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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혁명 3년 (연합뉴스 기획기사, 2012.11)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11/08/0303000000AKR20121108192100026.HTML
<스마트혁명 3년> ①'千의 얼굴'을 가진 스마트폰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2012/11/12 07:29)
모바일 시대 새로운 양태의 정보격차 야기
단말기 소유 여부보다 활용성 '극대화' 관건

<※편집자주 =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스마트혁명의 불이 붙은 지 곧 3년이다. 혁명의 불길은 거셌다. 도입 첫해 '올해의 히트상품' 1위에 올랐고 금세 지하철과 버스 안은 물론, 거리의 풍경까지 바뀌었다.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선거, 마케팅, 여론 형성 등 각 영역에서 화두가 되며 곳곳에서 찬가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반론이 고개를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용론까지는 아니어도 중독과 오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속속 제기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보급 3년을 맞는 스마트폰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정리하고 스마트혁명의 그늘을 짚어본다.>
1.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38)씨는 2010년 6월 애플의 아이폰3GS를 구매했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씨는 이 기기로 회사에서 주식 거래도 하고 모바일 뱅킹도 했다. 나름대로 첨단 사용자였던 셈.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이씨는 더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이씨는 "귀찮아서 아이폰을 산 뒤 한 번도 OS(스마트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며 "어플리케이션(앱)이 하나 둘 안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제대로 실행되는 게 몇 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요즈음은 전화통화(음성통화)와 시계, 알람,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날씨 확인 같은 용도에만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2.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허모(33·여)씨는 젖먹이 아기와 함께 잠자리에 들 때면 늘 스마트폰을 챙긴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잠드는 이때부터 허씨의 '바깥나들이'는 시작된다. 손바닥 만한 작은 단말기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접하는 것. 허씨는 스마트폰으로 주로 뉴스 검색, 트위터, 모바일 쇼핑 등을 한다.
허씨는 "스마트폰이 작고 가볍다 보니 자투리 시간이나 아이들을 재운 뒤 들여다보게 된다"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 초등학교 3학년 장모(9)군은 올봄 엄마를 졸라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장군은 스마트폰으로 주로 게임을 즐긴다. '마인 크래프트' '드래건 플라이트' 같은 인기 게임을 주로 한다. 얼마 전부터는 카카오톡도 많이 사용하는데 같은 반 친구들과 대화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얘기를 공유한다. 장군은 "하루 2시간쯤 스마트폰을 쓰는 것 같다"며 "그래도 아직은 스마트폰 많이 쓴다고 엄마한테 혼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3년이 됐다. 이미 지난 8월 스마트폰 가입자가 3천만명을 넘었으니 명목상으론 국민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꼴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이른바 '모바일 혁명'의 세례를 받은 셈.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실시간으로 손끝을 움직여 이 세상 온갖 정보와 뉴스를 불러내고 네트워크를 이용해 생면부지의 사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스마트폰에 탄성을 터뜨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사회생활에 차질이 빚어지고 인간의 지적 능력이 퇴보했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겠다"는 젊은이가 있는 반면 "스마트폰 없어도 아무 지장 없더라"는 장·노년층도 수두룩하다.
스마트폰의 진짜 얼굴은 과연 무엇일까? 스마트폰은 정말 우리 삶을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 기기가 제공하는 편의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포털이나 언론사 앱이 전해주는 실시간 뉴스와 인터넷 검색 기능은 기본. 사무실 주변 어디쯤 정형외과가 있는지 알려고 동료를 상대로 수소문할 필요도 없다. 직장 회식 때문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명승부를 놓칠 일도 없고, 처음 가보는 골목길 구석의 식당에서 약속이 있어도 길 찾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게 스마트폰 덕분이다. 크기가 작아 어디든 휴대할 수 있으면서 통신 환경 발달로 어디서나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해졌다. 언제 어디에서나 망에 연결돼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의 위치를 매개로 한 위치기반 서비스는 길 찾기 서비스는 물론, 병원, 은행, 관공서, 식당 등 각종 생활형 지리 정보를 제공한다.
