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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28주년, 5천여 교사들 “朴정권의 폭압 ‘법외노조’ 철회돼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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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5/28 09:00
  • 수정일
    2017/05/28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교조 결성 28주년, 5.27 전국교사결의대회 “교육적폐 청산하자”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28주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법외노조 통보 철회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천여명의 교사들은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교조는 대회 결의문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 즉각 철회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 ▲경쟁교육과 특권학교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폐기 ▲교원정책 2대 적폐인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 등을 촉구했다. 또한 ▲학교자치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실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했다.

전교조는 “전교조가 결성 된지 스물여덟 해, 전교조가 걸어 온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전교조는 1989년 결성 당시, 노태우 정권 아래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다. 노동부에 제출한 설립 신고서는 반려됐고, 수많은 교사들이 구속과 징계를 당해야만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 10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지만, 2014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법외노조로 몰렸다.

노조는 “노조결성으로 1527명의 교사들이 교단 밖으로 쫓겨났고, 박근혜 정권의 폭압으로 지난 4년 최대의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며 “하지만 참교육 정신과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냈고 촛불의 승리가 만든 새 시대의 복판에 당당히 섰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결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다음과 같이 결의를 모았다. 교사들은 “입시경쟁-서열화 교육을 뿌리부터 허물고 숨 쉴 여유조차 없이 건강마저 위협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행복을 찾아 줄 것”이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추구하고 점수 따기가 아니라 전면적 발달을 지향하는 참교육 체제를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학교자치 법제화로 교육을 민주화하고 경제논리와 성과주의를 교단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민중의소리

대회사에 나선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철회’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번째 관문”이라며 “다시 한 번 법외노조철회를 정중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외노조 철회 사안은 촛불민심과 ILO·OECD·EI 등 국제적 기준과 상식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권한을 높이고 있는 국가인권위에서도 이미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조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해고자의 즉각적인 원상회복과 전임요구자들에 대한 탄압의 종결이 화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요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법외노조 통보 철회 소식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법외노조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한 기자회견 직후부터 광화문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며 “미완의 촛불혁명의 과제를 해결해가기 위해 동반자적 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혁명을 완수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퇴직교사들도 이날 대회에 참여해 법외노조 철회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한탁 참교육동지회 대표는 “우리는 퇴직하고 학교에서 물러났지만, 못다 한 교육자의 목표를 향해 후배교사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중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전국교사대회가 끝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진행되는 ‘지금당장’ 촛불행동에 참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행동에 참여해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함께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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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길]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
 
 
"4대강사업과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혹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되면서 4대강사업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청정수법 외에도 각 주마다 있는 수질과 어류 보호 관련 다양한 법률이 있기에 불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권위 있는 전문가로서 2010년, 2014년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조사한 바 있다. 그가 있는 대학으로 찾아가 21세기 미국 물 정책의 특징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위의 말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4대강사업 같은 건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국에서 1950년대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대규모 토건사업이 2010년대에 진행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 때문에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한 사람의 환경운동가로서 4대강사업을 끝끝내 막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9일부터 17일까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미 서부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댐 철거 현장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콘돌프 교수 등 관련 전문가를 만났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부사장, 정대희 기자,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 김종술 시민기자,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전문통역으로 김레베카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이 함께했다. 비용은 지난해 시민 모금으로 마련했다. 
 

▲ 엘와 강 하구 삼각주에서 바라본 올림픽 산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엘와 강은 올림픽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에서 발원한다. ⓒ이철재


댐은 모든 것을 가로막는 장벽 

미국 서부는 우기의 끝자락이었다. 푸른 하늘을 보이는가 싶더니, 보슬비와 장대비를 번갈아 퍼붓는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 초봄 날씨와 흡사해 딱 감기몸살 걸리기 좋은 상황이었다(실제 일행 몇 명은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어림잡아 서울~부산을 여섯 번 왕복할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해야 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오후 현장방문과 인터뷰 등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이동하면 숙소에 밤 11시, 12시를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상 달리는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다. 일행이 낯선 외국 땅에서 고난의 강행군을 이어간 까닭은 미국의 물 정책의 현황을 통해 4대강사업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어가 강을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연어가 다른 생물과 만나는 걸 막는 장벽, 우리 부족이 연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가치를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우리 부족의 고유한 가치를 우리로부터 가로막는 장벽, 이것이 바로 댐이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 포트엘젤리스(Port Angeles)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국립공원 내 엘와 강(Elwha River). 이 지역 원주민 클랄람 부족(Klallam Tribe) 의회 프란시스 찰스(France Charles) 의장은 이 강에 만들어진 2개의 댐에 대해 '모든 걸 차단해 버리는 장벽'이라 지적했다. 그녀는 원주민들이 당한 100여 년의 고통을 담아내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일행이 찾은 엘와 강은 양쪽 경사진 둔치를 사이로 쪽빛이 감도는 물줄기였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여울에서는 하얀 포말과 시원한 물소리가 뿜어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곡형 강의 모습이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곳에 높이 33미터 크기의 엘와 댐(Elwha dam)이 있었기 때문. 이 댐은 1913년 건설됐다. 1925년에는 엘와 댐 상류 15킬로미터 지점에 높이 64미터 글라인스 캐니언 댐(Glines Canyon dam)이 들어섰다. 둘 다 하류에 위치한 제지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 강에서 떠내려와 하구에 쌓인 죽은 나무들은 새로운 생명의 서식처가 된다. ⓒ이철재


어도조차 만들지 않은 댐 

지난 100여 년 동안 두 댐은 엘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원주민들과 생물들에게 재앙이었다. 올림픽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브라이언 윈터(Brain Winte) 부감독관은 "댐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댐은 법률에 규정된 형식적인 어도조차 만들지 않았다. 댐 건설에 대해 클랄람 부족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미국 내무부 소속 인디언국은 이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댐 건설로 당장 회귀성 어종인 연어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원주민 부족이 연어 50%를 잡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맺은 조약을 침범하는 것이었다.  

엘와 강이 있는 올림픽 반도는 태평양 연어 5종의 주요 산란지이자 서식지였다. 특히 100파운드(약 45킬로그램)에 달하는 시누크 연어가 회귀하는 곳이었다. 댐이 들어서자 연어 산란지 및 서식지 90%가 막히면서 연어들이 급감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핑크 연어의 경우 댐 건설 전 연간 28만 마리가 회귀했지만, 댐 건설 이후에는 고작 200~500마리 수준이었다. 다른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엘와 강은 원주민 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찰스 의장은 "강줄기 따라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주거지 터는 800년, 조상들의 무덤은 2000년이 넘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연어는 주요 먹을거리이자 생계수단이었다. 또한 전통문화 그 자체였으며,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다. 두 개의 댐이 들어서자 엘와 강의 생태 시스템이 원주민을 부양할 수 없게 됐고, 그에 따라 공동체가 붕괴됐다. 원주민들은 선사시대 이래 삶의 터전이었던 엘와 강을 버리고 타지로 가거나 벌목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댐으로 가로막힌 삶은 4대강사업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어민과 주민들의 삶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엘와 강은 2011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두 개의 댐이 철거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 댐 등 철거 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원)가 소요되며, 수력발전소 매입 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강 복원에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 원)가 들어간다.  

댐들이 철거되자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클랄람 부족 어류 연구 담당관 마이크 맥헨리(Mike Mchenry)는 "엘와 강 상류까지 연어가 올라가 산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장어 등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생물 종도 돌아왔다"며 "현재는 수천 마리에 불과하지만, 30년 후면 20만 마리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엘와 강에서 댐이 철거된 이유는 연어 복원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 이익과 강 복원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댐 철거에 대해 "연어가 상징하는 자연 생태계의 경제성 때문"이라 밝히기도 했다.
 

▲ 클람람 부족 의회 사무실 앞에 세워진 눈물 흘리는 시누크 언어. 지난 100여 년 동안 원주민과 연어의 수난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이철재


대형 댐을 안 짓는 미국, 한국은? 

엘와 댐은 1978년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철거 논의의 단초였다. 앞서 1963년에는 멸종위기종법이 통과돼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다. 이를 바탕으로 원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철거 운동이 거세졌다. 이후 1992년 엘와 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법이 통과됐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은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말했다. "필요한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면서도 강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댐이 철거되고 강과 퇴적토의 흐름이 회복되자 '산 후안 데 푸가(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엘와 강 하구에서는 사암이 부서지면서 형성된 검은빛의 퇴적토 350만 세제곱미터가 쌓이면서 삼각주가 형성됐다. 

일행은 미국 도착 첫날인 9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엘와 강 하구를 찾았다. 걸어갈 수 있는 삼각주 한쪽의 길이만 대략 2~2.5킬로미터, 폭 0.2~1킬로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삼각주에서 물떼새, 기러기, 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을 확인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은 나무들이 하얗게 탈색되어 흩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와 강을 둘러싸고 있는 올림픽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마이크 담당관은 "엘와 강의 침식 과정에서 쓰러진 나무들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와 서식처 기능을 하는 등 생태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 복원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엘와 강 복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때론 거친 역동성과 생명을 품는 안정성이 존재하는 강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결국에 사람에게도 자연 그 자체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 댐을 지을 때 악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돼 미국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댐 철거 정책에 대해 "지역마다 다르다. 댐을 필요로 하는 지역도 있다"면서도 "안전과 경제성 등 때문에 최근 대형 댐을 짓지 않는 추세는 맞다"고 밝혔다. 

댐 철거 및 강 복원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복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엘와 강 사례처럼 경제적이면서도 강 복원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강사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 엘와 댐 철거 자리. ⓒ이철재

leecj@kfem.or.kr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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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앞에서 '촛불시민' 비하한 국가보훈처 강사

 

[발굴] 통일교육인 줄 알았더니 "촛불집회는 선동 탓"... 서울 A초 강의 중단 사태

17.05.27 18:55l최종 업데이트 17.05.27 18:55l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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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에서 보낸 '나라사랑교육' 강사가 초등학생들 앞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다가 강의를 중단당하는 사태가 터졌다. 교사들이 '촛불 비하 강의'에 대해 집단 항의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강사, 자유총연맹 간부에 '태극기 집회' 활동까지

27일 서울 A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우익단체인 자유총연맹의 양일국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A초에서 강의 시작 20분 만에 강단에서 내려왔다. 당초 예정된 전체 강의 분량은 40분이었다. 

