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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끝나지 않은 'BBK사건'…"다스에 140억 요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1/18 12:00
  • 수정일
    2014/01/18 12:0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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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셔널벤처스 측, 김경준-다스 상대로 한 美 소송에서 승소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17 1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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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셔널벤처스(옵셔널) 주식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주식회사 다스 '140억 송금'을 놓고 미국에서 벌인 재판이 15일(현지시간) 옵셔널의 승리로 귀결됐다.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처스의 후신) 장용훈 대표는 16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주식회사 다스 측에 140억 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미국 연방법원이 "극도로 복잡한 사건"이라고 했을 정도로 난마(亂麻)와 같다. 이 소송은 지난 2010년 말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미국 연방법원은 옵셔널캐피탈 피해자들이 김경준 씨 측과,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회사, 스위스 알렉산드리아 계좌 등을 상대로 낸 '371억 원을 횡령 사건'에서 김경준 씨 등의 횡령이 맞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 검찰은 김경준 씨 측으로부터 압류해 보관 중이던 140억 원에 대해 옵셔널, 다스, 김경준 측 등 3자가 소유권을 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김경준 씨 측은 다른 민사소송을 근거로 미 연방법원의 관할권 하에 있던 스위스 알렉산드리아 계좌에서 140억 원을 빼내 다스 측에 송금을 해버렸다.

'횡령 피해자'인 옵셔널 측은 140억 원에 대한 처분권의 우선순위는 자신들에게 있다며 이같은 방식의 송금이 부적절하다고 소송을 냈지만, '소송관련 행위에 자유를 보장하는 특별법'에 따라 미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 씨 측이 옵셔널이 아닌 다스를 선택해 송금한 것이 '소송의 특권'에 따른 적절한 행위였다는 취지다.
 
▲ 장용훈 대표가 보내온 판결문

▲ 장용훈 대표가 보내온 판결문

▲ 밑줄친 부분에 '소송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 밑줄친 부분에 '소송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옵셔널 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이 "김경준의 크레딧스위스뱅크 계좌에 있던 돈은 옵셔널에서 횡령한 돈으로 이미 입증됐기때문에 140억 원 송금은 사기성 이체로 이는 '소송특권법'에 따른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1심 판결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미국 연방 법원은 2심제로, 이는 최종 판결에 해당한다는 것이 장용훈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140억 원을 다스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를 확보한 것"이라며 "먼저 다스 측에 이 판결을 근거로 140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돌려주지 않겠다면 '추가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스 측이 이 요구를 거부할 경우, 옵셔널 측은 이 판결을 근거로 다스 미국 자산 등에 대한 동결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또 "문제가 됐던 스위스 계좌에서 어떻게 돈이 송금됐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MBC 자료화면

ⓒ MBC 자료화면


이 사건의 뿌리는 BBK사건과 닿아 있다. BBK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에리카김 씨의 동생 김경준 씨가 함께 설립한 투자회사다. BBK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주식회사 다스가 19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과 김 씨는 결별하게 되고, 김 씨는 BBK의 사실상 후신인 옵셔널벤처스의 회사 돈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옵셔널 측과 다스 측이 모두 '피해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김경준 씨는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을 통해 옵셔널 측 피해자가 아닌 다스 측에 140억 원을 송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과의 이면합의' 의혹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140억 송금 사건'의 진실과 함께,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의 실마리가 드러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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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고 천에 싸다가 뛰는 심장에…

등록 : 2014.01.17 20:29수정 : 2014.01.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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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5년 전 용산 생존자 이충연·정영신 부부이야기
2009년 이전 삶은 부끄러워, 이젠 우리가 희망 되고파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은 이제 없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을 집어삼켰던 불탄 망루도 없다. 유가족이자 생존자인 이충연(왼쪽)·정영신씨 부부는 용산을 떠나지 못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친다. 13일 오전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부는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한 남일당 터를 둘러싼 가림막에 국화를 꽂았다.

 

 

인터뷰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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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전 삶은 부끄러워, 이젠 우리가 희망 되고파

 

[토요판] 커버스토리 / 용산참사 생존자 이충연·정영신 부부

 

 

▶ 2003년 이충연(41)씨는 정영신(42)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답니다. 이씨는 무려 전라남도 장흥까지 밥 먹으러 가자고 하고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 깜깜한 길이 무섭다며 손을 잡아달라 했습니다. 이씨는 정씨의 손을 잡은 채 아주 천천히 운전했다고 하더군요.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 뒤 두 사람을 덮은 어둠은 그 밤보다 짙었습니다. 부부는 그 5년 동안 손을 꼭 잡고 오늘까지 걸어왔습니다.

 

 

 

2009년 1월19일 새벽 3시, 아버지와 아들은 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 섰다. 트럭의 짐을 하나하나 건물 안으로 옮겼다. 옥상에 오르자 물대포가 날아들었다. 아들은 물대포를 맞으며 망루를 지었다. 일흔한살의 아버지는 옆에서 거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겐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함께 올라온 30여명을 다독이며 일을 마무리했다. 오후 5시 망루가 완성됐다. “이제 대화하자고 할 거다”라며 기뻐하는 사람들 속에 부자가 있었다. 14시간 뒤인 이튿날 아침 7시께 아버지와 아들은 망루 4층에 있었다. 망루에 불이 붙었다. 아들은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아들은 ‘용산 4구역 상가·공장 철거민대책위원회’(용산 4구역 철거대책위) 위원장 이충연(41)씨였다. 망루 주변에 있던 이들은 그가 죽은 줄 알았다. 죽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건 아버지 이상림(당시 71살)씨였다. 아버지는 1년 뒤 차가운 땅에 묻혔고 아들은 4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망루에서 뛰어내린 이충연씨가 의식을 잃고 중앙대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21일 새벽 1시께 아내 정영신(42)씨는 순천향대병원에서 시아버지의 주검과 만났다. 장례를 치른 건 355일 뒤었다. 하지만 아직 감옥에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남편이 있었다. 아내는 용산을 떠날 수 없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 상근활동가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유가족이자 생존자로, 또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활동가로 이충연·정영신 부부는 처음으로 함께 1월20일을 맞는다. 올 1월20일은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용산 4구역(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 철거민 등 30여명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하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죽은 ‘용산참사’ 5주기다. 부부를 8일 용산구 원효로 1가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진상규명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망루 농성자 30여명 중 유일하게 부자가 망루에 올랐다.

 

이충연 “나는 당시 용산 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이었고, 아버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반년 전 용산 4구역 조합 앞에서 생계 대책을 마련하라는 펼침막을 달다 용역과 싸웠다. 경찰은 30대 건장한 용역은 무혐의 처분하고 아버지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용산 4구역 개발 문제가 해결돼야 본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망루에서 최후 맞은 시아버지 
살아남았으나 감옥에 간 남편 
폐인처럼 지내다 기운 차리고 
진상규명 상근활동한 아내 
4년 만에 남편도 돌아와 함께

 

 

“경찰이 망루 양쪽 잡아당기자 
불기둥이 아래서부터 올라왔다 
폭발할 듯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태양처럼 빨갛고 뜨거운 벽에 
얼굴 녹아내린단 생각 들었는데…”
 
 

 

 

 

죽은 줄 알고 천에 싸다가 뛰는 심장에…

 

망루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5월30일 관리처분인가가 났다. 관리처분인가가 나면 철거가 시작된다. 대화하자고 하면 돌아오는 건 용역의 주먹과 찬바람뿐이었다. 당시까지 용산 4구역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본인이나 아이가 장애인이거나,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거나, 무허가 노점이란 이유로 보상도 못 받은 정말 힘든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우리 같은 철거민밖에 없었다. 그냥 내쫓기는 게 억울해 대화하고 생계대책 만들어 달라고 망루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망루만 기억한다. 철거민들을 망루로 내몬 시간은 잊혔다. 공식 명칭이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인 용산 4구역 기본계획은 2001년 7월 수립됐다. 주거 아닌 상업지 중심의 재개발인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로 지정·고시된 게 2006년 4월이다. 조합의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는 ‘사업시행인가’는 2007년 11월, 주민의 비용 부담이 정해지는 ‘관리처분인가’는 2008년 5월 결정됐다. 남은 절차는 철거와 공사뿐인 상황에서 용산 4구역 상가세입자는 7월 조합의 감정평가에 따른 영업보상비를 통보받았다. 보상은 턱없이 적었다. 이충연씨 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던 ‘레아 호프’의 보상금은 1억500만원. 권리금과 시설비용이 3억 이상 들어간 호프집이다. 그나마 많은 편이었다. 용산 4구역 상가세입자 평균 보상비는 2500만원이었다. 상가 주인인 조합원 1인당 개발 이익이 5억4000여만원으로 추산됐다. 자릿세인 권리금은 인정되지 않았고, 생계 보장을 위한 임대상가는 언급도 안 됐다. 세입자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용역의 폭력도 무서웠다. 2007년 겨울 나타난 용역은, 이듬해 2월부터 세입자가 떠난 빈집에 살기 시작했다. 시공사였던 삼성물산·대림건설·포스코와 철거 계약을 맺은 무허가 철거용역업체 두 곳의 직원들이었다. 빈집에 오물을 쌓아두거나 장사하는 가게에 매일 찾아가 해코지했다. 2008년 6월30일까지 철거를 못 끝내면 하루에 1인당 510만원씩 지체 보상금을 시공사 쪽에 물어주기로 한 용역업체는 주민들에게 강압적으로 떠날 것을 종용했다. 나가자니 생계가 막막하고, 머물자니 용역이 위협하는 상황이지만 대화 통로는 막혔다. 용산 4구역 철거대책위는 망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가족들은 걱정하지 않았나?

 

정영신 “망루가 뭔지도 몰랐다. 위험한 곳 아니라고, 며칠 지나면 나도 왔다갔다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 어쨌거나 용산은 서울 중심지니까 망루 만들면 며칠 안에 대화하자고 할 거라고 했다.”

 

남일당 건물에서 하루 동안 어떻게 지냈나?

 

 “경찰의 호위를 받은 용역이 망루 짓는 우리에게 물대포를 쐈다. 옷이 다 젖어 너무 추워 교대하며 만들었다. 망루를 완성하자 곧 대화가 될 거라는 생각에 축제 분위기였다. 실제 생활은 4층에서 했다. 난로 켜고, 침낭 놓고, 가스버너로 밥도 해 먹었다. 하지만 용역들이 계속 1층에서 불을 피우거나 화학탄을 쏴 연기를 올려 보내 숨쉬기가 어려웠다. 잠도 거의 못 잤다. 건물에 들어간 뒤 얼마 안 돼 경찰이 입구를 막아 짐만 옮겨주고 가기로 한 사람들까지 갇혔다. 그래서 하루 만에 마실 물도 다 떨어지고 음식도 쌀밖에 없었다. 급하게 진압하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9년 1월20일 오전 6시30분 경찰 진압이 시작됐다. 농성 하루 만의 진압이었다. 건물 안 상황은 어땠나?

 

 “진압 전 남일당 건물 앞 한강대로 차량을 통제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사방에서 물대포가 갑자기 비처럼 쏟아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최루액이 든 물대포를 얼굴에 맞고 눈도 못 떴다. 사람들은 물대포를 피해 건물이나 망루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경찰이 진압하면 연대하러 온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연행되고, 용산 4구역 철거민들만 망루에 남아 싸우기로 했다. 하지만 우왕좌왕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망루 안에 들어가 발전기를 돌려 불을 켜고 4층으로 올라갔다. 그 안에서 컨테이너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오는 경찰을 봤다. 경찰이 망루 안으로 들어와 1층부터 연행해 갔다. 쇠파이프나 골프공으로 못 올라오게 막았다. 화염병은 망루 안에 안 던졌다. 불이 나지 않겠나.”

 

 “그 새벽에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제안이 와 희망이 생겼다. 방송 나가면 이제 곧 대화하자 할 거고, 대화하면 곧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특공대가 유리창을 방패로 깨면서 진압을 시작하더라. 그 방패로 내 가슴을 치는 것 같아 무서워 울었다. 그때부터 남편과 연락이 안 됐다. 경찰이 올라가는데 건물 안에 있던 용역도 무서워서 건물 옆 임시건물 지붕 위로 뛰어내리더라. 안에 있던 지석준씨가 난간에 매달린 것도 보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불이 확 끼쳤다. 그리고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오전 7시20분 불이 나던 순간을 기억하는지?

 

 “경찰이 망루 양쪽을 잡아당겨 옆을 벌렸다. 그 틈으로 채증카메라가 보이더니, 불기둥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왔다. 불이 주변으로 확 퍼지자 폭발한다는 생각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때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내 옆에 태양처럼 빨갛고 뜨거운 벽이 서 있어 얼굴이 녹아내린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화염병을 든 ‘도시 테러리스트’들의 ‘무장농성’ 기사가 담긴 아침신문이 집집마다 배달됐을 무렵, 현실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2009년 1월20일 오전 6시30분 경찰특공대 3·5제대원 남일당 1층 계단 진입. 6시45분 경찰특공대 1제대원 10여명 컨테이너 타고 옥상 진입. 7시6분 1차 화재로 7시10분 경찰특공대원 일시 철수. 7시18분 경찰특공대 1·2·5제대 소속 10여명 망루 2차 진입. 7시20분 화재 발생. 용산 4구역 철거민 이상림·양회성(당시 56살)씨와 연대하러 망루에 오른 다른 지역 철거민 한대성(당시 53살)·이성수(당시 50살)·윤용헌(당시 48살)씨 5명과 경찰특공대원 김남훈(당시 31살) 경사가 숨졌다. 불이 나기 전 16명, 불이 난 뒤 8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병원에 실려갔다.

 

창문에서 뛰어내린 이후 어떻게 된 건가?

 

 “옥상 벽과 망루 사이 80㎝ 틈으로 떨어졌다가 불이 다 꺼진 뒤에야 소방관들에게 발견됐다.”

 

 “온몸이 까매서 죽은 사람인 줄 알고 망자라면서 천으로 쌌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떤 소방관이 가슴에 손을 댔는데 심장이 뛰니까 구급차로 병원에 옮겼다. 안 그랬으면 그대로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로 갈 뻔했다.”

 

이충연(왼쪽)·정영신씨 부부는 2009년보다 더 웃고, 더 밝고, 더 건강해 보였다. 상처가 아물어서가 아니다. 지금도 밤에 잠을 설치고 소리에 예민하다. 부부를 넘어 동지가 된 서로가 곁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 사무실에서 부부를 만났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감옥서 편지도 안 써

 

1월20일은 유가족들에게 긴 하루였다.