또 작은 화면은 타인의 생활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어디서든 사적 공간을 만드는 바탕이 됐다. 회의 도중 연인, 친구와 사적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회의실에서 부서장을 앞에 두고 팀원끼리 모바일메신저로 '그들만의' 회의를 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전화는 물론이고 카메라,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TV 등 다양한 기능으로 얼마든지 뻗어나가는 확장성도 이 기기의 효용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바로 이 엄청난 확장성과 다기능성이 '정보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신동희 교수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보격차가 다변화, 다차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시대에는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 여부가 정보격차의 핵심이었다면 현재의 '모바일 디바이드(정보격차)' 시대에는 정보접근 채널이 다양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소하다고 여겼던 격차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기술의 편재(偏在·어디에나 두루 있음)로 개인의 활용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게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제는 개개인이 정보통신 기기의 활용성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의 차이가 중요해졌다는 것. 이는 똑같은 스마트폰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휴대전화기가 되기도 하고, 게임기가 되기도 하며, 컴퓨터에 버금가는 정보기기가 되기도 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2004년부터 매년 정보격차지수를 발표해온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모바일 시대의 특성을 반영, 새 정보격차 지수를 개발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모바일이 정보화의 주류로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새 지수를 개발하는 중"이라며 "새 지수에는 모바일 정보격차의 특수성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 등은 KT 경제경영연구소와 함께 작성한 '스마트폰 시대의 모바일 디바이드'에서 "스마트폰 디바이드는 기기의 보유 여부로 결정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어떻게 이용하는가와 맞물린 복잡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 사이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정보 격차 ▲SNS 이용에 따른 사회적 관계 형성의 격차 ▲생활양식의 격차 ▲사회·정치 참여의 격차 같은 다양한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1/09/0200000000AKR20121109128000026.HTML
<스마트혁명 3년> ②"우리 삶은 과연 스마트해졌나?"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2012/11/12 07:29)
민첩한 일처리·신속한 의사결정 요구 시대상 반영
기억력 감퇴 등 지적기능 저하 우려 불안감 대두
SNS 활성화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대표적 변화

애플 아이폰의 첫 출시 이후 지난 3년간 거세게 불어닥친 '스마트 혁명'을 되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스마트폰이 과연 이름처럼 우리의 삶을 스마트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능숙한 솜씨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고 영화를 예매하거나 주변의 맛집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멋지고 능력 있어 보이는 게 사실.
그러나 '스마트폰 때문에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도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와 더불어 퍼져갔다. 이미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시절부터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제대로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몇 개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전화를 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겨났고, 이러한 불안감은 내비게이션이 대중화하면서 기계 없이는 길도 못 찾아가게 됐다는 자조로 번졌다.
실제 미국의 저명한 정보기술(IT) 미래학자인 니컬러스 카는 이런 생각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카는 화제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인터넷 사용으로 생물학적 기억장치(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면서 피상적으로 사고하게 됨에도 우리는 인터넷의 광활하고 검색 용이한 인공지능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의 뇌는 더욱 산만해지도록 훈련받는데 이를 통해 정보를 매우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기는 하나 지속적인 집중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인터넷이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 처리에는 도움을 주지만, 집중력이나 깊이 있는 사색에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간의 인지능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축적되지 않았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장래혁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인간을 정말 스마트하게 만들었느냐는 문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국내외 과학계에서 스마트폰 이용자의 인지처리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 결과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다만 "책을 읽고 나서도 단순히 줄거리만 기억하는 것보다 그걸 다각도로 사고할 때 책 내용이 더 잘 기억에 남고 이해도 잘 된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정보량은 급증했으나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사고 기회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은 "젊은 층은 40대 연령층과 비교할 때 뇌가 바뀌어 있다고 본다"며 "실제 젊은 세대는 뇌의 감성이나 판단 기능이 10% 정도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놀라운 것은 젊은 층의 이미지 처리 능력인데 50대와 비교하면 10~20대는 긴 글은 못 읽어도 이미지로 주면 그 정보를 굉장히 빨리 처리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는 강연집 '호모 모빌리스, 모바일 사회를 사는 신인류'에서 "중독 수준에 이른 모바일 미디어에 의존하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느림이나 성찰보다는 속도와 즉시성을 중시하는 생활양식,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회조직적인 논리가 늘어나면서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확산은 결국 민첩한 일 처리와 신속한 의사 결정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요청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사회적 파급력이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단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일 것이다. SNS의 힘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작년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 즉 '아랍의 봄' 사태였다. SNS가 이들 국가의 통제된 언론 환경에 균열을 일으키고 감춰졌던 진실과 억눌렸던 의견들을 전파하는 대안언론 역할을 했고, 'SNS 혁명'은 현실이 됐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SNS의 영향력은 쉽게 확인된다. 내달 대통령선거를 앞둔 각 후보 캠프는 SNS 여론을 탐지하려 적잖은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캠프는 주로 트위터에서 활발히 회자하는 사회·정치적 의제와 특정 후보에 대한 긍정·부정적 언급의 빈도 등을 분석하는 소셜분석 업체와 계약해 시시각각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셜분석 업체인 다음소프트 관계자는 "어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선 후보 캠프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트위터 민심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위터는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 거부 또는 참여 운동을 주도하며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미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 트위터는 현실 정치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한진중공업 사태와 청소노동자 해직 사태 등에 사회적 이목을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계론, 나아가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 하나는 지난 4·11 총선에서 드러났듯 트위터 여론이 국민 전체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대표성'의 문제다. 생각이나 연령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소통, 네트워킹이 강화되면서 이념적, 정치적 편향이 더 굳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승관 교수가 제기한 '무리(群)론'이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무리론을 "입은 열리되 귀는 닫힌 상태의 의견 체계"라고 정의했다.