 

이날 강의는 서울시교육청의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 지침에 따라 이 학교가 국가보훈처에 강사를 신청해 진행됐다. 이 학교는 통일교육주간을 맞아 학생 통일교육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의 수강자는 이 학교 6학년 여섯 개 반 전체 학생 150여 명이었다. 

이날 강의를 직접 지켜본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사로 나온 양 대변인은 2008년 광우병 우려 사태로 터진 '이명박 정권 규탄 촛불시위'를 겨냥해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6학년 한 교사는 "강사가 강의 초반에 2008년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들 촛불집회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더니 '몇 년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라면서 "그런 뒤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MBC <PD수첩>과 일부 연예인 등 소수 몇 명의 거짓 발언에 선동당한 것처럼 폄하했다"라고 당시 강의 내용을 전했다. 이 교사는 "문제의 강사가 당시 촛불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 사진을 화면에 쭉 띄우더니 '거짓말쟁이다,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사는 "해당 강사가 통일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20분 강의시간 가운데 15분 정도를 촛불시위 비판에 써버렸다"라면서 "6학년 교사들이 '사실과도 맞지 않는 파당적인 정치발언'을 하는 강의를 계속 이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해당 강사의 강의록을 받아봤더니 '촛불집회' 등의 내용에서 일탈행위를 발견했다"라면서 "이는 정치적, 당파적 편견을 강의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학교 통일안보교육 강사 서약서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말썽을 빚은 양 대변인에 대해 강의 중단조치를 내렸다. 양 대변인은 이달 중 모두 네 차례의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미 두 번은 강의를 진행한 상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강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강사를 해촉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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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변인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이 벌인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양 대변인은 지난 2월 9일 탄기국 관련 단체가 연 토론회 '국민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오는가!'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미디어워치> 보도를 보면 양 대변인은 같은 달 23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함께 밴드를 구성해 집회의 열기를 높였다. 

이에 대해 양 대변인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자유총연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고 쪽지를 남겼지만 당사자와 직접 통화할 수 없었다. 이 단체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해명을 듣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 대변인이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 "저희 쪽은 그렇게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전교조 "나라사랑교육 명목 반민주교육 중단해야"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이른바 나라사랑교육이란 명목으로 학교에 오는 강사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 시민을 비하하는 등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강사들이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을 더 이상 가르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4500여 개교에서 나라사랑교육을 벌인다. 이 교육은 2011년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나라사랑교육과란 부서를 신설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해당 교육을 전국 초·중·고에서 진행하는 강의요원은 모두 302명이다. 하지만 이 기관 관계자는 "강의요원의 신상을 언론은 물론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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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곰은 기차 좋아하고, 표범은 녹차 좋아해

조홍섭 2017. 05. 26
조회수 1385 추천수 0
 
철길에 떨어지는 곡물 수송 화차의 낙곡, 치인 동물, 개미 등 선호
인도 동북부 차나무 밭은 빽빽한 하층 숲이 은신처 제공, 표범 몰려
 
Niels de Nijs-1.jpg»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수컷 어린 회색곰. 연구자들이 곡물 수송열차에서 떨어진 곡식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를 물어뜯고 있다. Niels de Nijs
 
대형 포식동물은 훼손되지 않아 먹이가 풍부한 곳, 다시 말해 인적이 드문 곳에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이 바꾼 환경이 종종 이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쓰레기 매립장은 대표적인 예이다. 유럽황새와 터키의 불곰이 매립장에서 먹이를 구하느라 오랜 이동 경로를 바꾸고 있다(■ 관련 기사쓰레기를 사랑한 야생동물의 비극).
 
쓰레기 매립장뿐이 아니다. 도로나 철도는 야생동물을 죽이고 또 그것이 다른 야생동물을 불러모은다. ‘로드 킬’로 잘 알려진 도로 말고 철도 또한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철도는 도로보다 교통량은 적지만 야생동물이 입는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기차는 야생동물을 피할 길이 없고 정지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차체가 커 동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덜 개발된 지역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충돌사고가 나도 사람이 입는 피해가 거의 없으니 관심도 덜하다.
 
지역에 따라 철도는 도로보다 더 큰 피해를 야생동물에 입힌다. 캐나다 밴프 앤 요호 국립공원도 그런 곳으로, 이 지역에 사는 회색곰 전체 개체수가 약 60마리인데 이제까지 19마리가 기차에 치여 숨졌다.
 
Wing-Chi Poon_1280px-Reflection_at_Two_Jack_Lake.jpg» 캐나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밴프 국립공원 모습. Wing-Chi Poon,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린 머레이 캐나다 앨버타 대 생물학자 등은 이 국립공원에서 회색곰 21마리에 위성추적 목걸이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한편 배설물을 분석해 철도의 이용과 영향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 24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회색곰은 철도를 광범하게 이용했다.
 
곰이 철도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곡물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적지 않은 곡식이 철도에 떨어진다. 특히 수확기인 가을철에 곰들은 떨어진 낱알을 많이 섭취했다.
 
곡물에는 자연계에서 찾을 수 없는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밀과 보리에는 탄수화물이 많고, 캐놀라 씨에는 지방이, 렌틸콩에는 다량의 단백질이 들어있어 곰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이이다. 철길에서 150m 거리 안에서 확보한 곰 배설물의 43%에서 곡물이 나왔다.
 
철도는 숲에 생긴 열린 공간이어서 민들레, 개미 같은 새로운 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곰들은 이런 새로운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철길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슴 등 다른 동물은 외면하기 힘든 단백질원이다. 곰들은 일정 영역의 철길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해 매일 순찰하면서 먹을 것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철도는 이들의 손쉬운 이동통로 구실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색곰 21마리 중 17마리는 하루의 9% 미만을 철도에서 보냈지만 나머지 4마리는 20% 이상을 보내는 등 철도 이용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4마리 가운데 3마리는 청소년기의 어린 개체였는데, 1마리는 전체 무리에서 가장 큰 우두머리 수컷이었다. 
 
경험 없는 미성숙 개체가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기차에 치일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우두머리 수컷은 위험을 회피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립공원 철길의 절반을 제 영역으로 차지해 다른 개체들이 철길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그럼으로써 사고 위험도 줄이는 구실을 하는지가 관심거리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한편, 철도에서 7㎞ 떨어진 곳의 곰 배설물에서도 곡물이 확인돼 곰이 씨앗의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송되는 곡물 가운데는 유전자 조작 캐놀라 종자가 들어있어 외래종이 퍼져나갈 우려도 제기됐다.
 
KALYAN VARMA-1.jpg» 표범 한 마리가 차나무 밭에서 죽은 가우어(야생 들소)를 먹고 있다. KALYAN VARMA
 
인도 북동부에서는 표범이 차나무밭에 자주 출몰한다. 동부 히말라야의 생물 다양성이 높은 이 지역에는 소규모의 자연보호구역 외에 대규모 차나무밭이 농지, 마을과 함께 펼쳐져 있다.
 
아리트라 크쉐트리 야생동물보전협회(WCS) 인도 지부 연구자 등은 <플러스 원>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표범이 남긴 표식을 바탕으로 활동영역을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놀랍게도 야생지역 밖에 있는 차나무밭의 25%에서 표범이 아주 자주 드나들었다.
 
이 지역에서는 2009∼2016년 사이 표범과 사람이 조우한 사례가 350건에 이르고, 5명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차나무밭에 드나드는 표범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일은 없었다. 
 
크쉐트리는 “이번 연구에서 표범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라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잦지는 않음이 드러났다. 상처를 입은 사람 얘기를 들었더니 표범과의 조우는 대낮에 차나무밭에서 일하던 사람과 사이에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부상 정도도 경미했다”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표범은 울창해서 숨기 좋은 차나무 밭 근처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곤 한다. 사람 공격은 이런 번식지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표범이 개발이 많이 이뤄진 지역을 피해 빽빽한 하층 식생이 있는 차나무밭을 찾아오는 것으로 보았다. 크쉐트리는 “연구 결과는 넓은 영역을 지니는 포식 동물에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위적인 지역도 보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사람과의 충돌을 효과적이고 사전적으로 줄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urray MH, Fassina S, Hopkins JB, III, Whittington J, St. Clair CC (2017) Seasonal and individual variation in the use of rail-associated food attractants by grizzly bears (Ursus arctos) in a national park. PLoS ONE 12(5): e0175658. https:// doi.org/10.1371/journal.pone.0175658
 
Kshettry A, Vaidyanathan S, Athreya V (2017) Leopard in a tea-cup: A study of leopard habitat-use and human-leopard interactions in north-eastern India. PLoS ONE 12(5): e017701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77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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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수난의 시대, 비평을 되살려야

 

문재인 시대의 언론, 실패를 반복하는 가시밭길로 가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5.26 08: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만족스러운 신호를 남겼다. 받아쓰기가 필요 없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그야말로 ‘회의’라는 말의 본래적 의미에 맞는 방식으로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를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은 “이 회의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인 만큼 참모들에게는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까지 함께 (언론에) 나가도 좋다”, “대통령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지 말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자유롭게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언뜻 보기에 참모들을 단순히 독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언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는 대통령 본인이다. 참모들로서는 대통령의 의견과 철학을 거스르는 발언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없으면 토론이 되지 않는다. 이 회의에서 토론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 보수정권의 지난 9년간 문제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참모들에게 그것이 ‘황당한’ 수준의 것일지라도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그래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의민주제를 따르는 나라에 야당과 여당이 맞부딪치는 의회가 반드시 존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많은 국민들은 “싸우지 않는 국회를 보고 싶다”고 하고 정치인들은 이에 곧잘 “일하는 국회를 보여 주겠다”고 화답하지만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는 사실 불가능하다. 정치인에겐 싸우는 것이 일이고, 뒤집어 말하면 이는 곧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싸우지 않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고, 정치를 하지 않는 국회란 곧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권력과 언론, 독자 간의 갈등 구도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권력은 힘이 세다. 언론의 임무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론’이 조성되는 과정을 정치의 언어로 하자면 ‘숙의’일 것이다. 권력이 숙의를 통한 공론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통치의 기본이다.