 

 “하루종일 망루에 오른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아무도 생사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밤이 돼서야 시아버지 주검이 있다는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다.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유전자 검사를 한다고 했는데, 다음날부터 이상림씨라고 보도됐다. 경찰에 따지니 그제야 ‘신분증도 있고 지문도 나왔다’고 하더라. 신분증이 있다면 미리 말해줄 수 있었는데 왜 얘길 안 했나. 그때부터 숨기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덕 어머님(고 양회성씨 부인)이 시신을 전부 봤는데 손목, 발목이 잘리거나 이빨이 다 빠지거나, 갈비뼈가 튀어나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화재사가 아니었다. 부검 시간을 벌기 위해 우리를 하루종일 애먹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장례식을 미루게 됐다.”

 

유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한 건 1월21일 새벽 1시께다. 경찰은 유가족 통보 없이 국과수에서 부검한 뒤, 순천향대병원에 주검을 안치하고도 유가족을 막았다. 주검 5구를 모두 보고 나온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당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웅크리는 등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유가족은 공권력 폭력이 있었는지 봐달라고 했는데 시신이 많이 훼손됐다.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부검한 건 감춰야 할 게 있던 게 아니었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검은 2010년 1월9일 장례식 날까지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있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충연씨의 상태는 어땠나?

 

 “의식이 거의 없던 채로 3일 있다 일반실로 옮겼다. 폐에 매연이 고여 있어 그 치료부터 1주일 받고 검찰에 체포됐다. 다리와 등도 많이 다쳤는데 구속되면서 병원 치료도 못 받고 휠체어 탄 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언제 알았나?

 

 “일반실로 옮긴 날 뉴스 보고 알았다. 창문으로 뛰어내리기 전 마치 다른 사람들보다 앞에 서서 막아주겠다는 듯이 4층 계단 앞에 있던 아버님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뉴스 본 심정을… 표현하기 너무 어렵다. 내게 이런 일이 닥칠 거라 생각하지 못해 감당하기 힘들었고 두려웠고 막막했다. 무엇보다 죄송했다. 난 살아났고…. 내가 그 상황에서 냉정하게 정신 차렸다면 그분들부터 망루 밖으로 모셔야 했는데.”

 

2009년 1월28일 병원에서 검찰에 체포·구속된 이충연씨는 화염병을 던져 망루에 불을 내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등으로 다른 철거민 23명과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경찰의 살인, 업무상 과실치사 등 무리한 진압에 대한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죽음을 당한 철거민 5명은 망루에 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경찰을 죽인 가해자로 몰렸다.

 

구속된 뒤 상황은 어땠나?

 

 “구속될 때부터 출소할 때까지 일부러 독방에 있었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죄송함이 컸다.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자괴감. 아내에게 편지도 안 썼다. 동지들은 죽었는데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아내에게 편지 쓰는 것마저 죄송스러웠다.”

 

2010년 11월11일 대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은 어땠나?
남일당 건물 철거 장면.

 

 “재판 과정은 부당했다. 검찰은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내놓지 않은 수사 자료에는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인정한 내용이 있었다. 화재 원인도 납득이 안 된다. 우리는 망루 안으로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다. 국과수는 당시 영하 10도라 몸에서 나는 정전기도 발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망루 2층에서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국과수가 그 발전기 스위치를 잃어버렸다더라. 17명의 경찰이 채증하고 있었는데도 불이 나는 7시20분 전후 영상만 모두 없다. 경찰의 과잉진압은 조사도, 기소도 안 됐다.”

 

이송범 당시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은 “현장 상황을 잘 전달받았으면 중단시켰을 텐데 지도부가 상황을 잘 몰라 역부족이었던 것이 안타깝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특공대가 성급하게 2차 진입을 시도했다며 경찰력 행사가 위법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이 망루 안에서 화염병 공격 대상이 됐다고 지목한 경찰특공대원 2명은 재판 과정에서 ‘화염병이 터져 불이 붙는 걸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발전기나 정전기 등 다른 화재 원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에 불리하고 농성자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감옥에 홀로 갇힌 이충연씨만큼 밖에서 유가족·구속자 가족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싸웠던 정영신씨도 외로웠다.

 

2009년 한 해를 집 없이 거리에서 떠돌았다.

 

 “2009년은 내게서 많은 걸 뺏어갔다. 내가 그동안 믿었던 대한민국이 고작 이건가 싶었다. 내 삶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국가가 내가 필요 없고 걸림돌이 된다며 쓰레기 취급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뒤 우리도 시청광장에 빈소를 만들었다. 노 대통령 조문 행렬은 줄이 길게 서 있는데 우리는 텅 비었다.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 발길도 끊어지자 정말 답답했다. 그럴수록 나라도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더욱 어머니들과 남편 이충연 위원장 곁을 지키려 했다.” 
 

 

 

 

“그날 새벽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제안이 와 희망이 생겼다 
방송 나가면 대화가 재개 될 거라고 
그런데 경찰특공대가 유리창을 
방패로 깨면서 진압 시작하더라”

 

 

“뉴타운 되면 잘살 줄 알았다 
그들 사탕발림에 이용당한 건데 
우리도 같이 허황된 꿈 꾸며 
개발을 부추긴 게 아닌가 싶다 
용산의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도움 줬던 그분들은 지금 강정과 밀양에

 

정부와 장례식·보상 등에 합의해 사건 발생 355일 만인 2010년 1월9일 장례식을 치렀다. 그 뒤에는 어떻게 지냈나?

 

 “장례 치르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진실 규명이 돼서 한 장례는 아니지만 유가족을 그렇게 놔둘 수 없었다. 장례 뒤부터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망루에서 떨어져 바로 옆에서 불이 났는데도 멀쩡했던 건 ‘너는 살아서 억울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돌아가신 분들 뜻인 것 같았다. 그래서 공부를 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자본론> 같은 어려운 책도 읽고, <임꺽정> 같은 소설도 보며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알려고 노력했다.”

 

 “나는 피해자가 가해자·살인자로 뒤바뀌어 감옥에 있는데 그들을 두고 장례 치르는 게 너무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어머님들의 삶을 알기에 고집부릴 수 없었다. 2009년 12월30일에 정부와 협상 타결되고 맞은 신정 때 용산 4구역에 있던 집도 철거돼 어머님과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미치겠더라. ‘내가 왜, 뭐 때문에 싸웠지?’ 하면서 갑자기 사람이 싫어졌다. 2010년은 내게 없는 해다. 매일 술만 마시고 폐인처럼 살았다.”

 

하지만 정영신씨는 2011년부터 진상규명위 상근 활동을 시작했는데.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행정대집행을 막으러 갔다가 용산에 있던 용역을 만났다. ‘너네 용산 모르냐, 용산처럼 되고 싶냐’고 하더라. 그들이 여전히 용산을 훈장 삼아 자랑하고 다니는 걸 바꾸고 싶었다. 그즈음 진상규명위가 강제퇴거 금지법을 만든다고 해서 활동을 시작했다.”

 

친구의 친구였던 두 사람은 6년 연애 끝에 2008년 5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생활은 8개월에 그쳤다. 용산 참사는 두 사람을 갈라놨다. 이별은 2013년 1월31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이충연씨가 4년 만에 가석방되면서 끝났다.

 

출소 뒤 어떻게 지냈나?

 

 “장례 치르게 도와준 분들께 인사하고 다녔다. 시민사회 모든 분들이 도와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분들이 지금 강정과 밀양에 있다. 그곳은 주민 간의 다툼, 공권력의 탄압 등 용산과 닮은 점이 많다. 아픔을 겪어 봐서 그런지 아내와 함께 그런 아픔 있는 곳을 계속 찾아다녔다.”

 

4년 만에 함께 지낸 1년은 어땠나?

 

 “남편이 동지가 됐다.(웃음) 유가족 어머님들과 구속자 가족 중간에 있던 나는 그동안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할 사람이 있어서 좋다. 솔직히 어머님들 앞에서는 죄송하다. 똑같이 고생했는데, 제 신랑만 옆에 돌아왔으니….”

 

이 “집사람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더 성숙해졌다. 저 하나만 보며 버티면서, 재개발 정책 바꾸고 진상규명 노력 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도 존경심도 커졌다.”

 

정영신씨의 싸움은 이제 외롭지 않다. 남편은 새 가게를 여는 대신 유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진상규명 활동과 연대를 다녔다. 두 사람은 “최소한 5주기 추모제까지는 유가족 어머님들이 해온 만큼은 해야 돌아가신 아버님들께 면이 설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나?

 

 “어머님(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은 한국외대 앞에서 도시락 가게를 하고, 형님은 수원에서 호프집을 열었다. 김영덕 어머님(고 양회성씨 부인)은 숙명여대 앞에서 이자카야를, 권명숙 어머님(고 이성수씨 부인)은 두 아들과 치킨집을 운영한다. 유영숙 어머님(고 윤용헌씨 부인)은 서울시 중구 순화동 철거 투쟁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고, 신숙자 어머님(고 한대성씨 부인)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다른 일을 못하고 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 반대 투쟁을 하는데, 경찰들이 앞에서 2009년처럼 우리를 막고 욕하더라. 자칫하면 다시 2009년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싶어 고문피해자 모임인 ‘진실의 힘’에서 제안한 치유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내 가족의 행복과 남의 행복, 그 사이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 이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나?

 

 “해결된 게 없다. 돌아가신 분들 주검에 타살 흔적이 있다. 죽음의 이유와 경찰 진압 과정은 재조사돼야 한다. 책임자도 여전히 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진상규명위의 질문에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경찰 진압 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공기업 사장에 앉혔다.”

 

유가족의 삶은 멈췄지만 경찰 진압 책임자와 검사·판사들은 안녕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그는 사건 발생 직후 사퇴했다. 그러나 2011년 오사카 총영사가 되더니 2012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경북 경주에 출마했다. 이충연씨 대법원 판결 주심이었던 양승태 대법관이 현재 대법원장이다.

 

용산참사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용산 4구역이 포함된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서울역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서울부도심’ 개발 사업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당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꿈이기도 했다. 서울시장 때 청계천 복원과 재개발·뉴타운 사업을 진행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이어받은 거다. 재개발로 이익과 권력 잡은 이명박 정권,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과잉충성이 핵심 원인이다. 그리고 우리의 무지함도 있을 것이다.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으로 내세운 사람 다 당선됐다. 개발 소식 들으면 ‘나도 거기 땅 사놓을걸’ 하며 부러워하지 않나. 사실 나도 그랬다. 뉴타운 개발되면 다 잘사는 줄 알았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이용당한 건데, 우리도 같이 허황된 꿈을 꾸며 개발을 부추겼다. 용산의 가장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용산참사 이후 삶은 어떻게 변했나?

 

 “전에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내 가족만을 위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아무도 못 돕고 살았는데, 많은 사람이 도와준 덕분에 장례나마 치를 수 있었다. 이제 알았다. 내 가족만을 위한 행복은 남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후회 안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2009년 전의 삶은 부끄러웠다. 바로 옆 용산 5가 철거 투쟁 하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이웃의 어려움을 알았다면 무지하게 당하지도, 억울한 일 당하고 외면받지도 않았을 거다. 이제는 내가 희망이 되고 싶다. 내가 가는 곳마다 아픔은 사라지고 행복이 솟았으면 좋겠다. ‘제2의 용산참사’라는 말을 없애고 싶다.”

 

2010년 12월1일 남일당 건물 철거 날, 근처의 한 정육점을 찾았다. 주인아저씨가 말했다. “저 건물을 보면 없는 게 죄지 싶지만, 나는 저렇게 싸우기보단 빨리 돈 벌고 상가를 장만해 나가고 싶다.” 용산을 지켰던 문정현 신부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2010년 1월9일 장례식 전날 만난 신부님은 루카(누가)복음 10장의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길에서 강도 만나 쓰러진 사람을 구한 건 사제나 레위인이 아닌 멸시받던 사마리아인이었다. “누가 제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예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신부님이 말했다. “강도 만난 이를 그냥 지나친 사람은 이웃이 아닌데, 이 절절한 용산 참사를 보고 그냥 지나간다면….” 용산은 누가 우리의 이웃인지를 물었다. 그 용산에서 살아남은 부부는 이제 강도 만난 사람들의 이웃이 되고자 한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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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 중대제안에 정부 전면거부 배경

"비방중상 하겠다는 것이냐?"<해설> 북한 국방위 중대제안에 정부 전면거부 배경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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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7  14: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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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가 △설 계기 상호 비방중상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명 등 중대제안을 지난 16일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17일 전면 거부했다.

오는 2월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제안은 정부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주장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치더라도, 북한의 상호 비방중상 중단 제안을 거부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남북간에 대화하고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뜻에서 다시 한번 비방중상을 하지 말자는 연장선으로 제의한 것"이라며 "한.미 군사훈련 기간이 끝난 다음에 시작될 남북대화에 대해서 사전 정지작업으로 비방중상을 하지 말자고 나온 것으로 본다"며 북한 국방위의 제안을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남북간 '비방중상 중지'합의를 위반하면서 그 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은 남북간의 신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라며 북한 신년사를 지목했다.

즉,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했지만, "우리 민족문제, 북남관계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에 농락물로 내맡기는 수치스러운 사대매국 행위"라는 발언이 곧 '비방중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자고 했는데, 이런 제안을 거부하면 정부가 앞으로 비방중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과연 정부가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이번 통일부 대변인 논평은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린 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순방 중인 가운데 결정됐다. 이날 회의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필두로 강경파가 주도했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사인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도 이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한 전문가는 "북측의 중대제안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우선적으로 제안하기에 앞서, 군사적 신뢰조치를 취하는 등 남측을 배려하는 게 부족했다.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선제적으로 한 제안을 정부가 받기 곤란하지 않았겠느냐"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비방중상과 한.미 연합군사연습 등을 하나로 묶어 중단을 제안하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기에는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 의사결정자들 면면을 볼 때, 쉽지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을 거부한 배경은 지난해 북한 장성택 처형을 두고 "북한 내부가 불안하다. 북한이 붕괴될 것이다"라는 정부 내부 판단의 연장선이라는 게 중론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달 국정원 간부 송년회에서 "오는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다.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라고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정부가 어떻게 대북정책을 인식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뒤이어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강조하고, 이를 두고 남북관계 개선 조짐을 점쳤던 분석들이 쏟아지자, 정부는 이틀만에 입장을 발표,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리고 장성택 처형을 두고 "형식적 재판 후 4일만에 처형하는 것을 볼 때 북한의 인권상황을 스스로 되돌아 본다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 주장인지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다"면서 북한을 자극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신년회에서 "남북관계 분위기 마련 좋다. 좋은데 거기다 대고 엉뚱한 소리 하게 되면 그건 지적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적할 건 지적하고 우리가 제안할 건 하고,우리는 있는 그대로 이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해야겠다"고 말해 정부의 북한 신년사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즉,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이라는 대목보다 비방중상에 해당되는 표현들을 지적함으로써 일종의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러한 정부내 인식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처형이 곧 북한 불안정성의 상징이고,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로 과정없는 결과론적 통일론을 강조한 데서 공식화됐다.

