 상황에서 웃으라고 시키면 어떻게 하나"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한 EMR(전자기록)이 도입돼 환자에게 투여된 약물과 물품 등을 전자문서에 기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은 여러 환자를 돌보며 처치와 기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환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면서 정보유출의 위험성도 커졌다. 서울대병원은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도입을 위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직원들의 노동을 원가분석해 수치화하는 이 시스템은 근속연수가 많을수록 비용이 높게 책정된다. 직원들은 '조기퇴직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병원 인적관리시스템도 경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 물품사용 수량을 전산화해 각 병동마다 물품사용까지 줄이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처치시 내 카트에 담긴 물품을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수액이 부족해 다른 병동에서 빌리는 것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수진 연세의료원노조 부위원장은 "의료현장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협업체제로 나아가야 하지만 최근 도입된 경영기법은 직원 간 경쟁을 심화시켜 개별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돈 되는' 환자만 찾는 병원
병원이 수익을 위해 이른바 '돈 되는' 환자만 찾는 것도 달라진 행태다. 특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 상품개발이 활발하다. 서울대병원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검강검진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부유층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확충에도 노력한다. 다인용 병실을 늘리기보다 1인용 특실 등 비싼 병실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새로 지은 병동 20층에 VIP룸을 마련해 외부와의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도 "병원이 호텔도 아니고 카펫을 까는 등 특정 병실만 고급화하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병원들의 고가의 의료기기 수입도 고급손님 유치를 위한 마케팅 중 하나다. 최근엔 MRI기계보다 정밀한 검사가 가능한 PET기계와 수술용 로봇의 수입이 활발하다. 김애란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지부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병원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장비들이 도입돼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과잉진료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인터뷰 / 이원영 중앙대 의대 교수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0일, 신현경 기자)
“민간보험·영리법인, 공보험·공공의료 초토화시킬 것” 
건강연대 정책위원이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인 이원영(40) 중앙대 의대 교수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교육정책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사교육 허용 10년만에 공교육이 초토화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비영리법인과 공보험을 한순간에 잡아먹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중에서도 해외환자 유치정책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은 적게 내는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많이 내는 사람은 좀 덜 받는 시스템”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6일 이 교수를 만났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진단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계획한 의료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친시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산업을 시중 투자자금의 투자처로 활용할 계획인 것 같다.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들이 의료정책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 영향분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은 두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인가.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 통합이나 의약분업이 이슈였다. 상당히 의미있는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달랐다.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기업이 영리목적으로 의료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대신 2조5천억원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제주특별자치도까지 의료사업을 확대했다. 경제자유구역에 문호를 개방했는데 자본이 들어오지 않자 더 확대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참여정부부터 시작됐다. 다른 점은 참여정부는 적어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 가장 우려되는 정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구체화된 정책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외환자 유치정책이다. 해외환자 10만명을 유치한다고 했는데, 그건 가능성이 없다. 태국이나 인도·말레이시아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상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태국을 보자. 장사에 집중하다보니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가 발달하지 못했다.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관광으로 뼈 빠지게 벌어서 해외에 다 주고 있다. 국부는 제로다. 국내로 돌아와보자. 이 사업에 뛰어든 자본들이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것이다. 기업들이 손해를 보려 하겠나. 정부는 국내 환자들까지 유치·알선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급하면 모든 규제를 풀어버릴 것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병원을 기업화하겠다는 의지’의 첫 단추다. 아마도 국내 자본이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까.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영리법인의 전면 허용이다.
사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일정기간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먼 거리와 건강보험 미적용 때문에 환자가 없다. 서울에 좋은 병원들이 많은데 거기까지 가겠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병원들은 전국에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처럼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투자자 유치를 위해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것이다.”
-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손보험상품이 활성화되고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민영화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있다.
“분명히 민영화 효과를 낼 것이다. 실손보험은 의료기관을 이용했을 때 법정급여의 나머지 부분을 보존해주는 것이다. 보험상품에 가입한 환자들은 본인부담이 적어진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 오래있고 싶고, 많은 검사를 하고 싶어진다. 건강보험에서 불필요한 급여비가 지출되고,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보장성이 떨어지게 되고 환자들은 민간보험을 찾는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된다. 의료기관과 돈 많은 민간보험가입자들은 좋겠지만, 미가입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1만원의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래도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않겠나.
“보험가입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자기만 가입하면 혜택을 받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추후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엄청 올릴 것이다. 보장도 까다롭게 할 것이다. 영리법인 허용과 연계해 살펴보자. 민간보험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영리병원과 계약하고, 환자들도 그 병원을 찾을 것이다.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 수익격차가 커진다. 그러면 의료진들도 돈 잘 버는 영리병원으로 모일 것이다. 사람도, 돈도 없는 농촌지역 병원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 태국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의료진들이 대도시 영리법인으로 몰려 시골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피해는 누가 보겠나.”
- 민간보험 활성화가 영리법인 허용과 맞물려 병원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 병원도 영리법인을 반대해야 한다. 현재 병원들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투자자들은 은행금리 이상을 회수할 것이다. 은행금리로만 따져도, 100억원을 투자하면 1년에 7억원의 수익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병원들이 적어도 10억~15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현재 공식적으로 이익이 5%도 안 되는 실정이다. 지금보다 수익을 1.5~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병원들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과잉진료를 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방안이 아니다. 일부 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리법인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영리법인이 도입되는 순간 그동안 의사들이 갖고 있었던 직업윤리나 사회특권을 다 빼앗길 것이다.”
- 정부는 지방의료원 민영화, 국립의료원 특수법인화도 고려하고 있다.
“국립의료원은 국립암센터와 같이 기능을 특성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는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 외에도 의료기술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다만 재정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법인화는 반대한다. 정부도 기능 독립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 지방의료원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확대해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지원을 안해주니까 지자체에서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키워 지역의료체계의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 지방의료원 거점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차 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지방에서도 저렴하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는 수익을 갖고 얘기하면 안 된다. 전체 매출의 10%만 지원해도 지방의료원을 살릴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의료원이 양해각서를 체결해 정상화시킨다면 3차 병원에 지출되는 보험료를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다. 공단은 의료기관 정보보유와 공공의료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있나.
“먼저 의료시스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전달체계를 명확히해야 한다. 1차 병원, 2차 병원, 3차 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려야 한다. 10년 동안 노력해 10%까지 올렸다. 80%까지 늘려야 한다. 보험료를 1.5배만 인상하면 가능하다. 민간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더 내고 보장을 확대하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영리법인과 민간보험 활성화를 중단하고 10~15년 정도 건강보험 보장강화와 전달체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약제비와 진료비 거품을 제거해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의료체계를 갖추고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면 굳이 해외 환자를 유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들어오지 않겠나. 발전된 의료시스템을 아시아국가로 수출할 수도 있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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