문제는 오늘날 이런 이상적 모델을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거다. 언론은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기술을 동원해 사건을 요리하며 자기 이익을 챙긴다.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단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조차 뒷돈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고 정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과거 같으면 은폐되고 조작됐을 스캔들은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정보를 거의 완전히 지배하는 사회에선 의도치 않은 실수들을 통해 대중(이 아래부터 나오는 ‘대중’에는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앞에 낱낱이 밝혀진다. 대중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상을 말하는 자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대중은 정치와 언론의 ‘엘리트’들이 말하는 명분이 아니라 자신들과 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인식되는 네티즌, SNS이용자, 팟캐스트 진행자의 주장을 더욱 신뢰한다. 특별한 영민함을 지녔지만 기성의 체제에 포섭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은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망설임 없이 편승한다.

어떤 사람들은 ‘작가’를 자처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놓은 ‘진보어용지식인론’을 이런 사례의 하나로 지목하지만, 이게 권력의 ‘입각을 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잠재적 정치인(?)이 택한 방어적 제스추어에 불과한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들의 연속이 이른바 ‘진보언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들의 보편적 배경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을 꾸짖거나 액면 그대로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역시 저들이 내세우는 ‘저널리즘’이란 허울뿐”이라는 확증편향적 인식의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단기간에 대중의 믿음을 바꿀 수단은 없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정치와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장구한 노력을 거듭하는 것뿐이다.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내는 것과 같은 쉽고 확실한 해결책은 단언컨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이상 사건 자체의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이 문제가 누구의 책임이며 배후에 어떤 사익의 논리가 작동하였는지일 따름이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논쟁’이라는 것은 ‘왜 누구에게는 이러했는데 다른 이에게는 저러했는가’라는 ‘내로남불’의 논리를 따지는 것이거나 ‘너는 과거에 나를 속였으니 지금도 나를 속일 것’이라는 자격론, ‘네가 나를 기만하니 나도 너를 기만하겠다’는 무차별적 응징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 애초의 ‘사건’은 사라진다.

그런데 사실 이는 대상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판단으로 상품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소비의 논리’이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정치와 언론 역시 ‘상품’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상품은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상품이 되기를 자처한 정치와 언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왜 대중은 소비의 논리를 쉽게 채택하고 나머지 방식을 그토록 빨리 기각하는가? 그것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오늘날의 대중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체제적 정체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정치와 언론이 공론 조성과 숙의를 가능케 하는 공론장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면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 체제에 도전하는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치는 대중이 오늘날 상실한 생산자이자 주권자이자 통치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해야 하고,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간파하고 이를 탁월하게 다뤄내고야 마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구해야 한다.

즉,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와 언론은 우리가 지금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체제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도하는 이 현상은 심지어 세계적이다. 저널리즘이 불능화 되고 정치가 마비된 세계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눈을 들어 시리아를 보라. 가짜뉴스가 언론을 대체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어떤 정보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내전 외에는 어떠한 정치적인 갈등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세계는 오랫동안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공성과 공정성을 꼽아왔다. 뉴미디어의 시대는 여기에 다양성을 더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이 앞의 디스토피아를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다. 공공성과 공정성을 다양성이 잠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철시키는 선순환을 만들려면 다시 매체 간의 생산적 비평을 말하는 게 필수다. 미디어비평지의 창간은 이를 저널리즘의 방식으로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을 것이다. 이러한 몸짓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왔다. 돌아보면 그저 ‘반MB’를 외치는 건 얼마나 손쉬운 일이었는가.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대안을 꿈꾸는 정치와 언론은 과거 9년보다 더한 절박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오히려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정치와 언론은 숱한 실패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나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대중의 요구에 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이 가시밭길을 가야만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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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 '이낙연 총리 임명에 문제 없다'

 

미디어오늘 의뢰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결과 현재 나온 의혹 문제 없다 의견 우세해...문재인 정부 초기 논쟁 이슈에 대해 힘 실어주는 분위기도 감지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7일 토요일

부인의 위장 전입신고가 사실로 드러나고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대가성 입법 발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임명 동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같은 의혹이 총리 임명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25일과 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청문회에서 나온 이낙연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몇가지 의혹들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67.1%가 총리 임명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0%로 나왔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3.9%), 국민의당(70.0%), 바른정당(53.7%), 정의당(72.1%) 지지층에서는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우세한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53.8%)’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호남지역에서 86.5%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해 이낙연 총리 임명에 대한 지지의사가 가장 높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통령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특히 한국당은 총리 후보자로서 도덕성이 미달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민 여론의 체감온도와는 떨어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주)에스티아이 박재익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임명동의에 부정적인 야당에게는 이 같은 국민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청문회를 앞둔 다른 후보자들 또한 이른바 '위장 전입'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의 대응 기조에 따른 여론의 반전 가능성 또한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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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 총리 임명 문제를 포함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복원 및 감사 문제, 개혁 추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인 여론이 감지된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반대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올리면서 진보당 해산 반대를 첫 번째 인사 요청 사유로 밝혔는데 김 재판관의 진보당 해산 반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50.1%가 김 재판관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김 재판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25.9%, 잘 모르겠다는 24.0%로 나왔다.  

앞으로 김이수 헌재소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에 대한 색깔론 같은 정치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체로 김 재판관의 '소신'에 동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기울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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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시험대로 일자리확충을 위한 10조원 편성 추가 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론은 '일자리 확충이라는 새 정부 주요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73.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대로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예산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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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를 철거하고 공사 이전 상태로 복원 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공사 이전 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에 찬성한다'는 67.4%, '4대강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므로 복원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24.2%, 잘 모르겠다는 8.4%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전격 4대강 공사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자 이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게 나오면서 4대강 감사도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를 대신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두고 각 기관 업무보고를 받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점검하는 등 발 빠르게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개혁을 우선에 두고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56.9%, '통합에 우선을 두고 정책을 보다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4.9%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소통과 개혁을 내세운 만큼 정권 초기 과감한 개혁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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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재인 정부의 남북교류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많았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절한 일이다'라는 응답은 42.6%로 나왔다. 반면 '현재 남북상황을 봤을 때 부적절한 일이다'라는 응답은 50.0%로 나왔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남북 대화 국면이 무르익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교류 개선은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튼튼한 안보' 정책과 별개로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만을 대상(사례수 1000명 중 856명)으로 이유를 물은 결과 소통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나왔다.

'국민과의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50.7%, 이어 '정책 추진을 잘하고 있다'가 23.2%로 나왔다. '참모진과 내각 인사를 잘하고 있다'는 17.1%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매우 잘함' 63.9%, ‘어느 정도 잘함’ 21.7%로 잘함이 85.6%로 나왔고, ‘별로 잘 못함’ 4.8%, ‘매우 잘 못함’ 3.4%로 잘 못함이 8.1%로 나왔다.

한편, 대선 이후 야당의 통합 문제도 앞으로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왔다. 

'국민의당이 앞으로 어떻게 행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대로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39.4%로 나왔고,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29.0%로 나왔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8.9%였다. 

'바른정당이 앞으로 어떻게 행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지금대로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50.3%로,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14.4%),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16.5%)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8.8%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9.4%, 자유한국당 14.5%, 국민의당 7.4%, 정의당 4.8%, 바른정당 4.2% 순으로 나왔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조사 개요> 

조사 제목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5월 월례조사 

조사 기간 : 2017년 5월 25-26일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조사 방식 :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방식 

표본 추출 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표본수를 할당하여 추출

가중값 산출 및 적용 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 (2017년 4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표본 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1%p

응답률 : 6.3%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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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고교 혁명', 넘어야 할 몇 가지 산

 

[분석] 탄력받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절대평가, 교과서 자유발행 등 필요하다"

17.05.27 10:08l최종 업데이트 17.05.27 13:45l

 

학생, 교사, 학부모를 이른바 '교육3주체'라 말하고, 그중에서도 학생을 교육 제1주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돼야 한다"라고 교육기본법 제12조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학생은 철저하게 '객체'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이 아닌 '사육'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 학교가 정한 교육과정에 학생들을 맞추는 경향이었다. 학생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발 중심, 대입 중심의 획일화된 틀과 수능 문제풀이 중심의 시스템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수업시간에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소수의 우수 학생 중심의 수업 관행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학습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또한, 결과와 서열, 지식 중심의 평가 관행 역시 여전하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과 평가에서 학생이 그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 추진
 

지난 3월 교육공약 발표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
▲ 지난 3월 교육공약 발표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
ⓒ 문재인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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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시절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이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불행의 배경에는 과도한 경쟁교육이 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은 거칠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배경 아래, 올해 대선에서는 "필수과목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사실상 고교학점제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는 시험학교 확대 운영 등의 방식으로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고교학점제 공약에 공감한다"라며 "도입 시기와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눈 후,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며 필요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로 현재 핀란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학교는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개설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 과목은 필수, 전문심화, 자유선택으로 구분되는데, 수준에 따라 최고 14단계까지 구분되며, 필수과목이 제한적인 반면 선택과목의 폭이 넓다.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의 도입 시기에 대해 "단계적 도입이라고 해서 무기한으로 여유를 둘 수는 없다"라면서 "최소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어느 정도 틀과 방안이 마련돼 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임기 내에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학교 내 개설 강의를 최대한 늘리고, 지역 내 학교 간 학점 연계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수업도 개설하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처럼 낙제 학점을 받을 경우 해당 과목에서 과락하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재수강제도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학점제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진로설계코칭을 강화하되, 1단계로 학교 내 개인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2단계로는 학교 간 연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3단계로 지역사회 연계형 교육과정운영을 거쳐, 마지막 4단계 온라인 기반형 교육과정까지 나아가는 구상이다.

고교학점제 도입되면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은 사라진다
 

지난 5월 18일 새 정부 교육정책 설명하는 김상곤 전 교육감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운영하고 임기?내에?전국적으로?확대할?계획”
▲ 지난 5월 18일 새 정부 교육정책 설명하는 김상곤 전 교육감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운영하고 임기?내에?전국적으로?확대할?계획”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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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된다. 학생들에게 수업선택권을 주는 대표적인 학교인 '신현고' 사례에서 보듯, 가장 큰 변화는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 

평소 학생 선택권 강화를 주장해왔던 방용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은 크게 반겼다. 그는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요구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학생은 행복해 하고 학부모는 어깨춤을 추며 교육은 신바람이 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다양하게 열어주는 것은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는 정책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은 학생의 삶과 유의미한 수업으로 연결되기에 한층 더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경직된 교육과정이 유연하게 바뀌어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찾아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재수생과 반수생을 줄여 소모적 교육이 생산적 교육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 국장은 고교학점제(학생들에게 교과 및 교과목 개설 요청권 보장, 단위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진로트랙 운영, 최소 이수학점과 총 이수학점 충족 시 졸업 인정, 학점 미이수 과목에 대해서는 재수강제도 도입, 학교 밖에서의 학습 경험에 대해 요건 충족 시 학점 인정) 및 무학년제 운영(교과 선택권 확대를 위해 선택교육과정은 무학년제 운영, 수학 영어 위계형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학습 수준에 따라 무학년제 운영, 학습 진도, 개인의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학습 단위 구성, 수준별에 따른 다양한 교과목의 세분화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한 바 있다.