여기에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에 대해, 미국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일련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더 이상 위반하지 말고 국제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도 "우리의 핵심 대북정책은 변함 없다"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했다.

이러한 반응은 성김 주한미대사가 17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급변사태를 포함한 모든 사태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 가지 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지만 (급변사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엳보인다.

즉, 한.미가 북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불안정성을 강조하고 이를 급변사태, 북한 붕괴론과 연계시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론, 북한 붕괴론과 궤를 같이 한다는게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리고 이는 앞서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이 불안정하다는 분석, 나아가 북한 국방위원회의 상호 비방중상 중단 제안은 곧 북한이 붕괴할테니 거부해도 된다는 판단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남쪽에서 통일대박론이 나온다. 이건 누가봐도 북한 붕괴론에다가 모자를 씌운 것에 불과하다"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면 정권 안정성 획득인데, 그걸 정부가 자꾸 거꾸로 해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의 제의에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적극 환영한다'라는 정답이 있었다. 이를 통해 관계개선, 화해증진을 이뤄가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하면 되지 않느냐"며 "그런데 현 정부는 1년밖에 안됐는데 북한 붕괴론을 기반에 깔았다. 앞길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교수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권력투쟁이 불안하다? 일종의 정치적 분석아니냐"며 "결국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통일이 아니라 급변사태, 붕괴, 흡수통일론이다. 정부가 솔직히 진정성을 보이려면 흡수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로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구축이 목표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면 북한의 제안이 진정성이 있든 없든 사전에 재단하지 말고 만나서 확인하고 접점을 찾는게 올바른 방안"이라고 이번 거부를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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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희귀새 황새, 백령도 폐염전에 최대 규모 찾아와

윤순영 2014. 01. 17
조회수 3523 추천수 0
 

한두마리 보기도 힘든 황새가 17마리 큰 무리 이뤄 월동

인적 드문 폐염전서 물고기 등 먹어…부근서 농수로 공사, 보호대책 절실

 

st0.jpg» 담수호 갈대밭에 무리지어 찾아온 황새.


지난 4일 귀중한 제보를 담은 메일이 왔다. 이런 내용이었다.

   

두루미에 관한 기사 잘 봤습니다. 철원에 살아봐서 두루미에 대하여는 조금 알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이곳은 백령도인데 황새가 보입니다. 사람들 말로는 계속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이곳에 온 지 일 년이 되는데 처음 봤습니다. 7~8마리가 물가에 있다가 다가가면 피하고 하는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 데 너무 멀어 선명하지 않습니다. 황새가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 알려 드리니 참고 바랍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황새가 틀림없었다. 황새 7마리는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무리 중 적은 수가 아니다.

 

겨울철에 천수만과 금강하구, 해남, 제주도에 불규칙하게 5~10 마리가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지난해 환경부의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에서는 간월 호 등 전국 6곳에서 모두 9마리가 관찰됐을 뿐이다.

 

직접 확인하고 싶어 이튿날 바로 백령도로 향했다. 2008년 점박이물범 조사 차 15박16일을 백령도에서 생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 지리는 익숙하다.

 

6년 만에 다시 가는 먼 바닷길이다. 인천항에서 약 220㎞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이 섬에 가려면 쾌속선으로도 네댓 시간이 걸린다. 어둠이 깔린 오후 6시께 백령도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아침을 기다렸다.

 

st1.jpg» 호수가에 멀리 황새 무리가 보인다.

 

다음 날 갯골을 막아 백령도 주민의 자급자족의 농경지확보와 담수를 확보하기위해 만든 백령호수(약991,735 미방미터)로 향했다. 백령호수는 대가을리, 장촌리, 진촌리 중심에 있다. 날씨가 흐리고 을씨년스러운 호수엔 안개가 서려있다.

 

백령 호를 우선 둘러보기로 했다. 호수 가장자리에 황새 한 마리가 눈에 띤다. 그냥 지나쳐왔다. 무리를 보기 위해서다.

 

호수 건너편 갈대숲에 어렴풋이 하얀 물체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황새들이 모여 있다. 마음이 설렌다.

 

st12_화동염전YS3_9857.jpg» 화동 염전. 버려진 염전이 많아 황새의 먹이터 구실을 한다.

 

화동폐염전뒤로 대가을리 마을이 보인다.» 화동폐염전뒤로 대가을리 마을이 보인다.

 

폐염전으로 황새가 날아들고 있다.» 폐염전으로 황새가 날아들고 있다.

 

황새가 있는 곳을 가려면 화동염전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화동염전 갈대숲에서 4마리의 황새가 날아오른다. 일찍 백령 호 잠자리에서 나온 황새로 보인다.

 

백령 호에서 잠을 잔 황새들이 먹이 터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먼 거리이지만 차량을 세워 촬영을 하는데, 한두 마리씩 화동염전으로 자리를 옮긴다,

 

백령호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황새 무리.» 백령호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황새 무리.

 

생전 처음 황새 17마리가 있는 큰 무리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황새는 겨울철에 천수만과 금강하구, 해남, 제주도에 불규칙하게 2~10마리의 무리가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백령도에서 17마리의 황새가 관찰된 것은 처음 있는 일 같다.

 

백령호수를 떠난 황새가 옆에 자리한 하동염전으로 자리를 옮긴다. 80%가 폐염전이고 일부가 염전 구실을 하고 있다.

 

폐염전 주변에서는 농수로 개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황새들이 갈대숲에 숨어 불안해 하고 있다.» 폐염전 주변에서는 농수로 개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황새들이 갈대숲에 숨어 불안해 하고 있다.

 

폐염전에는 민물이 고여 갈대가 무성하고 조류들의 먹이가 풍부해 서식처로 제격이다. 하지만 염전에서는 농수로 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모처럼 큰 무리를 이룬 황새가 그 공사 때문에 방해를 받을지 불안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백령도여서 다행이다. 황새의 새로운 도래지가 망가지지 않도록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주 먼 거리에서도 황새는 곁을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사 때문에 경계심과 불안감이 높아서인 것 같다.

 

백령 호 위를 날고있는황새 무리.» 백령 호 위를 날고있는황새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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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5_아침햇살에붉게물든황새YS2_1116.jpg»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하늘을 날아가는 황새.

 

황새는 아주 예민한 새다. 몇 년 전 러시아에서 황새 둥지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까마귀가 집요하게 알을 훔쳐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까마귀뿐 아니라 맹금류가 어린새끼를 잡아가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경계심은 필수적인 조건 일 수 있다.

 

황새는 황해도와 충청북도 부근에서 8·15 광복 전까지 흔히 번식하던 텃새의 하나였다.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따라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개체수가 대폭 줄어든 데다 1960년을 전후해 밀렵 등으로 모두 희생되었고, 마지막 번식지였던 충청북도 음성의 한 쌍마저도 1971년 4월 밀렵으로 수컷이 사살되었고 암컷이 홀로 남아 해마다 무정란을 낳았다.

 

우리나라 마지막 토종 황새는 1971년 '과부 황새'가 되었고 농약에 중독돼 1983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뒤 1994년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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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흰색 가슴털이 길고 날개깃은 검은색이며 날개 가장자리는 회색이다. 검은 부리는 길고 두터우며 크고 매우 강하게 보인다. 힘센 부리는 철판이라도 뚫을 기세다.

 

몸집에 비해 가늘어 보이는 주홍색 다리는 허약한 인상을 준다.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듯 정적인 몸짓, 한 걸음 한 걸음 살포시 내딛는 조심스런 발걸음은 느림의 미학을 보는 듯하다.

 

회색의 고혹적인 눈, 눈 둘레 붉은 피부의 무늬는 화장을 한 듯 이국적인 모습이다. 정중하고 묵직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주변의 모든 상황을 예리하게 눈동자 속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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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를 두루 살펴볼 때 균형이 맞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런 역동성 덕분에 은밀하고 실수가 없는 매우 정확한 사냥꾼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황새는 몸길이 100~115㎝, 편 날개 길이 190~195㎝로 꽤 큰 편이다. 날개를 펴면 날개 윗면에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나열된 굵은 무늬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상케 하며 흑백의 미를 더한다. 몸무게가 4.4~5㎏로 제법 무거운데도 발돋음 없이 사뿐히 날아오른다.

 

어미 새라도 울대나 울대 근육이 없어 다른 새들처럼 울지 못하고 목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숙이면서 부리를 부딪쳐 둔탁한 소리를 낸다. 즐거워도 슬퍼도 울지 못하고 원초적인 몸짓 언어로 내면의 세계를 소통하고 표현하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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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겉보기에 다른 새들에 견줘 완벽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부족한 듯 어수룩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완벽함이야말로 자연의 경이로움 아닐까.

 

황새는 4년이 돼야 어른이 된다. 사람 나이로 12살 정도라야 번식을 하는 늦게 성숙하는 새이다. 5월~6월 2~6개의 흰 알을 낳아 32~35일 품으며 새끼를 53∼55일간 기른다. 번식지인 시베리아, 아무르 강, 연해주 남부 등에서는 알을 도둑맞는 일도 흔한데, 특히 까마귀가 집요하게 알을 훔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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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먹이는 물고기, 개구리, 무척추동물, 곤충, 쥐, 뱀, 다른 조류의 새끼, 식물성 먹이 등 잡식성이지만 이곳 백령도에서 황새가 즐겨 찾는 곳은 폐염전의 민물이 고인 곳이다.

 

그곳엔 어류가 풍부하고 옆엔 백령 호가 잠자리를 마련하고 주변에 평야와 습지가 있어 자유롭게 오가며 물고기와 작은 동물,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st9_YS2_1711.jpg» 백령도의 황새 도래지는 갈대밭과 폐염전, 부근의 농지가 어울려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황새는 지구상에 2500마리 이하가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인접한 아무르와 우수리강변에서 번식을 한다. 월동을 마치고 4월에 번식지에 도착하여 나무 위에 새 둥지를 짓거나 옛 것을 수리하여 사용한다.

 

유럽황새는 부리와 다리가 모두 검붉은 색인 데 비해 한국의 황새는 다리만 붉은색이고 부리는 검다. 온몸이 흰색이지만 일부 날개깃은 검은색이다.

 

황새가 한국에서 예로부터 흔한 새였다는 것은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황새를 그림과 자수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서구의 황새는 신화나 우화에서 행복과 끈기, 그리고 인내를 상징하는 새로 묘사되어 왔다.

 

황새는 국제 자연보호연맹의 적색 목록에 제26번으로 등록되어 있는 국제 보호조로서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의 시호테알린 자연 보호구에 약 650마리의 황새 무리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1968년 5월 30일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황새를 밀렵하다 적발되는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상습범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백령도/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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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

법원 "파업의 정당성 인정된다"... 44명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서 원고 손 들어줘

14.01.17 10:27l최종 업데이트 14.01.17 12:3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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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 '승소' 판결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서로 안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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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7일 낮 12시 15분] 

2012년 170일간 파업을 벌이다 해고·징계 처분을 받은 MBC 언론인들이 해고 및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17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판사)는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MBC가 원고들에게 내린 각 징계 처분을 모두 무효로 확인하고, 해고자에게는 각 2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2년 MBC본부 노조원들이 170일간 파업을 진행하자, 회사는 정영하 당시 MBC본부장 등 6명을 해고하고 나머지 노조원에 대해서는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노조원들은 해고·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방송 매체는 일반 기업과 달리 표현의 자유와 올바른 알권리 보장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노조원들이 파업을 한 목적을 두고 "특정 경영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MBC 경영진이) 공정방송협의회를 제대로 열지 않는 등 공정성을 위한 여러 절차를 훼손한 것에 대한 파업이었으므로 정당하다고 본다"며 "따라서 원고들에 대한 각 징계는 위법하다고 판단돼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정영하 전 MBC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파업에 대해 명확히 정의했으며, 무엇보다 파업의 정당성을 100% 인정해준 판결"이라면서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해고자와 징계자들을 원위치 시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최승호 전 MBC PD도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언론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이 땅의 언론 자유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 판결"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MBC 경영진들이 판결을 받아들여 현재도 저질러지고 있는 불공정 방송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라 말했다. 

MBC 항소할까? 노조원들 "박근혜 정부 향한 판결임을 명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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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축하해 주는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이 축하해 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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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해직 언론인들이 MBC로 돌아갈 길이 열리게 됐다. MBC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승소한 노조원들의 즉각적인 복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복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MBC 해직언론인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영하 전 본부장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현 정권에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호 전 PD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한 행동들을 보면, 이명박 전 정권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언론탄압을 하는 정부가 아닌가 싶다"며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부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를 향한 판결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이어 오는 23일에는 사측이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제기한 19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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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소 판결에 기뻐하는 MBC 해직 언론인들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뒤 함께 해고된 박성호 전 MBC기자협회장(가운데)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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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받는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3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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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3명 직위해제,이젠 금배지 달겠다는'최연혜 코레일 사장'

 

 


철도노조 파업 강경 대응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1월 16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최연혜 사장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 찾아가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황우여 대표, 홍문종 사무총장과 20여 분간 따로 만나고 왔습니다. 

최연혜 사장이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가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을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도대체 코레일 사장이 총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 속 사정을 알아봤습니다. 

' 2016년 코레일 사장 임기 만료, 20대 총선'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서 최연혜 사장은 많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찌 됐든 코레일 사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을 지켜 철도 파업을 끝낸 공로를 인정받아, 박근혜 정권에서 공기업 사장 임기 3년은 무난히 채울 수도 있습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 대전 서구 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2013년에 박근혜 정권에서 코레일 사장에 임명됩니다. 

그녀의 임기는 3년으로 2016년에 끝이 납니다. 최연혜 사장의 코레일 사장 임기가 끝나는 2016년에는 제20대 총선이 있습니다. 