SNS가 어떤 사안을 사회적 의제화하는 데에는 역할을 하나 사람들의 정치적 신념까지 바꾸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은 "외국에서도 SNS의 글을 보고 지지 정당이나 투표 대상을 바꿨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바뀌었다는 비율이 훨씬 더 낮더라는 지적이다. 한 소장은 또 "튀니지, 이집트 혁명에 대해서도 SNS 덕택에 혁명이 가속화했을지는 몰라도 직접 혁명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논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SNS가 정치 참여,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로 하여금 정치 담론에 관심을 두고 투표장에 오도록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1987년 이후 계속 투표율이 떨어졌는데 2010년 이후 투표율이 올라갔고 선거 결과가 바뀌고 있다"면서 특히 '탈(脫) 정치' 현상이 모든 연령·계층에서 균질하게 일어나지 않고 젊은 층, 서민층에 쏠려 비대칭, 불균형의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들의 정치 재참여는 비대칭 해소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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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혁명 3년> ③스마트폰 시대의 그늘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2012/11/12 07:29)
스마트폰 중독·대면소통 단절 등 부작용 심각
정신적 스트레스에 '디지털 디톡스' 운동 꿈틀

"드디어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예전의 일반 휴대전화로 돌아갔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들과 늘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마약보다 더 무서운 중독을 일으켰습니다. 이길 수 없는 '악마'는 피하는 게 최선입니다"
세 살, 여섯 살 두 아이를 둔 김모(36)씨는 최근 '탈(脫) 스마트폰'을 선언했다. 스마트폰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아이들과 매일 아침저녁으로 씨름한 끝에 내린 힘겨운 결정이었다. "아이들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문명의 이기를 포기한 것. 김씨는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이제 휴대전화를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없앤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몸을 부딪치면서 하는 놀이를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일상화는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낳았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이 생활밀착형 기기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벗어나기 어려운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중독과 얼굴을 맞댄 소통의 단절, 디지털 인맥 확장에 대한 스트레스 등도 '스마트폰 시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어두운 얼굴이다.
◇스마트폰에 지배된 일상…'디지털 중독' 사회 =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0∼49세 스마트폰 이용자(3천740명 대상)의 8.4%가 스마트폰 중독 상태에 놓였다. 이는 인터넷 중독률(7.7%)보다 높은 수치.
스마트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데다 TV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도 강한 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핵심적, 일상적 소통의 도구로 자리하면서 스마트폰 중독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청소년의 중독률은 11.4%로, 성인(7.9%)보다 높다. 정보화진흥원의 엄나래 선임연구원은 "요즘 청소년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생활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그것을 통해 친구관계와 유대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소통'의 약화…'디지털 피로' 심화 = 스마트폰은 인간관계와 소통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실시간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통한 대화 및 관계 맺기가 일상으로 자리매김한 것.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간접적 소통에 집중하느라 정작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와의 직접적 대화는 소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항민 언론학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디지털미디어 등장과 새로운 위험유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 10월 스마트폰 이용자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8.0%가 '커뮤니케이션 단절 및 소외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 박사는 논문에서 "기존의 지연, 혈연, 학연의 인간관계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맺어지는 디지털 네트워킹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가족 등 주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소원해져 이들 1차 집단에서 스스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인맥을 만들고, 또 확대하는 데 대한 과도한 부담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브레인이 지난해 국내 SNS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40.1%는 SNS 이용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염려'(27.0%), '지나친 정보 전달로 인한 번거로움'(26.5%), '작성 게시물 내용 고민'(19.5%), '인맥 확장에 대한 강박관념'(13.3%) 등 순이었다.
◇스마트폰과의 결별…'디지털 해독' 움직임 나타나 = 스마트폰 과잉 사용으로 말미암은 피로감이 커지면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김씨의 경우도 한 예다. 이 밖에도 인터넷상에서는 스마트폰 중독과 그에 따른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스마트폰을 해지하고 일반 휴대전화로 돌아갔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내보다 스마폰이 3년 가까이 먼저 출시된 미국에서는 이른바 '디지털 해독'이 뜨고 있다. 잠시라도 디지털 기기를 끄고 여유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미국의 호텔과 여행사들은 여행길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가져오지 않거나 숙소 체크인 때 호텔 카운터에 맡기면 객실료를 할인해 주는 등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주간'을 정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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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혁명 3년> ④피하기 어려운 고비용의 '덫'(끝)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2012/11/12 07:29)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보조금 지급으로 소비자 현혹
고사양·고가 스마트폰 불필요 소비자 선택 제한

스마트폰을 2년째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정모(38·동작구 상도동)씨는 지난달 6만3천210원의 요금을 냈다. 매월 음성통화 200분, 문자 메시지 50건, 데이터 500MB가 제공되는 정씨의 기본요금은 4만4천원이지만, 1만4천800원 할인을 받는다. 단말기 분실과 고장 등에 대비해 가입한 보험료 2천원, 부가가치세가 2천290원, 여기에 86만5천원 짜리 단말기의 할부금(24개월) 2만9천90원이 더해졌다.