대선 기간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고교평준화는 선발을 배제한 다양화와 개인화를 지향한다"라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획일화돼 있고 그 중에서도 일반고 '공통필수' 수학은 명백히 과잉"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는 평준화 체제 속에서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가능하게 하고, 입시 준비의 합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라면서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고 교과전형으로 통합해야 하는데 교과의 선택권 확대를 통해 학생의 특성을 나타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 수 감축에 따른 교원 정원 감축의 문제를 고교학점제를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미 충남 삼성고 등에서 고교학점제를 현실화했다"라고 덧붙였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적성과 수준과 관심에 따라 다양한 과목들 간의 조합과 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년제 하에서 대학과 유사한 과목선택제를 도입하는 방안, 오전에 필수과목을 수업하고 오후에 선택과목을 수업하는 방안(홍콩 모델), 무학년제로 운영하여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핀란드 모델) 등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취지는 공감... 하지만 "준비 부족" 우려 목소리도
 

[자료사진] 국회에서 열렸던 관련 토론회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 [자료사진] 국회에서 열렸던 관련 토론회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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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시경쟁 위주의 현 교육체제 속에서 가능하겠는가, 이상론 아니냐?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다,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막으면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수능에서 아랍어가 좋아서 선택하기보다는 점수를 따기 위해 선택하듯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보다는 대입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진단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사 확충과 교실 여건 마련, 교원 양성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고 내신 절대평가, 대입 제도 개선 등 선행하거나 병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학생들도 과연 적은 숫자가 선택한 과목도 폐강되지 않고 개설될까 궁금해 했고, 설사 개설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내신 9등급제에서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의 경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 받기 쉬운 과목이나 인기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제도이지만 중간에 진로가 바뀌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 들러리로 전락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고교학점제는 필요하다"라면서도 "무학년제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기에 동의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혁신학교처럼 희망하는 학교 위주로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당장 완전한 절대평가 도입이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완화된 형태의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 성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4가지

미양고 이기정 교사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면 국영수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국·영·수 비중이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수학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와 더불어 학급별(교사별) 평가제도, 절대평가제, 교과서 자유발행제 등 평가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국민들도 일정 정도 부작용과 혼란을 감수하겠다는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철두철미한 준비없이 섣부르게 도입하면 학교현장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무의미한 제도로 끝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착시키는 데 현실적·교육학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충분한 논의와 많은 검토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를 통해 학교교육을 입시 준비교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도 한국의 교육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수능에서 중요한 과목만 집중 선택할 것이고, 반면에 내신의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 공부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무학년 학점제로 인하여 학교 교육이 대입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면 사교육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생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 없이 시범학교 위주로 도입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시에 전국적으로 확대하자니 무리수가 따르고,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또한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이뤄내더라도 대학이 변별력을 이유로 심층면접이나 본고사 부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팽창할 수도 있어, 고교학점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이라면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차원에서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현장적용을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 현장 교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는 고교 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평가 방법 혁신과 수능 개선, 교원 수급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 고교학점제는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
▲ 조희연 교육감 고교학점제는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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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텔스 전투기’,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윤석준  | 등록:2017-05-27 13:49:01 | 최종:2017-05-27 14:00:3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중국 ‘스텔스 전투기’,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가 ‘항공기’다. 특히 군용 항공기 분야에서는 매우 열세다. 중국 군용기 대부분이 구소련 항공기 역설계·역공정 모델인 데다 엔진 개발도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2012년부터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 F-35에 대적하는 선양 젠(J·殲)-31(수출형 FC-31), F-22 랩터에 필적하는 청두 젠(J·殲)-20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하이(珠海) 에어쇼에 모습을 드러냈고, 중국 공군의 제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중국의 최신예 스텔스기 젠-20 [출처: 중앙포토]

게다가 최근 미국이 F-35B 스텔스 전투기의 해외 첫 실전 배치 지역으로 일본을 택했다. 중국도 스텔스 전투기인 J-20 생산과 J-31 개발로 맞서고 있다. 스텔스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군사 주도권 경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 J 시리즈 전투기가 진짜 ‘스텔스’기라는 전제하에서다.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젠-31’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창공을 가르고 있다. 2012년 10월 31일 오전 선양의 비행장에서 젠-31의 첫 시험비행이 실시됐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출처: 중앙포토]

중국 전투기, 정말 스텔스기일까. 외형부터 보자. 2012년 10월 31일에 비디오 설명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J-31은 길이 17.3미터, 무게는 28톤으로 약간 더 커졌다. 디자인만큼은 스텔스형으로 보였다. 레이더도 중국산 다기능위상배열(AESA) 탑재했다고 밝혔다.

2014년 중국 에어쇼에서 시험비행 중인 ‘J-31’ [출처: 유튜브]

시험비행은 실망스러웠다. 급상승 기동이 없었으며, 회항 기동도 없는 단순 근접 비행(fly-by)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지난 3월 22일 영국 IHS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중국 스텔스기 J-31의 시험비행을 보면 스텔스기의 기본인 항공역학 성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단은 미국 F-35형태를 모방한 중국 J-31, 하단은 왼쪽부터 미 F-22, 중 J-20, 미 F-35, 중 J-31[출처: 영국 가디언지]

가장 큰 문제는 엔진이다. 중국 독자형 ‘WS-15’ 엔진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투기에 쓸 엔진을 러시아제 살류트(Salyut) ‘AL-31F’ 또는 ‘AL-31EF’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엔진은 재연소 기능(애프터 버너)이 없이는 초음속 비행이 불가능해 적외선으로 항공기가 지나간 자리(항적·infrared footprint)가 그대로 드러난다. 

*재연소 기능(애프터 버너): 초음속으로 급가속하기 위해 제트 엔진에 장착하는 재연소 장치

두 번째, 디자인이다. 항공역학 기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가 미지수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 디자인을 모방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22와 F-35를 그대로 흉내 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J-20과 J-31 스텔스 전투기를 살펴보면 1960년대 F-117과 B-2 폭격기 외형 따라 하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F-35 전투기가 탑재한 장비 [출처: 중앙포토]

스텔스 기능은 외형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 체계가 뒷받침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스텔스 효과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보자. 레이더 저반응을 위한 비행통제장치, 재연소 기능 없이도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강력한 엔진, 열처리된 동체 표면, 플라스마 외형 코팅 등이 필요하다. 특히 레이더는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AESA)가 필수다.

‘스텔스 효과가 있다’고 보는 기준은 이렇다. 외형 디자인과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재질까지 갖춰졌다고 본다면 적대공 레이더가 탐지 가능한 면적(Radar Cross Section)을 0.1㎡를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J-20, J-31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양산(量産)이 미뤄지고 있다.

세 번째, 작전 능력이다. 스텔스기는 적의 지휘부, 군사지휘소 그리고 은닉된 핵심 군사시설을 목표로 원거리 정밀타격 임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통제소와 직결되는 동시에 전략적 정보자산을 직접 활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 J-20과 J-31은 아직 시제기 수준으로 재래식 전투기가 하는 해외 육상기지나 항공모함에 뜨고 내리는 임무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종합적인 기능과 체계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F-35 탑재 전술핵 이용한 북 벙커 파괴 개념도 [출처: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외형적 요건을 진정으로 갖췄는가’다. 스텔스는 원거리 통신체계, 정밀 레이더 안테나, 공중 급유구를 반드시 내장해야 한다. 각종 장비가 돌출돼 있을 경우 전자기파를 더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J-20과 J-31은 완전한 ‘내장형’ 디자인이 아니다. 그냥 외형만 미국 스텔스기를 모방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영국 IHS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스텔스기는 무장(폭격물)을 투하하기 위해 무장고(武裝庫·Bay)를 여는 순간 레이더에 노출된다”며 “불과 1~2초 순간인데 이를 고려한 위장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중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런데도 중국 공군은 스텔스기가 꼭 필요할까. 회의적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상대적으로 우세한 국가와 인접했을때 전략적 억제수단으로 쓰인다. 일본이나 호주가 대표적이다. 해외 원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도 스텔스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단독으로 개발한 돈이 없어 ‘못’한다고 보면 된다. 

 

 

수평으로 날다 갑자기 수직상승하는 ‘수호이(SU)-35’ 전투기 [출처: 러시아 국영 타스(TASS) 통신사]

무리한 투자라는 세간의 지적에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스텔스기 개발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의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기 전, 전력 공백을 메우려고 ‘수호이(SU)-35’ 전투기 24대를 사들이기로 했다. 실상은 중국이 러시아제 최신예 전투기 기술 특히, ‘엔진 기술’을 탐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기술 이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다툼이 벌어진 점도 러시아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은 ‘수호이(SU)-27’을 거의 복제하다시피 해 젠(J·殲)-11B를 만들어 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외형은 미국 F-22/35, 성능은 러시아 ‘수호이(SU)-35’급 중국제 스텔스기가 양산될 수도 있다.

글=윤석중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출처: http://blog.naver.com/china_lab/221014034769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209&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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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전교조에 입 다물라는 조중동

 

[아침신문 솎아보기] 시민사회-정부 갈라치기 나선 조중동…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가결될 듯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6일 금요일
조중동, 시민사회- 정부 갈라치기
 
시민사회가 이익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조선일보가 이틀째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 ‘우리가 앞장선 촛불 집회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빚을 갚으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조합원들에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 팩스를 보내도록 독려하고 나선 것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이 ‘수감 위원장 석방’ ‘노조 파괴 금지법 입법’ ‘최저임금 인상’등 요구조건을 내건 점도 문제 삼으며 “법규에 어긋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니 자기들 몫을 챙겨야겠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 26일 조선일보 사설,.
▲ 26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같은 논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은 “문 정부 친문단체들 요구에 휘둘리지 말라” 사설에서 “시민들의 요구는 전교조를 합법화하거나 폭력시위를 주도해 사법 처리된 인물의 석방이 결코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밝혔던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는 특정 단체의 어쭙잖은 요구에 한눈을 팔 시간이 한순간도 없다”고 밝혔다. 
 