2016년에 임기가 끝나는 최연혜 사장은 2016년 봄에 코레일에 사표를 내고 2016년 제20대 총선에 나오리라 예상됩니다. 

공기업 사장도 좋지만, 임기가 끝나는 해에 굳이 코레일 사장직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 지역구를 사수하겠다는 최연혜' 

총선이 없는 2016년까지 공기업 사장을 하다가 총선에 나가 금배지를 달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최연혜 사장에게 갑자기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최연혜 사장의 지역구는 대전 서구 을입니다. 비록 총선에 낙선했지만,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일하던 최연혜 사장은 공기업 사장은 정당 당협위원장 직을 맡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났었습니다. 
 

 

 


내심 2016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계획을 삼았던 최연혜 사장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은 현재 공석이었던 지역구 당협위원장에 이재선 전 의원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재선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패배, 낙선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최연혜 사장보다 높은 32,982표를 얻어 2위였습니다. 이후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은 합당했습니다. 

이재선 전 의원은 현재 지방선거에 대전시장으로 출마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재선 전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질 경우, 20대 총선에 다시 나온다는 점입니다.
 

 

 


현재 최고위원회의 인준만 남기고 있는 대전 서구 을 지역구에 이재선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이 된다면, 6.4 지방선거 시작과 동시에 기존 자유선진당 조직과 새누리당 조직이 합쳐져 이재선 전 의원의 강력한 지역구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2016년 총선에서는 대전 토박이었던 이재선 전 의원이 공천받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혹시 이재선 전 의원이 대전시장에 당선되어도, 20대 총선에는 이재선 전 의원의 측근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기업 사장으로 임기를 채우다가 다시 총선에 나올 계획을 세웠던 최연혜 사장 입장에서는 날벼락과 같은 소리입니다. 그래서 최연혜 사장은 부랴부랴 황우여 대표와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만나, 최고위원 인준만 남기고 있는 지역구 당협위원장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해달라고 청탁을 한 것입니다. 

'박근혜가 선택한 그녀, 결국 권력을 향한 불나방'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임명됐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그녀가 철도 민영화는 반대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원래 철도 민영화를 반대했거니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아주 강력하게 철도 민영화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최연혜 사장은 19대 총선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서역을 중심으로 한 KTX 부분 민영화에 대해서 이 부분이 옳지 않다'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이랬던 그녀가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견해를 360도 바꾼 이유는 어떤 철도산업의 급격한 변화도, 철도를 이용한 고객의 시장 변화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자신을 임명해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아주 충실하게 받들었기 때문입니다.  
 

 

 


철도파업이 한창이던 2013년 12월 13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7,843명의 직원을 직위해제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장과 직원이 무슨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아닌데도 그녀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녀가 직위해제했던 7,843명은 전체 코레일 직원 2만 명 중 법적으로 보장된 파업 참여 가능 직원 12,000명의 7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그녀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했던 직위해제는 급여, 인사, 직무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거의 파면 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일반 사기업 사장도 직원들에게 이런 엄청난 규모로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코레일 직원 7,843명은 직위해제를 당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구속된 철도노조 지도부 가족과 직원들은 추운 겨울,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청구한 15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때문에 온 가족이 시름에 잠겨 있습니다. 

수만 명의 코레일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시간,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해에 있을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겠다고 새누리당 대표와 사무총장을 만났습니다. 

코레일은 철도파업에 대해 사과를 하기 위해 만났다는 보도자료를 뿌렸지만, 철도파업에 대한 사과는 국민이 받아야지, 새누리당이 받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심려를 끼쳐드려??) 


박근혜가 선택한 최연혜라는 인물은 권력을 좇아 다니는 불나방과 같은 사람일 뿐, 결코 대한민국의 철도 산업과 국민을 생각하는 '진짜 철도인'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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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놓은 덫에 걸린 윤여준과 박기춘

[주장] '야권연대'는 낡은 정치? 그러면 '야권 필패'다

14.01.16 16:55l최종 업데이트 14.01.16 20:3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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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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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보기도 좋고 먹을 만하지만, 따먹으면 금단의 사과라는 것을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도 지난 12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연대 없이 가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 공학적 연대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 역시 지난 10일 "지금까지 야권이 만날 연대하지 않았나? 단일화하고, 그런데 그것을 국민들이 지금은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마치 어떤 거래,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 정치세력 간의 뒷거래라고 간주한다"고 독자후보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지난 14일 "서울·경기 중 하나는 세게 내야 하지 않나?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저, 이정미 대변인까지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연대·단일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보루

이처럼 여야 모두가 한목소리로 동의하는 사안이 또 있을까?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새정치추진위원회), 정의당은 모두 야권 연대와 단일화를 '뒷거래'요, '금단의 사과'며, '낡은 정치'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일화와 야권연대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보루요,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권력으로 하여금 국민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야권이 스스로 야권연대와 단일화를 낡은 정치로 규정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민주세력 필패, 보수 세력 필승의 덫'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폭주할 수 있는 것도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선거를 통한 박근혜 정부 심판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게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권력이 국민을 무섭게 느낄 때는 언제일까? 언론이 떠들어대도, 야당이 공격해도, 심지어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도 권력을 빼앗길 가능성이 없다면 권력은 결코 국민을 무섭게 느끼지 않는다. 

권력이 국민을 무섭게 느낄 때는 권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 때뿐이다. 그럴 때 비로소 권력은 국민의 말을 듣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빼앗기는 경우는 선거에서 져서 야당에게 권력을 넘겨줄 때뿐이다. 그러므로 선거 승리가 계속 보장된다면 권력은 국민을 우습게 알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박근혜 정권의 폭주 역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에 대한 확신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지금의 정치구도는 올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의 압승과 야권의 전멸을 예고한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가 왜 국민을 무서워하고, 왜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선거연대·단일화 없었으면 한국 민주주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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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박수를 치는 정몽준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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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력의 선거연대와 단일화는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당구도의 근본 특징에 기인한다. 한국 선거제도의 특징은 단순다수제라는 점이다. 한국의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와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모두 단순다수제로, 한 표라도 표를 더 얻은 후보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제도다. 

한국 정당구도의 특징은 보수정당의 압도적 우위라는 점에 있다. 새누리당은 언제나 40% 전후의 압도적 지지율을 차지하는 제1당이다. 이러한 한국 선거제도의 특징인 단순다수제와 정당구조의 특징인 새누리당 압도적 우위가 결합하면, 그 결과는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항상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것을 막는 방법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40% 지지의 보수정당 외의 다른 정당들이 연대하고 단일화하면 보수정당과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7년 대선에서는 DJP연대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처럼 선거연대와 단일화가 있었기에 정권교체가 가능했다. 정권교체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권력이 잘못했는데도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면 권력은 국민을 우습게 안다.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선거연대와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고, 한국 정치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단일화를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자랑이요, 한국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단일화와 선거 연대는 언제나 한국 보수 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다. 한국의 정치구도에서 민주세력의 선거연대와 단일화가 없다면 언제나 보수정당이 필승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보수 세력은 항상 선거연대와 단일화를 '정치담합'이요, '권력만을 노린 게임'이며, '국민이 빠져 있는 낡은 정치'라고 공격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야권도 이러한 보수 세력의 공격논리를 수용해 버렸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만든 '민주세력 필패, 보수세력 필승의 덫'에 어느새인가 빠져 버렸다. 도대체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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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진은 2012년 12월 6일 두 후보가 단독회동을 마친 뒤 악수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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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지난 대선 무렵부터였다. 그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 프레임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민주당 내부와 일부 정치평론가들에게 의해 제기되고, 보수언론이 이를 증폭시키더니,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 국면을 거치면서 단일화에 매몰되어 대선에 졌다는 논리가 기정사실처럼 돼버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대선 패배가 단일화에 매몰됐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역시 단일화 없이는 승리하기 어려웠는데, 승리를 위한 단일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 승리를 위한 단일화가 되려면 가능한 빨리 단일화에 집중해 성사시켜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즉, 단일화에 매몰돼 진 게 아니라 되레 단일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졌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패착은 단일화가 늦어졌다는 데 있었다. 단일화의 블랙홀이 워낙 커서 단일화가 끝날 때까지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후보도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매일같이 정책을 발표해도 단일화 이슈에 묻혀버렸고, 박근혜 후보와의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정책에 관한 논쟁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문재인 의원이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단일화의 구도와 본선 구도가 아주 달랐는데도, 단일화가 늦게 되는 바람에 선거구도가 본선 모드로 전환할 시간이 부족했다. 

단일화 구도는 세대로는 20대와 30대, 지역으로는 호남, 이념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세력으로부터 누가 더 지지받느냐를 놓고 벌인 경쟁인 반면, 본선 구도는 40대와 50대, 수도권과 중부권, 중도·중간·무당파 층의 지지를 누가 더 끌어내느냐의 경쟁이었다. 그런데 단일화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바람에 본선 구도 경쟁에 투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야권, '선거 연대=낡은 정치'라는 덫에서 벗어나라

지난해 대선을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두 정치평론가는 단일화에 대해 정반대의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놨다. 한 사람은 단일화에 매몰되지 말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고 했고, 한 사람은 빨리 단일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후보들의 일성이 후보단일화가 돼서는 안 된다. 단일화를 표방하면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공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야권의 후보들은 당분간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후보다운 후보가 될 것이고, 또 홀로서기를 통해 규합·결속된 지지층이라야 단일화에 나서더라도 후보를 따를 것이다."(이철희, 2012. 9. 17. <프레시안> 기고문 중에서)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각자 뛰어서 합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권교체가 절박하다면, 빨리 단일화의 길을 열고 의제들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각자 뛰면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는 더 커진다. 87년도 다 그랬다. 막판가면 단일화된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도덕적 선의의 문제로 단일화를 바라보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박상훈, 2012. 10. 1 <미디어오늘> 인터뷰 중에서)

두 정치평론가의 차이는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시각은 대선 패배 후에는 '야권 연대·단일화 프레임 극복'의 논리적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민주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를 폄훼하고 '낡은 정치'로 몰아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와 안철수 신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민주세력 필패의 덫'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인데, 야권연대와 단일화를 낡은 정치로 폄훼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압승과 야권 전멸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부진에 더해 야권 분열과 야권 연대의 어려움은 새누리당에게는 필승의 구도를, 야권에게는 전멸의 구도를 선사하고 있다. 그 점이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 폭주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무섭게 여기고,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최소한 야권연대와 단일화의 길은 터놔야 한다. 그러려면 야권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단일화=낡은 정치'라는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유창오님은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선거연대, 안철수, 민주당, 박원순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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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방위, '비방중상 전면중지' 등 중대제안 발표


<추가> "중대제안 실현되면 이산상봉 등 모든 문제 풀리게 될 것" (전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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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6  20: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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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방위원회(제1위원장 김정은) 명의로 음력설을 계기로 오는 1월 30일부터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자고 제안하는 등 세 가지 중대 제안을 16일 전격 발표했다. 

특히 군사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자면서 북측이 실천적 행동을 먼저 보이겠다고 밝히고, 중대 제안이 실현되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현안이 다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해 주목된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저녁 8시경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된 힘으로 북남관계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남조선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통해 “조성된 사태의 엄중성에 대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공화국의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남조선당국에 다음과 같은 원칙적인 문제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외적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정부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제안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 제안이 북한 권력기구 전체가 합의한 공식 제안임을 확인함으로써 최대한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는 먼저 “우리는 오는 1월 30일부터 음력설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것을 남조선당국에 정식으로 제의한다”며 “진정으로 북남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당국자들 자신부터 입건사를 잘하고 언론매체들을 관계개선의 분위기조성에로 이끌어 조선반도전역에 화해와 단합의 열풍이 일게 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올해는 력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남사이에 호상 비방과 모든 형태의 심리전을 중지하기로 《6.4합의》를 이룩한 10돐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민족 앞에 서약한 이 합의를 존중한다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아무런 리유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할 데 대한 력사적인 호소에 화답하여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한다”며 “당면하여 남조선당국은 《년례적》이며 《방어적》이라는 미명하에 2월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부터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특히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포함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제안한다”며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주목된다.

북측이 실제로 서해지역의 무력 배치를 완화하는 등의  군사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는 중대 제안 앞머리에 “세기와 년대를 넘으며 신물이 나게 써온 상투적인 수법 그대로 《년례적》이며 《방어적》이라는 구실밑에 해마다 벌려온 침략적인 《키 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까지 기간을 앞당겨 2월말부터 강행하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이 전쟁연습체계 안에서 계획되여 있는 《쌍룡》상륙작전연습만 하여도 평양타격을 노리고 최대규모로 벌어지게 된다”며 강한 반감을 표했다.

특히 “문제의 위험성은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이 미제침략군의 숱한 땅크, 장갑차집단과 비행대편대를 비롯한 새로운 해, 공군력량이 남조선과 그 주변현지에 은밀히 전개되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있다”며 “사소한 우발적인 충돌도 그 즉시 전면전쟁에로 번져질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조선반도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이 땅에 초래할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우리는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이 더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데 대하여 정중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과 병진로선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모두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물론 세계의 비핵화까지 내다본 민족공동의 보검이며 가장 정당한 자위적인 선택”이라며 “우리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조선반도비핵화는 민족공동의 목표”라며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상호비방과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제안에서 구체적 실천사항을 제시한 것과 달리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실천사항을 내놓지는 않았다.

국방위는 “우리의 중대제안에는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에서 나라의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앞당겨오려는 온 겨레의 지향과 요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며 “이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상호비방 중단과 군사적 긴장 완화와 같은 상호 신뢰조치들을 전제로 남북관계 개선 용의를 밝힌 셈이다.

국방위는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원칙적인 중대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오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고 맺었다.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된 힘으로 북남관계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가자 (전문)
- 남조선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

쓰라린 비극의 민족분렬사에 21세기 14번째의 년륜이 새겨지고있다.

해와 달이 바뀔수록 깊어만지는 겨레의 가장 큰 아픔은 외세에 의하여 강요된 국토량단과 민족분렬의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 끝장을 내려는 단호한 결심을 품으시고 올해의 첫 려명이 터오는 뜻깊은 시각 내외에 천명하신 절세의 애국자의 애족,애민의 뜨거운 호소와 조국통일과 평화번영을 앞당겨 안아오시려는 철의 의지는 삼천리강토와 온 민족은 물론 세계의 마음들을 뜨겁게 달구고있다.

그러나 유독 남조선의 현 집권자들만이 유전으로 체질화된 대결의 늪에서 헤여나지 못한채 새해벽두부터 상서롭지 못하게 놀아대고있다.