과거 일반 휴대전화(피처폰)를 사용할 때보다 2만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피처폰 사용 당시 요금청구서를 찾아보니 기본료 1만5천500원에 국내 통화료 1만1천697원, 부가서비스(긴 통화 무료옵션) 이용료 1만5천원, 부가세 4천70원이 부과됐고, 자동납부(487원)와 장기가입(1천170원) 할인액이 차감됐다.
기본 제공량보다 적은 월 300MB 정도의 데이터를 쓰는 것 이외에 정씨의 음성통화, 문자 메시지 사용 건수는 피처폰 사용 때나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결국, 통신비가 많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보조금 혜택을 받아 산 고가의 단말기 때문이다.
정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3천만명이 넘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대부분은 정씨처럼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피처폰을 쓸 때보다 대폭 늘어난 통신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검색과 게임을 할 수 있고, 모바일 메신저로 지인들과 문자 대화도 주고받는 등 편리해진 생활을 감안하면 비싼 값을 치른 단말기가 나름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가 짜고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리고서 '보조금'이라는 눈속임을 통해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발표된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통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려 책정하고 실제로는 훨씬 싸게 단말기를 공급한 뒤 차액을 보조금과 장려금 등으로 활용해왔다. 한 제조사와 이통사는 단말기 출고가를 94만9천원으로 책정한 뒤 실제로는 출고가보다 31만원이나 싼 63만9천원에 공급했다. 부풀려진 31만원 가운데 7만8천원 가량은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명목상의 보조금으로 활용됐다. 따라서 보조금 혜택으로 87만원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품을 싸게 샀다고 여겼을 것.
그러나 만약 제조사가 보조금 없이 물류비만 추가해 68만원가량에 제품을 출고했다면 소비자는 보조금 혜택 없이도 훨씬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었던 셈이다. 출고가를 부풀리면 소비자로 하여금 같은 제품이라도 더 좋은 사양의 제품이라고 착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 또 이렇게 비싼 단말기에 보조금 혜택을 준다고 하면 마치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것처럼 포장할 수도 있다.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는 이통사의 요금 할인혜택을 더 받으려 자신의 이용패턴과 관계없이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며, 할부금 잔액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이통사로 서비스를 갈아타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또 이통사들은 요금제와 단말기 할부원금 할인을 연동,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수록 단말기 할부원금 할인 폭을 키우는 방식으로 비싼 요금제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런 업계의 관행을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로 보고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업계는 "정상적 마케팅 활동"이라고 반박하면서 되레 공정위를 제소했다.
고품질, 고비용의 스마트폰 구매를 강요하는 현실도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는 5천327만8천317명. 이 가운데 스마트폰 가입자 3천87만6천600명을 제외한 나머지 2천240만1천717명은 피처폰 사용자다.
그러나 피처폰 사용자는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흘러가면서 피처폰의 경우 새로운 단말기는 물론 요금제를 비롯한 서비스 상품 출시도 뚝 끊겼다.
올해 3대 이통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 나온 피처폰 신제품은 삼성전자의 '와이즈2'와 LG전자의 '와인 샤베트' 등 두 종류가 전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던 몇 년 전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아예 피처폰을 취급하지 않았고 일부 제조사는 피처폰 사업 자체를 접었다. 더욱이 이통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피처폰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기피하면서 일부 피처폰 가격이 저가형 스마트폰보다 비싸지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피처폰 가격은 저가 스마트폰보다 비싸졌다. 이통사들은 수익이 많이 나는 LTE나 스마트폰이 아니면 보조금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선택의 폭이 줄어든 피처폰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주류 제품인 스마트폰 쪽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셈이다. 피처폰 사용자인 장모(39·여)씨는 "스마트폰만 보면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 때문에 아직 피처폰을 쓰고 있는데, 사용해온 단말기가 낡아 바꾸려고 대리점에 가보니 어르신들을 위한 소위 '효도폰' 말고는 새로운 제품이 없었고, 그마저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피처폰 사용자가 아직도 2천만명이 넘는데 이통사나 제조사 모두 스마트폰 파느라 정신이 팔려 우리를 외면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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