동아는 “‘정권교체 힘 보탰으니 대가 내놔라’ 청구서 들이미는 노동계-시민단체” 기사에서  “정부가 수용이 불가능한 요구도 적지 않아 일자리 창출과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아든 새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이 예로 든 사례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로 보기 힘들다. 한상균 위원장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석방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역시 국제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촛불 국면에서 당연히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이 같은 의제를 두고 크게 대립을 하지도 않았다.
 
▲ 26일 중앙일보 사설.
▲ 26일 중앙일보 사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요구’를 하는 것이 정부에 큰 피해가 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 시민사회와 정부를 ‘갈라치기’하는 보도태도다. 시민사회는 정부에 정책개선을 압박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데 이를 막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 때 시민사회의 요구를 들어준 탓에 정부가 실패했다는 사례까지 끌고 나왔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 
 
조선은 사설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운동에 참여정부가 ‘공사 중단’을 약속한 점을 대표적인 전례로 지적하며 “공사 반대 이유가 엉터리였고 공사 중단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공연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당시가) 노무현 정부의 첫 시험대였고 그 시험대 통과에 실패했다”면서 “목소리 큰 극렬 세력의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다 국민의 신임을 잃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엉터리 이유 때문에 천성산 공사가 중단돼 막다른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터널 공사 당시부터 공사가 1년 동안 중단돼 몇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생겼고, 터널 공사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이미 두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2009년 정정보도에서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이며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 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습지에 영향이 없다고 하였으나 지하수 유출현상이 여러차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 논리가 엉터리 이유도 아니고 피해가 이들 신문이 말하는 것처럼 크지도 않았던 진실을 또 다시 외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인권위 강화’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를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하고 △국가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고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률 도입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의 주된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고 부가적인 것만 수용하는 ‘일부 수용’행태는 사실상 ‘권고 불수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 ‘무늬만 수용’ 행태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인권위의 정책·제도개선 권고에 대한 기관의 일부 수용 비율은 37.5%에 달했다. 
 
조중동은 관련 기사의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이뤄진 인권위의 퇴행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위상 회복은 인권대통령 문재인 정체성과 직결” “인권위도 인권도 후퇴 국제망신” “권력 눈치만 보다 인권침해에 눈 감고 입 닫아온 9년”을, 한겨레는 “박근혜 법무부 수감자 의료조처 개선 인권위 권고도 불수용” “현병철 등 반인권 인사들이 장악 인권위 10년 암흑의 역사” 등을 통해 문제를 조명했다. 
 
서울신문,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인권위 강화’를 지지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실질적 활동을 강화하려면, 인력과 예산 확대를 통해 조직 정비와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축소된 인력을 원상 회복하고 더 확대할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인권위가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 감시 개선 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26일 경향신문 보도.
▲ 26일 경향신문 보도.
 
이낙연 후보자 청문회 결과는? 
 
이틀에 걸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임명동의가 가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청문회 최대 쟁점은 이 후보자가 2011~2013년 대한노인회 간부 나아무개씨로부터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는데, 이때 노인회를 법정기부금 단체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두 차례 대표발의했다는 사실이다. 돈을 받고 입법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나씨는 고등학교, 고향 초등학교 후배”라고 밝히며 “2000년 국회의원 첫 당선 때부터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정기후원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특정 시기 후원금이 증액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후보자는 선거기간이라 그럴 수 있다며 “의원 하면서 장사를 했겠느냐. 설마 엿 바꿔 먹기야 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1989년 이 후보자 부인이 강남 논현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실제 거주하지는 않은 것이다. 또한, 당비 대납의혹, 부인의 그림 강매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 26일 경향신문 보도.
▲ 26일 경향신문 보도.
 
이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동성애·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받아선 안되며 사회가 더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존폐에 대해 이 후보자는 “찬양·고무죄는 다수 국민이 ‘과도한 금지’라는 의견”이라며 “너무 앞서가지 않고 국민 뜻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임명안이 가결될 수 있을까?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통과’ 가능성을 점쳤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낸 정당은 자유한국당이 유일하다.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은 ‘청문 위원들은 문제 제기를 강하게 하고 지도부는 온건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보였다”면서 “전남지사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이 큰 호남 지역 상황도 감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역시 “국민의당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바른정당도 일부 문제는 드러났지만 반대표를 던질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야는 26일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 29일 또는 31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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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 "MBC 사장, 국민이 직접 뽑는 방법이 있다"

 
[인터뷰]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 기자
2017.05.26 00:10:56
 

 

 

 

이용마 MBC 해직 기자를 만났다. 이 기자는 지난해 복막 종피종(복막암) 진단을 받고 전라북도 진안에서 투병 중이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가장 열심히 싸운, 그래서 가장 고통받은 언론인이다. 

많은 이들이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 현실이 가져온 변화에 가슴 벅차고 있다. 이 기자는 누구보다 이를 누릴 자격이 있다.  

볕 좋은 봄날 만난 이 기자는 걱정했던 것보다 건강이 좋아 보였다. 인터뷰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3시간 가까이 함께 보냈는데, 피곤한 기색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 가장 급한 현안인 복직 문제에 대해 그는 "하루 이틀 빨리 복직하는 것보다 언론 노동자의 파업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복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지난 2015년 2심에서 나온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고된 그가 복직이 급하지 않다니. 이런 강인한 의지가 그를 지탱해온 힘일 것이다.  

그는 언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근본적인 법, 제도적 개혁을 강조한다. 지난 보수정권 10년에서 일어났던 '언론 장악'과 그 결과로 공영방송이 KBS, MBC가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 장악 방지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기자는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 대리인단을 통해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 대리인단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처럼 추첨제를 통해 뽑으면 된다. 검찰총장도 직선제까지 갈 필요 없이 국민 대리인단을 통해 선출하면 정치적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2주일에 대해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봄이 오나 보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2위 후보와 가장 많은 표차를 통해 당선됐다는 점에선 개혁을 추진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보여주는 것처럼 행정 권력 이외 다른 사회 권력은 여전히 기존의 기득권층이 꽉 잡고 있다.  

 

이 기자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언론과 검찰의 역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22일 있었던 인터뷰 전문이다.  
 

▲ 이용마 MBC 해직 기자. ⓒ프레시안(최형락)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 정치권에서 이용하지 말라  

프레시안 : 건강은 어떤지? 직접 보니, 생각보다 좋아 보인다. 목소리에도 힘이 넘치고

이용마 : 좋다. 실제로도 좋지만, 이왕이면 '좋다'고 써 달라. 지난 3월 <미디어오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전화가 많이 왔다. 건강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사진을 보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건강해 보이게, 사람들에게 전화 안 오게, 잘 찍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프레시안 : 2015년 4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판결을 받지만, MBC 사측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이 2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관련해 진행된 것이 있는지? 

이용마 : 없다. 대법원의 판결을 그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지난 4월 말, 2012년에 파업한 KBS본부 집행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파업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 여부가 있는지와 상관없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사측이 기소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MBC 해직 언론인데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프레시안 :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회 임기 등의 문제가 있어 당장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복직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일 아닌가. 

이용마 : 해직 언론인 문제는 MBC와 YTN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MBC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YTN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났다. MBC 해직 언론인 문제의 경우,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해고자 복직 특별법'에 의해 복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 1월과 2015년 4월, 각각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노조의 파업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때 노조가 정당하게 저항할 수 있다. 법원이 언론 노동자의 파업권(저항권)을 인정한, 굉장히 획기적인 판결이다. MBC 해직 언론인에게는 하루 이틀 빨리 복직하는 것보다 대법원의 판결이 중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언론 개혁이고 언론 적폐 청산이다.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는 그중 하나다. 국회에 계류된 '해직 언론인 복직 특별법'은 여야 할 것 없이 생색내기 좋은 일이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MBC 해직 언론인 6명(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말라. 우리는 법원의 판결로 저항권을 인정받은 뒤 당당하게 복직할 것이다.  
 

'언론 장악 방지법'? 오히려 기회주의자가 사장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지난해 12월, 이용마 기자를 직접 찾아와 복직을 약속했다. 당시 문 후보는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언론 개혁의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용마 :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부실 경영'이라는 엉뚱한 이유로 해임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임명권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권 역시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법원은 정연주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을 인정했다. 이에 근거해 문재인 대통령이 KBS의 왜곡 보도와 편향 보도를 문제 삼아 고대영 KBS 사장을 해임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7대 4로 KBS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이 사장을 해임해도 또 다른 청산 대상이 사장이 될 수 있다. 언론 적폐가 반복되는 셈이다.(웃음)  

프레시안 : 현재 국회에는 '언론 장악 방지법'이 계류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또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바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 

이용마 : 당연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면 180석 이상의 의석수가 필요하다. 민주당(120석), 국민의당(40석), 정의당(6석)뿐 아니라 바른정당(20석)까지 찬성해야 180석(186석)이 겨우 넘는다. 하지만, 주도권을 쥔 바른정당이 언론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 방송법과 방문진법 개정안이 담긴 '언론 장악 방지법'에 대해서도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KBS 이사회나 MBC 방송문화진흥회 구성원의 임기가 끝나기 전, 내년 봄이면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언론 장악 방지법'을 통과시키자고 할 것이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KBS, MBC, EBS 등) 이사수를 13명으로 증원하고 여야 추천 7대 6 비율로 통일하고,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회 특별다수제(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자유한국당 또는 바른정당의 추천 인사가 사장 후보자에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이 불가능하다. 지금의 자유한국당, 즉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거부로 지금까지 국회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상황이 바뀐 지금은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언론 장악 방지법'에 부정적이다. 여야 모두가 찬성하는 공영방송 사장? 누가 있을까. 자유한국당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적이 없고 인품이 훌륭한 고매(高邁)한 사람이거나, 양쪽에서 줄타기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촛불 민심이 요구한 '언론 적폐 청산'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해 언론 개혁을 위한 다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이용마 : 우려하는 부분이다.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기존의 '언론 장악 방지법'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언론 개혁 취지에 맞을까? 심각한 회의가 든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국민에게 맡기자 

프레시안 : 외부에서는 KBS보다 MBC 사장 교체 및 방송 정상화를 더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용마 : KBS나 MBC나 상황은 사실 비슷하다. KBS는 대통령이 당장 사장을 해임할 수 있지만, 후임 인사에 대한 보장이 없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인사가 6대 3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방문진이 있어 MBC는 대통령이 사장을 해임할 수도 없다. 그리고 현재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 구성원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기 때문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 

프레시안 :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 구성원 비율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이용마 : 현재 여야 성향의 구성원 비율은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의 위원을 추천하게 되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래서 KBS 이사회는 7대 4, MBC 방문진은 6대 3이 됐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는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의 구성도 달라져야 하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바꿀 수가 없다. 정권도 갑갑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고 정권은 정권의 길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정권 입장에서도 언론 장악의 야욕을 져버리지 쉽지 않다. 언론 개혁 및 공영방송 정상화,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다. 