마치 엄중하게 번져지고있는 북남관계의 현 대결국면이 우리때문인것처럼 여론을 조작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집안일을 놓고 함부로 꺼들며 그 무슨 《급변사태》의 허황한 꿈을 꾸다 못해 있지도 않는 《도발》과 《위협》에 대하여 꾸며대면서 정세를 고의적으로 긴장시키고있다.

지어 세기와 년대를 넘으며 신물이 나게 써온 상투적인 수법 그대로 《년례적》이며 《방어적》이라는 구실밑에 해마다 벌려온 침략적인 《키 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까지 기간을 앞당겨 2월말부터 강행하겠다고 떠들어대고있다.

이 전쟁연습체계안에서 계획되여있는 《쌍룡》상륙작전연습만 하여도 평양타격을 노리고 최대규모로 벌어지게 된다고 한다.

문제의 위험성은 이러한 군사적움직임이 미제침략군의 숱한 땅크,장갑차집단과 비행대편대를 비롯한 새로운 해,공군력량이 남조선과 그 주변 현지에 은밀히 전개되고있는 상태에서 벌어지고있다는데 있다.

조성된 사태의 엄중성에 대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공화국의 정부,정당,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남조선당국에 다음과 같은 원칙적인 문제들을 제안한다.

1.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할데 대한 뜨거운 호소에 화답하여 실천적인 조치부터 취할것을 제안한다.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는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립장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오는 1월 30일부터 설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것을 남조선당국에 정식으로 제의한다.

올해는 력사적인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남사이에 호상 비방과 모든 형태의 심리전을 중지하기로 《6.4합의》를 이룩한 10돐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민족앞에 서약한 이 합의를 존중한다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아무런 리유도 없을것이다.

진정으로 북남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당국자들자신부터 입건사를 잘하고 언론매체들을 관계개선의 분위기조성에로 이끌어 조선반도전역에 화해와 단합의 열풍이 일게 하여야 한다.

이제는 백해무익한 비방중상과 반목질시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민족끼리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겨레의 목소리에 더이상 귀를 막아서는 안될것이다.

2.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할데 대한 력사적인 호소에 화답하여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것을 제안한다.

사소한 우발적인 충돌도 그 즉시 전면전쟁에로 번져질수 있는것이 오늘의 조선반도현실이다.

이제 이 땅에서 터지는 전쟁은 대국들에게는 어부지리를 주게 되고 우리 겨레에게는 민족의 공멸을 가져다주는 상상밖의 재난으로 될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겨누고 벌리는 모든 군사적인 적대행위들을 무조건 즉시 중지할것을 다시금 제의한다.

당면하여 남조선당국은 《년례적》이며 《방어적》이라는 미명하에 2월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부터 중단하는 정책적결단을 내려야 할것이다.

미국과의 《합동》과 《협동》이 그처럼 버릴수 없는 소중한것이라면 그것을 조선반도의 령토와 령해,령공을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벌려놓으라는것이 우리의 립장이다.

우리에 대하여 말한다면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외세를 끌어들여 민족의 안전과 평화보장에 저애가 되는 군사적행동을 벌리는 일이 없을것이다.

우리는 특히 총부리를 맞대고있는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포함하여 지상,해상,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제안한다.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것이다.

3. 이 땅에 초래할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것을 제안한다.

조선반도비핵화는 민족공동의 목표이다.

따라서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려는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다.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과 병진로선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모두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물론 세계의 비핵화까지 내다본 민족공동의 보검이며 가장 정당한 자위적인 선택이다.

우리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이 더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데 대하여 정중히 제안한다.

동족을 해치는 외세의 핵은 용인하고 온 겨레를 지키는 동족의 핵은 부인하는 이중적행태와 단호히 결별하여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이상과 같은 우리의 중대제안에는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에서 나라의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앞당겨오려는 온 겨레의 지향과 요구가 그대로 담겨져있다.

이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것이다.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된 힘으로 북남관계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가자는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한결같은 요구이다.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원칙적인 중대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해나오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주체103(2014)년 1월 16일 (끝) 

(출처-조선중앙통신 201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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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예언자의 욕심 말한 정진석 추기경이야말로 욕심과 과거 반성해야”

함세웅 “정추기경, DJ 옥중 기도요청도 거절…부끄러웠다”
[단독 반박 인터뷰 함세웅 신부] “거짓예언자의 욕심 말한 정진석 추기경이야말로 욕심과 과거 반성해야”
 
입력 : 2014-01-16  17:05:25   노출 : 2014.01.16  18:37:35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이어가고 있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빗대어 ‘엉뚱한 일’, ‘거짓 예언자의 욕심’ 등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 사제단의 원로격인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장이 “정 추기경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이라며 자신의 과거부터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함 신부는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체험’과 신관(神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엉뚱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1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 추기경이 일부 사제를 두고 ‘중개 역할하는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해서 그렇다’, ‘백성이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기 두려우니까 모세를 앞세웠다, 당신(모세)이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대신 들려달라고 했다, 그게 중개자’, ‘중개자 노릇을 잘못하는 게 거짓 예언자’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함 신부는 “먼저 바른 신관(神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노예살이 할 때 매맞고 고통받는 이를 보고 아파하시고 자비를 베푸신 분이며 모세를 선택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시키신 분”이라며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백성들에게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사제들은 하느님의 말씀, 성경말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세상과 이웃에게 전달한 사람들인데,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의 발언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제단이 욕심과 사심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취지의 정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함 신부는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성서 이전에 만고의 진리인데, 사제들이 사심과 욕심을 지녔다는 것을 무슨 증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사제들에게는 오직 예수님이 삶의 표상이고 길잡이이다. 이런 발언 자체가 정 추기경의 자신의 사심과 욕심, 미성숙을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신부가 지난해 7월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재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의 분열의 이유가 ‘욕심이 앞서기 때문’, ‘욕심과 오해 때문’이라고 진단한 정 추기경의 인식에 대해 함 신부는 “이런 내용과 이러한 표현은 사실 시간과 우리 시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화석과 같은 이야기”라며 예수님이 꾸짖었던 대상에 자신과 정 추기경과 같은 종교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함 신부는 “이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정 추기경 자신이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추기경이 사제단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사제단이 왜 분열과 분란을 낳으면서까지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함 신부는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때로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하셨고, 실제로 예수님 때문에 당대 유다 종교 사회는 분열됐었다”며 “하느님께로 향하기 위해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과 세상의 욕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함 신부는 “불법관권선거를 주도한 정부기관과 새누리당의 사과와 집권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범죄인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를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가라는 호소이며 초대”라며 “불의한 자에 대한 사제의 고발은 사제의 사목적 행업이며 공동선을 위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 추기경 본인이 자신의 말처럼 욕심과 사심없이 살아왔는지에 대해 함 신부는 “누구나 사람은 각자 하느님 앞에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하며 저도, 정 추기경도 하느님 앞에서는 한낱 죄인일 뿐”이라며 그의 과거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사건으로 전두환 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토마스모어)의 가족들이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주교에게 봉성체(奉聖體:가톨릭에서 병자나 감옥에 계신 분에게 사제가 찾아가서 기도하고 성체를 모셔주는 예식)를 여러차례 청했는데 정 교구장은 이를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그 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돼 청와대에서 서울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를 초청했을 때 그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사실을 놓고, 비서관들이 저에게 ‘어떻게 사목자가 이럴 수 있습니까, 감옥에 있을 땐 기도방문을 거절하고 청와대 대통령이 되니 청와대에 가서 점심식사에 응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하고 질타했습니다.”

함 신부는 “당시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며 “이 사실을 함께 생각하며 하느님과 역사 앞에 우리 모두 속죄의 기도를 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함 신부는 “최후의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오는데, 그 때 구원의 기준은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돌봐주고 도와줬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저주가 선언됐다(마태오 복음 25장)”고 성서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함세웅 신부.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을 자유인이라 규정한 정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함 신부는 “좋은 표현이기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표현”이라며 “신자유주의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죄와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유인이지만, 하느님께 언제나 예속된 하느님의 종, 예수님의 제자라는 점에서 교황을 자유인이라 표현하는 것은 모자란 표현”이라며 “교황은 하느님을 성실하게 믿고 사람을 섬기는 분이자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과 같이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웃을 늘 찾아가는 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 추기경을 두고 “신관 정립이 부족했듯이 교황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염수정 추기경 서임에 대해 함 신부는 “결과를 수렴한다”면서도 “염 교구장의 강론이 아직 잘 종합되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추기경이 되셨으니 성경에 바탕을 둔 교황의 가르침을 잘 따라 그 분의 말씀과 삶을 서울과 한국 사회에 활짝 분명하게 펼폈으면 하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에 불이익을 주거나 교회 내 분열과 갈등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 함 신부는 “우리 사제들은 1974년부터 성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결같이 행동해왔기 때문에 이 모든 행업은 사목적이었다”며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 때문에 아파하시고, 신음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 자비심을 사제들은 간직하면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신부는 사제단의 잇단 박근혜 대통령 사퇴 연쇄 시국미사에 대해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약속의 땅으로 이동했던 해방과 구원의 모습으로 늘 이해하고 있다”며 “마침 교황의 신선한 그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이번에 추기경이 된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도 하느님의 가르침과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이 구원과 해방의 대열에 함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기독교 목회자들의 시국기도회에 대해 함 신부는 “같은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확인하는 같은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체성을 확인하고 더 큰 감격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1월 15일자 1면.
 
다음은 함 신부와 16일 나눈 인터뷰 요지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1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부 사제의 사회적 발언이 논란 일으키는 현상에 대해 “중개 역할하는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해서 그렇다, 백성이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기 두려우니까 모세를 앞세웠다, 당신(모세)이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대신 들려달라고 했다, 그게 중개자”라며 “예언자가 뭔가, 하느님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다, 중개자 노릇을 잘못하는 게 거짓 예언자”라고 비판했는데, 합당한 말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우선 제가 사제로서 교회 고위사목자들에게 비판하는 것이 마음에 무겁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교회의 참 진리가 왜곡되면 안되겠기에 사제와 신학도의 비판의식을 갖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대답에 응합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바른 신관(神觀)을 정립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노예살이 할 때 매맞고 고통받는 이를 보고 아파하시고 자비를 베푸신 분입니다. 이 때문에 모세를 선택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시키신 분입니다. 하느님을 모세가 체험했습니다. 그 모세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백성들에게 전했습니다. 백성들이 그 말씀을 따랐습니다. 여기서 정 추기경은 ‘탈출기’(출애급기)의 모세 체험과 신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백성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사제들은 누구입니까. 하느님의 말씀, 성경말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세상과 이웃에게 전달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의 발언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입니다. 바른 신관, 모세의 해방적 행업을 잘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제의 예언자적 역할과 관련해 정 추기경은 논란과 분열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거짓 예언자의 욕심 때문”이라며 “예언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가장 먼저 사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진다”고 거듭  말씀했습니다.  사제단이 욕심과 사심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정 추기경의 말씀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성서 이전에 만고의 진리입니다. 문제는 사제들이 사심과 욕심을 지녔다는 것을 무슨 증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16일자 경향신문에 사설 ‘정 추기경의 거짓 예언자 발언 부적절하다’을 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사제들에게는 오직 예수님이 삶의 표상이고 길잡이입니다. 이런 발언 자체가 정 추기경의 자신의 사심과 욕심, 미성숙을 드러내는 발언입니다.”

-그러면서 정 추기경은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의 분열에 대해 “욕심이 앞서기 때문”, “욕심과 오해 때문”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이런 내용과 이러한 표현은 사실 시간과 우리 시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원론적인 얘기입니다. 화석과 같은 과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욕심의 주체가 누구입니까? 마태오 복음 23장을 읽어보면, 예수님은 무엇보다도 당대의 종교인들을 무섭게 꾸짖으셨습니다. 1차적 대상이 우리 종교인들입니다. 이 속에는 사제인 저를 포함해서 정 추기경 같은 분이 대표적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정 추기경 자신이 깊이 성찰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정추기경께서는 사제단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신 반면, 사제단이 비판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제는 전 존재를 걸고 예수님을 선택하고 예수님의 삶, 특히 십자가의 길을 따르기로 선택하고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예수님의 제자이고, 사제의 모든 행업은 사목적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때로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무서운 말씀도 하셨고, 실제로 예수님 때문에 당대 유다 종교 사회는 분열됐었습니다. 하느님께로 향하기 위해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과 세상의 욕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 때 필연적으로 아픔과 분열이 생깁니다. 이 분열은 참된 하느님 나라 실현과 자신을 찾기 위한 구원의 선택입니다. 
불법관권선거를 주도한 정부기관과 새누리당의 사과와 집권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범죄인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를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가라는 호소이며 초대입니다. 불의한 자에 대한 사제의 고발은 사제의 사목적 행업이며 공동선을 위한 책무입니다.”

-정 추기경 본인은 자신의 말씀처럼 욕심과 사심없이 가난한 백성과 사회 정의의 역할, 또는 거짓이 아닌 진실한 예언자의 역할을 해 오신 것인지 같은 사제로서 평가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누구나 사람은 각자 하느님 앞에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저도, 정 추기경도 하느님 앞에서는 한낱 죄인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희 사제들은 죄인임에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사목적 행업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은 그 자신이 매우 노력을 했겠으나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 제가 이 기회에 다시 지적하고자 합니다. 

