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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와 거미>|오리 브라프먼ㆍ로드 벡스트롬 지음

 

당신의 조직은 거미입니까…불가사리입니까… (한경,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 2009-04-16 18:05)
불가사리와 거미|오리 브라프먼ㆍ로드 벡스트롬 지음|김현숙·김정수 옮김|리더스북|280쪽|1만3000원 
 
정도 차이는 있지만 GM,듀폰,AT&T,필립스 등 20세기 거대 기업들은 결국 베버가 제안한 관료제의 틀에서 움직였고,이러한 관료제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집권화와 정교한 통제 모델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산업 사회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보화 혹은 지식경제 사회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지금까지 정립된 경영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반성이 시작되었다. 
 
《불가사리와 거미》는 이러한 21세기 조직 혁신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강렬하다. 20세기형 조직을 거미에 비유한다면,21세기형 조직은 불가사리에 비유할 수 있다. 머리가 잘리면 목숨을 잃는 거미와 달리 불가사리는 다리가 잘리면 그것이 다시 분화하여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는 특징을 가졌다.
 
저자들은 불가사리처럼 분권화된 개체가 자생력을 얻어 성장하는 조직 모델을 불가사리 조직이라고 명명했다. 따라서 불가사리 조직의 키워드는 분권화와 자율성이다. 이러한 불가사리 조직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책에 소개한 예들도 흥미롭다. 16세기 무적의 스페인 군대는 남미의 아즈텍 제국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원시인처럼 보였던 아파치족에게 허망하게 패배했다. 아파치족이 아즈텍족이나 잉카족에게 없는 비밀 무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들이 최강 스페인 군대에 대항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아파치 부족의 조직 방식 덕분이었다. 이들은 철저하게 분권화된 조직이었다. 아파치족은 소수의 최고 권력자도,중앙 지휘본부도,수도도 없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언제,어느 곳에서나 결정이 내려질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스페인군들은 마을을 습격하고 지도자를 없애는 전략을 시도했지만,마을이나 지도자 몇 명이 없어진다고 해서 아파치족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지도자가 금세 등장하고 부족이 재건되면서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물론 분권화된 조직이라고 해서 규율이 전혀 없거나 혼란스러운 무정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장에 소개되는 것처럼 불가사리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와 원칙들이 존재한다. 불가사리 조직에는 지배자와 같은 리더는 없어도 촉매자 역할을 하는 리더가 존재한다. 또한 불가사리 조직에는 세부적인 규칙과 통제가 없어도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핵심 이념은 공유된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 책의 주장과 흡사한 권한 위양,자율성,벽 없는 조직 등이 혁신의 화두가 되어 왔다. 다만 문제는 기존의 경영자들이 이러한 조직 혁신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분권화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재분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고경영진들이 가진 기득권과 권력을 일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혁신을 주저하는 것이다.
 
불가사리 조직이 웹 2.0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기업에만 해당하는 원리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도요타,GE,애플의 예를 들어 분권화의 원리는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자. 저자들이 극단적인 분권화만을 주장하는 급진주의자들은 아닌 것 같다. 이베이나 IBM처럼 불가사리와 거미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형 조직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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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불가사리 조직`이 기업을 바꾼다 (디지털타임스, 이지성 기자, 2009-04-30 21:17)
 
머리가 잘리면 목숨을 잃는 거미와 달리 불가사리는 다리가 잘리면 잘린 부분에 새로운 다리가 생긴다. 링크키아와 같은 변종 불가사리는 잘린 조각이 새로운 불가사리로 복제되기도 한다. 이는 불가사리에는 몸을 통제하는 머리가 없는 대신 각 다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부분의 기능이 분권화 되어있는 만큼 떨어져 나간 쪽과 남은 쪽 모두가 조직을 쉽게 재생산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9ㆍ11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이 지목되자 세계는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줄곧 테러 용의자로 지목을 받아온 그였지만 누구도 그런 일을 계획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게 정보당국의 평가였다. 그러나 그가 지휘하는 알카에다는 각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중앙집권적인 위계질서를 구축해왔다. 산업 시대까지는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예상하지 못했던 위협에 직면했을 때 조직 자체의 경직성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21세기형 산업조직에서는 지양해야 할 모델이 됐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도요타는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면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반면 단일라인 단일생산을 고수한 업체들은 경기의 흐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도요타가 GM, 포드 등 기존 자동차 업계의 거인을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불가사리 조직'은 각 부분이 고유의 권한을 갖고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조직 모델이다.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유튜브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새로운 환경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분권화된 조직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동굴에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중앙집권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을 운영했기에 가능했다. 21세기가 원하는 조직은 자율성과 창조적인 힘을 지닌 불가사리 조직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불가사리 조직의 경쟁력은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 심지어 테러집단의 조직에서도 유효하다. 책은 알콜중독방지회 같은 작은 모임에서부터 이베이, 위키피디아, 아마존 등의 인터넷 기업과 여성인권운동, 노예해방운동 등을 이끈 다양한 시민단체,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등 전 분야를 살피고 불가사리 조직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꼼꼼히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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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냅스터·알카에다…분권형이 성공비결 (경향,한윤정기자ㅣ경향신문, 2009-04-17-17:41:10)
 
거미는 머리가 잘리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불가사리는 다리가 잘려도 그것이 다시 분화해 새로운 개체로 성장한다. 두 동물의 특성에 빗대 인터넷이 기반이 된 21세기 조직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경영서적이다. 2006년 원서가 출간됐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유수한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은 냅스터, 알카에다, 스카이프, 크레이그리스트 등의 성공비결을 분석한다. 대학 신입생 숀 패닝은 기숙사 방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사람들이 음악 파일을 서로 교환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것이 음반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냅스터이다. 알카에다 역시 중앙집권적인 미국 정부를 무력화시킨 대표적인 불가사리 조직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전통적 리더의 역할을 포기한 덕분에 자발적 조직을 많이 거느릴 수 있었다. 전화 회사의 중앙서버 관리체제를 전복한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직거래하는 크레이그리스트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들의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인이 조직을 담당하지 않으며 본부가 따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수뇌부가 타격을 입어도 조직은 살아남는다. 역할과 책임이 유연하고 조직 구성 역시 유동적이다. 각 운영단위는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한다. 특정 기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직에서 일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원한다면 각 부서가 의사소통을 한다. 이 같은 불가사리 조직은 다섯 개의 다리를 가질 때 가장 효과적인데 그것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작은 그룹인 서클, 서클을 만들고 뒤로 사라지는 촉매자, 분권화된 조직을 결합시키는 접착제인 이념, 인터넷을 통한 소통 이전의 기존 네트워크, 그리고 이념을 실행하는 사람인 투사이다.
 
저자들은 5년간의 연구를 거쳐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의 생생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예부터 조직경영의 상식은 중앙집권형이었으나 이제 중앙집권형과 분권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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