이용마 : 그래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국민 대리인단'을 뽑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관 인사청문회를 하면 후보자에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국민(또는 시청자)들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그런데 문제 있는 후보자라도 여대야소 상황이면 무리 없이 임명된다. 반면, 아무리 좋은 후보자도 야소야대면 임명이 불가능해진다. 문제가 뭘까?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상식에 입각해 문제를 처리해야 하지만,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위임한 권력을 제재할 방법이 달리 없다.  

MBC 사장 문제도 똑같다. MBC 사장은 국회에서 여야 6대 3의 비율로 뽑은 대리인(방문진)이 뽑은 사람이다. 사장 후보가 부족해도 '우리 편이다'라고 하면 동의하고, 훌륭해도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언론사의 지배구조가 그렇다. 사장 선임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언론 개혁은 불가능하다.  

정치 권력이 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또 좌우 편향성의 시비를 극복해야 한다. 이런 고민 끝에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국민 대리인단을 통한 추첨제 도입을 주장하게 됐다. 추첨제는 그리스 아테네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리스는 전쟁사령관과 같은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는 선거를 통해 뽑았다. 그 외 공직은 전부 추첨제를 이용했다. 

'국민 참여 배심원 제도'가 이와 유사한 형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최근 국민 참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상식에 입각한 평결이다. 그동안 판사의 판결과 국민 배심원의 평결이 어긋난 적은 거의 없다. 물론 법을 다루는 일은 전문성을 요하지만, 추첨을 통해 뽑힌 국민 배심원의 경우 오히려 사심 없이 정확하게 평결한다. 

이를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MBC 사장을 왜 국회에서 추천한 대리인이 뽑나? 선출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을 논한다고 하지만, 찬반 의견은 늘 여야 추천 비율대로 나온다. 쓸데없는 일 아닌가. 여야 대리인인 방문진이 서너 명의 MBC 사장 후보를 상대로 공개 청문회를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뽑힌 국민 대리인단이 표결을 한다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은가.  

프레시안 :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국민 대리인단' 방식은 사실상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용마 : 그렇다. 따라서 이런 방식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에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자원외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묻지 마'식 투자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가져왔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과 사실상 그 영향권에 있는 이사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부인 또는 국민 대리인이 참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국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개선, 그 출발점을 공영방송 사장 선임으로 하자는 것이다. 검찰총장 직선제 얘기가 있는데, 이 역시 후보자 공개 청문회 후 추첨을 통한 국민 대리인단의 표결로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공영방송 사장이나 검찰총장 등이 권력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며 일할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권 때 언론, 특히 방송 개혁 문제가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면, 과거 야당 입장에서 불리했던 것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걱정되는 부분도 이런 점이다. '이대로 두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생각?

이용마 : MBC 방문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여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인식하기에는 언론의 자유가 확대됐고, 문제의식을 별로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겪으며 과거로 역주행하자, 법에 문제가 있다고 뒤늦게 깨닫게 됐다. 

이제 제대로 된 정부가 다시 들어섰다. 여당 입장에서는 120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욕심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정권 10년과 진보정권 10년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한 번 물어봐야 한다. 현행법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영방송, 저들이 원하는 바보상자 되다  

프레시안 :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MBC는 사실상 보도기능을 상실했다. 소위 '개혁 언론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MBC를 떠났다. 뿐만 아니라, 김재철 전 사장 이래 보도국은 '시용기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해직 언론인이 복직한다고 내부 적폐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용마 : 그런 문제는 MBC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영진이 장악한 상태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일단 과거 정권에 부역한 경영진을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후 MBC의 집단 지성으로 내부 적폐를 해결해야 한다. 

MBC는 이명박 정부 이후 저들이 원하는 바보상자가 됐다. 언론으로 권력의 감시 기능은 없는, 예능 매체로 전락했다. 2012년 파업 당시 예능과 드라마만 남고, 보도 매체의 기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의 '국민의회' 편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지상파의 영향력이 아직도 크다는 방증이다. 사실 김태호 피디도 170일 동안 파업에 동참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켰지만,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돈이 된다는 생각에 김 피디를 어쩌지 못한다. 상업성에만 기인한 방식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프레시안 : 공영방송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종편인 JTBC가 보도매체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문제의식마저 사라진 것 아닌가 싶다. 

이용마 : JTBC의 문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이 이끄는 뉴스가 사실상 '리딩 프로그램' 역할을 하고 있다. 단, JTBC의 이런 순기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개인의 선의에 기댄 방식은 과연 옳은 것일까? 홍 회장이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문재인 정부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선 기간에는 대권 도전설이 나오기도 했다. JTBC는 어디까지나 민영방송이다. 이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종편이 안착했다. 몇몇 종편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도 언론 윤리 등 악영향을 주고 있다. 종편의 폐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용마 : 이미 기반을 잡은 상황이라, 재허가 여부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종편을 취소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일단 종편 채널 스스로 제 살을 깎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 넘은 광고를 제재하고, 막말 방송을 규제하며, 패널 위주의 시사프로그램도 편성 등 방송통신심위위원회가 관련 심의를 제대로만 해도 종편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이기에 가능하다 

프레시안 :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이제 봄이 오나 보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을 남겼다.  

이용마 : 일단 출발은 순조로운 것 같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무엇을 하겠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와 같은 인선을 보면, 키는 청와대가 잡되 경제 관료와 함께 정책 수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적인 인사와 참여정부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선별해 배치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이 바뀐 것이 확실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이제 봄이 오나 보다"라고 썼다. "그래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없는 사람들도 행복을 꿈꾸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내부의 자체적인 개혁과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을 축으로 개혁을 이루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용마 : 윤석열 지검장 인사로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정부의 검찰 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인사 등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검찰 개혁 또는 사회 개혁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87년 6월 항쟁 당시처럼 '촛불 혁명' 이후 당선된 대통령으로 가장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자중지란 상태다. 

검찰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노동자에게는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하면서도 기업은 봐주기 식 수사를 했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늘 권력의 편에서 방송한다면 사회적 의제 설정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이뤄질까? 검찰과 언론, 두 측면이 제대로 서야 우리 사회가 잘 나아갈 수 있다.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은 그래서 중요하고, 모든 적폐 청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를 통한 개혁 드라이브를 사실상 시작했다. 그러나 고비처 등 구조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국회의 조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걱정이 된다. 

이용마 : 역시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갔으면 좋겠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을 의식하며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소신껏 밀어붙인 뒤, 좌절되면 좌절 되는 대로 국민에게 상황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주변의 눈치 보며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보수와 진보 양쪽의 비판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임기 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려고 할 때, 여야 합의 사안과 같은 눈치를 보다 무리수를 두면 어정쩡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의 경우, 진보 진영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통상분야의 초석이 되는 정책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좌초했다.  

이용마 :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한미 FTA 추진을 후회하지 않았나. 당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야당이 찬성할 만한 한미 FTA를 내세운 측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지지층이 오히려 이반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보수와 진보 양쪽의 협공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최형락)


언론, 권력과 긴장 관계가 숙명 

프레시안 : 최근 문재인 지지자들이 진보언론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한 서운함, 또 언론 전체에 대한 불신도 깔려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용마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는데, 말한 것처럼 과거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의 '어용지식인론'이 불을 댕겼다고 본다. 

<한겨레21>과 <미디어오늘> 등 해당 매체 기자들이 감정을 충분히 제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계속 확산되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언론의 위상 설정도 힘들어진다. 사회적 적폐 청산의 시대정신인데, 피아(彼我) 구분을 못 하고 싸우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어부지리를 누리는 것은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다. 진보언론이 좀 더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지지자 중 일부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보수와 진보 언론 양쪽에서 협공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노무현 정부가 협공을 받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정부의 행위에 대한 리액션을 담당한다. 적극적인 행위자가 아닌 사후적인 행위자라는 말이다. 정부의 잘못된 행위를 비판하는 것까지 공격의 빌미로 삼는다면, 언론에게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라는 것이다. 독자들도 언론이 정당한 비판을 하면서 언론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과 나팔수 노릇을 하는 것을 구별해 인식했으면 좋겠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개혁 과제를 실천할 법률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기반이 없다. 유 작가의 말처럼 오로지 행정 권력 하나 장악하고 있다. 사법 권력조차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이 끝날 때쯤 되어야 이들이 바뀐다. 어떻게 보면, 고립무원 상태다. 그런데 아군끼리 총질을 하는, 그것도 아주 감정적인 문제로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프레시안 : 국민에게 언론 개혁에 대해 당부할 말이 있다면?

이용마 : 언론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창이 왜곡되면, 우리가 보는 세상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다.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다. 미우나 고우나,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언론과 권력은 끊임없이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 자체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다. 아무리 올바르고 정당한 권력이 들어선다고 해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는 측면이 있다. 언론은 바로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지적하는 게 존재 이유다.  

프레시안 : 언론인 후배나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용마 : 후배들에게는 미안하다. 왜냐하면, 후배들의 젊음이 5년 이상 낭비됐다. 한참 일해야 할 때인데, MBC의 경우 대부분이 현업에서 쫓겨나거나 현업에 있더라도 눈치를 보고 있다. 사람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대적 아픔을 다함께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언론인으로서 당당한 기개를 잃지 말고, 다시 한번 보여 달라. 절대 권력에 의해서 언론의 자유를 전리품으로 하사받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 달라. 권력이 우리에게 전리품으로 주려고 해도 (이사회 및 방문진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그 전에 좀, 하여튼 당당하게 쟁취했으면 좋겠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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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폐청산 없이는 사회개혁도 없다

검찰 적폐청산 없이는 사회개혁도 없다
 
 
 
편집국
기사입력: 2017/05/26 [02: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들이 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 편집국

 

25일 오후7시 검찰청 앞에서 검찰적폐’ 청산을 바라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등의 단체들이 주최한 이번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검찰적폐 청산 없이는 사회개혁도 없다며 검찰개혁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검찰의 돈봉투 사건에 분노하며 검찰개혁을 촉구했다특히 참가자들은 돈봉투의 목적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의 대가 아니냐며 검찰을 규탄했다사회자는 한 나라의 검찰이 초등학생들이 용돈 기입장 쓰는 것 보다 더 못하게 국민들의 혈세를 쓰고 있다고 한탄했다한 참가자는 지금까지 우병우를 구속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답답하다고 이야기했다.