참된 사목이란 고통 받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에게 다가감입니다. 그런데 1980년 김대중 내란사건으로 전두환 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토마스모어)의 가족들이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주교에게 봉성체(奉聖體:가톨릭에서 병자나 감옥에 계신 분에게 사제가 찾아가서 기도하고 성체를 모셔주는 예식)를 여러차례 청했는데 정 교구장은 이를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후반부를 보면, 최후의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오는데, 그 때 구원의 기준은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돌봐주고 도와줬을 때 가능하다고 했고, 그렇지 아니할 때 저주가 선언됐습니다. 그런데 그 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돼 청와대에서 서울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를 초청했을 때 그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사실을 놓고, 비서관들이 저에게 ‘어떻게 사목자가 이럴 수 있습니까, 감옥에 있을 땐 기도방문을 거절하고 청와대 대통령이 되니 청와대에 가서 점심식사에 응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하고 질타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그후 저는 이 내용을 정 추기경에게 직접 얘기하고 글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함께 생각하며 하느님과 역사 앞에 우리 모두 속죄의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정 추기경은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좌파 리더십, 우파 리더십 등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좌다, 우다 하는 것도 우리의 사심이며 교황은 그 너머에 있다, 완전히 사심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건 사심을 초월한 분”이라며 “내가는 교황님은 자유인”이라고 평가하셨는데요. 
“자유인이라는 말이 참 좋은 표현이기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죄와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유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언제나 예속된 하느님의 종,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따라서 교황을 자유인이라 표현하는 것은 모자란 표현이고, 교황은 하느님을 성실하게 믿고 사람을 섬기는 분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과 같이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웃을 늘 찾아가는 분입니다. 그는 바로 하느님 때문에 사람을 섬기는 분입니다. 여기에 교황의 아름다움과 혁명성,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신선한 힘이 있습니다. 신관 정립이 부족했듯이 교황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합니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서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느 조직, 어느 사회 어느 공동체이든지 인사권자가 있습니다. 교황이 임명권자로서 서울대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저는 결과를 수렴합니다. 다만 이미 언론에 보도됐듯이 지난해 11월 24일 염 교구장이 명동성당에서 한 시대착오적인 미숙한 강론에 대해 제가 조목조목 반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29일쯤 같은 자리에서 염 교구장은 전 주일의 강론과는 전혀 다르게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며 ‘사제들은 현장으로 바로가라’, ‘가난한 어려운 사람 소회된 사람을 포용하라’는 등으로 강론한 바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두 강론을 비교할 때 염 교구장의 강론이 아직 잘 종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추기경이 되셨으니 성경에 바탕을 둔 교황의 가르침을 잘 따라 그 분의 말씀과 삶을 서울과 한국 사회에 활짝 분명하게 펼쳐 보이셨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왜 염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서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교황의 깊은 뜻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서울교구를 포함한 한국 천주교회와 한국 모두 변화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를 두고 자칫 향후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현 정권에 대한 사제 뿐 아니라 기독교 여러 교단 등 성직자들의 저항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다소 머뭇거렸던 염수정 서울교구장도 복음에 기초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이 분명한 사회적 인식 속에 시대의 징표를 잘 깨닫고 복음적 가르침을 더 분명히 선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고, 다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그 어려움을 과감하게 신앙으로 이겨내라는 뜻으로 알아듣겠습니다”

-현 한국천주교 내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입지가 줄어들거나 교회 내 분열과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우리 사제들은 1974년부터 성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결같이 행동해왔기 때문에 이 모든 행업은 사목적이었습니다. 사제의 사목에는 언제나 정의가 그 근거인데, 정의의 바탕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 때문에 아파하시고, 신음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 자비심을 사제들은 간직하면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연쇄 시국미사 행렬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약속의 땅으로 이동했던 해방과 구원의 모습으로 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마침 교황의 신선한 그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이번에 추기경이 되신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도 하느님의 가르침과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이 구원과 해방의 대열에 함께 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독교 내의 기독교장로회, 감리교회 등 다양한 교단에서도 ‘박근혜 정권 사퇴’ 시국기도회와 거리행진을 잇달아 벌이는 것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같은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확인하는 같은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체성을 확인하고 더 큰 감격을 느낍니다. 또 민심이 천심이라는 속담의 진리를 늘 마음 속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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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승진 탈락... 경찰 해명은 '거짓'이었나

[주장] "수사과장→총경 승진 드물다"더니... 광주 A경정의 파격승진, 왜?

14.01.16 11:38l최종 업데이트 14.01.16 11:3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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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앞)이 국정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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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경정)의 총경 승진이 좌절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은 권 경정의 탈락 배경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일선서 수사과장의 경우, 인사 관행상 총경 승진 유력 대상자가 아니다"며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을 하다 총경 승진한 전례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 경정 승진 탈락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9일, 그 많지 않다는 전례가 '빛고을' 광주에서 나왔다. 광주 일선서의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던 A경정이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광주경찰 내에서도 A경정의 승진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말 그대로 전례를 찾기 힘드니 말이다. 대신 광주경찰 내에서 승진이 유력하다고 입소문을 타던 B경정과 C경정의 이름은 최종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하루 광주경찰 내부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권은희 수사과장 승진 좌절, '전례'를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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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자, 당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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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광주·전남 출신 공직자가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실력+α'가 필요하다는 게 지역 내 정설이다. 

경찰이 스스로 인정한 이 파격적 인사의 수혜자 A경정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때문에 곡성 출신으로는 드물게 한나라당 당료부터 시작해 청와대 홍보책임자 자리까지 오른 이정현 홍보수석과의 인연이 거론된다. 

A경정 스스로 "(이정현 수석과) 친구 사이"라고 하니 친분도 있는 듯하다. 여기에 A경정은 현 정부의 요직을 휩쓸며 약진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중퇴한 특이한 이력(39기)을 갖고 있어, 경찰 내부에서조차 "육사 라인 고위층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A경정은 "이정현 수석과 동향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정현 수석은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친구다. 나를 돌봐주고 뭐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육사 라인' 의혹에 대해서는 "1979년에 육사에 들어가 기초군사훈련 1, 2개월 받은 게 전부"라며 "누가 그런 말을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들이 위험하게 왜 나같은 사람에게 신경을 쓰겠나. 같은 기수인 사람들도 다 알지 못하는데"라고 주장했다. 

이례적인 승진이라는 지적에는 "경위 때 승진이 좀 늦었고 경감 때도 2년 늦었다, 이번에만 좀 빠른 것"이라며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있을 거라는 소식에 2007년 일선인 광주동부서로 지원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 권 경정의 탈락 배경에 대해 '전례가 많지 않은'이란 이유를 대놓고도, 그 해명을 부정하는 또다른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언론에서는 권 경정의 하수상한 인사를 지적하기 위해 "경찰에 특채된 사법고시 출신자들이 총경에 임용되지 못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내밀었다. 

승진 위해 권력의 마음 사라?

왜 전례가 드문 일(일선서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이 권 경정에게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고, 또다른 전례 없는 일(사법고시 출신이 총경에 임용되지 못한)은 굳이 권 경정만 비껴가지 못한 것일까. 왜, 그 희박한 확률은 경찰의 '수사 독립'을 간절히 바라던 권 경정에게 일어나야 했으며 전례가 드문 또 다른 경우는 왜, A경정에게 적용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나는 현직 기자 시절 경찰의 하위직 승진을 심사하는 인사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만났던 승진 대상자들은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권력의 마음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번 사례처럼 그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성과 혁신이 없는 '독립'은 오지 않는다. 12만 경찰관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을, 한줌도 안 되는 수뇌부는 왜 모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안현주님은 참여자치21 사법감시센터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참여자치21은 국정원의 석연찮은 경찰청 예산지원의 규모를 알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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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기생 겨우살이, 알고 보니 생태살이

조홍섭 2014. 01. 15
조회수 6484 추천수 0
 

겨울에 모습 드러내는 기생식물 겨우살이, 생태계 핵심 자원 드러나

약효 성분 알려지며 무분별 채취, 이대로 가면 2020년 안 자취 감출 우려

 

mi0-4.jpg» 낙엽이 진 겨울숲에서 겨우살이의 열매는 한층 돋보인다. 겨우살이가 단지 약초를 넘어 생태계를 위해 보존가치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린 겨울 숲은 썰렁하지만, 무성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겨우살이는 겨울이 돼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3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안 호숫가의 졸참나무에는 까치집처럼 생긴 겨우살이가 가지 위에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잎과 줄기는 초록빛이고 콩알만 한 황록색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 있다. 나무 위를 나는 새들이 보기에는 춥고 힘든 계절에 때아닌 잔칫상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mi1.jpg» 마치 새집처럼 느티나무에 다닥다닥 자리 잡은 겨우살이. 기생식물인 겨우살이가 너무 많으면 나무가 죽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공존한다. 사진=이수광

 

주로 참나무 위에 터잡고 살며 광합성을 하지만 부족한 물과 양분을 숙주 나무로부터 빼앗는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반인에겐 항암 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약효를 지닌 민간 약용식물로 인기가 높아 채취와 벌목의 부작용이 심각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리효과와 함께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겨우살이의 놀라운 생태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mi0-1.jpg» 겨우살이는 광합성을 하는 녹색 잎이 영어 와이(Y) 자 형태로 자란다.
 

 

■ 새들과 끈끈한 관계

 

겨우살이의 한살이를 처음 기술한 사람은 생물 분류학의 토대를 닦은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였다. 그는 개똥지빠귀가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은 뒤 끈적끈적한 점액에 싸인 씨앗을 근처 나뭇가지 위에 배설하는 것을 보고 새들이 겨우살이를 퍼뜨린다는 것을 알았다.
 

 

나뭇가지에 점액으로 들러붙은 씨앗은 곧 싹과 뿌리를 내리는데, 뿌리는 달팽이 눈처럼 2개의 뾰족한 ‘촉’이 달린 빨판 형태로 숙주 나무에 침투한다. 겨우살이 씨앗의 기생과정을 실험한 최경 국립수목원 박사는 “겨우살이 뿌리가 숙주 조직에 직선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감싸 안듯이 침입하기 때문에 겨우살이가 자리 잡은 부위가 불룩해진다”고 설명했다.
 

 

mi6.jpg» 겨우살이 씨앗을 둘러싼 끈끈한 점액. 씨앗을 숙주식물의 줄기에 붙게 한다.

 

mi9.jpg» 끈끈한 점액에 싸인 겨우살이의 씨앗은 새들의 배설물과 함께 또는 새의 부리에 들러붙어 새가 이를 나뭇가지에 문질어 떼어내는 과정에 숙주에 들러붙는다.

 

mi10.jpg» 씨앗이 숙주 나무에 뿌리를 내려 잎을 피워 올렸다. 씨앗이 이처럼 나무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싹을 튀우기는 매우 어렵다. 인공적인 증식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싹튼 겨우살이가 모두 자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말라죽는다. 김혁진 국립수목원 박사는 “껍질이 단단한 큰 나무보다는 어린나무에 겨우살이가 처음 자리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겨우살이의 성장속도는 아주 느려 한 해에 가지 한 마디씩 늘려 간다. 씨앗이 숙주에 정착해 첫 가지가 나오기까지만 3년이 걸린다. 김 박사는 “어린 가지에 기생한 겨우살이는 숙주 나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채 보통 20~30년 동안 함께 살아간다. 새 둥지 형태로 겨우살이가 자라려면 30년은 걸린다”고 덧붙였다.
 

 

mi0-2.jpg» 겨우살이는 매우 느리게 자라는 나무이다. 새 둥지 형태의 겨우살이가 되려면 30년은 걸린다. 남획에 취약한 이유이다.

 

■ 숲을 살찌우는 핵심 자원

 

겨우살이가 기생해 불룩해진 참나무 줄기는 종종 바람에 못이기거나 병균에 감염돼 꺾어져 떨어진다. 겨우살이가 목재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겨우살이 유해론은 쑥 들어가고 대신 겨우살이의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분위기이다.
 

 

최근 꼬리겨우살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수광 국립수목원 박사는 “전국의 겨우살이 분포지에 다녔는데, 겨우살이가 붙은 나무 밑에 더 다양한 식물이 산다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우살이가 참나무의 수명을 단축하지만 그 ‘숲 틈’을 통해 햇빛이 숲 바닥에 도달해 하층 식생이 풍부해지며, 죽은 참나무 가지 자체가 새로운 생물 서식지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mi12.jpg» 겨우살이가 기생해 불룩해진 갈참나무 가지들과 일부 떨어져 나간 모습. 생태계 영양순환에 요긴한 기능을 한다.

 

나아가 겨우살이를 숲의 핵심자원으로 평가하는 연구도 외국에서 나오고 있다. 겨우살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왓슨 오스트레일리아 찰스 스터트대 교수는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숲 전체의 겨우살이를 모두 제거했을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3년 뒤에 조사했다. 
 

 

그 결과 단지 겨우살이 열매나 가지를 이용하는 종만 영향받은 것이 아니었다. 숲에 살던 조류 종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그는 “겨우살이가 연어, 도토리 등처럼 숲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자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기생을 하기 때문에 양분과 수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겨우살이의 열매와 잎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당분을 40~60%나 함유하고 있고 10종의 필수 아미노산도 간직한다. 지방을 35%나 포함하는 종류도 있다.

 

mi11.jpg» 숲 바닥에 떨어진 겨우살이 열매. 영양분이 풍부한 겨우살이의 열매와 잎은 새와 쥐 등 동물에게 겨울철 주요한 먹이이다.

 

다른 먹이가 드물 때 나오는 열매나 잎은 새와 쥐 등 다양한 동물의 먹이가 된다. 또 새집처럼 생긴 겨우살이의 가지는 새들의 편리한 둥지이자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겨우살이가 어떤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는 거의 연구되어 있지 않다.

 

■ 약효 때문에 멸종될라

 

mi4.jpg»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 참나무를 베어낸 모습. 요즘 국립공원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은 모두 고발 처분된다. 사진=이수광


겨우살이는 동의보감에 올라 있는 오랜 민간 약용식물이다. 유럽에서도 중세부터 약초로 쓰였고, 1990년대 항암효과가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돼 있다. 이에 따라 활엽수가 많은 숲을 중심으로 겨우살이에 대한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겨우살이를 채취하느라 나무를 송두리째 베어내기도 한다.
 

 

이수광 박사는 “지리산 달궁에서 1㏊ 면적의 숲에서 참나무류 100여 그루가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 베어진 것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한 개인적 채취 말고도 동력 톱을 이용한 전문업자의 채취와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농촌에선 겨우살이 건조시설을 정부가 지어주기도 한다.
 