 

▲ 검찰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시민들     © 편집국

 

또한 참가자들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참가자들은 그동안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을 위해 사회정의를 바로세우고 범죄자를 처벌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과는 다르게 범죄를 세탁해주고부도덕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한 참가자는 검찰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인데 그동안 검찰은 군사독재에 부역해 오며 패거리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평가했다한 참가자는 떡검’, ‘색검이란 말이 고유명사화 되어버린 것이 지금 검찰의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했다나아가 참가자들은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촛불이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처럼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해 끝까지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 촛불집회를 마치고 다같이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참가자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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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9년 무력화된 국가인권위,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인권위 위상 강화 계획’ 발표한 새 정부··· 독립성 높일 제도적 장치 마련 요구도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 2017-05-25 18:25:32
수정 2017-05-26 06: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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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추락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명박 정부는 독립기관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바꾸려 하는 등 노골적으로 인권위 무력화를 시도했고, 보수정권은 이후 지속해서 논란이 되는 인사들을 인권위원 자리에 앉혀 인권위를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권 현안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민중의소리

DJ정부 때 출범한 인권위, 참여정부 때 ‘활짝’
MB정부 무력화 시도, 박근혜정부 거치며 존재감 미비

인권위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2001년 11월 25일 출범했다. 인권위는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국가기구로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국가권력이 저지르는 각종 인권침해행위 등을 구제하는 활동을 한다.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고, 법적 효력은 없지만 해당 행위에 대한 시정권고 등을 내릴 수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 출범한 인권위는 노무현정부 때 꽃을 피웠다. 이때 인권위는 사형제 폐지 의견표명(2005), 집회·시위의 자유 보호 관련 권고(2003·2008),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채용 시 응시상한연령 제한 등 나이차별 개선 권고(2007) 등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권고 등을 내놓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이명박(MB)정부는 노골적으로 인권위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초기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바꾸려 시도했지만 인권단체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MB정부는 대신 인권위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활동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2009년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에 항의하며 인권위원장직을 사퇴했던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좌우지간 인권이다’를 통해 “MB정부가 인권위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조직을 강제 축소했다”고 당시 상황을 비판했다.

박근혜정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MB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인사들을 위원장과 인권위원에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인권위를 무력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인권침해행위에 침묵하며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기 한양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인권위와 언론·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권 현안에 대한 보호활동에 둔감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진정 사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인 1대~4대 인권위원장 시기에 66%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인 5대~6대 때는 44% 정도로 낮았다”며 “이는 인권위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권 현안에 대해 둔감해졌다는 평가를 일부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위상 높이겠다는 문재인정부, 과제는?

조국 민정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인권위 위상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인권위 위상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추락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인권위 특별보고를 정례적으로 청취해 정부 부처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등의 도입을 통해 국가 기관의 인권 침해를 줄이겠다는 게 계획의 골자다.

실제로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인권위의 특성상 문재인 정부 의지로 권고 수용률을 높이는 등 인권위 위상을 재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다시 정권이 바뀌면 보수정권 9년 동안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권위원의 투명한 인선절차, 감시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박근혜정권 때만 예로 들어도 세월호 집회, 백남기 사건 등 수많은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지만, 인권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줄을 타고 내려온 인권위원 등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조사나 권고를 회피한거다”며 “국가권력 견제라는 인권위의 역할 수행을 위해 독립적으로 인권위원을 구성할 수 있게 ‘인권위원 추천위원회’ 제도 등을 만들고, 내부적인 인적쇄신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위원장 1인과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된다. 인권위원들은 국회가 선출하는 4인(상임위원 2인 포함),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독립적인 인권위원 추천기구를 만들어 권력 입김에 자유로운 인물들로 인권위원을 구성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기사 : 문재인 대통령 “과거 정권 ‘인권 경시’와 결별” 국가인권위 강화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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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막았던 자리에 '소통의 컨테이너' 놓다

 

[현장]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개관식, 50일 동안 국민 의견 수렴

17.05.25 18:13l최종 업데이트 17.05.25 19:25l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을 접수하기 대기하고 있다.
▲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을 접수하기 대기하고 있다.ⓒ 유성호


지난 2008년 6월 11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은 세종로 사거리에 멈춰 섰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2층으로 쌓아 올린 '명박산성'이 버티고 있었다. "청와대로 가자", "여기서 멈추자"... 시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밤새 토론을 벌였다. 결국 시민들은 명박산성에 올라 불통의 정부에게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불통의 정부는 결국 촛불로 무너졌다. 9년 전 불통의 정부에 경고를 했던 촛불은 다시 광화문 광장을 채웠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이끌었던 촛불은 이제 '시민혁명'으로 불린다. 그리고 명박산성으로 가로막혔던 광장에는 전혀 다른 의미의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섰다. 

광화문에 들어선 '파란 컨테이너 박스'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을 접수하기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을 접수하기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유성호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회의는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공원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기구 '국민인수위원'의 '광화문 1번가' 개소식을 열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0일 동안 국민 누구나 간단한 신청서만 내면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뿐 아니라 각종 제도 개선 및 민원 사항까지 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 '광화문 1번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다. 

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는 총 12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만들었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색칠된 컨테이너 박스는 세종공원의 나무들과 어울려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광화문 1번가 입구에는 국민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의 접수를 받는 '환영센터'와 시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직접 선물하는 '대통령의 서제'가 마련돼 있다. 

환영센터에서 대기 번호를 받고 문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국민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에 안내에 따라 제안1번지~4번지까지 마련된 공간으로 이동해 '제안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다. 시민들의 제안은 공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받아 적어 기록을 남긴다. 

이날 개소식 직후 사전에 신청한 19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1번가로 들어섰다. 순식간에 제안 테이블이 만석이 됐고,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시민들이 토해내는 각종 제안과 호소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임대주택 제도 개선'부터 '개고기 없는 나라를 만들어달라', '삼성에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개소식 이후 약 30분 만에 국민인수위원을 신청한 사람은 30명까지 늘었다. 

"문제 해결은 이야기 하는 것부터가 시작"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의 정책 제안을 받는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오프라인 창구가 설치된 25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 정책자문을 듣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의 정책 제안을 받는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오프라인 창구가 설치된 25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 정책자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유성호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광화문 1번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만든 온·오프라인 소통창구"라며 "촛불명예혁명을 만들어낸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좋은 정책을 비싼 값으로 사들이기 위한 창구"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서제'에 놓을 문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4차 산업혁명을 다룬 <미래의 속도>를 내놓았다. 행사 사회를 맡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독일의 숲 전문가 페터 볼레벤의 <나무수업>을 내놓았고, 국민인수위의 대변인 격인 국민소통위원 홍서윤 전 KBS 아나운서는 장애인이 자신이 휠체어를 타고 떠난 여행에 대한 기록인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를 소개했다.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은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저서 <처음처럼>을 내놓으며 "책에 '함께 맞는 비'라는 구절이 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맞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함께 한다는 의미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기대, 모든 과정에서 함께 하는 것이기를 바라면 이 책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개소식 이후 직접 사전에 접수한 국민인수위원들 이야기를 '경청'했다. 홍 국민소통위원은 "삼성에서 노조를 만드려다가 해고 당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광화문 1번지는 꼭 어떤 정책만을 수렴하려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이나 민원들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로 50일 동안 접수된 국민 의견은 공무원들이 취합해 백서로 정리될 예정이다. 광화문 1번가가 종료 된 이후에는 각 제안들에 대해 50일 동안 검토 작업을 거쳐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타운홀 미팅이 개최될 예정이다. 세종공원의 광화문 1번가는 매주 월요일 휴무이고 온라인으로는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다.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 '광화문1번가'에 정책 제안하는 시민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개소하자,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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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장관' 김동연은 왜 '아래로부터 반란' 꿈꾸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5/25 10:30
  • 수정일
    2017/05/25 10: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사검증]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로 본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3대 키워드

17.05.25 09:14l최종 업데이트 17.05.25 09:14l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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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비전 2030, 그리고 큰아들의 죽음.' 

문재인 정부 첫 '경제 사령탑'으로 내정된 뒤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김동연(60)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설명할 3가지 키워드다.

김동연 후보자는 지난 21일 내정 발표 때부터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11살 때 아버지를 잃은 김 후보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덕수상고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은행에 취업해 가족을 부양했지만, 주경야독으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해 경제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 시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한 신문 칼럼도 뒤늦게 회자됐다. 공직자들이 '노란리본'조차 함부로 달 수 없던 시절이었다. 지난 2014년 7월 공직에서 물러나 아주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2년 동안 급여의 40%에 이르는 1억 4천만여 원을 장학금 등으로 기부한 것도 화제였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흙수저 장관'

 

198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한 김 후보자는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국장급)을 맡아 국가장기발전전략인 '비전 2030' 실무 작업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거쳤고,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까지 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게 되면 경제 관료로서 최정점을 찍는 셈이다. 

김 후보자 스스로 '위장된 축복'이라고 부르는 젊은 시절의 고난이 그를 경제 관료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지만,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큰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미국 유학 도중 백혈병에 걸려 2년여 투병하던 큰아들 덕현씨는 지난 2013년 10월 스물여덟 나이에 숨졌다. 앞서 김 후보자가 세월호 참사 직후 <중앙일보>에 기고한 '혜화역 3번 출구' 칼럼 역시 자식을 잃은 동병상련에서 나왔다.   

"이번 사고로 많이 아프다. 어른이라 미안하고 공직자라 더 죄스럽다. 2년여 투병을 하다 떠난 큰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한순간 사고로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더 아프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분들 입장에서 더 필요한 것을 헤아려는 봤는지 반성하게 된다. 