 

mi3.jpg» 농촌 장터에서 채취한 겨우살이를 잘라 판매하는 모습. 사진=이수광

 

황금희 덕성여대 식물자원연구소 교수는 “현재 수준의 채취가 계속된다면 2020년 이전에 국내에서 겨우살이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겨우살이와 다른 변종인 한국·중국·일본에 분포하는 겨우살이의 자연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증식법 개발과 남획 방지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겨우살이가 많은 덕유산, 내장산 등 국립공원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을 고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중국에서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중국 겨우살이의 수입량은 3만 5000㎏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반입량은 이보다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겨우살이는 중국에서도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mi7.jpg» 마치 꽃이 핀 것 같은 꼬리겨우살이. 강원도 깊은 산에만 분포하지만 겨우살이보다 비싸게 팔려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mi8.jpg» 꼬리겨우살이의 열매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사진=조명환

 

mi5.jpg» 삼나무에 자리 잡은 참나무겨우살이. 제주도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이수광

 

mi2.jpg» 빨간색 열매가 열리는 빨간겨우살이. 소백산에서 촬영한 개체이다. 사진=이수광

 

특히, 국내 겨우살이 가운데 강원도 고산지대에 약 1500개체가 분포하는 꼬리겨우살이와 제주도 일부 지역에 700개체 정도만 있는 참나무겨우살이는 이미 희귀종인데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한 태풍 등에 의해 자생지가 위협받고 있어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겨우살이란 어떤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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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뺀 전 세계에 1400여 종이 분포하는 반기생 나무이다. 우리나라엔 단향과에 속하는 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와 꼬리겨우살이과에 속하는 참나무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등 5종이 분포한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겨우살이로 주로 참나무, 밤나무 등 활엽수에 기생한다. 다른 나뭇잎이 나기 전 3~4월 꽃을 피우고 낙엽이 지는 11월 열매를 맺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전통 약재로 쓰였다. 서양에서는 행운과 소원성취의 상징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쓰이고 있다. 이 나무에 들어있는 렉틴이란 물질의 항암 기능이 밝혀져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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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본 김무성-무죄,시민-처벌 '수상한 검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1/16 11:40
  • 수정일
    2014/01/16 11: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월 15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김무성,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악용하여 종북몰이를 했고, 이를 통해 선거에서 엄청난 이득을 취했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화록을 공개했고, 이는 사건의 본질이었던 대화록 악용이 대통령기록물 논란으로 뒤바뀌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검찰 수사가 얼마나 이상하고 엉터리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찌라시 본 김무성 무죄, 시민은 처벌하는 이상한 검찰' 

2013년 11월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공개한 혐의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대화록을 어떻게 보고, 그것을 대선 때 공개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찌라시 형태로 된 문건에 대화록 중 일부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한 것과 각종 언론 및 인터넷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대화록)내용과 같았기 때문에 대화록의 일부가 흘러나온 것이라 판단해 공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기자가 구체적으로 '정보지를 근거로 대선 유세를 했다는 뜻인가?' 묻자, 김무성 의원은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김무성 의원의 말은 자신이 찌라시 문건을 입수했는데, 그것이 다른 언론과 블로그, 정문헌 의원 발언과 유사해 신뢰했고, 이를 공개했다는 주장입니다. 

거대 여당의 막강한 권력자가 증권가 찌라시와 블로그를 보고 선거 유세를 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랬다는 김무성 의원의 말만 믿고 무혐의 처리해준 검찰도 참 이상합니다. 
 

 

 


김무성 의원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2013년 3월 중천건설 윤중천 대표가 자신의 원주 별장에 사회 고위층 인사를 모아 놓고 성접대를 했던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관련자 명단이 증권가 찌라시로 나왔습니다.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원주 별장 성 접대 정보'라는 리스트가 확산했고, 경찰은 명단이 사실이라도 유포하면 처벌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찰의 경고대로, 당시 SNS로 관련 글을 리트윗했던 사람조차도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 벌금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증권가 찌라시를 봤다는 점과 이를 통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부분입니다. 김무성 의원도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굴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사건의 양상은 비슷한 데, 어떻게 김무성 의원은 무혐의를 받고, 일반 시민은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검찰이 가진 대한민국 법전에는 '새누리당에 속한 자들에게는 예외를 둔다'는 항목이라도 있었는가 봅니다. 


' 손등에 뽀뽀만 해도 성추행, 여기자 성추행 이진한은 경고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법무부와 안전행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4대악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만큼은 확실하게 새 정부 임기 내 반드시 뿌리를 뽑아서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지켜드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에게 악수하자고 한 뒤에 손등에 입을 맞춘 혐의로 기소된 한 모 씨에 대해 성추행이 맞다면서, 벌금 1,500만 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친근감을 표시하려 하는 행위였을 뿐, 성추행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2013년 12월 26일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출입기자단에 갑자기 송년회를 하자고 했고, 20여 명의 기자가 모였습니다. 이진한 검사 주변에는 여기자 3명이 앉아 있었는데, 이때부터 이진한 검사의 성추행이 시작됐습니다. 

A 기자에게는 어깨를 감싸고 '뽀뽀 한 번 할까?'라는 소리를 여러 차례 했고, B 기자의 손등에 입을 맞추기도 했으며, C 기자에게는 계속해서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는 여성 기자 3명을 모두 성추행했던 이진한 차장검사는 결국 기자의 전화를 받고 온 검찰 간부에 의해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이진한 검사는 이 사건으로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의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만약 여성 3명에게 뽀뽀하자고 하고, 손등에 입을 맞추고 등을 손으로 만진 사람이 이진한 검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당연히 성추행 혐의로 최소 벌금형 1,500만원은 받았을 것입니다. 

'수상한 정치검찰, 불공정한 대한민국'

성추행을 했지만, 현직 차장 검사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이진한 차장검사가 어떤 사람입니까? 바로 국정원 사건과 대화록 유출 사건을 담당한 차장검사입니다. 

이진한 검사는 곽노현 교육감 사건을 수사했으며 천안함 사건 관련 네티즌을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했던 검사입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천신일 세중나무여행 회장의 특별 당비 대납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석열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으며, 대화록 유출 수사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치 검사로 권력의 충견이 된 검사는 계속해서 비슷한 사건을 맡고 있으며, 그 결과는 항상 권력자에게는 유리하게,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에게는 부당한 법의 심판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블로그에는 '검찰'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이라면 공정한 사회를 바라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의가 승리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정의는 흔들리고, 가진 자와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자들만이 오로지 법의 처벌을 피하고 살아갑니다. 

검찰이 개혁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권력자들은 대선 부정을 또다시 저지를 것이며, 정치 검사들은 법보다는 권력자의 눈치만 보며 법의 잣대를 이리저리 바꿀 것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계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 또한 공정하지 못할 것이며, 법을 지키는 사람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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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5주기, 다시 “여기 사람이 있다!”

[미디어 바로미터] 박래군(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입력 : 2014-01-16  09:51:22   노출 : 2014.01.16  10:31:16
 
5년이 지났지만, 2009년 1월 2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이나 철거민들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 날 철거민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살려고 올랐던 남일당 건물 위 망루를 향해 새까맣게 몰려들었던 경찰들은 먹잇감을 노리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 같았다. 손이 쩍쩍 달라붙는 강추위가 몰아친 그 새벽과 아침에 망루를 향해 내뿜어지던 강력한 수압의 물포들…그리고 치솟은 불길, 쓰러지는 망루 위로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의 절규와 통곡…믿지 못할 일을 눈앞에 보던 많은 사람들의 불안한 눈길들…. 그날 모두가 잠들었던 새벽부터 막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거나 출근길에 나섰던 이들이 보았던 그 참상의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용산의 유가족들은 2009년 1월 20일로 시계가 멈춰 버렸다고 한다. 그들에게 모든 것이 변해버린 날, 매일 기다리던 남편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남편과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하며 울분으로 살아낸 세월이었다. 그 5년 동안 철거민들을 죽인 김석기를 비롯한 경찰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기록마저 감추어 불공정하게 진행된 재판의 결론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불이 났고, 그로 인해서 경찰관 1명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 나라 사법부가 내린 결론이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억울한 판결에도 어쩔 수 없이 4년 넘도록 감옥살이를 해야 했고, 지금도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리고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강제진압을 지휘한 책임자 김석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앉아버렸다. 
 
   
▲ 용산 참사 유족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355일 동안 남일당 현장은 “여기 사람이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미사를 올리고, 문화제를 하는 나날이 전쟁이었다. 경찰의 방해와 연행과 구속, 그리고 수배를 이겨내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들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잊기만을 기다렸던 이명박 정권 아래서 질기게 싸워서 형식적이나마 총리의 사과도 받아내고, 서울시가 협상을 주선하게 만들었던 그 투쟁의 시간들…그 속에서 우리는 용산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진심으로 열망했다. 더 나아가서 용산과 같은 국가폭력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기를 세워서 외치고는 했다. 이제 돈으로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자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고, 살려달라고 망루까지 지어서 올라간 것 아니냐고. 

하지만 용산 유가족과 사람들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용산에서 사람을 죽였는데도 용인되는 상황에서 공권력은 다시 용산과 똑 같은 방식으로 쌍용자동차에서 파업을 진압했다. 그 뒤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24명이나 죽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강정에서, 밀양에서 사람의 절규를 외면한 잔인한 국가범죄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용산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탓이다. 용산은 우리 시대의 모든 것이다. 이 나라,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바로미터이다. 공권력이 사람을 부인과 은폐로 덮어버려도 된다고 강변하는 정부가 있고, 그것을 되레 망루 철거민들을 도심테러범이라고 몰아세우는 국회가 있고, 그 공권력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가 있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런 증거가 또 어디에 있을까. 용산의 유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날로 시계가 멈춰버렸다. 

지난 5년은 잊히지 않기 위한 몸부림의 세월이었다. 구속된 철거민들의 석방을 요구한 이유였고, 영화 <두 개의 문> 상영운동을 벌였던 이유였고, 김석기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명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투쟁을 한 이유였다. 그러면서 국가폭력의 현장에 용산의 유가족들은 달려갔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대한문 농성장으로, 강정해군기지 농성 현장으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연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만들어낸 연대의 힘이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음을, 비정상을 정상처럼 알고 있는 세상에서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이들이 있음을 확인해오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용산의 유가족들에게 우리 사회는 고맙다고 인사해야 한다. 아직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은 진실규명은 한 치의 진전도 없지만, 용산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음을 우리는 또 감사해야 한다. 
 
   
▲ 박래군(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용산의 진실이 규명되고, 그 책임자들이 처벌되는 것은 국가가 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이 황금을 향한 죽음이 경쟁에서 헤어나 스스로 존엄한 자리로 돌아가 사로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일이다. 잘못된 자본의 폭력 앞에 절망하는 것을 넘어, 자본의 편이 되어 제 나라 국민을 죽이는 잘못된 국가를 넘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민주주의와 인권의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용산참사 5주기 추모위원이 되고, 추모행사에도 함께 하자. 16일에는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국가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상영이 열리고, 18일에는 다시 남일당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행진을 하여 서울역에서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결의를 모은다. 20일에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제도 갖는다. 그리고 막을 내리겠지만 용산의 진실이 모두 드러나는 그날까지 용산은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355일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 뒤에도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많은 이들과 잡은 손이 있음으로. 그러므로 용산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용산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고 있는 망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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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게 남은 카드는 이제 전쟁 뿐

[새해 북미대결전 전망] 장성택 사건과 한반도 새해 운명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1/16 [05:33]  최종편집: ⓒ 자주민보
 
 
 
 미국군은 해마다 4월이면 경상북도 포항만에서 한미연합해병대 상륙전연습을 감행한다. 포항만이 원산만과 비슷한 작전환경이라서 원산상륙작전 준비 일환인 셈이다. 이런 연례적인 훈련이지만 북은 갈수록 민감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핵문제로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며 일본 재무장까지 추진되는 등 전에 없이 북이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올 한 해 북미대결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 먼저 장성택 처형 사건부터 되짚어보고자 한다.
    

북이 여러 차례 반 종파 투쟁을 벌였지만 이번 장성택 숙청 사건처럼 그렇게 여자들의 치정관계까지 장문의 글과 긴 텔레비전 보도, 그리고 체포 장면과 엄한 심판 장면도 함께 낱낱이 공개한 경우는 없었다. 
     

여기에는 북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려 종파주의, 관료주의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리려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미국과 세계인들에게 뭔가 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 내부의 문제라면 공개적 방송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북 주민들에게 알릴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사건과 북의 새해 전망     

일단 이 사건 이후 남측 방송에서 보도한 북의 행사 장면들을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북 간부들은 더욱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주민들의 열광은 더 뜨거워져있었다.
     

장성택의 최측근이어서 당연히 함께 숙청될 줄 알았던 간부들이 이후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행사장 주석단에 떡 앉아있는 것을 보고 관료주의에 물들었거나 연줄이나 타고 출세하려 했던 일부 간부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는가. “아 장성택이 삼장법사 손바닥에서 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했을 것이다.
     

장석택이 정부를 전복할 거대한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세를 넓히고, 부정 자금으로 치부를 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 일파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고생을 했겠는가.

주민들은 그런 종파주의, 관료주의 풍토를 단호하게 갈아엎어 뿌리째 털어내 버리는 것을 보고 속이 다 시원했던지 단호한 김정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더욱 더 열광하고 있다.
     

물론 조선일보 등에서는 중국 국경 인근 도시 나진 선봉 등에서는 장성택을 처벌한 처사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보도도 많이 내 놓았다. 

장성택 일파에 덕을 본 사람들의 경우 불만을 표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장성택 최측근에 김정은 제1위원장 핵심들이 수없이 포진되어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고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다 북의 핵심 기관에서 장성택 일파의 문제점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음은 북 보도문에서도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중간 중간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좌천시켜 개정의 기회까지 주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체포와 동시에 바로 다음날 죄행을 낱낱이 폭로하고 속전속결로 처형까지 단행한 것을 보면 이미 장성택 일파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북은 그로써 더욱 일심단결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병진노선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갈 것이다. 

북은 강성대국 건설이 곧 조국통일을 위한 결정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늘 밝혀왔다. 사실 북이 생활수준이 남측에 비해 뒤떨어진 조건에서 통일을 이룰 경우 북은 매우 심각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올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남측을 향해 매우 적극적인 어조로 대결자세를 버리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고 제의했다. 이는 이제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추어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장성택 사건과 북미대결전 전망     

장성택 사건은 북미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북이 공개한 자료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편승해서 정권 전복을 도모했다고만 간략하게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장성택과 미국이 무관하지는 않다는 점은 분명히 밝힌 것이다. 
     

따라서 장성택이 직접 미국과 공모해서 북의 정권을 뒤엎을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접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장성택 일파의 움직임을 몰랐을 리가 없다. 음으로 양으로 장성택 일파에 대한 지원을 해왔을 것이다. 
     

2006년 북의 첫 핵시험 당시엔 바로 한 달 만에 베를린에서 북과 협상을 시작하는 등 북의 핵무력 강화를 막기 위해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봉쇄 못지않게 대화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미국이 오바마 정부 들어서서 더 강력한 핵시험을 진행해도 전략적 인내로만 일관해온 것도 어쩌면 북의 내부와해 작전에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첫 미국 방문기간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여당 관계자들이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뜬금없는 말을 강연장이나 사석에서 종종했었는데 그것도 다 장성택과 같은 인물을 믿고서 한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구소련을 붕괴시킨 결정적 동력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서도 찾아야 하지만 봉쇄를 통한 경제위기 조성과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미국 정보기관의 내부와해작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미국에서도 자랑스럽게 밝혀온 내용이다.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런 구소련의 교훈, 특히 군대가 당의 지도를 외면하고 군대 내 당조직을 와해시켰으며 이념서적 대신 미국에서 들여보낸 색정잡지나 뒤적거린 소련 군인들의 우를 북에서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에서도 미국의 내부와해 작전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국경도시를 통해 북에 그런 것을 집요하게 집어넣으려 시도해왔고 휴전선에서는 미국 대사가 직접 탈북자나 보수단체에 막대한 지원금과 상장까지 주어가며 풍선에 라디오와 달러, 온갖 저질 영상 등을 매달아 들여보내왔던 것만 봐도 미국이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내부와해 작전에서 핵심은 내부에 쿠데타 세력을 만드는 것인데 이번에 장성택 처형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나아가 북은 미국의 내부와해공작 기법 전모를 오래전부터 장성택 일파 관찰하는 것을 통해 다 파악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2011년 항일유적지 취재차 방문해서 직접 확인한 사실인데 중국 압록강 상류 장백이란 도시는 북의 광물 밀수로 갑자기 커진 도시였다. 압록강 상류라 수량이 적어 밤이면 밧줄 매놓고 뗏목이나 배로 끊임없이 북의 광물을 날라 왔다고 한다. 그 밀수 통로로 많은 색정잡지가 들어가고 자금도 들어갔을 것은 자명하다.
     

온 중국 동북 주민들이 다 아는 이 사실을 북 지도부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에서는 미국의 내부와해작전을 알면서도 지켜보면서 요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봉쇄 때문에 외화를 들여오기 힘든 상황에서 밀수는 북에 귀중한 외화벌이 역할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즉시적으로 반미우방국인 이란이나 쿠바, 베네수엘 등에도 제공하여 대응책 수립하게 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대통령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을 때 엄청난 추모열기로 온 나라가 끓어올랐고 지금까지 큰 문제없지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다. 

쿠바의 라울카스트로의 경우도 미국의 봉쇄와 압박에 정면대결의지를 피력하며 더욱 더 반미와 사회주의를 강화해가고 있다.

이란의 경우도 미국 의회에서 새로운 대 이란 제재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은 그대로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어제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단호하게 천명하였다.
     

이란의 대미 행보가 북의 그것과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지 모르겠다. 북의 핵보유 하나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란까지 핵보유국으로 올라선다면 미국은 더욱 사면초가에 몰릴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이란이라도 어떻게든지 달래보려고 미국이 최근 이란 제재를 푸는 합의를 해 준 것 아닌가. 
     

결국 북이 장성택 처형 사건을 낱낱이 공개한 것은 북 내부 붕괴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져버렸음을 미국과 온 세상에 공식천명하려는 의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이 북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북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북이 느끼는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해주는 방향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자누지 등 미국의 수준 있는 외교전문가들이 지금 ‘북미평화협정체결’ 외에는 북의 핵을 막을 길이 없다고 내놓고 주장하고 있고 그런 학자와 전문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미국이 그렇게 해주어도 북이 완전히 핵무기를 다 폐기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북은 몇 년 전부터 드문드문 미국에게 핵군축협상을 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온 세상의 핵을 다 폐기하기 전엔 북의 핵도 폐기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건 이미 핵무기 보유국임을 북이 누차 이어진 핵시험을 통해 증명하였고 또 공개천명 한 현재의 조건에서 미국이 대화로 북핵폐기를 이끌어내는 일은 핵보유국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이 계속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북의 핵억제력 강화를 지금처럼 두고 보기만 한다면 북의 핵억제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그만큼 해결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이 군사력뿐인 상황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올해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전쟁 국면이 찾아올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본 재무장 허용은 독약을 삼키는 짓

문제는 핵무기는 물론 미국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공개 보유한 북을 상대로 미국이 전쟁을 할 경우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일본의 재무장까지 부추겨가며 남한과 그 주변 친미 동맹국을 총동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패전국 일본은 원자탄까지 도시에 마구 떨어뜨린 미국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다. 지금은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만 언제 미국을 향해 사무라이 칼을 빼들지 모르는 나라이다.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가족들까지 죽이고 상대 가문에 들어가 충성하다가 결국 그 가문을 엎고 나라를 통일한 도쿠가와이에야스를 가장 훌륭한 선조로 추앙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기업인들이나 지식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가 도쿠가와이에야스이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미국의 품에서 벗어나려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밟아버렸었던 것이다.
     

그런 미국이 지금 아베 일본 정부 재무장을 허용하고 적극 부추기고 있다. f-35신형전투기도 대거 일본에 공급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방비가 삭감되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등과의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보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갈수록 거대해지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일본 재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 등도 결국은 북에 대한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숨기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북이다. 미국과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중에 있는 나라가 북이고 세계 반미국들에게 미사일 기술을 건네주어 미군에게 실질적이며 치명적인 위협을 조성하고 있는 나라도 북이다. 

거기다가 핵무기까지 보유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북을 따라 핵보유에 나서려는 움직임들이 제3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란,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 제3세계 여기저기서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난리가 아니다. 핵발전이나 핵무기나 같은 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미국에게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제 항공모함 한 척 진수시켰을 뿐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수교를 맺고 있고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젠 중국과 대립해서는 미국의 경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오바마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의 핵심 목표는 북이고 일본 재무장, 한미일 공조, 미국-호주, 미국-필리핀의 군사협력 강화도 모두 북을 염두에 둔 미국의 전략적 조치라고 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독약인 이유다.
     

실제 미국이 이렇게 군사력을 모으는데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북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고 미국 수뇌부들의 작전회의에서 대북 공격 결정이 나기 쉬울 것이다.
    

그저 북을 군사적으로 압박만 하려는 것이라면 이렇게 일본을 군국주의 재무장까지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압박이야 미국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잠수함만 다 끌어모아도 이 지구 전체를 수십, 수백번 끝장내고도 남을 정도 아닌가.
     

그런 미국이 일본을 굳이 저렇게까지 무장시키려 애쓰는 것은 결국 실전 대비 외에 다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일본 재무장은 전쟁이라는 독약을 마시려는 것과 같다. 미국이 중동 여기저기에서 그 독약을 마셔댄 후 지금 막대한 전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는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유고, 시리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북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승패를 떠나 더욱 치명적인 독약을 마시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실제 전쟁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북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일본 재무장을 추진했다고 해도 치명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북이 공개한 선제타격 조건 중에 하나가 이라크전쟁 수준으로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무력을 끌어들여 북을 압박하는 등 공격징후가 명백할 경우이다.
     

“적들이 우리를 선제타격하기 위해 공격 진지를 차지할 때까지 지켜보지 않겠다.”는 표현이 한 두 번 북의 성명과 담화에 나왔던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 공격을 위한 진지 차지 중 결정적인 것 중에 하나가 일본의 재무장이 될 것이다. 북은 일본과 아직 과거사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한 것이 없다.

김일성 주석이 백두산에서 벌렸던 항일대전이 아직 끝나지 않고 총포성 없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실제 북은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꼭 대화로만 해결하라는 법은 없다. 어떻게 배상을 받을 것인지는 가해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정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이치라고까지 주장해왔다.
     

그런 북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일본이 평화헌법을 뜯어 고쳐 군국주의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북이 그런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은 지금도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등 영토팽창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은 영토팽창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 조치로 북은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토팽창 야망이 없다면 굳이 비싼 세금을 들여 군대를 강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내세우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설은 잠자던 소도 벌쭉 웃을 일이다. 일단 일본은 공식적으로 북의 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속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자기나라에 핵미사일 수십 수백발을 장착한 미국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용 항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과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핵무기 우산을 쓰고 있으면서 북의 핵위협설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정말 북의 핵 폐기를 주장하려면 일본 내 미군 기지부터 철수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의 위협설 운운하며 일본이 재무장에 들어선다면 북은 불피코 그것을 한반도 재침을 위한 사전 조치로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일본을 압도할 군사력 강화밖에 없다.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이 이어질 것이며 일본의 재침 의도가 확실하다고 판단할 경우 북은 선제타격으로 먼저 일본을 제압하려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
     

북일 전쟁도 결국은 북미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본 재무장은 미국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일본의 재무장 추진을 이제 거의 막을 수 없는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미국이 강력하게 뒤에서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미국 스스로 북에게 모든 명분을 다 준 셈   

북이 핵보유국이 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난관은 미국의 경제 봉쇄도 군사적 압박도 아닌 세계적인 비난이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발하여 미국의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경우 북에게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90년대 북의 고난의 행군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편승하여 대북 봉쇄와 압박에 참여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동남아 중남미 친미국들까지 북이 핵시험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북과의 관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핵무기라는 것이 원래 그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미국이 그렇게 북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그 몸부림을 쳐왔던 것 아닌가.

하지만 명분이 없이 핵무장을 했다면 그런 관계강화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명분을 미국이 북에 제공한 셈이다. 94년 북미제네바합의를 부시정부가 당선되자마자 찢어버리더니 이후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이 되어 어렵게 9.19공동성명 합의문을 도출하여 평화적 해결 단초를 열어주었더니 미국이 휴지조각 버리듯 바로 내던져버렸다. 결국 중국도 북이 핵무장을 착착 진행해가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북의 1차 핵시험 이후 단 1년도 안 되는 사이 프랑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북과 수교를 맺었다. 한국전쟁 당시 북에 군대를 보내 북과 싸운 그들이기에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전 미국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등 명분을 쌓았기 때문에 유럽연합 각국이 북으로 달려가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국은 장성택과 같은 인물을 통한 내부 와해에 희망을 걸고 있었고 그래서 북과 대화로 합의한 북미제네바합의와 9.19공동성명을 차례로 내던져 버려 북이 핵보유국으로 갈 수 있는 도덕적 명분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셈이다.
     

그 북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가하고 있는 지금의 한미일 공조 등 군사적 압박은 정말 전쟁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은 위험한 조치이다.
     

결국 미국의 오늘의 대북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 등 보수세력이나 미국 지배세력이 주장하듯이 북이 호시탐탐 남침만을 노리는 호전국가라면 정말 한반도는 지금 위험천만한 상황에 들어선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믿기 어려운 나이인 10대 때 북의 주체전법을 체계화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남한 미국 일본 어디나 사용하고 있는 gps 시스템을 이용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타격이 가능한 포병술을 개발한 것을 보면 북 군대를 첨단화시키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연평도 포격전에서 그런 인민군 포병술 실력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포격과는 무관한 방사포도 1미터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한 것을 직접 연평도를 방문하여 확인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텔레비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고 말했으며 국방부 전략기획단장이라는 모 군사전문가도 북의 연평도 포격전은 군사학적 측면에서만 보았을 때는 완벽한 작전이었다며 통일이 되면 그 기획자와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힐 정도였다. 

이런 정확성은 gps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북은 포병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를 다 첨단화시켰다고 한다. 그것을 주도한 이가 바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다. 지금 인민군대 전체가 젊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에게 열광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북을 지속적으로 방문 취재한 해외 언론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문제는 북이 언제 공격할 줄 알아서 위성의 gps송출을 정지시키는 등 대응을 할 수 있냐는 점이다. 불가능하다. 그 순간 온 세계가 자동차는 물론 항공기와 선박 등 gps를 이용하는 현대기기의 대혼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무조건 먼저 선제타격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북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한반도 전쟁은 선제타격 싸움이다. 이는 북미 어느 쪽이 먼저 공격하건 한반도에 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 공격 사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마저도 알 수 없다. 말하는 순간 그 작전은 이미 끝난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이렇게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반전평화, 대화와 협상, 평화와 통일을 목소리 높여 외쳐야할 2014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도 남북교류와 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서 북과의 갈등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국의 대북 압박에 의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자누지 등 미국의 실력 있고 관록 있는 대북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북미평화협정체결에 적극 나서 북의 핵보유 명분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며 위험천만한 일본 재무장을 당장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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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 안아달라거나 쫓겨나거나

 
[2014 한국 언론의 현주소] 대통령에게 안아달라는 기자, 취재 중 끌려나오고 기소당한 기자
 
입력 : 2014-01-15  09:43:08   노출 : 2014.01.15  10:34:28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여기 한국 언론의 현실을 비추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은미 MBN 기자가 박 대통령과 포옹했다. 청와대 출입인 김 기자는 “너무 안고 싶었어요”라며 취재원의 품에 안겼다. 이 장면은 6일 오후 KBS·YTN 등에 반복 노출됐다.

김은미 기자의 포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여론 속에 등장했다. 김 기자의 행동을 두고 MBN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마크맨’(전담 기자)을 거쳐 당선과 함께 청와대로 출입처를 옮겼다. 김 기자 외에도 박 대통령에게 안아달라고 요청한 기자는 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옹 장면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기자가 취재원에 대한 존경과 선호를 드러낸 것으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어떤 자세로 기사를 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의 포옹은 ‘퇴근 후 뭐하시나’(채널A)라는 질문만큼 암담했고, ‘조율된 소통’에 저항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준비된 답을 경청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처럼 무기력했다.
 
   
▲ 지난 7일 올라왔던 매일경제 온라인판 기사 갈무리.
 
3일 뒤인 1월 9일. 검찰은 본사 조수경 기자를 벌금형(100만원)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조 기자는 MBC출입기자로서 지난해 6월 취재차 김장겸 MBC 보도국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MBC로부터 현주건조물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공영방송사가 출입기자의 취재를 제한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최진봉 교수는 “언론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에 MBC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 지적했다.

검찰은 애초 고소 내용에 없던 퇴거불응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기자들은 가만히 기자실을 지키고 있다가 출입처에서 던져 주는 기사만 써야 하는가”라며 “2014년 대한민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기는 한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어 MBC경영진을 향해 “MBC기자들이 취재원을 만나러 갔을 때 똑같이 고소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MBC기자들에게 앞으로 취재원이 불편해하는 인터뷰나 취재는 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더 이상 공영방송을, 대한민국 언론을 희화화하지 말고 당장 조수경 기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주장했다.
 
   
▲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맞이하는 김장겸 MBC 보도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청와대 출입 기자가 포옹을 요청하며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었던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박근혜 홍보부 기자”, “당신은 이미 기자가 아니다”, “이런 기자에게선 뉴스대신 찬송가만 나온다” 같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기소를 당한 이는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기자였다. 경솔했던 기자 개인의 행동만을 비난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2014년 한국 언론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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