돌아보고 고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처럼 모든 국민이 함께 아파하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치유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희생된 분들을 오래 기리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자본이고, 희생된 꽃 같은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진 빚을 갚는 길이다."(2014년 5월 4일 <중앙일보> 김동연의 시대공감 '혜화역 3번 출구' 중에서)

남다른 인생역정 탓에 강연과 언론 인터뷰가 많았던 김동연 후보는 지난 5월 5일 첫 책인 <있는 자리 흩트리기>(쌤앤파커스)를 펴냈다. 김 후보자는 21일 경제부총리 내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7개월 전 큰아들을 잃었는데 큰아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에 투병 의지를 살리려고 아빠하고 책을 같이 써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쓴 것"면서 "큰 애 생일인 5월 5일에 출간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스스로 밝혔듯 책 내용은 경제 현안과 직접 관련은 없고 아들 또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주로 담았지만 각종 사회 문제 해결 방안도 담겨 있다. 앞으로 경제 사령탑의 정책 철학도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완의 보고서 '비전2030',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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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후보자 내정을 계기로 참여정부 '비전2030'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전2030'은 우리 정부와 민간 전문가 60여 명이 함께 처음 만든 국가장기발전계획으로 지난 2005년 수립 당시 25년 뒤인 2030년까지 내다봤다. 김 후보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전략기획관(국장)으로 정부 쪽에서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

김 후보자는 이 책에서 "(전략기획국은) 신설 국이어서 작은 국이었지만 국가장기 발전계획 수립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는 메리트가 있었다"면서 "그 연못에서 6개월 넘게 작업한 결과, 25년 뒤를 내다보는 국가발전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계획까지 수립한 '비전2030'을 만들 수 있었다"고 당시 작업을 회상했다.

하지만 '비전2030' 최종 보고서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6년 8월에야 완성돼 제대로 실행할 기회조차 없이 '폐기'됐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같은 보고서 일부 내용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정책으로 일부 활용되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쓴 책 내용 곳곳에도 균등한 기회 보장, 사회적 자본 확충과 같은 '비전2030' 취지가 담겨 있어,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을 예고했다. 

'함께 하는 희망 한국'이란 부제가 붙은 '비전2030'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성장동력을 만드는 해법뿐 아니라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까지 담겨 학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2006년 8월 참여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에서 주도한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이 만든 국가장기발전계획인 '비전2030' 보고서 표지.
▲  2006년 8월 참여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에서 주도한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이 만든 국가장기발전계획인 '비전2030' 보고서 표지.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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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등은 지난 2015년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기관지 <민주사회와 정책연구>에 쓴 논문('비전 2030'의 입안과정 분석과 재조명)에서 "장기적 시계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경제사회 계발계획을 짜고, 이에 기초해 합리적인 재정배분을 시도한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은 '뜻깊은 실패'였다"면서 "정치적으로는 폐기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의 디딤돌로 반드시 부활시켜야하는 중요한 시도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동연 후보자도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볼링 핀에 빗대,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킹 핀'으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개혁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공직자로서 말하기 쉽지 않았을 날카로운 사회 비판도 담겨있다. 

"우리 사회에서 초과이윤이 과대하게 발생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끼리끼리 문화인 순혈주의가 만연하면서 동종교배의 폐해가 나타나지는 않는가? 이런 행태로 인해 기득권과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형성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답이 '그렇다'라면 '보상의 적정성'이나 '합리적인 격차'의 원칙이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의 보상체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다."(<있는 자리 흩트리기>, 208쪽)

김 후보자는 사회보상체계를 흔드는 요인으로 이른바 '철밥통 구조'에 따른 과대한 초과이윤, 승자독식 구조, 순혈주의 등을 거론했는데 공무원 사회에 만연된 '관피아'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고질적인 순혈주의에는 '관피아'도 있다. 금융권에는 경제 관료 출신들이, 교육계에는 교육부 퇴직 관료가 포진하고 있다. (중략) 이런 순혈주의와 동종교배 구조를 바꿔야 건전한 보상체계가 만들어진다."(<있는 자리 흩트리기>, 214쪽)

김 후보자는 거버넌스를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게임의 룰을 결정하는 주체와 방법에 대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위로부터의 변화와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지도자나 국민대표를 뽑을 때 거창한 담론과 공약이 난무했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중략) 사회와 국가 발전을 생각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개인과 지역, 당파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거나, 실력이 부족했다. (중략) 따지고 보면 지도자나 국민대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실력이 그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있는 자리 흩트리기>, 218쪽)

흙수저 장관이 '아래로부터의 반란'으로 돌아선 까닭

김 후보자는 IMF 경제위기 이후 계속 실패한 '위로부터의 개혁'을 대체할 새로운 거버넌스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거버넌스 구조에서 빠져있던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농민, 학부모 등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중략) 특히 청년이 그렇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그들, 그리고 미래의 그들로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있는 자리 흩트리기>, 219쪽)

김 후보자는 "얼마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런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를 개혁하려면 '버튼업' 방식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인 '싱크홀'을 메울 대안 마련도 주문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김 후보자가 맡아야 할 몫이기도 하다.

'아래로부터의 반란' 같은 김 후보자의 도발적 해법은 32년 공직 생활만 놓고 보면 상상하기 어렵다. 큰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공직에서 떠난 뒤 대학 총장으로서 새로운 사회 경험이 그의 인생과 정책 철학에 큰 변곡점이 된 셈이다.    

김동연 후보자는 아주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만드는 '파란학기', 가난한 학생들을 뽑아 해외 대학 연수를 지원하는 '애프터 유 프로그램' 등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 후보자는 외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애프터 유 재원을 마련하려고 '100만 원의 기적' 모금 운동도 벌였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노력 밑바탕에는 대학 총장 이전에 일찍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미안함이 담겨 있다. 

"공직의 정점에서 '지금이 그만둘 때'라는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1년 가까이 표한 사의가 어렵게 받아들여졌다. 큰 아이가 세상을 뜨고 9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반년 뒤 대학총장으로 취임했다. 대학에 와서 많은 젊은이들을 접할 때마다 문득문득 큰 아이의 모습과 마주쳤다. (중략) 큰 아이가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다. 동시에 우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있는 자리 흩트리기>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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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유화책은 김정은 달러 퍼주기? 조선과 한국당의 ‘콤비’

 

[5·24 조치 7년] 한국당-조선일보, 새정부 민간교류 비난 “천안함 진실규명부터…아예 북에 공기도 막아라”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4일 수요일
 

이른바 ‘5·24 조치’로 불리는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지 7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가 중단된 남북 교류 유연화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구여권의 대북 강경세력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가 북한 김정은을 위한 달러 퍼주기이며, 민간 방북시 북한이 인질로 잡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펴고 있다. 나아가 7년전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남북간의 민간교류마저 사실상 중단시켰던 5·24 조치를 해제 또는 재정비하자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이를 두고 이들이 새정부의 남북교류 자체를 처음부터 못하게 하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2일과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간다는 기본 원칙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남북관계가 계속 단절되는 것은 한반도 상황 관련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교류 등은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5·24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내일신문) “5·24 조치 재정비해야 한다”(KBS 등)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겸 원내대표)은 24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정인 특보의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논의 발언(언론인터뷰)을 들어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가 취한 대응 조치인데, 북한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직까지 한 번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거꾸로 대한민국이 자신들에게 뒤집어 씌었다며 자작극, 모략이라고 변명해왔다”고 주장했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정 권한대행은 “5.24 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해 북한에 또 다시 달러를 퍼준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북한의 핵미사일을 눈앞에 보고도 안보를 내팽개치는 행태”라며 “문정인 특보의 말대로 대북 유화 일변도 조치가 취해진다면 북한 김정은에게 달러를 갖다 바치려고 안달난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주장은 하루 전 조선일보 사설과 거의 판박이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우리가 5·24 해제하면 천안함 장병들은 누가 죽인 건가’라는 사설에서 문 특보의 5·24 제재 해제 및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주장에 대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전시상황 돌입 선포 등 모두 북한의 도발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북은 이런 범죄 행위, 공격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북의 행태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5·24 조치를 해제하면 천안함 폭침은 누구의 책임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조선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북핵 최대 피해국인 우리가 김정은 주머니에 달러가 흘러들어가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한다”며 “새 정부 인사들은 햇볕정책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북은 교류를 위해 방북한 우리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발생 후 두달도 안돼 사고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발표(5월20일)한 지 나흘만인 5월24일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취한 대응조치이다. 주요내용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다. 여기에 인도적 지원사업도 금지시켰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일부 예외를 두긴 했으나 이 같은 큰 틀은 7년째 유지되며 남북교류 중단의 강력한 근거가 돼 왔다.  

5·24 조치에 대해 정부는 아직 해제여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도 남북간 교류가 당장 가능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이것부터 해소할 수 있다”며 “5·24조치나 (그 원인이 된) 천안함 발표와 무관하게 남북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5·24 조치나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나중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6.15남측위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사진=조현호 기자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6.15남측위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사진=조현호 기자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민간교류마저 막는 등 남북교류 자체를 금지시켜왔다.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그전에도 할 수 있던 것을 이제야 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적 노력과 함께 남북교류를 병행하면 핵문제 해결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인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24 조치 가운데 군사적인 내용은 의미가 없고, 나머지 교류협력 관련 내용의 경우 핵문제와도 무관하다”며 “해제하냐 마냐 할 것도 없이 민간교류를 재개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영유아 지원, 취약계층 지원이 핵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항행 자유의 경우 오히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요구하는 것 아니냐. 더 이상 우리가 이런 것을 막을 근거도 없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4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자유한국당
▲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4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자유한국당
 

북한이 천안함 책임이나 사과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이는 하나마나 한 얘기이다. 천안함 진실과 북한 영유아 지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안보문제는 안보문제대로 풀고 교류사업은 교류사업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김정은에 달러 퍼주기라는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두 사업은 시기는 따져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재개해야 한다”며 “모두 민간인들의 재산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원해서 먹여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왜 무리수를 뒀느냐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방북한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10년 간 북한이 우리 국민을 인질을 억류한 적이 있느냐”며 “이해당사자들이 하겠다는데 왜 막느냐. 이는 사업을 못하게 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천안함 폭침이라고 전제해 놓고 주장을 펴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5·24조치 해제여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언론이라면 우선,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확실하게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 대기자는 “또한 우리가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면 북쪽과 접촉하고 교류해야 천안함 사건 같은 비극이 줄어들 것”이라며 “더구나 천안함 사건의 ‘범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의 폭침이라 전제하고 교류를 막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대기자는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이 달러퍼주기라는 조선일보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북한에 공기도 못들어가게 아예 밀폐해야 한다”며 “그런 주장이 상식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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